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9. 07:18
[일기 혹은 독백]
직장 다니면서 밤에 로스쿨 다닌다 말하면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어떻게 그걸 다 하세요? 전 말하죠. 닥치면 다 해요라고. 글쎄요. 힘들긴 하지만 어렵다고 생각은 안했습니다. 일주일에 나흘 당연한듯이 네시 반에 짐 싸서 수업 들으러 가고 토요일에는 의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직장 보스와 동료들 눈치보며 업무시간에 공부하고 운전하면서 컨퍼런스콜 적당히 때우고 잠은 졸다가 사고 내지 않을 정도로만 잡니다. 가끔 다운받아놓은 영화 (요즘은 위대한 탄생 ^^) 보는게 여가의 전부입니다. 남들도 다 이렇겠거니 이게 당연한 거지 여기며 사는거죠. 그러니까 할 수 있더라구요. 뭐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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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4. 10:48
[일기 혹은 독백]
이렇게 오랫동안 포스팅에 뜸한 적이 없었습니다. 한달 동안 마비가 되어있었다고 할까요? 제 인생 후반부의 방향을 정하는 참으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글을 쓸 시간이 있었더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금 가고 있는 현재의 길을 마무리하는 것으로요. 고려해야할 사항이 참 많더군요. 가고자 했던 곳에서 현재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기대보단 못했고 그 길을 선택한다면 반대로 놓아야할 것들도 많았습니다. 결국 이미 선택했던 길이 가장 좋은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음이 참 홀가분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많은 결정을 내립니다. 중요한 결정도 있고 사소한 결정도 있고.
운전을 하다 보면 두세가지의 경로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될 때가 있습니다. 주로 가는 길이 가장 빠를테지만 막히게 되면 고생할 것 같아 골목길로 가는 길을 선택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또 생각하지요. 정말 다른 길이 막혔을까? 괜히 돌아가는 것 아닐까? 그런데 분명한 건 그런 미련이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겁니다. 다른 길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저에게는 행복한 고민이었습니다. 지금 가는 길은 당장 몇년은 고생스럽더라도 오랫동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갈수록 좋아질테구요. 다른 길은 경제적인 것과 일의 보람면에서 더 좋은 조건입니다. 길게 보면 위험은 더 크지만 잘 한다면 보답도 큽니다. 그런데 가족과 잠깐 떨어져 살아야 합니다.
지금보다 더 좋아질 두개의 길 중 보다 나은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저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최선과 차선에서 최선을 선택한 거니까요. 결정을 내렸으니 마음이 두개로 갈라질 일은 없을 겁니다. 지금 제가 가는 길보다 더 좋은 길은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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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27. 11:56
[신앙 이야기]
요즘 40일 특별새벽기도 기간이다. 아내는 잠도 제대로 못자면서 꼬박꼬박 참석한다. 나도 회사와 학교 때문에 바쁜데도 교회 재정을 맡고 있고 지난주는 골수 기증도 했다. 둘다 나름 열심히 그리고 착하게 살려 애쓰고 있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이쯤 되면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나쁜 일은 막아주시겠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걸거다.
근데 실제로는 안 그렇다. 오히려 정반대라고 할까? 다음주 월요일에 이사하는 마당에 거절하기 힘든 그렇지만 반갑지도 않은 손님이 금요일에 방문을 하고, 토요일에는 왕복 아홉시간을 운전해 조카를 뉴욕 공항에 데려다 줘야한다. 그거야 어쩔 수 없다 해도 며칠전에는 차고 문이 고장나고 화장실 수도꼭지가 부러졌다. 어제는 모기지가 꼬여 반나절 꼬박 은행을 쫓아다녔고 오늘은 아내 차가 눈에 빠져 한시간반을 고생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게다가 딸아이는 오케스트라 오디션장에서 누가 첼로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손에 맞지도 않는 첼로를 빌려 시험을 치러야했고 결국 1점차로 떨어졌다.
골수 기증 이후 오히려 안 좋은 일만 꼬리를 문다. 그래도 누가 다치거나 하는 심각한 일이 없는게 다행이라 할까?
어째 시험을 치루는 기분이다. "너가 얼마나 신실하게 감사하며 사는지 한번 봐야겠다" 하시는 것 같다. 감사의 테스트라 할까? 아니면 새벽기도니 골수기증이니 하는 눈에 보이는 걸로 마치 우리가 훌륭하게 사는 것처럼 착각하면 안된다는 걸 가르치시는 것 같기도 하고.
몸과 마음이 힘들지만 서운하다거나 걱정되는 마음은 없다. 물론 "좀 쉽게 좀 하시지"하는 생각은 든다.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게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감사해야겠다. 이해는 안되도 맘에 들지는 않아도 감사하다. 나중에 돌아보면 다 이유가 있을거라 믿기 때문이다. 이전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갈수록 시험이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지만 그건 나중 일이고. 일단 지금 시험이나 잘 치뤄야겠다. 이사 마치고 정돈될 때까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감사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니 감사할 일이 참 많이 보인다 ^^ 좋은 조건으로 렌트로 들어온 사람도 금방 찾게 되고 이사갈 집도 좋은 조건으로 구하게 되고. 그것만 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지. 감사의 눈으로 보면 참 감사할 일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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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22. 10:54
[짧은 생각들]
릴레이(#happyrelay)를 넘겨받았습니다. 블로그 군자 inuit님이 시작하신 행복론 릴레이가 컨설팅 스타일리스트 ^^ 유정식님을 거쳐 저에게 왔습니다. 근데 주제가 참 난감합니다. '행복론'이라. 왜 행복한지를 묻는 겁니다. 보통 이런 질문을 받으면 5초내로 답을 생각하고 나머지 한시간 동안 근거를 찾는 제가 하루 넘게 고민을 해도 답을 정하기 힘든 주제였습니다.
'가족'이나 '건강'등의 정치적으로 올바른 대답은 금칙어입니다. 그래서 어렵습니다. 정체성이야 이미 밝혔기에 종교 관련 답을 적어도 되겠지만 너무 안이합니다.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행복한가? 아니 나는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그러다 답을 하나 얻었습니다.
1. 나의 행복론
나는 행복하다. [심심하지 않으니까.]
심심하다는 생각을 언제 해 봤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가족들 놔두고 장기 출장을 한참 다닐 때 주말에 무얼 해야 하나 안절부절했던 기억 말고는 심심했던 적이 없습니다. 아내가 저에게 '편하게 살기를 포기한' 남자라 불렀던 그 때 이후 더하면 더했지 줄지 않았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왜 이러나. 너무 나를 몰아세우는 건 아닌가? 너무 욕심 부리는 것은 아닌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내려놓고 속도 조절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분명한 건 전 죽을 때까지 심심해하지 않을 겁니다 ^^ 하고 싶은게 참 많기 때문입니다. 책도 읽고 싶고, 음악도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도 많습니다. 누가 나를 알아주어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도 못합니다. 제가 존재함으로 세상이 조금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일 중독일까요? 그럴지도요. 그래도 일에 쫓기기보다 일을 좇아다니고 싶습니다.
그래서 전 행복합니다. 이런 마음 조림이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항상 조금은 피곤한 상태를 유지하는 ^^ 그런 삶을 저는 계속 살아가렵니다.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 둘..." 그렇게 말입니다.
2. 앞선 주자
inuit님 -> 유정식님
3. 다음 주자
최동석님은 mindprogra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십니다. 경영과 리더십에 관한 최고 수준의 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레이먼님은 행복공작소라는 기분좋은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십니다. 끊임없이 스스로의 성장을 독려하는 멋진 분입니다 ^^
- '난 행복하다. [ ]가 있으니까.'의 빈칸을 하나의 명사로 채우고, 다섯 줄 이내로 보강 설명을 주세요. 평범한 답은 쓰지 말고, 거창한 답도 쓰지 말고 자기만의 작고 소중하며 독특한 행복요소를 적으시기 바랍니다. (금칙어: 가족, 건강 등)
- 앞선 주자의 이름을 순서대로 써 주세요.
- 다음 주자로 두 분의 블로거를 지정해주시고, 글을 부탁드립니다.
- 규칙을 복사합니다.
- 이 릴레이는 1월 31일 11:59분에 마감됩니다. 기타 세칙은 '릴레이의 오상'을 참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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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16. 07:53
[사랑을 말한다]
<시크릿 가든>이 인기인가 봅니다. 보지는 않았지만 트윗 타임라인에 자주 등장하기에 줏어들은 것만으로 대충 내용이 짐작됩니다. 게다가 현빈이나 하지원 둘다 좋아하는 배우다 보니 언젠가는 보리라 마음먹고 있습니다.
오늘 현빈이 무척 멋있었나 봅니다. 샘도 나고 ^^ 해서 트윗에서 슬쩍 딴지를 걸었지요."시크릿가든 드라마는 안봤지만 저렇게 처절하게 사랑하다 결혼해도 애낳고 십년 지나면 학원을 보내야하네 마네 하면서 다툴거야 분명 그럴거야"라구요. 여러분이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동감하는 의견이 많았고 그중에는 "씁쓸하다"는 분도 있었고, 같이 트윗하는 친구는 "처녀 총각에게 어느 정도의 환상은 줍시다"는 답글을 적었습니다.
액면만 보면 제 글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처럼 보이기에 여기서 생각을 더해보고 싶습니다. 요즘은 많이 안 쓰지만 '사랑'하면 또 제가 즐겨 다루는 주제 아닙니까 ^^
주위에 쉽게 결혼한 친구들도 있지만 세상 끝장이라도 낼 모양세로 결혼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 거부하는 여자의 병실을 몇달간 지킨 친구도 있고, 약 먹고 죽겠다고 난리쳐 부모의 허락을 받아낸 친구 부인도 있습니다. 김주원/길라임까지는 안되도 저도 나름 드라마틱^^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니 똑같더라구요. 애들도 크고 하니 다들 현실적인 고민에 빠져서 사는듯 합니다. 얼마나 처절하게 사랑을 했든 가정 꾸리고 애들 키우다 보면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삽니다. 그렇기에 결혼은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어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의 사랑에 흠뻑 젖어 매일 꿈 같이 살아가는 그런 환상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결혼이 환상의 파괴는 아닙니다. 가끔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봅니다. 결혼 십육년차. 아내도 어느덧 사십이 넘었습니다. 나이가 얼굴에 보이기 시작하고 살도 좀 붙었습니다. (물론 아직 다른 아줌마들보단 날씬합니다만 ... ^^) 살면서 이 모양 저 모양 다 봐왔기에 환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꼭 안고 있어도 가슴이 뛰거나 하지 않습니다 ^^
그건 이제 환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삶의 부분이 되어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겁니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삶이 얼마나 불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연락이 안되어 불길한 생각이라도 들면 이 사람 없이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한번 그럴뻔한 적이 있기에 더 절절한가 봅니다.
아내는 이제 더 이상 환상이 아닙니다. 생명의 일부입니다. 90% 살아 있다 혹은 60% 살아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일부가 죽으면 그 생명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수 있습니다.
결혼이 환상의 끝이긴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 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건 환상의 완성입니다. 요즘 종결자라는 말 많이 쓰더군요. 결혼이 환상의 종결자인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나쁜 의미의 종결자는 아닙니다. 환상을 완성시키고 더 이상 필요없게 만드는 긍정적 의미의 종결자입니다.
복잡하게 따질 필요 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같이 사는데 좋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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