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5. 07:15
[책 그리고 글]
Getting Things Done (Reprint, Paperback) - Allen, David/Penguin Group USA |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 - 데이비드 알렌 지음, 공병호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
GTD(Getting Things Done)를 처음 접한 것은 작년에 한국 팜 유저그룹에 올라온 GTD 요약본을 통해서였다. 그때 받은 느낌은 흥미롭긴 했지만, 너무 단편적인 기술에 집착한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한 GTD의 꾸준한 인기는 다시 GTD에 대해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데이비드 알렌이 쓴 GTD는 2001년 "Getting Things Done"이라는 책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벌써 7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이 책은 아마존에서 64번째로 많이 팔리는 책이며, 자기계발 분야나 시간관리에서는 1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GTD를 찾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GTD를 적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읽은 것은 원서지만 2002년에 (그렇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는 ^^) 공병호 박사를 통해 번역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서평을 보니 좋지 않다는 의견들이 있다. "복잡하다" "겉돈다"며 실망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번역자의 의역이 오히려 헷갈리게 했다는 평도 있지만, 책 자체가 한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지지가 않았다는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두가지 원인이 있다. 같은 내용이 약간씩 다르게 반복이 되며, 어떤 내용은 안 맞는 위치에 있어 오히려 헷갈리게 한다. 한편, GTD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데, 책에서 그 점을 해결을 안하고 넘어간다.
그럼에도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GTD의 원리가 맘에 들기 때문이다. 원리는 두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 무언가 '해야할 일 (Open Loop)'이라 생각하면, 우리의 머리는 중요성, 남은 기간, 가능성등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무게로 취급한다. 그렇기에 그 일들을 머리 밖으로 끄집어내서 믿을만한 장치에 기록해놔야한다. 둘째, 기록을 주기적으로 검토하고, 처리하거나 혹은 재협상해야한다.
알렌은 이 두가지 원리를 적용하여 다섯단계로 이루어진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1. 수집 (Collect) - 모든 Open Loop를 기록한다 2. 처리 (Process) - Open Loop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한다 3. 정리 (Organize) - 적절하게 분류하고 리마인더를 설정한다. 4. 검토 (Review) - 정기적으로 전체를 검토하고 재조정한다. 5. 실행 (Do) - 상황에 맞는 일을 선택해서 실행한다.
이 법칙을 기반으로 책은 세부분으로 나뉘어져서 구성되어 있다. 1장, 2장, 3장에서 GTD애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하며, 기반에 깔려있는 철학을 설명한다. 4장부터 10장에서는 프로세스의 각단계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11장부터 13장은 보완하는 글로 GTD 원칙의 장점을 여러 각도에서 강조한다.
문장 하나 하나는 깔끔하다. 중간 중간 나오는 인용문이나 강조문을 읽는 즐거움도 있다. 그런데 읽고 나니 헷갈린다 ㅡ.ㅡ;;; 막상 적용하려고 하니까 앞뒤가 엉키는 기분이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같은 것을 느꼈나 보다. 그래서 책을 다시 들쳐보고, 운전할 때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어느 부분이 안맞나 생각해 봤다. 내 경우 가장 큰 원인은 수집과 처리, 정리가 섞였기 때문인 것 같다. 기존의 사고 방식은 수집을 하자마자 (할 일이 생각나면), 카테고리에 리마인더까지 설정하는 즉 정리까지 끝내버리는 것이다. 그 생각을 바꾸지 않고 GTD를 적용하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책의 내용과 맞지 않으니 헷갈렸던 거다.
방법 자체에서도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2단계에서 숙성(incubation)이 필요한 것을 따로 분류하라고 해놓고, 3단계에서 someday/maybe를 이야기한다. tickler file을 언제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언제 쓸지 헷갈리게 한다. 4단계의 검토를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1~4단계를 다 수행해야하는 weekly review를 이야기한다. 5단계 실행에서 말한, 비행높이에 따른 할 일을 생각하는 프레임은 오히려 1단계의 수집에 더 어울린다. 이런 점들이 GTD의 이해와 적용을 방해하는 점들이다.
그래도 그 차이를 깨닫고, 따라하니 꽤나 명쾌하고 쉽다. 처음 생각은 GTD의 장점을 파악해서, 기존에 사용하는 프랭클린 플래너에 적용해볼까 하는 것인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 요즘은 GTD를 100% 적용하고 있다. 시간은 꽤 걸렸다. 최초 수집및 정리까지 16시간은 족히 걸렸다. 그래도 그 시간이 아깝지가 않다.
GTD는 (책에서 강조하듯) Bottom-up 접근 방식이다. GTD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주로 사람들은 Top-down 방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GTD의 접근 방식에도 장점이 있다. 나중에 자세히 쓰겠지만, GTD의 Bottom-up은 일곱가지 습관의 Top-down과 반대방향에서 접근하지만, 그렇기에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두가지 방식을 조합한다면 최적의 시간관리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할 일이 너무 많아 삶이 피곤한 사람. 다른 시간관리법을 사용해도 별 효과가 없었던 사람. 한번 GTD를 시도해볼만 하다. 단 읽을 때 위에서 말한 점들을 감안한다면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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