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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8. 14:16
[책 그리고 글]
미국와서 몇년 동안 정말 책을 안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의 생활 자세도 태만했었지요. 인생의 계획도 없이 되는데로 살았던 때입니다. 그런 저를 깨워준 건은 책이었습니다. 삶의 의미와 중요함을 가르쳐주었지요. 그렇기에 책은 저에게 참으로 중요합니다.
유정식님이 inuit님에게 받은 바톤을 저에게 넘겨주셨습니다. 나의 독서론입니다. 책 읽는 것의 의미와 이유에 대해 쓸 말은 많습니다만, 한단어로 정의하라 하시니 생각이 더 깊어지더군요. 이것 저것 생각하다가 이 단어가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1. 독서는 [확장]이다.
혼자서 애를 쓰며 아무리 공부를 한다 한들 큰 발전은 힘듭니다. 독서는 최상의 간접경험입니다. 몇년 혹은 몇십년 거쳐 쌓은 다른 이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책을 통해 그 경험을 접할 때 저도 그 현장에 있게 됩니다. 책을 하나 읽을 때마다 지은이의 넓이에 비례해 저의 세계도 넓어집니다. 그래서 독서는 저에게 [확장]입니다.
2. 앞선 릴레이 주자
유정식 대표님은 인퓨쳐컨설팅을 운영하시며 책도 쓰시고 기업 컨설팅도 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블로그에는 경영과 전략에 대한 다양한 '고품질의'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 가끔 가도 올리시는 사진도 수준급이며 또 습작처럼 올리는 소설은 유정식님의 새로운 면을 보여줍니다. 굉장한 다독가이시며 네권의 책을 쓰셨고 번역서도 한권 내셨습니다.
3. 릴레이 받아 주실 분
릴레이를 넘길 때는 항상 고민이 됩니다. 좋은 블로그 이웃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다가 다음의 두분에게 넘깁니다.
최동석님: 최동석 경영연구소를 운영하시며 mindprogram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가지고 계십니다. 이분의 블로그에 가면 경영, 경제,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 대한 탁월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글 하나 하나에 담긴 그 분의 깊이 있는 지식을 볼 수 있구요. 최동석님은 어떻게 독서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김우재님: 급진적 생물학자라 스스로를 칭하는 김우재님은 생물학 공부를 하고 계십니다. 얼마전부터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계시죠. 김우재님의 블로그를 보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분만큼 심각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 또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도 많이 읽으시는 분인데, 독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
릴레이 받으신 분들... 받아주실거죠? ^^
유정식님이 inuit님에게 받은 바톤을 저에게 넘겨주셨습니다. 나의 독서론입니다. 책 읽는 것의 의미와 이유에 대해 쓸 말은 많습니다만, 한단어로 정의하라 하시니 생각이 더 깊어지더군요. 이것 저것 생각하다가 이 단어가 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1. 독서는 [확장]이다.
혼자서 애를 쓰며 아무리 공부를 한다 한들 큰 발전은 힘듭니다. 독서는 최상의 간접경험입니다. 몇년 혹은 몇십년 거쳐 쌓은 다른 이의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책을 통해 그 경험을 접할 때 저도 그 현장에 있게 됩니다. 책을 하나 읽을 때마다 지은이의 넓이에 비례해 저의 세계도 넓어집니다. 그래서 독서는 저에게 [확장]입니다.
2. 앞선 릴레이 주자
유정식 대표님은 인퓨쳐컨설팅을 운영하시며 책도 쓰시고 기업 컨설팅도 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블로그에는 경영과 전략에 대한 다양한 '고품질의'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 가끔 가도 올리시는 사진도 수준급이며 또 습작처럼 올리는 소설은 유정식님의 새로운 면을 보여줍니다. 굉장한 다독가이시며 네권의 책을 쓰셨고 번역서도 한권 내셨습니다.
3. 릴레이 받아 주실 분
릴레이를 넘길 때는 항상 고민이 됩니다. 좋은 블로그 이웃분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고민하다가 다음의 두분에게 넘깁니다.
최동석님: 최동석 경영연구소를 운영하시며 mindprogram이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가지고 계십니다. 이분의 블로그에 가면 경영, 경제, 그리고 인간의 마음에 대한 탁월한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글 하나 하나에 담긴 그 분의 깊이 있는 지식을 볼 수 있구요. 최동석님은 어떻게 독서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김우재님: 급진적 생물학자라 스스로를 칭하는 김우재님은 생물학 공부를 하고 계십니다. 얼마전부터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계시죠. 김우재님의 블로그를 보면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분만큼 심각한 고민을 하시는 분이 또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도 많이 읽으시는 분인데, 독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
릴레이 받으신 분들... 받아주실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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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6. 05:11
[책 그리고 글]
Getting Organized - Chris Crouch
지금 쓰고 있는 책이 시간/행동 관리에 관한 것이다 보니, 그 분야의 책을 많이 읽게 됩니다. 좋게 말하면 참조요, 나쁘게 말하면 커닝입니다 ㅡ.ㅡ 그런데 대부분의 책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한시간을 안들이고 전체를 흝어보아도, 중요한 것을 놓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안드는 책도 있습니다.
가끔 두드러진 책도 있습니다. 그중 한권이 이 책입니다. 시간관리에 대한 책을 몇권 읽으신 분이라면 이 책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관리에 대한 책을 처음 읽는다면 자신있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한 권만 읽어도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한국에 소개는 안되어있네요. (무슨 책을 출판할까 찾고 있던 출판사 있음 이 책을 한번 검토하길 제안합니다.)
책은 짧습니다. 55개의 챕터가 150페이지 안에 담겨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모든 챕터가 전에 소개한 what - so what - now what의 프레임웍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multitasking이 토픽입니다. multitasking이 무엇인지와 지속적으로 multitasking을 하는 것이 안 좋은 습관임(what)을 소개합니다. 지나친 multitasking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떻게 생산성을 떨어뜨리는지(so what)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집중할 수 있는지로(now what) 결론을 맺습니다. 모든 챕터가 같은 구성이기에 읽기가 쉽습니다.
내용은 다른 시간관리책과 별 차이 없습니다. 시간관리가 어려운 원인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입력된 것들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지 여러가지 팁을 소개합니다. 대체적인 흐름은 있지만, 중간에 필요하다 싶은 스킬이 순서와 상관없이 나옵니다. 그래도 토픽의 나열이기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데로 내용상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만 구성이 워낙 좋기에 같은 내용이라도 쉽게 효과적으로 전달이 됩니다. 책을 쓸 때 구성이 중요함을 일깨워 준 책입니다.
**
참고로 이 책에서 처음 본 팁이 있습니다. 책 읽는 속도를 두배로 늘리는 방법입니다. 간단합니다. 바로 손가락을 사용하는 겁니다. 손가락 끝으로 읽는 부분을 가리키고 손가락을 움직여서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읽는 속도가 두배 가까이 빨라집니다 ^^
가끔 두드러진 책도 있습니다. 그중 한권이 이 책입니다. 시간관리에 대한 책을 몇권 읽으신 분이라면 이 책을 볼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관리에 대한 책을 처음 읽는다면 자신있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한 권만 읽어도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한국에 소개는 안되어있네요. (무슨 책을 출판할까 찾고 있던 출판사 있음 이 책을 한번 검토하길 제안합니다.)
책은 짧습니다. 55개의 챕터가 150페이지 안에 담겨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모든 챕터가 전에 소개한 what - so what - now what의 프레임웍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multitasking이 토픽입니다. multitasking이 무엇인지와 지속적으로 multitasking을 하는 것이 안 좋은 습관임(what)을 소개합니다. 지나친 multitasking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어떻게 생산성을 떨어뜨리는지(so what)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더 집중할 수 있는지로(now what) 결론을 맺습니다. 모든 챕터가 같은 구성이기에 읽기가 쉽습니다.
내용은 다른 시간관리책과 별 차이 없습니다. 시간관리가 어려운 원인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입력된 것들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지 여러가지 팁을 소개합니다. 대체적인 흐름은 있지만, 중간에 필요하다 싶은 스킬이 순서와 상관없이 나옵니다. 그래도 토픽의 나열이기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데로 내용상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만 구성이 워낙 좋기에 같은 내용이라도 쉽게 효과적으로 전달이 됩니다. 책을 쓸 때 구성이 중요함을 일깨워 준 책입니다.
**
참고로 이 책에서 처음 본 팁이 있습니다. 책 읽는 속도를 두배로 늘리는 방법입니다. 간단합니다. 바로 손가락을 사용하는 겁니다. 손가락 끝으로 읽는 부분을 가리키고 손가락을 움직여서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정말 읽는 속도가 두배 가까이 빨라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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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24. 14:25
[책 그리고 글]
산나님과 Inuit님이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연말이 되어 올해를 돌아보는 의미로 게다가 포스팅 거리도 떨어지다 보니 저도 동참을 합니다. 생각해 보니 최근 몇년간 올해만큼 책을 적게 읽은 해가 없는 듯 합니다. 학습에 책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데 무엇하느라 책읽기를 게을리 했는지... 많이 반성이 됩니다. 내년에는 매주 한권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겠습니다 ^^;; 어쨋거나 얼마 안되는 책중에서 추려낸 ㅡ.ㅡ 2008년 베스트 5입니다.
2007년에 다산 선생을 만났다면, 2008년에는 연암을 엿보고자 시도했던 해입니다. 그래봐야 책 두권 (비슷한 것은 가짜다, 열하일기) 읽은 게 다였지만, 그래도 연암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민 선생의 정성스런 해석과 해박한 주석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조선시대 지식인의 삶과 사상은 아직도 큰 관심으로 남아있습니다. 2009년에는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읽고 있는 책이지만 올해가 가기전에 끝낼 것이므로, 그리고 당연히 올해 베스트 5에 들어갈만 하므로 여기에 선택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혁명에 가담, 정권의 부침을 경험한 노작가가 후배들에게 권하는 글은 문장마다 힘이 실려 있습니다. 그의 인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학생'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십여년만에 다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세번째 읽은 것이고 개정판으로는 처음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단순히 종교적인 열심만이 아닌 가치있고 정돈된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입니다. 실패의 경험만큼 그리고 지속적인 성찰과 단련만큼 깊어진 고든 맥도날드의 교훈은 나도 그러한 질서 정연한 삶을 살고 싶다는 긍정적 욕심을 갖게 만듭니다.
2008년 제 블로그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GTD였습니다. 프랭클린 시스템의 Top Down과는 다른 Bottom Up 방식의 시간/행동 관리 방식으로 저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공병호 번역의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번역판은 절판이고 또 번역상 문제가 있다는 평이 있어 원서를 추천합니다.
평소 경영/자기계발/리더십 관련된 책만 보던 저에게 문학에 대한 재미를 일깨워준 책입니다. 더불어 좋은 문장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김훈의 모든 책을 구해서 읽고 싶었지만 올해는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내년에도 꾸준히 김훈의 책은 읽어야할 책 목록에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
정민 지음/태학사
|
2007년에 다산 선생을 만났다면, 2008년에는 연암을 엿보고자 시도했던 해입니다. 그래봐야 책 두권 (비슷한 것은 가짜다, 열하일기) 읽은 게 다였지만, 그래도 연암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민 선생의 정성스런 해석과 해박한 주석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조선시대 지식인의 삶과 사상은 아직도 큰 관심으로 남아있습니다. 2009년에는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나는 학생이다 - 왕멍 지음, 임국웅 옮김/들녘(코기토) |
아직도 읽고 있는 책이지만 올해가 가기전에 끝낼 것이므로, 그리고 당연히 올해 베스트 5에 들어갈만 하므로 여기에 선택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혁명에 가담, 정권의 부침을 경험한 노작가가 후배들에게 권하는 글은 문장마다 힘이 실려 있습니다. 그의 인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학생'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
십여년만에 다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세번째 읽은 것이고 개정판으로는 처음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단순히 종교적인 열심만이 아닌 가치있고 정돈된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입니다. 실패의 경험만큼 그리고 지속적인 성찰과 단련만큼 깊어진 고든 맥도날드의 교훈은 나도 그러한 질서 정연한 삶을 살고 싶다는 긍정적 욕심을 갖게 만듭니다.
Getting Things Done : The Art of Stress-Free Productivity (Reprint, Paperback) - 데이비드 알렌 지음/Penguin Group USA |
2008년 제 블로그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GTD였습니다. 프랭클린 시스템의 Top Down과는 다른 Bottom Up 방식의 시간/행동 관리 방식으로 저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공병호 번역의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번역판은 절판이고 또 번역상 문제가 있다는 평이 있어 원서를 추천합니다.
칼의 노래 -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
평소 경영/자기계발/리더십 관련된 책만 보던 저에게 문학에 대한 재미를 일깨워준 책입니다. 더불어 좋은 문장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김훈의 모든 책을 구해서 읽고 싶었지만 올해는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내년에도 꾸준히 김훈의 책은 읽어야할 책 목록에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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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 난해한 나라 조선을 이야기하다 (22) | 2008.09.28 |
2008. 9. 28. 23:19
[책 그리고 글]
난해한 나라로구나... 갇혀있는 조선의 국왕이 죽어가는 나라 명을 향해 춤으로 예를 올림을 보며 칸은 말했다. 스스로 강자의 적이 되는 처연하고 강개한 자리에서 돌연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 그 적막을 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친구는 아니였지만 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었던 청을 조선은 굳이 적으로 만들었고 칸을 이 후미진 땅으로 불러들였다. 조선에 올 때는 시원한 싸움이라도 한판 기대했건만 남한 산성에 도착할 때까지 저항도 환영도 없었다. 조선은 너무나 조용했다.
병자년에 청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말(言)이였다. 받아들이는 이들은 힘이 없건만 명에 대한 예를 지킨다 고집하여 오랑캐를 적으로 만들었다. 여진이 정묘년에 들어와 힘을 보였고 조선은 별 대항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적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말은 다시 힘을 얻었다. 그릇됨이 드러나기 전까지 말의 힘은 끝이 없다. 말 잘하는 이들이 조선에 넘쳐나 세상을 개벽할 듯 하였다. 말로서 형제 나라 명을 회복시킬 수 있었고 말로서 오랑캐 여진을 물리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그렇게 말을 쌓았다.
힘이 없는 말은 약했다. 조선 안에 가득했던 그 말들은 한발자욱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조선은 조선 안에서는 굳센 나라였고 조선 밖에서는 어리석은 나라였다. 조선안의 말하는 이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동리 아이들의 짝짓기인양 명을 내 편이라 청을 내 편이 아니라 갈라놓고 천년만년 그렇게 살고자 했다. 바다와 중국에 막혀 있던 조선의 사람들은 눈 앞의 것밖에 볼 수가 없었다.
산성 밖에는 살 길이 아니라 죽을 길만 있었다. 싸우기를 주장하는 자들은 몸이 죽을수 밖에 없음을 알았고, 살고자 화친을 주장하는 자들은 결국 그들의 이름이 죽을 것을 알았다.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몸이 죽임을 당하거나 이름이 죽임을 당하거나 죽음은 산성 밖에 있었다. 산성 밖에 나가는 것은 죽음이었다. 그 죽음을 알았기에 그들은 산성 안에 있었고 산성안에서 다투었다. 살 길을 만들어주지 못함에도 살아있음을 증명하고자 그들은 다투었다.
김훈의 남한산성 안에는 난해한 나라 조선이 있었다. 힘이 없음에도 힘을 키우지 않고 수모를 당해도 어쩌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 나라가 있었다. 살고자 자식과 며느리를 적에게 보내고 살고자 돌아온 자식과 며느리를 죽였던 임금이 그 안에 있었다. 살고자 적을 만들고 살고자 적에게 무릎 꿇었다. 살고자 싸우자 했고 살고자 항복의 글을 올렸다. 그 뜻이 때로는 강개하고 그 뜻이 때로는 저열하나 살고자 하는 이들의 몸부림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산성안에 갇혀있었다.
세상은 달라져 아무도 산성안에 갇혀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땅의 사람들은 땅 안의 것 밖에 보지 못한다. 나가지 못하는 말들을 쏟아내며 무력함을 자부심으로 극복하려 한다. 실리가 필요할 때는 가치를 들어 말을 막고, 가치를 지켜내려 하면 실리를 들어 발을 뺀다. 살고자 함은 어느때보다 소중해 졌으되 살고자 다른 이를 죽이고자 하는 이기는 어느때보다 커졌다. 나라 안의 웅성거림은 더 커졌으되 그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멀리 나가지 못한다. 고집스레 현실을 보지 않는 단호함과 고집스레 자신만 위하는 이기심이 때로는 처연하다. 몸은 갇혀있지 않되 정신은 가두고 풀어주지 않는 답답함이 때로는 소름끼친다.
조선은 아직도 그 산성에 갇혀 있다.
병자년에 청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말(言)이였다. 받아들이는 이들은 힘이 없건만 명에 대한 예를 지킨다 고집하여 오랑캐를 적으로 만들었다. 여진이 정묘년에 들어와 힘을 보였고 조선은 별 대항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적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말은 다시 힘을 얻었다. 그릇됨이 드러나기 전까지 말의 힘은 끝이 없다. 말 잘하는 이들이 조선에 넘쳐나 세상을 개벽할 듯 하였다. 말로서 형제 나라 명을 회복시킬 수 있었고 말로서 오랑캐 여진을 물리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그렇게 말을 쌓았다.
힘이 없는 말은 약했다. 조선 안에 가득했던 그 말들은 한발자욱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조선은 조선 안에서는 굳센 나라였고 조선 밖에서는 어리석은 나라였다. 조선안의 말하는 이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동리 아이들의 짝짓기인양 명을 내 편이라 청을 내 편이 아니라 갈라놓고 천년만년 그렇게 살고자 했다. 바다와 중국에 막혀 있던 조선의 사람들은 눈 앞의 것밖에 볼 수가 없었다.
산성 밖에는 살 길이 아니라 죽을 길만 있었다. 싸우기를 주장하는 자들은 몸이 죽을수 밖에 없음을 알았고, 살고자 화친을 주장하는 자들은 결국 그들의 이름이 죽을 것을 알았다.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몸이 죽임을 당하거나 이름이 죽임을 당하거나 죽음은 산성 밖에 있었다. 산성 밖에 나가는 것은 죽음이었다. 그 죽음을 알았기에 그들은 산성 안에 있었고 산성안에서 다투었다. 살 길을 만들어주지 못함에도 살아있음을 증명하고자 그들은 다투었다.
김훈의 남한산성 안에는 난해한 나라 조선이 있었다. 힘이 없음에도 힘을 키우지 않고 수모를 당해도 어쩌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 나라가 있었다. 살고자 자식과 며느리를 적에게 보내고 살고자 돌아온 자식과 며느리를 죽였던 임금이 그 안에 있었다. 살고자 적을 만들고 살고자 적에게 무릎 꿇었다. 살고자 싸우자 했고 살고자 항복의 글을 올렸다. 그 뜻이 때로는 강개하고 그 뜻이 때로는 저열하나 살고자 하는 이들의 몸부림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산성안에 갇혀있었다.
세상은 달라져 아무도 산성안에 갇혀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땅의 사람들은 땅 안의 것 밖에 보지 못한다. 나가지 못하는 말들을 쏟아내며 무력함을 자부심으로 극복하려 한다. 실리가 필요할 때는 가치를 들어 말을 막고, 가치를 지켜내려 하면 실리를 들어 발을 뺀다. 살고자 함은 어느때보다 소중해 졌으되 살고자 다른 이를 죽이고자 하는 이기는 어느때보다 커졌다. 나라 안의 웅성거림은 더 커졌으되 그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멀리 나가지 못한다. 고집스레 현실을 보지 않는 단호함과 고집스레 자신만 위하는 이기심이 때로는 처연하다. 몸은 갇혀있지 않되 정신은 가두고 풀어주지 않는 답답함이 때로는 소름끼친다.
조선은 아직도 그 산성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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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칼의 노래 때와 마찬가지로 김훈의 문체로 글을 써봤습니다.
서평, 특히 소설의 서평을 쓸 때는 저자의 문체를 흉내내어 볼려고 합니다.
근데 자연스런 저의 글모양이 아니기에 쉽지는 않네요. 이번엔 더 어려웠습니다.
서평, 특히 소설의 서평을 쓸 때는 저자의 문체를 흉내내어 볼려고 합니다.
근데 자연스런 저의 글모양이 아니기에 쉽지는 않네요. 이번엔 더 어려웠습니다.
남한산성 - 김훈 지음/학고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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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5. 29. 14:57
[책 그리고 글]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
대학 시절에 IVF(한국 기독 학생회) 활동을 했다. 지금은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당시 IVF내의 필독도서중 첫번째로 꼽히던 책이 (줄여서 '내면세계'라 부르던) 이 책이었다. 학생때 한번 읽기는 했지만 제대로 이 책을 읽었던 것은 졸업하고 몇년 지나서인듯 하다. 그때의 나는 생각의 중심이 굳게 서있지 않았다. 여러번 혼란을 겪었고, 나아지는 것은 없으면서도 생각의 겉멋만 든 그런 모습이였다. 그때 접한 이 책은 나를 얼마나 부끄럽게 만들었던지. 열매없이 지내버린 시간이 너무나 아쉬웠다. 미국으로 옮긴 후 고든 맥도날드 목사가 담임하고 있던 그레이스 채플에 출석할만큼 이 책의 영향은 컸다.
처음 접한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반갑게도 개정판이 있었고, 책 속의 고든은 지나간 시간만큼 더 성장한듯 하다. 그가 겪었던 실패와 회복이 그를 더 성숙하게 만든 것일까? 그 답은 모르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내 내면세계에 비해, 그의 마음 속 정원은 너무나 깔끔해 때로는 질투가 나기도 한다.
번역판의 제목도 좋지만 나는 이 책의 영어 제목을 더 좋아한다. "Ordering Your Private World." 개인의 영역을 다스리라는 것이다. 겉모습을 잘 가꾸는 사람은 많으나, 남이 보지 않을 때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성숙함을 필요로 한다. 신앙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성품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분명히 목사가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기독교 서적이라는 틀로 제한하기에는 이 책이 너무 아깝다. 고든이 제시하는 보편적 교훈은 비기독교인에게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면세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고든은 '함몰 웅덩이' 증상을 소개한다. 지하수가 고갈되어 지표를 지탱할 힘이 없을 때, 그 땅은 겉보기에는 단단해 보여도 속은 텅비어 있고, 언젠가는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내면에 질서가 없다면 사람은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 손대고 있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든다면 이미 내면세계의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살아가며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고든이 표현한 '벽에 부딛히는 순간'이었다. 그런 나에게 고든은 묻는다. "내면 생활을 정돈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고 있습니까?"
내면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고든은 다섯가지 영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기, 시간사용, 지적 성장, 영적성장, 그리고 쉼이다.
우선 내 삶의 동기가 무엇인지, 내가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 책은 질문한다. 크게 두가지 유형이 있다. '쫓기는 삶 (driven life)'이 있고 '부름받은 삶 (called life)'이 있다. 쫓기는 삶은 외형적인 성공을 바라고 사는 삶이다. 무엇이든 더 크게, 더 잘 하기를 원한다. 그 욕심은 소중한 것이되, 그것 뿐이라면 곤란하다. 고든은 세례 요한의 삶을 통해 부름받은 삶의 특징을 설명한다. 자신의 위치와 목적을 알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삶. 그런 삶이 부름 받은 삶이다.
무질서함은 시간의 무분별함으로 나타난다. 흘러서 새버리는 시간을 잡기 위해, 고든은 시간예산 세우기를 제안한다. 중요한 항목에 사용할 금액을 미리 정해놓듯, 시간에도 미리 정해놓는 예산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방치된 시간은 중요한 일보다는 약점을 보충하기 위해 쓰이고, 외부의 지배를 쉽게 받으며, 급한 일에 소모되고, 겉으로 드러나는 일에 주로 사용되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 사용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미리 계획 세움을 통해 시간을 통제해야한다.
지성을 훈련시키는 것은 하나의 의무다. 카터 전 대통령의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라는 책을 쓴 계기를 소개하며, 우리도 지성을 훈련시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고든은 강조한다. 훈련되지 않은 지성은 읽혀지지 않은 책과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읽으며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투자하는 '공격적인 공부'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영적인 질서는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게 해준다. 마음 속 정원이 한없이 고요하고 평온할 때, 우리는 비로서 삶의 중심을 찾을 수 있다. 마음속이 혼란스러우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못듣는다. 침묵과 고독, 일기쓰기, 묵상 등을 통해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소음을 없애고 마음 깊숙히 침잠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회복이 필요하다. 시간이 남아서 쉬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한순간에 마침표를 찍는 '회로 닫기'로서의 쉼을 가질 때 참다운 회복이 있다. 이전 한 일의 의미를 생각하고, 지금 삶의 원칙을 검토하며, 앞으로 해야할 일을 삶의 목표, 즉 사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든처럼 "죄책감 없이 안식일의 쉼을 추구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그런 쉼을 가질 때, 분주함에 혼란스러워진 내면세계에 다시 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
열네개의 장과 서문과 후기로 이루어진 책은 꽉 차서 군더더기가 없다. 이전판도 좋았지만, 개정판은 오랜 세월 보살핀 잘 정돈된 정원을 보는듯 하다. 각 장별로 제시되는 질문들에 답해보는 것도 스스로의 내면질서를 체크하는 좋은 수단이다.
2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책에서 말하는 질서있는 내면세계를 못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난감하긴 하나, 책을 통해 얻은 교훈으로 최소한 내 마음밭의 바위들은 발견하지 않았나 싶다. 그 바위들을 제거하고 나서 이 책을 다시 펼칠 생각이다. 그때는 바위에 가려져 있던 작은 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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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글]
egoing님의 책 더럽게 돌려보기를 읽고 한번 적어 봅니다.
전 책에 대해 결벽증이 심했습니다. 책이 물에 젖으면 종이가 불어 좀 뚱뚱해지죠. 그럼 가차없이 새로 사버렸습니다. 물론 종이를 접어서 표시도 안했구요. 요즘도 그런 심정적인 결벽증은 남아있습니다만... 책을 지저분하게 보고자 생각을 바꾼지 꽤 되었습니다.
최근 적용하는 선정 원칙이 있습니다.
1.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읽지도 말자
2. 가치가 있는 책은 꼭 사서 읽자
이 두가지 원칙의 조합으로... 책으로 인한 지출이 좀 늘어났습니다 ㅡ.ㅡ
그리고 책을 읽을 때, 펜(개인적으로 만년필만 고집합니다)과 형광펜 둘다, 최소한 둘중 하나는 가지고 가차없이 표시를 합니다.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에 밑줄 쫙~은 기본이고, 생각나는데로 옆에 메모도 합니다. 최근에는 건방이 늘어 "일반화의 오류", "이건 오버다", "그래서 어쩌라고" 등의 멘트도 달아놓구요 ^^
그래서 요즘에 본 책들은 다시 봐도 기분이 흐믓합니다. 원하는 내용을 찾기도 쉽구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맘에 맞는 분들끼리 '더럽게 돌려보기'를 실천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전 책에 대해 결벽증이 심했습니다. 책이 물에 젖으면 종이가 불어 좀 뚱뚱해지죠. 그럼 가차없이 새로 사버렸습니다. 물론 종이를 접어서 표시도 안했구요. 요즘도 그런 심정적인 결벽증은 남아있습니다만... 책을 지저분하게 보고자 생각을 바꾼지 꽤 되었습니다.
최근 적용하는 선정 원칙이 있습니다.
1.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읽지도 말자
2. 가치가 있는 책은 꼭 사서 읽자
이 두가지 원칙의 조합으로... 책으로 인한 지출이 좀 늘어났습니다 ㅡ.ㅡ
그리고 책을 읽을 때, 펜(개인적으로 만년필만 고집합니다)과 형광펜 둘다, 최소한 둘중 하나는 가지고 가차없이 표시를 합니다. 중요하다 생각하는 것에 밑줄 쫙~은 기본이고, 생각나는데로 옆에 메모도 합니다. 최근에는 건방이 늘어 "일반화의 오류", "이건 오버다", "그래서 어쩌라고" 등의 멘트도 달아놓구요 ^^
그래서 요즘에 본 책들은 다시 봐도 기분이 흐믓합니다. 원하는 내용을 찾기도 쉽구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맘에 맞는 분들끼리 '더럽게 돌려보기'를 실천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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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20. 10:18
[책 그리고 글]
당신의 책을 가져라 - 송숙희 지음/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자신의 책을 가지고 싶은 욕망은 자식을 낳아 기르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다 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무언가 남기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랄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자신의 이름이 담긴 '책'만큼 그 목적에 잘 부합되는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 기르는 반면, 자신의 책을 내는 사람은 드물다. 요즘처럼 별의 별 책이 등장하는 시대에도, 스쳐 지나가는 원함은 있되, 실제 펜을 들어 자신의 글을, 그것도 책으로 엮겠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아마도 "내가 뭘?"하는 마음이 가장 큰 부담일 것이다. 또한 시간이 없어서, 글 솜씨가 없어서 등의 핑계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 세상과 공유하지 않고 속에만 담고 사는 것이다.
원함은 있지만 주저함이 책쓰는 것을 방해한다면, 송숙희씨가 쓴 <당신의 책을 가져라>를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북 프로듀서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잡지사 기자, 웹사이트 콘텐츠 디렉터등을 거쳐 지금은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본인 스스로 <돈이 되는 글쓰기>, <고객을 유혹하는 마케팅 글쓰기>의 두권의 책을 쓴 저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의 출판 경험을 살려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당신의 책을 가져라>를 쓰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식경영시대의 책쓰기 특강"이라는 부제와는 걸맞지 않게 책의 상당부분은 동기부여에 할당되어 있다. 책속에 소개된 집필지침(p109) 그대로 "풍부한 사례, 충분한 인용으로 읽는 재미를 주고", "책을 쓰기 위한 방법론보다는 책을 쓰게 만드는 동기부여에 포커싱"한 책이다. "내가 뭘?"하는 사람에게 "먹고 싶다면 맨 손으로도 물고기를 잡을" 정도로 쓰고자 하는 욕구가 꿈틀거리도록 만들어준다. 왠만한 자기계발 서적 못지 않은 동기부여에 대한 많고 훌륭한 예와 인용은 이 책이 주는 보너스다.
책의 내용은 알차다. <인디라이터>등 다른 동류의 책은 읽지 않았기에 비교는 못하지만, 즐겁게 읽었고 많은 것을 얻었다.
첫장 "당신도 베스트셀러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가 책을 낼 수 있다는 동기부여의 장이다. 책을 썼을 때의 좋은 점과 더불어, 책쓰는 즐거움을 소개한다. 모든 사람이 훌륭한 책을 쓸 수 있다고 저자는 주저하는 사람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
두번째장 "당신의 책, 이렇게 기획하라"에서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잡을지, 무엇을 준비할지, 어떤 마음자세를 가져야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판 기획서', '책쓰기 전과정 셀프 프로세스'등의 실질적 도움이 될 자료들도 소개한다.
세번째장 "당신의 책, 이렇게 써라"는 준비를 했으니 이제 쓰라는 내용이다. '첫 문장부터 무조건 써라, 지금 당장'부터 어떻게 초벌을 쓰고 수정을 할지, 제목과 부제는 어떻게 붙이는지, 출판사는 어떻게 정할지 등을 이야기한다. '책쓰기가 쉬워지는 10가지 습관' '슬럼프, 이렇게 극복하라'처럼, 머뭇거리는 사람에 대한 동기부여 또한 계속 된다.
네번째장 "당신의 책, 이렇게 마케팅하라"는 책이 나온 이후 어떻게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카페나 블로그등의 온라인 홍보를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책이 나온 이후 생길 변화(인터뷰, 강의 요청, 그리고 다음책의 준비)를 즐기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작년 6월 28일에 읽기 시작해 같은 달 30일에 마쳤다. 읽은지 반년이 넘은 책을 다시 꺼낸 것은 '나도 책 한번 써봐?'하는 호기심 다음단계의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buckshot님의 과분한 칭찬도 작용을 했음 또한 속일 수 없다. 그렇지 않음을 암에도 '너 예쁘다'하면 '정말 그런가?'하며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을 나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책을 읽으면서 저자도 나와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물이 차고 차고 또 차올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넘쳐흐를 때, 그때가 바로 써야 할때입니다 (p74)"
살아있는동안 써야지 하고 생각하는 책이 두권 있다. 한권은 이 블로그의 제목과 같은 내용의 책. 또 한권은 세례요한에 대한 소설이다. 십년 넘게 채우고 있는 물이 언제 차고 넘쳐서 책의 첫장을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가 된다면 이 책을 통해 얻은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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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그리고 글]
어떤이가 말했습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다른 사람이 오랜 시간을 들여 배운 교훈을 쉽게 얻을 수 있다구요. 몇시간 투자에 몇십년 삶의 정수를 얻을 수 있으니 이보다 소중한 것이 별로 흔하지 않을 겁니다. 직접 애태우며 수고를 해 얻은 교훈만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얻는 간접 경험이 제게는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제게 소중한 책, 지금의 저를 만든 다섯권의 책을 한번 뽑아 봤습니다. 지금의 제 삶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여 그 책들에 미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ㅡ.ㅡ, 그래도 지금 제가 이나마 생각하고 사는 것이 다 그 책들의 도움이라 할 수 있겠지요.
다섯권을 뽑아놓고 나니 일부러 그런듯 형태가 있더군요. 네권이 기본이 되는 내용들이고, 한권은 응용에 해당합니다. 다산 선생은 경전이 학문의 기본이요, 역사서는 원칙을 세상에 적용하는 것이라 하시며, 학문을 할 때 기본을 먼저해야 한다 가르치셨습니다. 다섯권 중에 네권이 기본이 되는 내용인지라 다산선생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었다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 네권의 내용도 골고루 인성, 학문, 경제/경영, 정신/영적인 분야로 나뉘어져 있더군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한 책이지요. 이 책을 처음 접한게 94년이였습니다. 전에 적은대로 대학원 시절을 엉망으로 보내고 방출되다시피 졸업을 해서, 93년에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성숙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했습니다 (사고친 것 아닙니다 ㅡ.ㅡ) 이즈음에 일곱가지 습관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그때는 읽으면서도 깊은 의미를 다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돌이켜 보면, 이후 몇년동안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에 저를 붙잡아준 하나의 버팀목이 일곱가지 습관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주도하라.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상호 이익을 추구하라. 이해시키기전에 이해하라. 시너지를 만들어라. 삶의 각 영역을 단련하라. 이렇게 일곱개의 습관은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너무 원칙중심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일곱가지 습관은 많은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실제적인 원리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두번째 세번째 원칙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부부간의 대화나 자식과의 대화에서는 네번째, 다섯번째 습관이 중요하지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Q2)을 우선적으로 하라는 메시지는 일하면서 정말 잊지 말아야할 원칙이라 생각합니다. 원칙하니 원칙 중심의 삶이 생각나네요. 영향력의 원/관심의 원, 파라다임을 통해 강조한 방향성의 중요성, 감정은행 등등. 이책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궁무진합니다. (사실 다른 네권의 책도 그렇습니다만... ^^)
스티븐 코비가 쓴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 (First things first)", "8번째 습관 (The 8th Habit)", "일곱가지 습관대로 살기 (Living 7 habits)"등을 보면 일곱가지 습관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더군요.
* 개인적으로 "성공하는..."이라는 제목이 불만입니다. 통속적인 의미의 성공이라는 말이 주는 편향된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부자라는 의미가 아닌 "잘 사는..." 혹은 "제대로 사는..." 이런 식의 제목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원어 그대로 "효과적인..."이 차라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 (Build to Last)"을 쓴 짐콜린스가 쓴 책입니다. Build to Last가 이미 거대한 기업을 분석한 것이라, 대부분의 회사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평범하던 회사가 뛰어난 회사로 변화된 경우들을 분석하고 쓴 책입니다. 짐 콜린스의 책을 읽어보면 그가 방법론 정립에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책에서도 대상이 되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명쾌합니다. 15년간 주식 수익률이 주식시장 평균 혹은 이하였다가, 변화를 거친 이후 15년의 수익률이 평균보다 최소 세배이상 되는 회사들만 골랐습니다. 선택된 회사들에는 웰스파고, 질렛, 월그린, 킴벌리클락등 총 11개의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을 같은 업종의 성장하지 못한 회사들과 비교를 합니다.
이 회사들이 평범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원칙을 제 표현대로 옮겨본다면 이렇게 됩니다. 방향이나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현실을 직면하라. 잘하는 일을 근본으로 삼아라. 원칙을 지키는 문화를 가져라. 기술에 끌려가지 말고, 목적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라. 처음에는 힘들지만,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 변화는 지속된다.
일곱가지 습관이 개인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면, Good to Great는 기업에 대해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 원칙이 꼭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곱가지 습관을 기업에 적용할 수 있듯이, Good to Great의 원칙도 일상 생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실을 직면하라든가 잘하는 일을 근본으로 삼으라는 원칙은 개인 생활에도 적용이 됩니다.
이 책이 저에게 준 영향은 참 큽니다. 전에 가지고 있던 엔지니어로서의 제한된 생각이 이 책을 통해 확장이 되었지요. 제가 속해있던 조직의 문제점을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깨닫게 되고, 그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제 자신에게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 같은 멋진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구요. 그래서 엔지니어에서 관리자로 진로변경을 한 것입니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이 책은 학문적 관점에서의 원칙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최근에 이책에 대한 서평을 썼기에 그 글의 일부를 여기에 옮깁니다.
...
이 책은 다산을 '지식경영인'이라 규정하며, 그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는가를 지식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제목에 불만이 있다. 이 책은 아래에서 지적하겠지만, 지식경영보다 더 많은 점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정민교수는 다산의 일생과 다산의 저작, 그리고 당시 학자들의 저작까지 아우르며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재창조해서 보여준다. 그는 다산의 지식경영방법을 사용해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산의 지식경영법을 사용하여 정민이 재창조한 다산의 학문과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굳이 '재창조'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정민교수는 탁월하게 다산의 업적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다산이라면 200년 가까운 훗날, 학문의 후배가 나와 자신의 학문과 철학을 이렇게 명쾌하고 방대하게 정리했다고 하면 너무나 기뻐했을 것이다. (같은 성씨라는 것은 보너스다 ^^) 그 정도로 이 책은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다룬 책이지만, 이전에 정민교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롤 모델이 아쉬운 세상이다. 한때는 정직함과 명석함으로 존경받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며 변질되고 퇴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여기 다산선생이 있다. 200년전 강진 땅의 유배 생활 속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학문의 정열을 불태웠던 다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 그러면서도 가족과 제자들에 대한 정을 놓지 않았던 정말 멋진 사람. 그가 새로운 롤 모델로 다가왔다. 이런 위대한 스승을 오늘에 되살려 보여준 정민 교수에게 다시 한번 더불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새삼스레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Ordering your private world)
이 책은 기독교 서적입니다. 따라서 모두에게 권하기에는 좀 힘이 들지요. 하지만 책이 주는 교훈은 기독교라는 한정된 영역에 가두어두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기독교 서적에도 반창고 붙이듯 표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십일조 바치면 복받는다 이런 식으로요. 그에 반해 이 책은 내면세계라 지칭한 영적인 부분을 다스리는 것을 강조합니다. 위의 세권과 마찬가지로 원칙을 강조하지요. 하지만 영적이라 해서, "기도 열심히 해라", "성경 열심히 읽어라" 이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
고든은 내면 영역을 동기부여, 시간사용, 지혜와 지식, 영적인 힘, 회복(휴식)으로 나누어 꼭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들을 제시합니다. 특히 매장마다 "내면세계가 무질서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으로 주어지는 말들은 마음에 확 다가옵니다. 그 중 몇개를 옮겨 봅니다. "나의 내면세계를 질서 정연한 상태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이러한 질서로운 상태를 지키기로 매일같이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 (반복), 그것은 내가 날마다 지식과 지혜 안에서 성장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 (반복), 그것은 늘 나의 삶의 영적 중심부를 드넓히기로 결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구들에서 보듯이 이 책은 개인의 결심을 강조합니다. 내면세계의 질서는 그 질서를 지키겠다는 결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지요.
* 이 책은 고든 맥도날드라는 멋진 목사님이 쓴 책입니다. 이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싶네요.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보스톤 지역의 그레이스 채플이라는 건강하고 균형잡힌 교회를 담임하고 있었습니다. IVF라는 대학생 선교단체의 총재를 하는등 한마디로 잘 나가는 목사님이였죠. 이 책도 그분이 잘 나갈 때 쓴 책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바람을 피웠습니다. 얼마나 갔는지 모르지만, 어쨋든 고든은 공적으로 죄를 인정하고 교회를 사임합니다. 그리고 부인과 같이 일년간 칩거하며 뼈저린 반성의 시간을 가집니다. 놀라운 것은 교회가 이렇게 반성하고 있는 고든을 찾아가 다시 교회로 불러들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후 조용하게, 하지만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남은 목회기간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했습니다. 바람을 피웠는데 멋있다는게 말이 되냐구요? 당연히 죄는 죄지요. 하지만 한번 저지른 죄에서 회복하는 모습과 또 이를 용납하는 교회의 모습이 참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책만 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질서있는 삶을 살 것 같은 인상을 준 고든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에 누구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다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
삼국지
앞의 네권의 책이 사람 사는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라면, 삼국지에는 그 원리들의 모든 예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긍적적인 예와 부정적인 예 모두요 ^^;;; 삼국지는 황건적의 난과 도원결의부터 진이 오를 멸하고 삼국을 합칠 때까지의 100여년간의 이야기를 기록한 역사소설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보면 세상사의 모든 모습들이 다 보이는 듯 합니다. 의리가 있고, 정치가 있고, 무협이 있고, 권모술수와 지략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사람 사이의 정과 사랑도 보이구요.
다른 책에서 나왔던 원칙의 예를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유비나 조조는 자신의 삶을 주도한 사람이였습니다. 유비의 삼고초려는 무엇보다 사람을 중시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유는 윈/윈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적벽대전에서 수고만 하고 이득은 없었습니다. 제갈공명은 촉나라를 통한 삼국통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했습니다. 진궁은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에 조조의 곁을 떠나는 단호함은 보였지만, 의를 모르는 여포의 옆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렇듯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면면히 들여다 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삼국지를 좋아하다 보니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 소설을 접했습니다.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때 (확실하진 않지만) 정비석 역이였던 것 같습니다. 원본의 번역이 아니라 일본사람의 삼국지를 번역한 것이기에 다른 삼국지와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월탄 박종화선생의 삼국지를 읽었고, 이문열의 삼국지는 몇번 읽었습니다. 바벨2세의 작가 요코하마 미쓰테루의 만화 삼국지를 두번 읽었고,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도 읽었네요. 그리고 KOEI의 삼국지 시리즈를 아주~ 여러번 끝을 냈구요. ^^;; 삼국지 마니아분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읽었다 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읽은게 2003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삼국지를 손에서 놓았습니다. 요즘 새로운 번역본들도 많으니 다시 한번 삼국지를 읽어봐야겠네요. 지금 읽으면 그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글을 마감하며
지금까지 저를 만든 책중 가장 중요한 다섯권을 골라 보았습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처럼 최근에 읽은 책이 있듯이, 앞으로도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줄 중요한 책을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제게 소중한 책, 지금의 저를 만든 다섯권의 책을 한번 뽑아 봤습니다. 지금의 제 삶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여 그 책들에 미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ㅡ.ㅡ, 그래도 지금 제가 이나마 생각하고 사는 것이 다 그 책들의 도움이라 할 수 있겠지요.
다섯권을 뽑아놓고 나니 일부러 그런듯 형태가 있더군요. 네권이 기본이 되는 내용들이고, 한권은 응용에 해당합니다. 다산 선생은 경전이 학문의 기본이요, 역사서는 원칙을 세상에 적용하는 것이라 하시며, 학문을 할 때 기본을 먼저해야 한다 가르치셨습니다. 다섯권 중에 네권이 기본이 되는 내용인지라 다산선생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었다 생각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 네권의 내용도 골고루 인성, 학문, 경제/경영, 정신/영적인 분야로 나뉘어져 있더군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워낙에 유명한 책이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한 책이지요. 이 책을 처음 접한게 94년이였습니다. 전에 적은대로 대학원 시절을 엉망으로 보내고 방출되다시피 졸업을 해서, 93년에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성숙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했습니다 (사고친 것 아닙니다 ㅡ.ㅡ) 이즈음에 일곱가지 습관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그때는 읽으면서도 깊은 의미를 다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돌이켜 보면, 이후 몇년동안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에 저를 붙잡아준 하나의 버팀목이 일곱가지 습관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주도하라.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라.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상호 이익을 추구하라. 이해시키기전에 이해하라. 시너지를 만들어라. 삶의 각 영역을 단련하라. 이렇게 일곱개의 습관은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들립니다. 너무 원칙중심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일곱가지 습관은 많은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실제적인 원리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두번째 세번째 원칙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부부간의 대화나 자식과의 대화에서는 네번째, 다섯번째 습관이 중요하지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Q2)을 우선적으로 하라는 메시지는 일하면서 정말 잊지 말아야할 원칙이라 생각합니다. 원칙하니 원칙 중심의 삶이 생각나네요. 영향력의 원/관심의 원, 파라다임을 통해 강조한 방향성의 중요성, 감정은행 등등. 이책 하나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궁무진합니다. (사실 다른 네권의 책도 그렇습니다만... ^^)
스티븐 코비가 쓴 "소중한 것을 먼저하라 (First things first)", "8번째 습관 (The 8th Habit)", "일곱가지 습관대로 살기 (Living 7 habits)"등을 보면 일곱가지 습관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더군요.
* 개인적으로 "성공하는..."이라는 제목이 불만입니다. 통속적인 의미의 성공이라는 말이 주는 편향된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부자라는 의미가 아닌 "잘 사는..." 혹은 "제대로 사는..." 이런 식의 제목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원어 그대로 "효과적인..."이 차라리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 (Build to Last)"을 쓴 짐콜린스가 쓴 책입니다. Build to Last가 이미 거대한 기업을 분석한 것이라, 대부분의 회사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평범하던 회사가 뛰어난 회사로 변화된 경우들을 분석하고 쓴 책입니다. 짐 콜린스의 책을 읽어보면 그가 방법론 정립에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이 책에서도 대상이 되는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명쾌합니다. 15년간 주식 수익률이 주식시장 평균 혹은 이하였다가, 변화를 거친 이후 15년의 수익률이 평균보다 최소 세배이상 되는 회사들만 골랐습니다. 선택된 회사들에는 웰스파고, 질렛, 월그린, 킴벌리클락등 총 11개의 회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들을 같은 업종의 성장하지 못한 회사들과 비교를 합니다.
이 회사들이 평범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원칙을 제 표현대로 옮겨본다면 이렇게 됩니다. 방향이나 아이디어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현실을 직면하라. 잘하는 일을 근본으로 삼아라. 원칙을 지키는 문화를 가져라. 기술에 끌려가지 말고, 목적에 맞는 기술을 선택하라. 처음에는 힘들지만, 변화에 속도가 붙으면 변화는 지속된다.
일곱가지 습관이 개인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면, Good to Great는 기업에 대해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그 원칙이 꼭 기업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곱가지 습관을 기업에 적용할 수 있듯이, Good to Great의 원칙도 일상 생활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실을 직면하라든가 잘하는 일을 근본으로 삼으라는 원칙은 개인 생활에도 적용이 됩니다.
이 책이 저에게 준 영향은 참 큽니다. 전에 가지고 있던 엔지니어로서의 제한된 생각이 이 책을 통해 확장이 되었지요. 제가 속해있던 조직의 문제점을 이 책을 통해 분명하게 깨닫게 되고, 그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제 자신에게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 같은 멋진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구요. 그래서 엔지니어에서 관리자로 진로변경을 한 것입니다.
다산 선생 지식경영법
이 책은 학문적 관점에서의 원칙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최근에 이책에 대한 서평을 썼기에 그 글의 일부를 여기에 옮깁니다.
...
이 책은 다산을 '지식경영인'이라 규정하며, 그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는가를 지식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제목에 불만이 있다. 이 책은 아래에서 지적하겠지만, 지식경영보다 더 많은 점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정민교수는 다산의 일생과 다산의 저작, 그리고 당시 학자들의 저작까지 아우르며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재창조해서 보여준다. 그는 다산의 지식경영방법을 사용해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산의 지식경영법을 사용하여 정민이 재창조한 다산의 학문과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굳이 '재창조'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정민교수는 탁월하게 다산의 업적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다산이라면 200년 가까운 훗날, 학문의 후배가 나와 자신의 학문과 철학을 이렇게 명쾌하고 방대하게 정리했다고 하면 너무나 기뻐했을 것이다. (같은 성씨라는 것은 보너스다 ^^) 그 정도로 이 책은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다룬 책이지만, 이전에 정민교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롤 모델이 아쉬운 세상이다. 한때는 정직함과 명석함으로 존경받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며 변질되고 퇴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여기 다산선생이 있다. 200년전 강진 땅의 유배 생활 속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학문의 정열을 불태웠던 다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 그러면서도 가족과 제자들에 대한 정을 놓지 않았던 정말 멋진 사람. 그가 새로운 롤 모델로 다가왔다. 이런 위대한 스승을 오늘에 되살려 보여준 정민 교수에게 다시 한번 더불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새삼스레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Ordering your private world)
이 책은 기독교 서적입니다. 따라서 모두에게 권하기에는 좀 힘이 들지요. 하지만 책이 주는 교훈은 기독교라는 한정된 영역에 가두어두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기독교 서적에도 반창고 붙이듯 표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십일조 바치면 복받는다 이런 식으로요. 그에 반해 이 책은 내면세계라 지칭한 영적인 부분을 다스리는 것을 강조합니다. 위의 세권과 마찬가지로 원칙을 강조하지요. 하지만 영적이라 해서, "기도 열심히 해라", "성경 열심히 읽어라" 이런 이야기는 없습니다 ^^;;;
고든은 내면 영역을 동기부여, 시간사용, 지혜와 지식, 영적인 힘, 회복(휴식)으로 나누어 꼭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원칙들을 제시합니다. 특히 매장마다 "내면세계가 무질서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으로 주어지는 말들은 마음에 확 다가옵니다. 그 중 몇개를 옮겨 봅니다. "나의 내면세계를 질서 정연한 상태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이러한 질서로운 상태를 지키기로 매일같이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 (반복), 그것은 내가 날마다 지식과 지혜 안에서 성장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 (반복), 그것은 늘 나의 삶의 영적 중심부를 드넓히기로 결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문구들에서 보듯이 이 책은 개인의 결심을 강조합니다. 내면세계의 질서는 그 질서를 지키겠다는 결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지요.
* 이 책은 고든 맥도날드라는 멋진 목사님이 쓴 책입니다. 이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하고 싶네요.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보스톤 지역의 그레이스 채플이라는 건강하고 균형잡힌 교회를 담임하고 있었습니다. IVF라는 대학생 선교단체의 총재를 하는등 한마디로 잘 나가는 목사님이였죠. 이 책도 그분이 잘 나갈 때 쓴 책이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바람을 피웠습니다. 얼마나 갔는지 모르지만, 어쨋든 고든은 공적으로 죄를 인정하고 교회를 사임합니다. 그리고 부인과 같이 일년간 칩거하며 뼈저린 반성의 시간을 가집니다. 놀라운 것은 교회가 이렇게 반성하고 있는 고든을 찾아가 다시 교회로 불러들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후 조용하게, 하지만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며 남은 목회기간을 마무리하고 은퇴를 했습니다. 바람을 피웠는데 멋있다는게 말이 되냐구요? 당연히 죄는 죄지요. 하지만 한번 저지른 죄에서 회복하는 모습과 또 이를 용납하는 교회의 모습이 참 성숙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책만 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질서있는 삶을 살 것 같은 인상을 준 고든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에 누구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다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
삼국지
앞의 네권의 책이 사람 사는 원리를 가르치는 것이라면, 삼국지에는 그 원리들의 모든 예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긍적적인 예와 부정적인 예 모두요 ^^;;; 삼국지는 황건적의 난과 도원결의부터 진이 오를 멸하고 삼국을 합칠 때까지의 100여년간의 이야기를 기록한 역사소설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보면 세상사의 모든 모습들이 다 보이는 듯 합니다. 의리가 있고, 정치가 있고, 무협이 있고, 권모술수와 지략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사람 사이의 정과 사랑도 보이구요.
다른 책에서 나왔던 원칙의 예를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유비나 조조는 자신의 삶을 주도한 사람이였습니다. 유비의 삼고초려는 무엇보다 사람을 중시한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유는 윈/윈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적벽대전에서 수고만 하고 이득은 없었습니다. 제갈공명은 촉나라를 통한 삼국통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생각했습니다. 진궁은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에 조조의 곁을 떠나는 단호함은 보였지만, 의를 모르는 여포의 옆에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렇듯 수많은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면면히 들여다 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삼국지를 좋아하다 보니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 소설을 접했습니다.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때 (확실하진 않지만) 정비석 역이였던 것 같습니다. 원본의 번역이 아니라 일본사람의 삼국지를 번역한 것이기에 다른 삼국지와 다른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월탄 박종화선생의 삼국지를 읽었고, 이문열의 삼국지는 몇번 읽었습니다. 바벨2세의 작가 요코하마 미쓰테루의 만화 삼국지를 두번 읽었고,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도 읽었네요. 그리고 KOEI의 삼국지 시리즈를 아주~ 여러번 끝을 냈구요. ^^;; 삼국지 마니아분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나름 열심히 읽었다 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읽은게 2003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삼국지를 손에서 놓았습니다. 요즘 새로운 번역본들도 많으니 다시 한번 삼국지를 읽어봐야겠네요. 지금 읽으면 그전에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글을 마감하며
지금까지 저를 만든 책중 가장 중요한 다섯권을 골라 보았습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처럼 최근에 읽은 책이 있듯이, 앞으로도 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줄 중요한 책을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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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2. 04:02
[일기 혹은 독백]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을 남아있는 힘 쥐어짜서 ㅡ.ㅡ;;; 읽고 난 후에 한동안 책을 손에 대질 못했습니다. 잠깐 "신도 버린 사람들"을 읽었지만 페이지가 안넘어가더군요. (그래도 영화볼 시간은 있구나 하심... "사랑" 볼 때는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할 때라 좀 쉴 겸 해서... 중얼 중얼)
뭐를 하다가 얼마전에 주문해놨던 책이 집에 도착해 있어서 (참고로 어제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피터드러커의 마지막 통찰을 집어들었습니다. 영어공부도 할겸 (게다가 원본이 더 싸고 하드커버라) 영문판으로 샀습니다. ^^;;;
이 책에 흥미를 가졌던 것은 드러커가 직접 안쓰고 젊은 사람을 선택해 쓰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탁했다죠.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삭제하라구요. 모두가 인정하는 경영학의 거장이 후배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더군요. 이제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 둘이 가졌던 교감을 몰래 엿볼까 합니다.
뭐를 하다가 얼마전에 주문해놨던 책이 집에 도착해 있어서 (참고로 어제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피터드러커의 마지막 통찰을 집어들었습니다. 영어공부도 할겸 (게다가 원본이 더 싸고 하드커버라) 영문판으로 샀습니다. ^^;;;
이 책에 흥미를 가졌던 것은 드러커가 직접 안쓰고 젊은 사람을 선택해 쓰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부탁했다죠. 시대에 맞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삭제하라구요. 모두가 인정하는 경영학의 거장이 후배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더군요. 이제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 둘이 가졌던 교감을 몰래 엿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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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19. 02:22
[책 그리고 글]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정민 지음/김영사 |
요즘 정조와 정조시대의 지식인에 대한 관심이 크다. 현재의 문제에 대한 답을 과거의 지혜로부터 찾는 것은 예로부터 해오던 일이다. 역사는 반복되었고, 과거의 지식인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고민을 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산 정약용은 1762년에 광주에서 태어나 1836년에 세상을 떠났다. 75년의 생을 사는 동안 그는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던 정조의 선봉대였고, 백성들 삶의 부조리를 해결해주는 어진 관리였으며, 정권 싸움에서 밀려난 쇄락한 유배자였다. 그리고 492권의 저서를 남긴 저술가였고 당대의 학자들과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지식인이였다.
<논어고금주>등의 유교 경전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거부하고, 본질로 돌아가기를 촉구한 유학자였으며, 화성축성의 설계와 기중가, 배다리, 유형거등을 제작해낸 토목공학자이며, <아방강역고>를 펴낸 지리학자였고, <마괴회통>, <촌병흑치>등을 펴낸 의학자였다. <목민심서>를 펴낸 행정가였으며, <흠흠신서>를 저술한 법률가였고, <아학편>을 펴낸 교육학자였다. 또한 남겨둔 두 아들을 걱정하며 편지를 통해 끊임없이 때로는 격려하며, 때로는 타일렀던 지엄한 아비였다. 많은 제자들을 키워낸 선생이였으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정원을 가꾸며 자연을 즐겼던 시인이기도 하다.
한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을 남기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샘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이 지나고 나면 존경하는 마음이 우러나게된다. 서양권에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정약용이 있다고나 할까? 다산선생은 우리에게 그 정도로 자랑스런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다산을 '지식경영인'이라 규정하며, 그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업적을 남길 수 있는가를 지식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제목에 불만이 있다. 이 책은 아래에서 지적하겠지만, 지식경영보다 더 많은 점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정민교수는 다산의 일생과 다산의 저작, 그리고 당시 학자들의 저작까지 아우르며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재창조해서 보여준다. 그는 다산의 지식경영방법을 사용해서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다산의 지식경영법을 사용하여 정민이 재창조한 다산의 학문과 철학'이라고 부르고 싶다.
굳이 '재창조'를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정민교수는 탁월하게 다산의 업적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다산이라면 200년 가까운 훗날, 학문의 후배가 나와 자신의 학문과 철학을 이렇게 명쾌하고 방대하게 정리했다고 하면 너무나 기뻐했을 것이다. (같은 성씨라는 것은 보너스다 ^^) 그 정도로 이 책은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다룬 책이지만, 이전에 정민교수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10강 50목 200결로 되어 있다. 다산의 학문과 철학을 열가지 주제로 크게 분류한후 각 주제별로 다섯개의 소주제를 정하고 이를 다시 네가지의 작은 토막으로 나누어서 설명하였다. 다산이 그러했던 것처럼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았고(휘분류취),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해서(선정문목), 종합하고 분석하여 꼼꼼히 정리하였다(종핵파즐). 이를 위해 그는 다산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였을 것이고(수사차록),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였을 것이다(층체판석). 또한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였을 것이고(피차비대), 목표를 정해놓고 그대로 실천하며(정과실천), 생각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여을 것이다(포름부절). 또한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기르라는(득승양성) 부분에서는 그 자신 멋들어진 글로 정취를 더하였다.
이렇게 나는 책속에 드러난 다산의 모습과, 다산의 글을 보며 오래전 선배의 모습을 탐구하던 정민교수를 동시에 본다. 그 즐거움이 참으로 커서 두분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러면 이 책에 드러난 다산의 모습은 어떠한가? 책을 읽으며 흉내라도 내겠다 싶어 ^^;; 책의 내용을 새로이 모으고 나누어서 분류한다면(휘분류취)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다산의 학문에 대한 자세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가져라(축기견초)는 권면속에 다산은 기초를 강조하였다.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당구첩경)"며 지혜롭게 학문하기를 촉구하면서도 결국 순서를 밟아서 공부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다산을 실학자로 생각하여, 유교경전과는 거리가 멀고 실제 쓰이는 학문에만 신경을 쓴 학자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산의 492권의 저서중 유교경전에 대한 분석및 편집이 232권이나 된다다. 다산은 세상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며, 경전과 같이 기초가 되는 것은 변하지 않는 기초라 생각했다. "바탕을 다지는 일은 동서남북을 배우는 일이다. 현실에 적용하고 실제에 응용하는 것은 상하좌우의 분별과 관련된다. 상하좌우만 알아서는 방향을 잃었을 때 집을 찾아갈 수 없지만, 동서남북을 알면 길을 읽고 헤매지 않는다 (51쪽)."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아가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라(강구실용)고 요구하며,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히라고(채적명리)한다. 그의 학문에 대한 자세는 기초를 깊이 있게 다지고 그위에 세상을 경영할 수 있는 지식을 쌓는 것이다.
2. 다산의 지식 경영법
책 제목과 걸맞게 상당한 부분이 다산이 어떻게 지식을 장악하며 다루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민교수가 이 책을 쓰면서 사용했을 것이라 앞에서 추측한 방법들을 포함하여 다산은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었으며(여박총피),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였다(촉류방통).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였고(거일반심), 좋은 것을 가려뽑아 남김없이 검토하였다(변례창신).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었고(참작득수), 좋은 것은 가리잖고 취해와서 배웠다(득당이취). 물고기를 잡은 그물에 기러기가 잡혔다고 버리지 않고, 동시에 몇가지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였고(어망득홍), 단계별로 다듬어 최선을 이룩하였다(수정윤색).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며(반복참정), 그 안에 푹 빠져서 생각을 정돈하고 끊임없이 살펴보았다(잠심완색). 책을 지을 때는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고(조례최중),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였다(선정문목).
3. 논객 다산의 모습
이에 대해서는 이책의 4강(토론하고 논쟁하라)과 5강(설득력을 강화하라)에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다산이 요즘 세상에 태어나셨다면 아마 대단한 논객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것 같다. 18년의 귀양기간 동안에는 평생 학문적 동지였던 둘째형 적약전과 토론하고 논쟁하였으며, 서울로 복귀한 후에는 당색을 가리지 않고 당대의 학자들과 학문을 논하였다.
다산은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였고(질정수렴),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였으며(제시경발),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였다(무징불신).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쳤으며(공심공안), 갈래를 나눠서 논의를 전개하였다(속사비사).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였고(피차비대),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였다(대조변백). 선배학자들의 결과물에서 한발자욱도 더 나아가지 않으려는 당세 학자들에 비해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였고(불포견발), 논쟁이 시작되면 끝까지 논란하여 시비를 판별하였고(대부상송),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였다(절시마탁).
4. 실천적 지식인 다산
다산은 책방안에 갇혀진 고지식하기만 한 지식인이 아니였다. 그는 화성축성의 설계를 담당하며 기존 돌성과 달리 가운데가 움푹한 방식으로 성을 지어 견고함을 더했다. 이를 위해 좋은 것은 가리잖고 취해와서 배웠다(득당이취). 예를 들어 서양인 테렌츠가 중국황실을 위해 쓴 <기기도설>의 여러 기중가를 참조하여 현실에 맞는 기중가를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중가는 그가 참조했다는 어느 기중가와도 닮지 않았다. 기존 기중가의 원리를 파악하여 전례를 참조해서 새 것을 만든 것이다.(변례창신).
환곡의 폐해를 논하며 해결책을 제시하였고, 좀먹은 군기를 고발하였으며, 쓸모없는 학문을 비판하였다. 언제든지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혔고(채적명리), 언제나 백성을 위하는 것이 근본이라 말하며 위국애민의 마음을 한시도 놓지 않았다(비민보세). 언제나 그는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였고(강구실용), 사실을 추구하고 실용을 지향하였다(실사구시).
5. 매력적인 인간 다산
위와 같은 학문적인 성과에도 다산은 결코 삶의 정취를 잊지 않았다. 귀양가서 머무는 곳에도 정원을 가꿀 정도로 나날의 일상 속에 운치를 깃들였다(일상득취). 자연이 준 가을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의무라 생각하며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성품을 길렀다(득승양성).
또한 다산은 일상의 대화나 주고받는 글 속에서도 번쩍이는 깨달음이 드러나 있었다(담화시기). 그의 글에는 그 속에 뼈가 있었으며, 한마디 말로 정곡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모습이 있었다. 또한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속에 운치를 깃들이라고(속중득운) 말한다. 닭을 친다는 아들에게는 닭에 대한 책을 엮으라고 충고하며, <윤혜관을 위해 준 말>에는 생계를 위해 과일과 채소를 기르되, 종류별로 씨뿌리고 모종을 하고나서는 짧은 시 수십편을 지어 옛사람의 풍취를 본뜨라고 할 정도로 멋을 아는 사람이였다. 어떤 일을 하던지, 단순히 입과 배를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려는 마음가짐을 늘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537쪽).
끝으로 정민교수는 다산이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않고(간난불최), 그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며(오득천조),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는(조선중화) 멋진 지식인이였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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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은 말한다. "무릇 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한 사람을 목표로 정해 반드시 그와 나란해지기를 기약한 뒤에 그만두어야 하니, 이것이 용의 덕이 하는바다" 목표를 정해 그와 꼭 같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몰두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다(383쪽).
롤 모델이 아쉬운 세상이다. 한때는 정직함과 명석함으로 존경받던 사람들이 세월이 흐르며 변질되고 퇴보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여기 다산선생이 있다. 200년전 강진 땅의 유배 생활 속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학문의 정열을 불태웠던 다산.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한, 그러면서도 가족과 제자들에 대한 정을 놓지 않았던 정말 멋진 사람. 그가 새로운 롤 모델로 다가왔다. 이런 위대한 스승을 오늘에 되살려 보여준 정민 교수에게 다시 한번 더불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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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내용이 너무나 방대하고, 그러면서도 어디 한군데 버릴 곳이 없기에 여기서 내용을 다 정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시간되는데로 주제별 정리를 해서 두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논쟁과 설득법에 대한 주제는 재미있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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