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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29. 15:22

순전한 기독교 (양장본) - 10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외 옮김/홍성사

기독교 나아가 예수를 믿는다 하는 모든 종교가 비이성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다. 밖에서는 기독교를 넌센스라 규정하고, 알고싶은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안에서는 신앙을 강조하며 기독교에 대한 질문을 믿음없음으로 여기며 이성을 죽이고 있다. 안팍으로 기독교는 비이성화되어가고 있다. 한세대 전에나 통했을 거짓말과 몰이해를 아직도 창조'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신념을 가지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각주:1] 갈수록 종교(특히 기독교)와 이성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기독교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워지는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가 주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보통 사람에게는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는 중세문학의 권위자이며 또한 뛰어난 기독교 변증론자다. 이 책은 루이스가 2차대전 기간중 라디오를 통해 들려주었던 기독교에 대한 강의를 정리한 책이다.

루이스는 기독교의 핵심을 소개한다는 의미에서 '순전한(Mere) 기독교(Christianity)'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제목처럼 이 책은 기독교와 천주교를 통털어 교파와 상관없이 예수를 믿는 종교라면 모두 동의할 수 밖에 없을 최소한의 기독교를 소개하고 있다. 핵심에 동의한다면 교파간의 차이는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깔려있다. 일부 골수주의자들에게는 이런 통합적 접근이 사탄의 장난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내게는 그 사람들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루이스가 말한 기독교의 정수를 들여다보면 종교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철학적, 아니 지극히 상식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책은 인간의 내면에 대한 고찰과 신에 대한 변증으로 시작한다. 인간의 마음을 곰곰히 들여다보면 선에 대한 동경심이 있고, 이는 신의 존재로서만이 설명되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이 우주의 의미를 푸는 실마리라는 것이다.

절대선에 대한 믿음에서부터 기독교의 여러부분들이 설명되어진다. 신에 대한 믿음과 행동의 덕목이 설명되어진다. '무엇'보다는 '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인간의 본성과 절대선에서 왜 현재의 기독교의 형태가 나오는지로 생각의 흐름이 이어진다. 기독교적 믿음이 무엇인지, 종교는 왜 도덕의 결과물이 아닌지, 성에 대한 바른 접근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 지극히 상식적이라 할 수 있는 개념으로 기독교의 교리를 풀어내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기독교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교리적 개념들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다. '삼위일체'나 '이신득의'와 같은 개념들. 루이스는 그 개념들을 비종교적인 언어로 설명하고 있으나, 아마도 비기독교인에게는 아직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작가도 이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우면 건너 뛰라고 조언하고 있다.

누군가 기독교를 '불타는 이성 (Logic on Fire)'라고 표현했던 것이 기억난다. 기독교가 굳이 상식을 벗어난 종교일 필요는 없다. 상식을 초월할 수는 있지만.[각주:2]

기독교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겉모양만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들에게 비판의 대상을 조금은 연구하고 비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래도 그들중 기독교를 이해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서슴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은 기독교인들이다. 교회에는 다니지만, 기독교라는 종교에 대해 심각하게 접근해본 적이 없는, 강단에서 전해지는 설교가 기독교 이해의 전부인 신도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기독교를 아름다운 종교라 생각한다. 정의와 사랑이라는 신의 속성에서 시작해 십자가를 통한 구속으로 이어지는 기독교의 핵심은 누구 말대로 참으로 우아하다.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는 왜 기독교가 아름다운 종교인지를 알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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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선에 대해 썼던 글이나 지옥과 천국에 대한 해석 등 루이스의 책을 보기 전에 나름대로 생각해둔 것들이 있었다. '순전한 기독교'를 읽으며 내가 내렸던 결론들이 루이스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엽적인 교리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기독교는 어쩌면 지극히 상식적인 종교일지도 모른다.

 
  1. 모든 창조과학 혹은 창조과학하는 사람들을 몰아서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 많은 분들은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학문적으로 진지하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조과학 콘서트'라는 그래도 상당히 팔렸을 책에서 빅뱅을 단지 하나의 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해버리는 것을 보고 그 폐쇄적 아집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하늘 한쪽에 구멍이 뚤려있고 그 밖으로 나가면 바로 삼층천이며 천국이 있다던 어느 강연은 오히려 코미디보다 더 재미있었다. [본문으로]
  2. 이 부분에 대해서는 또 하나의 포스팅을 준비중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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