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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22. 15:21
<뉴스후>의 방송이후 교회에 대한 세상의 질타가 다시 매서워졌습니다. 하지만 세번에 걸쳐 방영된 한국 교회의 문제점은, 이 방송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표현대로, 재탕삼탕입니다.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목회자들도 알고 있고, 기독교에 몸담은 시간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들도 알고 있고, 또 이제는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들입니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이 내린 결론 - 한국 개신교는 자정능력이 없다 - 에 대해 반박할 수 없음이 참 서글픈 일입니다.

#1. 교회 개혁이 어려운 점

한국의 개신교는 힘이 지배하는 사회입니다. 원칙에 의해 다스려지는 집단이 아닙니다. 그래도 종교인데, 그 힘이 영성이나 지도력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때는 그런 시절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시절 다녔던 교회의 목사님은 교회 규모에 비해 존경을 많이 받던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이는 모든 목회자가 인정하는 것입니다. 개신교에서의 힘은 곧 신도수이고 재력입니다. 외형적인 힘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경제인들의 모임인 전경련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두개의 단체로 한기총KNCC가 있습니다. 한기총은 보수진영을 대표하고 KNCC는 진보진영을 대표하지요. (진보라고 하지만 사학법 재개정에 찬성하는등 이전의 KNCC는 더 이상 아닙니다. 10억을 기부하기로 약속한 사람을 회장으로 당선시킨 한기총이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단체들 밑에 교단이 있고, 교단밑에 교회들이 있습니다. 조직상으로는 이렇게 상하구조로 되어 있는듯 하나, 상위조직이 하위조직에게 뭐라 할 힘이 전혀 없는 것이 한국 교회입니다. 단지 서로의 이해관계에 의해 모여있는 것 뿐입니다. 힘있는 교단에서, 그리고 힘있는 교회에서 하겠다는 일을 막을 힘이 전혀 없습니다.

만에 하나 교회 개혁에 뜻이 있는 목회자가 조직의 대표가 된다해도 실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습니다. 하물며 모인 이들의 근본 성향이 성공주의요 신도수 제일주의인데 이 단체들에게서 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참으로 난망한 일입니다. 문제를 일으키며 비판 받고 있는 목회자들은 대부분 대형교회의 힘있는 자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주목 받는 것은 그만한 규모가 있기 때문이지, 이들을 제외한 다른 이들이 깨끗해서가 아닙니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대부분은 그들을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대형교회는 그들의 꿈이요 희망입니다. 오죽하면 '금이빨 사역'이나 '라식 사역' 같은게 나오겠습니까?

<뉴스후> 2월 16일 방송에 옥한흠 목사님의 말씀이 소개되었습니다. "교회의 자정능력이 없다. 아니면 잃어가고 있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분은 그런 말씀을 하실 자격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존경할만한 목회자들이 아직 많습니다. 이동원, 홍정길, 하용조, 김동호, 그리고 이재철, 강민준, 전병욱 등으로 이어지는, 뛰어난 영성을 가지고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목사님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분들이 한국교회를 깨끗하게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자신들의 영역에서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기독교의 부패에 동참하지 않기 위해 애쓸 뿐입니다.

예수님이 직접 오시면 모를까. 한국교회의 썩어져가는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없습니다. 시스템적으로 소수의 인원이 개혁을 이끌어 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그런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질리도 만무합니다. 기득권 세력이 그렇게 놔두지를 않을겁니다. 그럼 다른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거의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사람들이 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그 주장에 힘을 실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잘못된 목회자를 비판합시다

한국의 크리스찬들에게 고합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잘못된 목회자들을 비판합시다. 우리들이 침묵하는 것은 교회의 부패에 대해 암묵적으로 시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건 소수의 문제다"라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지 맙시다. 순복음, 소망, 금란 이 교회들만 합쳐도 백만 가까이 됩니다. 한국교회 교인이 천만이라 했을 때, 10%가 잘못된 목회자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거나, 혹은 암묵적으로 시인하고 있습니다. 이래도 소수의 문제라 할 수 있습니까?

목회자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는 세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목회자는 하나님의 종이며 제사장이기에 사람이 논할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누구에게서 나왔는가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자신을 기름 부음 받은 하나님의 종이라 이야기하며 자신을 차별화시킵니다. 그리고 자신을 비판하는 것은 하나님을 비판하는 것이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는 신학적으로도, 상식으로도 맞지 않은 일입니다.

개신교의 근본은 종교개혁의 다섯가지 교리중 하나가 만인제사장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제시를 이곳에서 다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링크를 추가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성도를 구별하여 세웠습니다. 성직자와 평신도가 다른 계층이 아닙니다. 다만 역할의 차이입니다. 목회자는 질서를 위해 세워진 교회의 리더입니다. 잘못된 리더가 비판 받듯이 잘못된 목회자가 비판받는 것은 상식입니다.

두번째, 나도 부족한데 누구를 비판하느냐 하고 주저하는 사람들이 교회 내에 특히 많습니다. 교회가 그렇게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내 눈의 들보를 보지 못하고 어찌 남의 눈에 있는 티를 빼라하느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이 많이 사용되지요. 하지만 비판/바로잡음은 비난/정죄와는 다릅니다. 죄지은 자에 대한 예수님의 처리방안(마 18장)을 기억해야합니다. 바울은 "여러분들이 심판해야 할 사람들은 교회 안에서 죄를 짓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고전 5:12)"라 말하며 악한 자를 용납하는 것을 책망하였습니다. 죄 지은 자가 있으면 바로잡으라(갈 6:1) 했습니다. 그것이 성도로서 짐을 나누는 것(갈 6:2)이라 했습니다.

예수님 이외에 의인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잘못된 것은 누가 뭐래도 잘못된 것이고, 진리는 누가 외치든 진리입니다. 성경은 지적할 때의 자세에 대해 경계를 요구하였지, 다른 사람의 죄를 눈감아주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남을 비판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은 귀한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면 안됩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바로잡으라 성경은 요구합니다.

너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비난하느냐? 불의한 목회자들은 그렇게 외칠겁니다. 그러면 그들에게 다시 묻고 싶습니다. 그대들은 하나님의 명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것이냐고. 그대들이 간음하는 그 현장에 하나님도 같이 계셔서 축복해 주시더냐고 말입니다.

셋째, 인간적인 관계가 바른 지적을 막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회 안의 인간관계는 왠만한 친지보다 친밀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잘못이 있어도 좋은게 좋은거다 하고 넘어갑니다. "장점을 봐야지 단점만 강조해서 쓰나"라며 덮어두고 넘어가기를 서로 권합니다. 하지만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왔다'는 예수님의 가르침(마 10:34)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이 말씀은 잘못된 것에 대한 단호한 자세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서로를 비판할 때, 누가 옳은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가를 따진다면 불필요한 갈등을 없앨 수 있습니다. 이건 상식입니다.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은 진정한 '교회'를 세우고자 하는 공동의 목표를 위한 것이지 서로를 비난함이 목적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정당한 비판마저 영적전쟁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회에 대한 비판은 무엇이든지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사탄의 계략이라고 하는 분들... 솔직히 이분들에게는 할 말이 없습니다. 말이 통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사시라고 할 수 밖에요.

#3.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교회의 불의에 대해 세상은 자기 몫을 다 했습니다. 이제는 크리스찬들이 목소리를 내어야합니다. 다음과 같은 실질적 행동 방안을 제안합니다.

첫째, 각자 처한 곳에서 불의를 없애나가기 시작합시다. 문제가 있는 교회라면 그 문제를 해결하자는 겁니다. 적극적으로 개입하시기 바랍니다. 재정이 투명하지 않다면 교회 돈이 어디에 쓰여지나 보자고 요구해야 합니다. 공동의회에도 참가하고, 제직회에서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뒤에서 투덜거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 고칠 수 없다면 떠나시기 바랍니다. 믿고 따를 지도자는 적지 않습니다. 높은뜻 숭의교회를 가시던지, 전주 안디옥 교회를 가시던지 주위에 있는 좋은 목회자를 찾아가시기 바랍니다. 문제 있는 교회에 남아 있는 것은 암묵적으로 그 행위를 인정하는 겁니다. "한번 정한 교회는 평생 섬겨야된다"라는 목회자의 이익을 위해 잘못 사용되는 가르침에 속지 마십시요. 불의한 목회자는 도태되어야 하고, 좋은 목회자는 흥해야 합니다. 잘못된 지도자를 섬기며 시간 낭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셋째, 목소리를 모아야 합니다. 교회의 개혁을 주도하는 단체들이 있습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같은 적극적인 목소리도 있고, 한미준(한국 교회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과 같이 신학생 대상으로 내실을 준비하는 단체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회원가입도 하고, 재정적 후원도 하고, 모임이 있다면 참가하시기 바랍니다. 주위에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있다면 서로 독려도 하고, 가능한 모든 언로를 통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교회개혁을 바라는 팀블로그같은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닮아갑시다. 한사람 한사람이 예수님을 닮아갈 때 변화는 일어날 것입니다. 또한 당당해야 비판할 수 있습니다. 당당해야 정의를 외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기독교에 참된 변화가 일어나길 기도하며 나아갑시다.

#4. 복음을 싸구려로 만들지 맙시다

예수님의 가르침에는 힘이 있습니다. 영원한 구원이 담겨 있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실천적 가르침이 있습니다. '일부'이지만 힘 있는 자들의 잘못된 행동이 그 가르침을 땅에 굴러다니게 만들고 있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그들을 비판합시다. 아니 그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세상에 외치기 시작합시다. 우리가 믿는 복음이 금이빨이나 만들어주고, 간음한 목사에게 벤틀리나 안겨주는 그런 싸구려 복음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으로 하여금 알게 해줄 책임이 우리에겐 있습니다.




2008. 2. 20. 10:18
당신의 책을 가져라 - 8점
송숙희 지음/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자신의 책을 가지고 싶은 욕망은 자식을 낳아 기르고 싶은 마음과 비슷하다 할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무언가 남기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랄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자신의 이름이 담긴 '책'만큼 그 목적에 잘 부합되는 것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식을 낳아 기르는 반면, 자신의 책을 내는 사람은 드물다. 요즘처럼 별의 별 책이 등장하는 시대에도, 스쳐 지나가는 원함은 있되, 실제 펜을 들어 자신의 글을, 그것도 책으로 엮겠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아마도 "내가 뭘?"하는 마음이 가장 큰  부담일 것이다. 또한 시간이 없어서, 글 솜씨가 없어서 등의 핑계로 자신의 이야기를 끝내 세상과 공유하지 않고 속에만 담고 사는 것이다.

원함은 있지만 주저함이 책쓰는 것을 방해한다면, 송숙희씨가 쓴 <당신의 책을 가져라>를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북 프로듀서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잡지사 기자, 웹사이트 콘텐츠 디렉터등을 거쳐 지금은 책을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본인 스스로 <돈이 되는 글쓰기>, <고객을 유혹하는 마케팅 글쓰기>의 두권의 책을 쓴 저자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녀의 출판 경험을 살려 책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당신의 책을 가져라>를 쓰게 된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식경영시대의 책쓰기 특강"이라는 부제와는 걸맞지 않게 책의 상당부분은 동기부여에 할당되어 있다. 책속에 소개된 집필지침(p109) 그대로 "풍부한 사례, 충분한 인용으로 읽는 재미를 주고", "책을 쓰기 위한 방법론보다는 책을 쓰게 만드는 동기부여에 포커싱"한 책이다. "내가 뭘?"하는 사람에게 "먹고 싶다면 맨 손으로도 물고기를 잡을" 정도로 쓰고자 하는 욕구가 꿈틀거리도록 만들어준다. 왠만한 자기계발 서적 못지 않은 동기부여에 대한 많고 훌륭한 예와 인용은 이 책이 주는 보너스다.

책의 내용은 알차다. <인디라이터>등 다른 동류의 책은 읽지 않았기에 비교는 못하지만, 즐겁게 읽었고 많은 것을 얻었다.

첫장 "당신도 베스트셀러작가가 될 수 있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가 책을 낼 수 있다는 동기부여의 장이다. 책을 썼을 때의 좋은 점과 더불어, 책쓰는 즐거움을 소개한다. 모든 사람이 훌륭한 책을 쓸 수 있다고 저자는 주저하는 사람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

두번째장 "당신의 책, 이렇게 기획하라"에서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잡을지, 무엇을 준비할지, 어떤 마음자세를 가져야할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판 기획서', '책쓰기 전과정 셀프 프로세스'등의 실질적 도움이 될 자료들도 소개한다.

세번째장 "당신의 책, 이렇게 써라"는 준비를 했으니 이제 쓰라는 내용이다. '첫 문장부터 무조건 써라, 지금 당장'부터 어떻게 초벌을 쓰고 수정을 할지, 제목과 부제는 어떻게 붙이는지, 출판사는 어떻게 정할지 등을 이야기한다. '책쓰기가 쉬워지는 10가지 습관' '슬럼프, 이렇게 극복하라'처럼, 머뭇거리는 사람에 대한 동기부여 또한 계속 된다.

네번째장 "당신의 책, 이렇게 마케팅하라"는 책이 나온 이후 어떻게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저자는 카페나 블로그등의 온라인 홍보를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책이 나온 이후 생길 변화(인터뷰, 강의 요청, 그리고 다음책의 준비)를 즐기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작년 6월 28일에 읽기 시작해 같은 달 30일에 마쳤다. 읽은지 반년이 넘은 책을 다시 꺼낸 것은 '나도 책 한번 써봐?'하는 호기심 다음단계의 충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buckshot님의 과분한 칭찬도 작용을 했음 또한 속일 수 없다. 그렇지 않음을 암에도 '너 예쁘다'하면 '정말 그런가?'하며 좋아하는 인간의 속성을 나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

책을 읽으면서 저자도 나와 같은 표현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물이 차고 차고 또 차올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넘쳐흐를 때, 그때가 바로 써야 할때입니다 (p74)"

살아있는동안 써야지 하고 생각하는 책이 두권 있다. 한권은 이 블로그의 제목과 같은 내용의 책. 또 한권은  세례요한에 대한 소설이다. 십년 넘게 채우고 있는 물이 언제 차고 넘쳐서 책의 첫장을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가 된다면  이 책을 통해 얻은 조언들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008. 2. 18. 09:30
환상계는 그 존재를 상실해가고 있었다. 어디에서 시작한지 모르는 '무()'가 그 세계를 먹어가고 있는 것이다. 환상계의 근원은 인간의 상상력인데, 더 이상 인간들이 상상을 믿지 않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제 그 '무'는 환상계의 마지막 보호자인 어린 여왕에게까지 다가왔다. 그녀마저 '무'에게 먹히고 나면 환상계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자신들을 보고 있는 한 소년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새로운 이름이 필요해. 그것만이 환상계를 위기에서 구출할 수 있어" 책 속의 세상과 자신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느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다가설 수 없는 바스티안. 하지만 왕녀의 슬픈 호소에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바스티안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만다. "어린 달님" 그리고 그는 환상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미카엘엔데의 '끝없는 이야기' 1부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지금은 책을 잃어버려 정확한 문장은 알 수 없지만, 장면 하나 하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트레유의 환상계를 구하기 위한 여행, 신비스런 고서점의 주인 코레안서, 인간계로 돌아가기 위해 기억의 파편을 붙잡던 바스티안. 바스티안에 의해 이름이 붙여지고, 운명이 달라진 환상계의 많은 존재들. 무엇보다 너무나 예쁜 이름이라 생각했던 '어린달님'

인간은 꿈을 꾸어야 하지만, 꿈만 꾸고 있어서는 안되는 존재임을 이 환타지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 줄짜리 메시지로 정리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안남는 거겠지요. 환타지를 만들고 환타지를 읽는 이유는 꿈을 꾸고 싶어하는 것이지, 한줄 메시지를 얻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봤던 책은 바스티안의 현실세계와 아트레유의 환상세계, 각각을 다른 색으로 인쇄했던 책이였습니다. 그 정성스러움에 감동했었지요. 요즘은 어떻게 인쇄하나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요즘은 꿈꾸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현실감 하나 없어도 되는 상상의 세계. 그것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할 때가 많지요. 그래도 가끔은 '모모'나 '어린 달님'이 생각납니다. 책 속에서 사람들이 상상을 하지 않으면 환상계가 없어지고, 결국 사람들은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상상력. 쓰지 않으면 없어진다고 미카엘 엔데는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창조적인 생각이 아니라, 어린 아이와 같은 아무 목적없는 상상, 그런 상상이 그리워집니다.

'끝없는 이야기'는 제목의 약속을 저버리고 한권으로 끝이 나버렸습니다. 중간 중간 나왔던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고 다른 기회에 이야기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문구는 그 이야기를 작가가 해주기를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이어지는 작품을 미카엘 엔데가 썼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끝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독자가 상상을 해서 뒷 이야기를 이어가라는 의미겠지요.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겁니다.

미카엘 엔데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랄프 이자우라는 후배에게 '끝없는 이야기'의 전이야기를 쓰게 허락했다고 하더군요. 고서점 주인 코레안서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어린달님'만큼 예쁜 이름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 바짝 말라버린 제 상상의 나래를 조금은 움직여 보고 싶거든요.


2008. 2. 16. 01:11
원가산정기법(Costing)중에 ABC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ABC는 Activity Based Costing이다. '활동기준원가'라고 번역한다. 원가산정시 어려운 것은 간접비용의 계산이다. 직접비용(인건비, 원자재등)이야 바로 할당하면 되지만 오버헤드라 불리우는 간접비용을 어떻게 적절히 분배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생산량, 혹은 제품가격등으로 나누어 비례치만 적용하는 것이 기존의 방법이였다면 ABC는 오버헤드 발생 원인을 행동을 기준으로 파악해서 비용을 발생시키는 주원인(cost driver)이 무엇인가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ABC의 주목적은 두가지이다. 먼저 무엇이 비용을 발생시키는가, 쉽게 말해 어디에 돈을 쓰고 있는가를 알아내 최대한 정확한 원가를 산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면 ABC의 효용가치가 떨어진다. 가치를 만들어내는(value-added) 활동과 그렇지 않은 (non value-added) 활동을 구분해서 불필요한 활동을 없애는 것이 다음 단계이다. 이는 ABM(Activity Based Management)이라 불리며 원가산정을 넘어선 경영의 영역이다.

당연히 더 정확한 원가를 알고,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활동이 무엇인지 알면 도움이 될텐데, 실제 적용은 쉽지가 않다. 활동당 비용을 알려면 업무분석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자신의 일중에 필요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하는 일을 밝히기보다, 해야할 일들을 밝힌다는 것이다. 또한 '잘못된 주문 수정'등의 없어도 되는 일을 이야기하려면 그 원인이 거론되는데, 때때로 이는 다른 사람, 혹은 다른 부서의 책임을 물어야할 때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알아내는 것은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ABC는 과거의 상황을 분석해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많이 쓰이고, 일상적인 원가계산은 전통적 방법을 쓰게 되는 것이다.

ABC/ABM을 배우면서 같은 생각을 개인에게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기준시간관리(Activity Based Time Management)라고 할까? 내가 하는 활동들이 무엇인지, 각각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부대 비용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게 하는 목적은 혹시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은 아닌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 이상의 시간을 들이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꼭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시간을 들였는지, 의미 있는 일이였는지 등등.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마치 거울을 보지 않고 깨끗하기를 바라는 것과 차이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기는 ABC의 개인적용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일기를 쓰다보면 무엇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더불어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썼다는 찔림도 생기고, 지켜지지 않더라도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도 해본다.  ㅡ.ㅡ;;

일기가 두리뭉실한 접근 방법이라면 시간가계부는 더 적극적인 방법이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다'라는 책에 보면 평생 시간가계부를 쓴 알렉산드로비치 류비세프가 소개되어 있다. 생물학자였던 그는 평생 시간을 기록하고 정리하며 끊임없이 효율적인 삶을 추구했다. 그 결과 개인의 업적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다.

전에 시간가계부를 열흘 정도 썼다. 얻은 것은 많았다. 우선 어디에 시간이 지출되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내가 지극히 산만하다는 것 - 많은 경우 10분도 안되어 하는 일이 바뀐다는 것도 알았다. MS Money를 이용해서 나의 시간 사용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표도 얻을 수 있었다.

시간 가계부를 사용할 때, 앞에서 말한 ABC적용의 문제점 중 앞의 두가지는 해결된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솔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문제점은 아직 남아있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하루에 최소한 30분은 사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그렇게 1분 1초까지 계산하면서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싶었다. 예를 들어 창의력은 시간가계부로 기록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류비세프처럼 평생 시간가계부를 쓰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다만 가끔 어디에 소중한 재산-시간을 쓰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ABC를 통해 제품의 정확한 원가를 파악하고, 불필요한 활동을 찾아내어 제거하듯이, 일년에 한번 정도는 시간가계부를 써보고 낭비하는 시간은 없는지 점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시간 되면 'MS Money를 활용한 시간가계부 작성'이라는 포스팅을 써봐야겠다 ^^;;)

***
ABC가 이 글의 주제는 아니므로 자세한 내용은 이곳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근데... 번역이 너무 어렵게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ㅡ.ㅡ



2008. 2. 16. 01:11
예한이가 어제는 저를 깨웠습니다. 첫마디가 "나 690점 맞았어"더군요 ㅡ.ㅡ;; 점수 발표를 기다렸던지 아침에 일어나 점수를 확인했나 봅니다. 영재프로그램 커트라인이 700점이였는데 아깝게 한문제 차이로 못넘은 겁니다.

지금까지 여러 테스트를 거쳤지만, 합격 불합격이 명확하게 갈라지는 경우, 불합격(그것도 바로 앞에서 아깝게) 된 것은 그 녀석에게 처음있는 일이였습니다.

괜찮아. 수고했어. 그거 정말 어려운거야. 여러말로 위로를 해주었지만, 그래도 그 녀석의 침울한 얼굴이 못내 가슴에 박히더군요. 생각할수록 저도 속상한데, 본인이야 오죽하겠나 싶더군요. 점수 안넘으면 절대로 Wii 주지 말라고 말로만 강하던 아내는, 자기가 먼저 게임기는 사놨으니 마음 풀라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열세살 나이에 벌써부터 너무 경쟁적으로 키우나 생각도 들었습니다. (요즘 한국아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요) 그래도 이런 아쉬움들 때문에 사람은 발전하는 것 아닐까요? 저 녀석이 커가면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훨씬 더 어려운 문제들을 경험할 텐데 말입니다.

더불어 지금 이루어놓은 것만 해도 칭찬할 만한데도, 단지 합격 불합격만 따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이 만족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쨋거나 이 글의 결론은... Wii 설치했습니다. 엄청 재미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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