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6. 07:53
[사랑을 말한다]
<시크릿 가든>이 인기인가 봅니다. 보지는 않았지만 트윗 타임라인에 자주 등장하기에 줏어들은 것만으로 대충 내용이 짐작됩니다. 게다가 현빈이나 하지원 둘다 좋아하는 배우다 보니 언젠가는 보리라 마음먹고 있습니다.
오늘 현빈이 무척 멋있었나 봅니다. 샘도 나고 ^^ 해서 트윗에서 슬쩍 딴지를 걸었지요."시크릿가든 드라마는 안봤지만 저렇게 처절하게 사랑하다 결혼해도 애낳고 십년 지나면 학원을 보내야하네 마네 하면서 다툴거야 분명 그럴거야"라구요. 여러분이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동감하는 의견이 많았고 그중에는 "씁쓸하다"는 분도 있었고, 같이 트윗하는 친구는 "처녀 총각에게 어느 정도의 환상은 줍시다"는 답글을 적었습니다.
액면만 보면 제 글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는 것처럼 보이기에 여기서 생각을 더해보고 싶습니다. 요즘은 많이 안 쓰지만 '사랑'하면 또 제가 즐겨 다루는 주제 아닙니까 ^^
주위에 쉽게 결혼한 친구들도 있지만 세상 끝장이라도 낼 모양세로 결혼한 친구들도 있습니다. 사랑을 얻기 위해 거부하는 여자의 병실을 몇달간 지킨 친구도 있고, 약 먹고 죽겠다고 난리쳐 부모의 허락을 받아낸 친구 부인도 있습니다. 김주원/길라임까지는 안되도 저도 나름 드라마틱^^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요즘 보니 똑같더라구요. 애들도 크고 하니 다들 현실적인 고민에 빠져서 사는듯 합니다. 얼마나 처절하게 사랑을 했든 가정 꾸리고 애들 키우다 보면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삽니다. 그렇기에 결혼은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어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남자 혹은 그 여자의 사랑에 흠뻑 젖어 매일 꿈 같이 살아가는 그런 환상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결혼이 환상의 파괴는 아닙니다. 가끔 잠들어 있는 아내의 얼굴을 봅니다. 결혼 십육년차. 아내도 어느덧 사십이 넘었습니다. 나이가 얼굴에 보이기 시작하고 살도 좀 붙었습니다. (물론 아직 다른 아줌마들보단 날씬합니다만 ... ^^) 살면서 이 모양 저 모양 다 봐왔기에 환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꼭 안고 있어도 가슴이 뛰거나 하지 않습니다 ^^
그건 이제 환상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삶의 부분이 되어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겁니다.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삶이 얼마나 불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연락이 안되어 불길한 생각이라도 들면 이 사람 없이 내가 살아갈 수 있을까 하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한번 그럴뻔한 적이 있기에 더 절절한가 봅니다.
아내는 이제 더 이상 환상이 아닙니다. 생명의 일부입니다. 90% 살아 있다 혹은 60% 살아 있다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일부가 죽으면 그 생명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수 있습니다.
결혼이 환상의 끝이긴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 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건 환상의 완성입니다. 요즘 종결자라는 말 많이 쓰더군요. 결혼이 환상의 종결자인건 분명합니다. 그런데 나쁜 의미의 종결자는 아닙니다. 환상을 완성시키고 더 이상 필요없게 만드는 긍정적 의미의 종결자입니다.
복잡하게 따질 필요 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같이 사는데 좋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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