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와보니 제 계정이 휴면상태로 되었더군요.
3개월 이상 접속을 안했다구요 ㅡ.ㅡ
블로깅 시작한 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GTD 새로운 글 기다리시는 분들 죄송합니다.
로스쿨 얼마전 졸업하고 바시험 준비중입니다.
7월 31일, 8월 1일 바시험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꾸벅 ^^
'그밖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진 잘 찍는 21가지 방법 (재번역) (0) | 2014.09.04 |
---|---|
졸업. 취직. 그리고 바시험. (8) | 2013.08.02 |
Feedly ... 너무 맘에 드는 RSS 리더앱 (2) | 2013.01.07 |
Malware 문제 어떻게 해결하나요 ㅡ.ㅡ (8) | 2013.01.04 |
당분간 영어로만 포스팅을 합니다 (5) | 2012.03.04 |
새로운 제품 개발을 맡아 기분좋게 일을 했습니다. 팀원도 좋고 분야도 해오던 분야라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프로젝트로 발령이 납니다. 중요한 프로젝트인데 잘 안되다 보니 소방수로 차출된거죠. 과정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큰 뜻을 품고 달려듭니다. 경험을 살려 한번 잘 해보겠다구요. 그런데 생각대로 안됩니다. 팀원들도 흩어져있고 프로젝트 범위도 명확치않고... 통제가 안됩니다. 그래도 어떻게 해보려고 밤낮을 매달려 하나 하나 손을 댑니다. 그러면 좀 질서가 잡힐까 해서요. 그런데도 잘 안됩니다. 결국은 지쳐버렸습니다. 뭘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제어도 안되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살다보면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눈앞에 닥친 일도 잘 안되는 상황. 혹은 계획은 좋은데 제어가 잘 안되거나, 혹은 닥치는대로 일은 해나가는데 계획이 명확하지 않는 경우. 반면 미래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구체적인 계획을 차근히 이루어 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때는 정말 기분 좋지요. 그런데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낼까요?
제어(Control)와 관점(Perspective)
데이비드 알렌은 Making it All Work에서 효과적인 삶을 살기 위한 두개의 축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제어(Control)와 관점(Perspective)입니다. 제어와 관점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가지지만 서로 연관이 되어있습니다. 차기년도 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회의를 준비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의실 예약, 출장오는 사람들의 숙소및 차량, 회의 중간의 간식까지 신경써야할 것이 많습니다. 관점을 가지기 위해서는 제어가 필요한 거지요.
제어와 관점이라는 관점에서 개인이나 조직의 행동을 바라보면 꽤나 흥미로운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데이비드 알렌의 책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알렌은 자기관리 매트릭스 (Self-management matrix)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저는 CP 차트(Control-Perspective Matrix)라고 부를까 합니다.
차트에서 보는 것처럼 한축은 관점, 다른 한축은 제어의 정도입니다. 왼쪽 밑이 낮은 관점, 낮은 제어이고 오른쪽 위는 높은 관점, 높은 제어를 나타냅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뜻은 큰데 상황이 제어가 안될 때가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둘다 너무 좋거나 둘다 너무 안좋은 상황도 있습니다.
효과적인 삶을 살려고 할 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관점도 높게 가지고 제어도 잘 될 때입니다. 차트에서 선장&사령관이라 표시한 부분이지요. 그런데 다른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또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에 처하게 되구요. 중요한 건 현재 어디에 처해있는지 인식하고 선장&사령관으로 옮겨가는 겁니다.
희생자 (Victim) 혹은 반응자 (Responder)
뭘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일들이 정돈도 안될 때 희생자 모드에 빠지기 쉽습니다. 분주하게 살지만 책상에는 처리할 서류가 쌓여있고 읽지 않은 이메일도 몇백개입니다. 그렇다고 내년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 계획도 없는. 폭풍속에서 끌려다니는듯한 삶입니다. 스트레스도 엄청나고 어쩌면 우울증이 닥칠지도 모릅니다. 너무 오랫동안 이 상태로 살다보면 자신이 희생자로 산다는 것도 모를 수도 있습니다. '사는게 그렇지'하며 체념합니다.
하지만 이상황에 처한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문제를 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된다는 구태의연한 문구가 사실로 이루어지느냐 아니냐는 문제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에 달렸습니다. 로켓은 발사후 목적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연료를 잘못된 길로 갈 때 올바른 길로 가도록 수정하는데 쓴다고 합니다. 이런 피드백 시스템이 특히 낮은 관점, 낮은 제어의 상황에 닥쳤을 때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무엇이 문제인지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신경쓰이게 하는 모든 열린 고리를 다 드러내놓고 차근 차근 해결해나가는 겁니다. 그럴때 희생자가 아닌 반응자로 어려운 상황에서 능동적으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혼란 유발자 (Crazy Maker) 혹은 비전 제시자 (Visionary)
생각은 멋지고 뛰어난 비전을 제시하지만 실제 일하는 것 보면 정돈되지 않은 사람을 가끔 봅니다. 구체적으로 성과물을 만들어내지도 못하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제시함으로 다른 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하죠. 그럴때면 꼭 반대에서 원칙이 중요하다 질서가 필요하다 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 그러면 비전을 이해못하는 멍청이라고 비난하기도 하지요. 이렇게 높은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제어는 낮은 사람은 혼란 유발자가 됩니다. 조직을 흔들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의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제어에 비해 높은 관점을 가진 것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큰 회사나 조직을 이끄는 사람들은 거의 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조직의 방향을 제시하고 비전을 가다듬지만 그것을 직접 이루는 경우는 별로 없으니까요. 비전 제시자입니다. 이렇게 혼란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제어가 필요합니다. 최소한 발등의 불은 꺼놓고 나서 한단계 더 나아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마이크로 매니저 (Micro Manager) 혹은 구현가 (Implementer)
혼란 유발자든 비전 제시자든 높은 관점을 가진 사람 반대편에서 규칙을 강조하는 사람은 종종 이 영역에 있습니다. 관점은 낮지만 제어는 잘 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는 마이크로 매니저의 모습이죠. 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원칙을 세워놓고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모든게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통제를 하려합니다. 제어를 잘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탁구 같은 운동을 보면 긴장해서 탁구채를 너무 꽉 잡으면 오히려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제어를 못하게 되지요.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듯이 제어만 신경쓰고 높은 관점을 가지려 하지 않으면 애만 쓰고 결과는 안좋을 수 있습니다.
반면 어느 곳에든 규칙을 만들고 이루어 내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혼란한 상황을 제어하는 사람이 필요하지요. 비전을 무시하고 규칙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현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제어해나가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때 마이크로 매니저가 아니라 구현가가 됩니다.
선장 (Captain) & 사령관 (Commander)
가장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명확한 비전과 목적을 가지고 구체적인 계획을 차근히 이루어 나가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낭비 없이 모든 노력이 효과적으로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모든 자기계발이 이루려는 이상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지요.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몰입'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습이 자동차의 크루즈 콘트롤처럼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그냥 앞으로 나가는 거라 생각하면 안됩니다. 첫째, 현상황을 그냥 유지하는 것으로는 발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게 더 중요한데) 그렇게 유지하며 가려고 해도 놔두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짐콜린스의 Good to Great에 여러 회사들이 거론됩니다. 모두 뛰어난 비전을 구체적으로 구현하여 획기적인 성장을 이루었던 회사들입니다. 선장 & 사령관의 영역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중 적지않은 회사가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현실이 변하기에 관점을 조정하거나 다시 한번 제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걸 못하는 순간 희생자가 되어버립니다.
제어와 관점 그리고 GTD
앞에서 말한 CP차트의 사분면을 MBTI의 성향테스트처럼 사람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하면 안됩니다. MBTI의 성향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CP차트의 영역은 전혀 고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한 사람이 한 순간에 삶의 영역에 따라 다른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선장&사령관으로 있지만, 집에서는 희생자가 되어 어쩔줄 몰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한 영영에서도 다른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처음에 나온 예처럼 큰뜻을 가지고 달려들지만 현실은 제어가 안됩니다 (혼란 유발자). 그러다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손을 대며 바로잡으려 합니다 (마이크로 매니저). 이도 저도 안되어 지쳐 떨어집니다 (희생자). 이렇게 상황에 따라 CP차트의 다른 영역으로 이동해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희생자에서 벗어나 선장&사령관이 될 수 있을까요? 우선 민감하게 현실을 봐야합니다 (반응자). 당장 처리할 것이 무엇인지 문제는 무엇인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하나씩 해결해갑니다. 급한 문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갖추게 됩니다 (구현가). 그리고 팀과 프로젝트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여러 관점에서 검토하고 비전과 목표를 세웁니다 (비전 제시자). 마침내 프로젝트는 제자리에 들어서고 성공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선장 & 사령관).
바로 이게 GTD가 바라는 모습입니다. GTD는 선장 & 사령관이 된 후 그 자리에 머물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럴 수 있다는 가정도 안합니다. 오히려 모두가 순간적으로 희생자, 혼란 유발자, 혹은 마이크로 매니저가 될 수 있다 생각하고 어떻게 거기서 선장 & 사령관이 될 수 있는가 길을 제시하려는 것이 GTD의 목적입니다. 고요함을 유지하다가 주위의 세밀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적절한 반응을 보이고 다시 언제 그랬냐는듯 원래 평상심으로 돌아가는 물과 같이 고요한 마음(Mind Like Water)이 GTD의 지향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 머리속에 숨어 CPU를 갉아먹는 모든 열린 고리를 외부로 끄집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게 GTD 프로세스의 시작이지요. 다음번에는 제어와 관점에서 제어를 담당하는 GTD 프로세스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할까 합니다. 제목은 'GTD in a Nutshell' 입니다.
추신1: 지난번에는 Control과 Perspective를 통제와 시각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런데 맘에 안들어 고민하다 제어와 관점으로 바꾸었는데 더 나은가요? 이럴 때 번역이 참 어렵다는 걸 실감합니다.
추신2: 이전에 썼던 GTD 따라잡기의 내용을 재활용하려는 얄팍한 마음으로 ㅡ.ㅡ GTD 따라잡기 v2.0으로 시리즈 제목을 정했는데 쓰다보니 재활용은 10% 정도 밖에 안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지난번에는 8회만에 끝냈는데 이번에는 20회 정도 갈듯합니다. 너무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주세요 ^^
'시간/행동 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수를 기억해야하는 이유 (0) | 2014.04.07 |
---|---|
[서평] 나 과장의 에버노트 분투기 (4) | 2014.01.22 |
GTD v2.0 #2 - GTD의 성공 그리고 진화 (7) | 2013.03.03 |
GTD v2.0 #1 - 왜 GTD인가? (4) | 2013.02.13 |
GTD 따라잡기 v2.0를 시작합니다 (12) | 2013.02.13 |
GTD의 성공
2001년 GTD의 등장 이후 사람들의 GTD에 대한 환영은 대단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블로그가 GTD를 다루었고 데스크탑과 웹 솔루션을 거쳐 셀수 없을 정도의 모바일 솔루션이 생겼습니다. 와이어드 잡지에서 GTD가 "정보사회의 새로운 컬트"라고 소개할 정도였죠. 인기는 아직도 식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아마존의 '시간관리' 분야에서 2위를 달리고 있더군요.
관심이 가는 모든 '열린 고리'를 적어놓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실천하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방법론이 왜 이리 인기를 끌었을까요? 그 이유를 파악하는 건 GTD이해에 중요한 열쇠를 차지합니다. Making it All Work에서 데이비드 알렌은 자신이 만든 GTD의 성공원인을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 무엇보다 방법론이 먹혔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었고 논리적이었다.
- GTD는 누구나 어떤 상황에든 사용가능한 툴을 사용해서 구현할 수 있었다.
- GTD가 해결하는 문제를 사람들이 알아봤다. 그리고 문제와 그에 대한 이해는 갈수록 커져갔다.
-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단계의 사고방식과 GTD는 맞아 떨어졌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첫번째와 두번째라 생각합니다. 일단 방법론이 먹혔습니다. 실제 GTD를 성공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처음 단계인 '수집'을 하며 정리안된 것들 다 모으고, 머리에 담겨있던 해결되지 않은 일들을 꺼집어 내어 적는 것만으로도 뭔가 더 정리된듯 생각하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GTD는 많은 사람들의 상황에 맞았습니다. GTD와 비교되는 프랭클린 시스템의 경우, 비전, 가치, 목표, 사명과 같은 거창한 그림을 먼저 그리고 나서 큰 뜻을 품고 매일의 태스크를 적어봅니다. 그런데 바쁜 일상에서 이 태스크들을 계획대로 해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전은 거창하게 새웠는데 직장가서 하는 일은 상사 뒤치닥거리이다 보니 그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지고 결국 비전은 개나 줘버려 이렇게 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GTD는 비전이니 가치니 이런 말 없이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일에 주목합니다. 미뤘던 일과 당장 급한 일에 집중해서 처리하는게 목표이지요. 그래서 'CEO 레벨은 프랭클린, 그 밑은 다 GTD'라는 말이 나오는 거지요 ^^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는 됩니다.
또한 GTD는 특정 제품에 연결되어 있는게 아니라 누구나 상황에 맞게 구현할 수 있는 생각의 원리라는 것도 환영받은 이유였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종이와 펜만 가지고도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GTD를 구현한 툴을 사용하더라도 각자 필요에 맞게 변경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GTD는 컨텍스트를 사용하라 가르치는데 정작 컨텍스트는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설정하면 되니까요. 수집->처리->정리->리뷰->실행으로 이어지는 방법론은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기에 각자 상황에 맞는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GTD는 정보기술에 익숙한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상황을 알렌은 이렇게 해석합니다. 정보기술이라는게 결국 '게으르게 살기 위한' 기술인데 GTD가 그런 면에 부합하다는 겁니다. 복잡한 머리를 단순화 시키고, 상황이 닥치면 생각할 필요없이 실행하는게 GTD의 목적이니까요.
GTD의 진화 - Making it All Work
GTD가 대단한 성공을 했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단 GTD가 그럴듯한데 막상 적용하려니 헷갈리는 겁니다. 이건 처음 책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죠. 예를 들어 두번째 단계인 '처리'에서 시간이 필요한 것을 따로 분류하라고 해놓고 3단계 정리에서 Someday/Maybe에 역시 나중에 처리할 항목을 정리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5단계 실행에서 뜬금없이 여섯단계로 나뉘어 할 일을 구분해서 생각하자고 이야기하는등 읽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방향성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알렌은 처음 책에서 Bottom-up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하나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죠. 이는 Top-down을 이야기하던 기존의 프랭클린 시스템과의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GTD와 프랭클린 시스템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엉뚱한 지도를 가지고 헤맬 때의 좌절감과 목적지를 찾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비효과적일 것인가를 한번 상상해 보라! 당신이 이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자신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또 두배 정도의 속도로 노력한다고 하자. 그러나 이같은 노력은 당신을 단지 엉뚱한 장소로만 더 빨리 데려갈 뿐이다. <중략> 그러나 문제는 당신이 아직도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행동이나 태도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잘못된 지도가 문제인 것이다. (일곱가지 습관, p30)
만약 어떤 그룹의 사람들 전체가 표준화된 수집 방법을 100% 적용한다면 (참고: ‘GTD를 적용한다면’이라 해석해도 무방함), 그들은 잘 조직된 배를 젓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그 배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아니 타야할 배에 제대로 탔는지조차 확실한 것은 아니다. 다만 타고 있는 배가, 가고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효과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Getting Things Done, p235)
스티븐 코비는 방향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다고 하는데 데이비드 알렌은 GTD가 일단 빨리 가게는 해주는데 방향은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에게 맞는 방법론이라는 비판도 받았죠. 사다리를 타고 열심히 올라갔는데 '여기가 아닌가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초기 GTD의 한계를 인식하고 또 이에 대한 비판을 수용해서 새로 GTD를 정립한게 Making it All Work입니다. 이전에 비해 GTD v2.0이라고 불릴만큼 중요한 변화들이 있었지요.
1. GTD 단계별로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GTD의 다섯 단계는 수집(Collect) -> 처리(Process) -> 정리(Organize) -> 검토(Review) -> 실행(Do)입니다. 알렌은 그동안 깊어진 생각을 반영해 포착(Capture) -> 명확화(Clarify) -> 정리(Organize) -> 반영(Reflect) -> 참여(Engage)라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정리'빼고는 다 바꾼 거지요. 저는 새로운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각 단계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더 명확해졌구요. 단계별 설명도 이전의 헷갈리는 부분 없이 깔끔하게 되어있습니다.
2. Bottom-up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Bottom-to-Top까지 확장되었습니다
GTD는 Bottom-up 방법론입니다. 그건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영역을 더 넓혔지요. Making it All Work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Control과 Perspective입니다. Control은 기존 GTD의 연장입니다. 닥친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요. Perspective는 GTD에서 잠깐 언급한 여섯개의 지평선(Six Horizons)를 확장한 겁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초점입니다. 바닥('Next Action')에서 출발해 꼭대기('Purpose and Principles')까지 시야를 확장합니다.
알렌은 거듭 주장합니다. 일단 닥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데 비전이나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할 수는 없다구요. 당장 이번달 말에 돌아오는 수표 결제를 못하는 회사가 회의에서 앞으로의 10년 계획을 논하자면 제대로 의논이 이루지겠냐는 거지요. 그래서 알렌은 현재 상황을 통제(Control)하는 것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후에 어떻게 생각의 지평(Perspective)을 넓혀가느냐를 이야기합니다. GTD에서 시작해 코비가 이야기한 비전과 가치의 영역까지 넘보는 거지요. 그래서 기존의 GTD는 Making it All Work에서는 반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제(Control)와 시각(Perspective)은 새로운 GTD에서는 중요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다음번에는 통제와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시간/행동 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평] 나 과장의 에버노트 분투기 (4) | 2014.01.22 |
---|---|
GTD v2.0 #3 - 제어와 관점, 두개의 축 (12) | 2013.03.08 |
GTD v2.0 #1 - 왜 GTD인가? (4) | 2013.02.13 |
GTD 따라잡기 v2.0를 시작합니다 (12) | 2013.02.13 |
Habit Change: 1st Target - Getting Rid of Distractions (2) | 2012.03.05 |
'미래 빚어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1) | 2014.02.18 |
---|---|
2014년의 지향 - 욕심이 실력을 앞서지 않게 (0) | 2014.01.15 |
다시 오천명을 먹이는 꿈을 꾼다 (0) | 2013.01.28 |
2013년의 지향 - 難忘之恩 (잊지 못할 은혜) (6) | 2013.01.04 |
결단 (3) | 2012.12.10 |
1. 정시 퇴근은 포기했습니다. 오늘내로 보고서를 부장에게 보내야 합니다. 전쟁 치르듯 보고서를 메일로 보내고 나니 책상은 서류로 덮혀있네요. 자료 찾느라 들치다 보니 정리는 엄두가 안납니다. 전철 안에서 며칠전 받은 운전면허 갱신 통지서가 생각납니다. 책상 어딘가에 있겠지 내일 찾자 하지만 내일도 분명 같은 날의 반복일겁니다. 고객전화 한통이면 아침에 세운 계획이고 뭐고 비상에 빠질테니까요.
2. 아이들 방 창고에 풀지 않은 박스가 하나 있습니다. 작년에 이사하면서 당장 쓰지 않을 것 같지만 버리긴 아까울 것 같아 창고에 놔뒀는데 벌써 일년이 되었습니다. 창고를 열고 그 박스를 볼 때마다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은 들지만 시간이 안나 놔두고 있었던 거죠. 잊고 살고 싶지만, 창고 근처만 가도 생각이 납니다. "너 저 박스 언제 정리할거야???" ㅡ.ㅡ
3. 스마트폰에 알람이 뜨네요. '캐피탈 그릴 예약'. 결혼 2주년 기념일이 3주 남았습니다. 비싸서 못가봤지만 너무 맛있다는 식당이 그 주간에 특별행사를 한다는 걸 어제 듣고 적어논 태스크입니다. 식당 웹사이트에 들어가 예약을 하니 다시 업무를 시작할 시간입니다. @직장과 @온라인 두개의 컨텍스트를 보니 일단 오늘 마무리할 보고서가 보이네요. 한참 작업중에 부장님 전화가 옵니다. 지난주 마무리한 프로젝트 후속 조치를 내일 아침 이야기하잡니다. 태스크 관리 프로그램을 열어 두가지 태스크를 적습니다. '프로젝트 프레젠테이션 리뷰하기', '프로젝트 후속 미팅 안건 생각하기'. 두 태스크는 일단 '인박스'리스트에 들어갑니다. 나중에 정리하면서 '넥스트'리스트로 옮기겠지요. 프레젠테이션 파일은 '레퍼런스' 폴더에 저장해 놨기에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리뷰는 퇴근하기 전에 하면 될 것 같고 안건은 퇴근 지하철에서 생각하면 될듯 합니다. 컨텍스트는 각각 @오프라인과 @어디서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달력을 열어 아침 미팅을 기록합니다. 그 시간에 옆팀 동료와 만나 지금 하는 프로젝트 관련 미팅이 잡혀있네요. 동료보다 부장이 더 중요하지요. 미팅 시간을 한시간 늦춥니다. 시간변경요청 메일이 갈겁니다. 또 알람이 뜨네요. 다음 미팅까지 10분 남았네요. 아까 하던 보고서를 다시 시작하자니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그래서 보고서 마지막에 아까 생각하던 내용을 짧게 적고 닫아버립니다. 태스크 리스트를 보니 @온라인에 '사내강의 신청하기'가 있네요. 인트라넷을 열어 신청하니 5분이 남았습니다. 커피 하나 뽑아서 들어가려고 여유있게 일어납니다 ^^
거의 모든 사람이 마음 한구석에 미뤄놨던 일이 자리를 잡고 앉아 계속 속삭이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인데, 한번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는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지요. 중요한 일인데 그냥 머리 속에 담아두고 정작 생각나야 할 때는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GTD의 기본 주장은 사람의 머리는 사람의 머리는 기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겁니다. 기억과 생각이 같은 머리를 나눠서 쓰기에 기억하는게 많아질수록,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줄어들게 되어 있습니다. 전화번호를 듣고, 어딘가 기록하기 전까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계속 되내어본 경험이 있는 분은 동감할 것입니다 ^^;;
"해야하는데 하지 못한 일"을 데이비드 알렌은 "열린 고리 (Open Loop)"라고 부릅니다. GTD의 첫번째 원칙은 모든 열린 고리를 머리에서 꺼집어내서 외부에 기록하는 것입니다. 열린 고리를 머리 속에 담아 두고 있으면 그만큼 생각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 전화해야하는데 생각을 하면서, 중요한 미팅에 참가한다고 해보세요. 두가지 생각이 영향을 주겠지요. 기억하려 애쓰면 생각하기 힘들어집니다. 기억할 건 머리에서 끄집어내 외부 장치에 적어놓으면 온전히 생각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GTD의 두번째 원칙은 그렇게 꺼낸 "열린 고리"들을 검토하고 정리해서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하기 위한 겁니다. 데이비드 알렌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일주일에 한번만 생각을 한다"라구요. 기억에 남아 신경 쓰이게 하는 일들을 다 꺼집어내고, 계속해서 들이닥치는 새로운 일들을 하나의 상자에 다 몰아넣고는 하나씩 꺼집어내어 처리를 합니다. 이건 오늘 해야돼. 이건 중요하지 않으니 버려. 이건 혹시 모르니 저장해두자.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컨텍스트를 정합니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한 일, 집에서 할 일, 아니면 전화를 걸 일. 그렇게 정리를 하면 각 상황별로 해야할 일을 꺼집어내는 겁니다. 예를 들어 한시간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 @전화 아니면 @어디서나 컨텍스트를 가진 일들을 봅니다. 운전하면서 전화를 하기도 하고, 구상도 합니다.
특별한 것 없죠? 해야할 일 다 적고 어떻게 처리할지 정리한 다음, 실행하면 되는 겁니다. 다음번에는 이런 상식적인 시스템을 왜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Getting Things Done의 GTD와 Making it All Work의 GTD는 어떻게 다른지도 소개하려합니다.
추가1: 요즘 좀 바쁘네요. 블로깅할 시간을 못찾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GTD를 필요로 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추가2: 원래 제목을 "GTD 따라잡기 v2.0" - 이렇게 하려 했는데 좀 번잡하네요. 그냥 GTD v2.0으로 하겠습니다 ^^
'시간/행동 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GTD v2.0 #3 - 제어와 관점, 두개의 축 (12) | 2013.03.08 |
---|---|
GTD v2.0 #2 - GTD의 성공 그리고 진화 (7) | 2013.03.03 |
GTD 따라잡기 v2.0를 시작합니다 (12) | 2013.02.13 |
Habit Change: 1st Target - Getting Rid of Distractions (2) | 2012.03.05 |
GTD 정복하기 #1 - 서평: Making it All Work (8) | 2012.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