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눈을 뜨며 문득 힘들었던 순간들이 기억났다. 포기하고 사라지고 싶었던 절망, 죽음으로 평생 남을 상처를 주고 싶었던 미움. 그때는 참 힘들었는데, 이제 보니 다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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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백일 내 마음을 지배했던 감정은 슬픔과 절망이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추위와 배고픔, 무엇보다 버려짐의 고통 속에 죽어갔을 아이들. 그 죽음이 물욕과 무능에 기인한 것이기에 더 마음이 아팠다. 그뿐이랴. 배부른 자들이 더 배를 채우고자 벌이는 행사 덕에 쫓겨나는 사람들. 연일 떨어지는 살상무기에 대항조차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 그렇게 죽어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할까. 눈만 돌리면 슬픔이 있다.
그럼에도 세상은 잘도 굴러간다.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듯이. 아니 오히려 슬픔을 불편해하며, 슬픔보고 눈 앞에서 사라지라한다. 나나 내 새끼만 괜찮으면 그걸로 끝인 거다. 교회의 침묵은 절망을 더하였다. 집회에 참석했다. 몇천명이 모여 하나님을 말하던 일주일 누구도 세월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흔한 추모기도조차 없었다. 소름끼쳤다.
백일이 지났다. 슬픔과 절망은 사그러지지 않는다. 시청 앞 그들과 같이 할 수 있었다면 좀 나았을까? 이 슬픔과 절망이 십만분의 일로 줄어들 수 있었을까? 아니 이 슬픔과 절망이 십만배로 증폭되지는 않았을까?
어디 계셨어요. 내가 정말 힘들고 아플 때, 그때를 돌아보면 혼자만의 발자욱이 보여요. 당신은 왜 그때 저를 버리셨어요. 아니야. 너를 버린게 아니야. 나는 너를 엎고 그 길을 지나갔단다.
힘들어 하던 친구에게 또 힘들어 하던 나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다. 난 아직도 믿는다. 이 슬픔과 절망을 그 분이 기쁨과 희망으로 바꾸어주실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지친다. 어느 때에야 그러실지. 마라나타. 오실려면 좀 빨리 오세요.
백일동안 눈물을 참았다. 힘들다. 이제 그만 참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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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의 "내 탓이오" 운동을 기억한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는 기도문과 함께 자신의 가슴을 치는 것이다. 책임지지 않고 남 탓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내 탓이오" 운동은 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세월호 사고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아직도 살아있는 승객이 있기를, 그리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몇몇 정신병자 말고는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지고 눈물을 흘렸다. 사고 하나로 수많은 부패와 무능과 부실이 드러났다. 모두 답답하고 안타까움에 고함을 치고, 손가락질하고, 자기 생각과 의견을 내놓았다.
때가 되었나 보다. 세월호 사고와 물리적으로 연관이 없을 사람들이 내 탓이라며 나타났다. 기독교인들이다. "이제 손가락질 그만하고 침묵하고 회개합시다"라고 한다. 예상했던 일이다.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아왔기에 그 말이 어떤 성경적 의미인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참담한 현실 앞에, 설사 내가 원인이 아니더라도, 나의 죄를 보게 된다. 이웃을 위해, 민족을 위해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난다. 무릎 꿇고 회개하며 나라와 열방을 위해 주님의 자비를 구하는 것은 성숙한 태도다. 권할만 하다. 그러나 그것이 올바른 신앙인이 해야할 전부라 생각지는 말자.
회개하는 것에서 멈추면 안된다. 지금은 "손가락질 그만하고 침묵"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왜 부실하게 개조된 배가 안전 검사를 마쳤는지, 왜 권장항로를 벗어나 유속이 두번째로 빠르다는 곳으로 배를 몰았는지, 왜 안정을 위해 채워야 하는 물이 적게 차 있었는지 확실히 가려내야 한다. 왜 20년이었던 배의 수명이 30년으로 늘어났는지, 왜 힘들여 만들어놨던 재난대피 매뉴얼들이 휴지로 사라졌는지, 왜 호평받던 방재청을 분산시키고 능력없는 이들로 채웠는지 확실히 밝혀야 한다. 왜 얼마 동원하지도 않았는데 최선을 다한다고 거짓말을 했는지, 왜 사재를 들여 가져온 구조장비를 돌려보내고 다른 곳에서 몰래 구해 사용했는지, 왜 문제점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지 지적해야 한다. 나라의 선장이 세월호 선장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제일 먼저 탈출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공의가 강물 같이 흐르기 위해 불의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여섯살 짜리 아이가 다섯살 짜리 동생에게 구명복을 입히고 엄마 아빠 찾겠다고 나서고는 돌아오지 못했다. 부모가 자기 쉽게 찾으라고 학생증을 손에 꼭 쥐고 죽은 학생도 있다. 맞다. "내 탓"도 있다. 하지만 더불어 "그들의 탓"도 분명히 해야한다. 지금은 손가락질을 멈출 때가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할 때다. 광기는 멈출지라도 분노는 오래 간직하고 쉽게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이쯤에서 침묵하고 내 탓만 하며 정작 그들의 탓은 덮어 버리고, 몇년후 또 다른 죽음 앞에 가슴을 치며 회개만 할 것인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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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코레일의 파업을 비판하는 글을 보았습니다. 해군 출신분들 같은데 자신들은 더 어려운 곳에서 더 적은 급료에도 불평없이 일을 하는데 귀족노조들이 밥그릇 지키려고 파업을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안스러워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2.
그런말이 있죠. 노예들을 다스리기 위해서 다른 노예를 이용한다구요.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위해 사용하는 귀족노조라는 말에 정말 중요한게 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군요. 코레일의 빚 때문에 일부 구간을 분리한다고 하는데, 빚을 없앨려면 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노선을 분리할까요? 게다가 노선을 공유하기에 이중으로 비용이 드는 방법으로요? 이런 문제점 알고서나 철도 노조를 비판하고 있나요?
3.
나중에 다시 가보니 예상대로 저는 종북이 되어 있더군요 ^^ 그럼에도 원래 글을 쓰신분이 간결하고 예의있으신 분이란 생각이 들어 두번째 글을 올렸습니다.
4.
초면에 제가 너무 비꼬는 투로 글을 적었던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어느새 제가 종북이 되었네요 ^^ 그런 소리 처음 듣기도 했지만 뭐 신경 안씁니다. 요즘 종북 소리 듣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몇가지 사항에 대해 적어주신 분들이 있어 그래도 답을 하는게 예의라 생각해 마지막으로 몇자 적어볼까 합니다. 위에 어떤 분이 연봉 6700만원 이야기를 하셨는데 철도 공무원의 정확한 평균 연봉은 6300만원입니다. 그리고 평균 근무 연수는 19년이지요. 즉 19년을 일하면 6300정도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신입인 경우 2000초반 정도 되구요. 또한 6300에는 시간외 수당등 연봉외로 지급되는 모든 금액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6300만원이면 그래도 많지 않느냐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댓글 다신 분들이 해군으로 오랫동안 더 적은 수입에도 더 어려운 일을 하시는 것 같네요. (그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럼에도 6300만원이 많다고 귀족노조라 부르며 파업이 정당하지 않다 생각하는 것은 정작 봐야할 문제를 못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19년 근무해서 6300만원이 많을까요? 요즘 대기업 대졸 초봉이 5000이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이런 곳에서 19년 근무한다면 쉽게 1억은 넘기지요. 저는 직업이 변호사입니다. 제 초봉은 19년 근무하신 철도공무원의 연봉보다도 꽤 많습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많이 받을 수록 좋긴하지요. 그럼에도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은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노동자가 이렇게 푸대접 받는 상황이 정상일까요? 만약 여러분이 철도 공무원보다 더 적게 받고 더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하신다면, 여러분의 처지를 개선하려고 생각하여야 하지 그게 코레일 노조의 파업을 평가절하할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노예를 다스리기 위해 노예를 이용한다'는 말을 한 이유가 이것이였습니다. 연계를 해야할 상황에서 서로 욕을 할 이유는 없는 거지요.
그리고 어떤 분이 이익나는 노선을 분리해서 민영화한다는게 무슨 문제냐, 가격이 폭등이라도 하느냐라고 하셨는데요. 실제로 가격 폭등되는 경우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철도 이용하는 서민들을 위해서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면 손해보는 것을 세금으로 메꾸어주어야할테구요. 게다가 현재 무궁화호 같은 경우는 계속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고객인 서민층의 사정을 고려해 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있지요. 그 적자를 KTX에서 내는 흑자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흑자내는 노선을 떼어내 버리면 결국 코레일의 적자는 더 커지겠지요. 그 적자는 무엇으로 메꿀까요? 결국 세금 아닌가요? 또 분리 노선의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철도 이용자에게 돌아갈까요?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여러분의 정치적 편향이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야 여러분에게 물을 흐리는 종북으로 남겠지요. 그럼에도 시간 내서 적는 것은 안타까워서라고 해두죠.
5.
댓글 몇개 나누었다고 그분들의 생각이 달라질 거라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한편으로 시간 낭비 같기도 하구요. 안그래도 바쁜데 ㅡ.ㅡ
정작 중요한 문제는 못보게 만들고 이번 파업을 귀족노조의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정부와 수구언론들의 장기인듯 하네요. 언론이 바로 서야하는 이유가 이것이기도 하구요. 어쨋든 정작 자신의 이익을 누가 대변하는지도 모르고 이용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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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선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이렇다. 개인차원에선 성품과 자질,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적 가치로는 나눔과 발전이다. 마지막으로 역사와 외교에서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아야겠다는 거다.
먼저 성품과 자질이다. 개인의 살아온 길이 그 사람의 성품을 말한다. 수석의 성적으로 서울대에 갈 수도 있었을 그는 장학금 때문에 경희대로 갔다. 부유하지 않음으로 받을 불편함을 일찍부터 경험한 거다. 그럼에도 그는 독재에 반대하다 투옥되었다. 고시에 합격, 차석으로 연수원을 마쳤다. 과거 전력 때문에 판검사로 못갔지만 김앤장 같은 보장된 길을 택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노무현을 만났고, 친구의 부탁을 받아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지금 대통령 후보로 서있다. 평생 대통령이 되기만을 바라고 살아왔던 박근혜에 비해 정치에서 떠났었지만 친구의 죽음에 돌아온 문재인이 더 욕심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은 확실하다.
문재인이라고 평생 성자처럼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들추면 비판받을 짓이 없지는 않겠지. 또한 청와대에 들어간 후로 동창들과 연락을 끊고 살면서까지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자 했다던 그지만, 권력의 중심부에 있다보니 주위에서 알아서 기는 일이 없지는 않았을거다. 요즘 들리는 아들 취업과 관련된 의혹은 알아서 기었던 경우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그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박근혜와 비교하면 누구의 성품이 뛰어난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듯. 남을 위해 평생 살아온 사람과 남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사고의 틀 자체가 다르다. 시장 가서 상인들에게 잘 살게 해줄거라 말하면서 그 상인들 보호하는 법안의 반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박근혜다. (요즘은 그런 자기모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설마 그 정도까지랴마는.)
자리가 자리니만큼 자질도 중요하다. 이것도 사실 말할 필요도 없다. '진보 = 종북좌빨'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박근혜 아니면 안돼라는 사람도 대선토론은 보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니까 ^^ 10분전에 자신이 반대한 내용을 가지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람이 총없는 전쟁터인 외교무대에 선다고 상상하면 정말 소름이 끼친다. 그렇다고 좋은 사람을 들여서 쓸 수 있는 성품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에 비해 항상 비교우위에 있기에 자질 논란이 없었던 문재인이 정말 잘할까에 대한 의문은 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성품면에서 탁월했지만 대통령은 그의 그릇을 넘어선 자리였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문재인이 가지고 있을지. 단일화나 그 이후 보여준 참을성과 포용력에서 그럴거라는 신호를 보지만 이 질문은 대통령이 된 그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거다.
정치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민주주의다. 민주주의가 뭐냐라는 건 나말고 제대로 정리해줄 사람이 많으니까 넘어가지만 일단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취합해 적합한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고 생각이 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비판받을 여지는 다 있을듯. 그놈이 그놈이다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판단한다면 진보진영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 두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미리 정해진 사고의 틀(내편 너편이 대표적인 예)을 벋어나지 못하고 모든 사안을 그 틀에서 결정하는 사람과 어느것이 옳은지 사안별로 결정하는 사람. 지금 한국에는 후자의 사고가 더 필요하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아직도 전자의 사고를 한다. 그 사고를 이용해왔던게 이땅의 수구였고. 여전히 벌어지는 종북 타령. 지겹지도 않나. 언론을 장악하면 모든 것이 자기네 뜻대로 될거라는 교만함. 이런 집단이 민주주의를 한다 말할 자격은 없다. 자정능력이 있느냐도 중요한 가치. 어느 집단이든 사고 치는 사람은 존재한다. 중요한건 그 이후 어떻게 하느냐다. 성폭행범이든 사기꾼이든 일단 도움이 된다 싶으면 계속 자리에 앉히는 것. 진보진영에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깨끗하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기모순을 해결해나가려는 집단이 사회적 발전도 이룰 수 있다. 반대로 끊임없이 자기모순을 덮어나가는 집단에게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한국은 더 나누는 세상이 되어야한다.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미국에서 복지를 더 늘릴 필요가 있느냐라는 질문은 타당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건 뭘 모르거나 이기주의다. 정혜신 박사의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봤다. 15분인가 진행하는 동안 문재인 이야기는 2~3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머지 시간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 이야기. 왜 사회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한 탄원이었다. 그래야 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돌보는 것이 옳은 일임을 그렇게 살아야 함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그 점에서 이 연설을 내보낸 문재인 캠프에게 고맙다. 아울러 그가 대통령이 되면 이 연설을 일주일에 한번씩 보면서 계속 다짐 했으면 한다. 더 이상 이런 아픔이 생기지 않도록. 대통령은 그런 일 하라고 뽑히는 거 아닌가. 그럴때 진정한 발전이 있다고 믿는다. 양쪽 후보 둘다 그런 세상 만들겠다고 하지만, 다시 한번 지나간 길을 보면 사람의 진정을 알 수 있다. 참여정부하에 벌어진 잘못들(비정규직 확대, 노동자 탄압)에 대해 문재인이 자유스러울 수는 없지만, 최저임금 인상안을 얼마전에 부결시킨 후보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최소한 문재인은 잘못을 인정하고, 박근혜처럼 드러난 거짓말은 안하니까.
마지막으로 역사와 외교적인 면. 얼마전 북한이 로켓을 쏘는 것을 보며 북한은 박근혜가 되길 원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렇다고 한다.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걸 보면 자기들 세습도 국민들에게 정당화시킬 수 있고 어느정도의 긴장이 정권유지에 도움이 될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너무 만만해서 박근혜를 원하는 건 아닐까 의문도 든다.) 그런데 북한 빼고는 박근혜 당선을 원하는 나라는 없는듯 하다. 아 일본도 있구나. 만주군 장교 출신 박정희의 딸을 일본은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난 한번의 잘못으로 개인의 평생을 더구나 후손에까지 낙인 찍는 것은 반대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일 뿐이다. 아버지가 친일파고 독재자였다고 딸이 욕먹을 일은 없다. 하지만 아버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으로 덕을 보려는 거라면 문제가 다르다. 누구 말대로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이라 반대하는게 아니라 박근혜가 독재자가 될 것이기에 반대하는 거다. 그리고 한마디로 너무 창피하지 않나. 독재자의 딸이라는 타임지 보도를 실력자의 딸이라 호도하며 정신승리하는 우물안 개구리의 모습. 얼마나 우습겠나. (얼마전에는 해외 언론들에게 독재자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참 가지가지 한다.)
또한 친일파에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떨까? 안그래도 나만 잘살면 무슨짓이든 상관없다 생각하는 세상인데 14범 사기쑨이 대통령이 되어 온갖 분탕질을 했음에도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나라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선하게 살아야한다라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최악을 막기 위해 차선 혹은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라고 문재인이 당선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예수님 재림하기 전까지 어차피 모든 선거는 차선을 뽑는거다. 그런면에서 지금 카드중 최선의 카드가 최선인 거다. 그리고 문재인 정도면 역대 후보중 최상급 아닌가? 난 그가 노무현을 뛰어넘기를 바라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를 친구로 두어서 자신이 대통령감이라 생각한 노무현의 판단. 그 판단을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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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 미국에 자리잡은지 14년. 이제 국적도 바뀐 상태라 투표도 못하는데 그래도 선거 때만 되면 관심이 한국에 집중된다. 8개월 동안 하지 않던 트위터도 기웃거리게 되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아이폰으로 대선 관련 소식을 읽는다. 미국 대선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한국 대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한국이 좋은 나라가 되길 원한다. 잘 사는 나라, 힘이 있는 나라가 되길 원한다. 무엇보다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하나님의 정의에 한발자욱이라도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그리고 나누며 살아가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 나도 내 아이들도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테니까.
지금의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신경이 쓰이는 거다.
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이 노무현의 친구"가 아니라 "노무현이 문재인의 친구"임을 자랑했다. 비록 말은 어눌하고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부족하더라도 그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이 조금은 더 정의로와질 수 있을 거다. 그는 차선이 아니라 최선의 카드다.
삶의 장소가 바뀐 이상 사는 이곳에 관심을 더 기울이며 살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라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노무현을 띄어넘어 한국을 더 멋진 나라로 만들기 바란다. 그럼 기분좋게 한국에 대한 관심(아니 걱정)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박근혜가 뽑혀도 나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접을 거다. 그때는 누가 물어보면 중국에서 왔다고 할거다. 창피해서 한국인이라 어떻게 말을 하냐. 제발 그런 시나리오는 생기지 않기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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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8) | 2009.08.19 |
<시크릿>은 아직도 많이 팔리나 봅니다. 교보문고에서 발표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누적판매량 1위가 <시크릿>이더군요. 그리고 시크릿과 비슷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연금술사>가 2위입니다. 검색해보니 <시크릿 다음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시크릿>, <시크릿 실천편>등 연관도서도 많더군요. <어린이를 위한 시크릿>에 이르러서는 허탈해집니다. 어떤 학교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하라 하더군요 ㅡ.ㅡ
시크릿에 대한 글은 제 포스팅중 댓글이 많이 달린 글중 하나입니다. 2년전쯤에는 "be objective"라는 닉을 사용한 분이 장문의 댓글을 달아주셨지요. 제 블로그 댓글중 가장 깁니다 ^^ 댓글에 답글을 적으려다 너무 길어질 듯 해서 따로 포스팅을 하겠다 약속하고 글을 시작하고는 미뤄 두었다가 이제야 마무리합니다. (원래 취지는 제 포스팅에 대한 비판에도 하나씩 답을 하는 거였는데 시간도 흘렀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해서 사소한 사항들은 넘어갑니다.)
시크릿을 지지하는 분들의 의견은 대체적으로 시크릿도 긍정적 관점으로 보고 읽으면 도움되는 점이 있다라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예를 들어 좋은 미래를 형상화해서 마음에 품는 것이나 항상 받은 것에 감사하는 것등 가지면 좋은 습관이라는 것이지요. 많이들 자기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긍정적 사고방식의 연장으로 생각하십니다. 모든 책이 100% 좋을 수도 없고 100% 나쁠 수도 없으니 시크릿이라는 책도 유익한 점만 뽑아서 읽으면 도움이 된다는 굉장히 긍정적인 사고입니다 ^^
이렇게 긍정적 생각을 하시는 분들을 존중합니다. 나쁜건 아니지요. 하지만 놓친게 있습니다. 시크릿은 기존 긍정적 사고방식의 연장이 아니라는 거지요. 이전글에서 언급했듯이 시크릿의 성공은 기존 긍정적 사고와 차별화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생각'만'으로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시크릿의 핵심입니다. 노력이 필요없이요. 돈을 벌기 위해 힘들여 애쓰는 것은 비밀을 모르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행위라고까지 했습니다.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생각의 시그널을 계속 보내면 우주라는 메뉴판에서 좋은게 골라져 눈 앞에 펼쳐진다는 겁니다. 상식적 주장과 종교적 주장의 차이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시크릿은 종교입니다. 내가 곧 신과 같을 수 있다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범신론의 연장일 뿐입니다.
21세기 들어 긍정적 사고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시크릿>과 <연금술사>가 대표적이지요. 기독교 안에서도 조엘오스틴의 <긍정적 사고>가 있습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근본메시지는 이겁니다. "간절히 원해. 그러면 우주가/하나님이 너의 꿈을 이루어줄거야." 뭐 듣기는 좋은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혈압이 좀 높아져 공부를 해봤더니 콜레스테롤도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이 있더군요. 전 콜레스테롤 하면 무조건 나쁜 거라 생각했었거든요. 긍정적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건 무조건 좋은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좋은 긍정이 있고 나쁜 긍정이 있습니다. 그 둘을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크릿의 긍정은 모든 문제를 개인의 영역으로 내립니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그걸 원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일본에 닥친 쓰나미로 수많은 사람들이 불행을 겪었습니다. 조남호를 비롯한 재벌의 이기심에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고 심지어 목숨까지 포기했습니다. 이들의 불행이 원해서 닥친 걸까요? 아프리카의 가난은? 친아버지에게 강간당하는 불쌍한 아이들은요? 세상에는 불가항력적으로 닥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좋은 긍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겁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혹은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힘을 내는 겁니다. '원하기만 하면' 모든 일이 이루어지는 시크릿식의 긍정에선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없지요. 일 할 필요 없잖아요. 로또 한장만 붙들고 간절히 원하면 되는데요. 가짜 해결책입니다.
시크릿의 긍정은 개인의 부와 성공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사람들이 그걸 원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야 책이 팔리니까요. 윤리의식 없는 도깨비 방망이식 긍정은 나쁜 긍정입니다. 나 혼자만, 내 가족만 잘 사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살 수 있도록 넓게 보는 눈을 가질수 있게 해줘야지요. <시크릿>이든 <긍정적사고>든 메시지도 그렇고 그걸 소비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오로지 개인의 부와 성공만 바랍니다. 자신에만 집중하는 이기주의를 넘어 주위 사람들 그리고 사회 시스템을 볼 수 있어야 좋은 긍정입니다. 테레사 수녀는 긍정적 사람이었습니다. 힘들고 괴롭지만 인도의 빈민들이 그녀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이런 긍정이 참다운 긍정이지요.
시크릿의 긍정은 실패의 원인을 믿음의 부족으로 돌립니다. 성공만 간절히 원했어야했는데 은연중 실패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오늘 운동 경기에서 진 건 믿음 부족때문입니다. 정확한 실패의 원인을 찾는 건 의미 없습니다. 내탓(내 믿음이 약해서) 혹은 남탓(저 놈 믿음이 더 세서)만 하면 끝납니다. 좋은 긍정은 실패할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현실을 직시하니까요. 하다가 안될 수도 있지요. 실패하면 원인 파악하고 고쳐서 다시 도전하면 됩니다. 실패를 믿음의 부족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하더라도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고 나아가는게 좋은 긍정입니다.
시크릿의 메시지도 문제 투성이지만 그 시크릿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이 세상이 저는 더 혐오스럽습니다.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브레이크없는 이 흐름이 이익만 추구하는 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임대아파트 아이들과는 놀지도 말라는 정신나간 부모를 만들며, 한순간의 쾌락이라면 여자 한명 짓밟아도 좋다는 강간범을 만들어내고, 정직하지 못한 것을 뻔히 알면서 돈많이 벌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이명박을 찍게 만드는 겁니다. 시크릿 같은 가짜가 21세기 처음 십년의 최고 베스트셀러인 것도 결국 같은 흐름입니다. 어떤 블로거의 표현대로 사회 전반적으로 '돈에 환장'했습니다.
어떤 커뮤니티는 시크릿의 메시지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적용하려 하더군요. 왜 쓰레기를 빚어서 맛있는 식사를 만들려 노력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세상에는 좋은 책이 많습니다. 좋은 메시지도 많습니다. 굳이 시크릿처럼 쓰레기속에서 보화를 찾아 뒤질 필요 없이 자체가 보화인 책 찾아보면 많습니다. 시크릿보다는 이해하는데 노력을 더 필요로 할겁니다. 실천하는데 노력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건 시크릿보다는 유익하다는 겁니다. 물론 그 차이를 구별할 분별력을 필요로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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