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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 4. 08:29

얼마전 대선 결과 때문에 마음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예 블로그도 안하고, 트위터도 안보며 한국쪽과는 문을 닫고 살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블로그를 닫을 필요는 없다 싶더군요. 오히려 세상을 바꾸기 보다 처한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감사하게도 주위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올해 첫 포스팅을 2013년의 지향으로 시작합니다. 2009년부터 해마다 사자성어를 선택해 그해 나아갈 방향으로 삼았습니다.  

2009년의 지향 - 靜心如水 (물과 같이 고요한 마음)  
2010년의 지향 - 誠勤是寶 (성실과 근면이 곧 보배) 
2011년의 지향 - 學而時習 (배우고 시기에 맞게 익히며)
2012년의 지향 - 心行合一 (마음과 행함이 하나가 되도록) 

2012년을 생각했습니다. 작년 한해 제가 지나온 길을 헤아리며 올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했지요. 2012년은 제 삶에서 어쩌면 최악의 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레이오프를 경험했고, 우울증도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잘 견디는 것 같았지만 어느새 쉬운 해결책으로 도망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원망하고 문제를 회피하는 것으로 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레이오프 직후에 하나님이 저에게 도전하신 것이 있었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그를 주님으로 섬길 것인지였죠. 직장을 못구하고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그리고 무능한 가장이라 여겨져도 하나님이 나의 산성임을 고백하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모든 질문은 '오직 주만이'라는 찬양의 가사로 시작했었지요. 그때는 그러겠다 답했지만 진심은 아니었나 봅니다. 모든 일이 다 잘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 능력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힘들어졌습니다.

2013년으로 들어선 첫 시간에 다시 그 찬양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반년전의 질문을 다시 받았습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고맙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다시 고백했습니다. 받은 은혜를 생각하며 어떤 상황에도 하나님을 주로 섬기겠다는 고백을요. 

상황이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불필요한 지출이 생겼고, 매일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받은 은혜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감사하며 살겠다고 결단합니다. 객관적 기준으로야 적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나누며 살아가겠습니다. 시간과 재물을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남을 돕겠습니다.   

난망지은 (難忘之恩). 잊어버리기 힘든 은혜라는 뜻입니다. 그런 은혜를 제가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반년동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이제 받은 은혜를 기억하며 다가올 어려움을 이겨나가렵니다. 어리광 그만 부리고 한걸음 한걸음 더 성숙해지겠습니다. 그리고 받은 은혜를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겠습니다. 

이 글을 쓸 수 있는 마음과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니까요 ^^




2012. 12. 20. 00:02





"분하고 창피합니다."






2012. 12. 17. 00:23

한국 대선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대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이렇다. 개인차원에선 성품과 자질,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적 가치로는 나눔과 발전이다. 마지막으로 역사와 외교에서 최소한 부끄럽지는 않아야겠다는 거다.

먼저 성품과 자질이다. 개인의 살아온 길이 그 사람의 성품을 말한다. 수석의 성적으로 서울대에 갈 수도 있었을 그는 장학금 때문에 경희대로 갔다. 부유하지 않음으로 받을 불편함을 일찍부터 경험한 거다. 그럼에도 그는 독재에 반대하다 투옥되었다. 고시에 합격, 차석으로 연수원을 마쳤다. 과거 전력 때문에 판검사로 못갔지만 김앤장 같은 보장된 길을 택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인권변호사의 길을 선택했다. 노무현을 만났고, 친구의 부탁을 받아 정치권에 발을 들였고, 지금 대통령 후보로 서있다. 평생 대통령이 되기만을 바라고 살아왔던 박근혜에 비해 정치에서 떠났었지만 친구의 죽음에 돌아온 문재인이 더 욕심없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은 확실하다.

문재인이라고 평생 성자처럼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들추면 비판받을 짓이 없지는 않겠지. 또한 청와대에 들어간 후로 동창들과 연락을 끊고 살면서까지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자 했다던 그지만, 권력의 중심부에 있다보니 주위에서 알아서 기는 일이 없지는 않았을거다. 요즘 들리는 아들 취업과 관련된 의혹은 알아서 기었던 경우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그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박근혜와 비교하면 누구의 성품이 뛰어난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듯. 남을 위해 평생 살아온 사람과 남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사고의 틀 자체가 다르다. 시장 가서 상인들에게 잘 살게 해줄거라 말하면서 그 상인들 보호하는 법안의 반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사람이 박근혜다. (요즘은 그런 자기모순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설마 그 정도까지랴마는.)

자리가 자리니만큼 자질도 중요하다. 이것도 사실 말할 필요도 없다. '진보 = 종북좌빨'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박근혜 아니면 안돼라는 사람도 대선토론은 보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니까 ^^ 10분전에 자신이 반대한 내용을 가지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사람이 총없는 전쟁터인 외교무대에 선다고 상상하면 정말 소름이 끼친다. 그렇다고 좋은 사람을 들여서 쓸 수 있는 성품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에 비해 항상 비교우위에 있기에 자질 논란이 없었던 문재인이 정말 잘할까에 대한 의문은 있다. 개인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성품면에서 탁월했지만 대통령은 그의 그릇을 넘어선 자리였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대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문재인이 가지고 있을지. 단일화나 그 이후 보여준 참을성과 포용력에서 그럴거라는 신호를 보지만 이 질문은 대통령이 된 그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거다.

정치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민주주의다. 민주주의가 뭐냐라는 건 나말고 제대로 정리해줄 사람이 많으니까 넘어가지만 일단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투명하고 공정한 방법으로 취합해 적합한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라고 생각이 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비판받을 여지는 다 있을듯. 그놈이 그놈이다 말할 수 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판단한다면 진보진영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다. 두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미리 정해진 사고의 틀(내편 너편이 대표적인 예)을 벋어나지 못하고 모든 사안을 그 틀에서 결정하는 사람과 어느것이 옳은지 사안별로 결정하는 사람. 지금 한국에는 후자의 사고가 더 필요하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아직도 전자의 사고를 한다. 그 사고를 이용해왔던게 이땅의 수구였고. 여전히 벌어지는 종북 타령. 지겹지도 않나. 언론을 장악하면 모든 것이 자기네 뜻대로 될거라는 교만함. 이런 집단이 민주주의를 한다 말할 자격은 없다. 자정능력이 있느냐도 중요한 가치. 어느 집단이든 사고 치는 사람은 존재한다. 중요한건 그 이후 어떻게 하느냐다. 성폭행범이든 사기꾼이든 일단 도움이 된다 싶으면 계속 자리에 앉히는 것. 진보진영에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깨끗하다. 출발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자기모순을 해결해나가려는 집단이 사회적 발전도 이룰 수 있다. 반대로 끊임없이 자기모순을 덮어나가는 집단에게서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한국은 더 나누는 세상이 되어야한다.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미국에서 복지를 더 늘릴 필요가 있느냐라는 질문은 타당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건 뭘 모르거나 이기주의다. 정혜신 박사의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봤다. 15분인가 진행하는 동안 문재인 이야기는 2~3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머지 시간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 이야기. 왜 사회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야하는지에 대한 탄원이었다. 그래야 한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돌보는 것이 옳은 일임을 그렇게 살아야 함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 그 점에서 이 연설을 내보낸 문재인 캠프에게 고맙다. 아울러 그가 대통령이 되면 이 연설을 일주일에 한번씩 보면서 계속 다짐 했으면 한다. 더 이상 이런 아픔이 생기지 않도록. 대통령은 그런 일 하라고 뽑히는 거 아닌가. 그럴때 진정한 발전이 있다고 믿는다. 양쪽 후보 둘다 그런 세상 만들겠다고 하지만, 다시 한번 지나간 길을 보면 사람의 진정을 알 수 있다. 참여정부하에 벌어진 잘못들(비정규직 확대, 노동자 탄압)에 대해 문재인이 자유스러울 수는 없지만, 최저임금 인상안을 얼마전에 부결시킨 후보보다는 나은 것 아닌가. 최소한 문재인은 잘못을 인정하고, 박근혜처럼 드러난 거짓말은 안하니까.

마지막으로 역사와 외교적인 면. 얼마전 북한이 로켓을 쏘는 것을 보며 북한은 박근혜가 되길 원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렇다고 한다.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걸 보면 자기들 세습도 국민들에게 정당화시킬 수 있고 어느정도의 긴장이 정권유지에 도움이 될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너무 만만해서 박근혜를 원하는 건 아닐까 의문도 든다.) 그런데 북한 빼고는 박근혜 당선을 원하는 나라는 없는듯 하다. 아 일본도 있구나. 만주군 장교 출신 박정희의 딸을 일본은 당연히 좋아할 수 밖에. 난 한번의 잘못으로 개인의 평생을 더구나 후손에까지 낙인 찍는 것은 반대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일 뿐이다. 아버지가 친일파고 독재자였다고 딸이 욕먹을 일은 없다. 하지만 아버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으로 덕을 보려는 거라면 문제가 다르다. 누구 말대로 박근혜가 독재자의 딸이라 반대하는게 아니라 박근혜가 독재자가 될 것이기에 반대하는 거다. 그리고 한마디로 너무 창피하지 않나. 독재자의 딸이라는 타임지 보도를 실력자의 딸이라 호도하며 정신승리하는 우물안 개구리의 모습. 얼마나 우습겠나. (얼마전에는 해외 언론들에게 독재자라는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 참 가지가지 한다.)

또한 친일파에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어떨까? 안그래도 나만 잘살면 무슨짓이든 상관없다 생각하는 세상인데 14범 사기쑨이 대통령이 되어 온갖 분탕질을 했음에도 독재자의 딸을 대통령으로 뽑아주는 나라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선하게 살아야한다라는 가치를 이해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최악을 막기 위해 차선 혹은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라고 문재인이 당선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예수님 재림하기 전까지 어차피 모든 선거는 차선을 뽑는거다. 그런면에서 지금 카드중 최선의 카드가 최선인 거다. 그리고 문재인 정도면 역대 후보중 최상급 아닌가? 난 그가 노무현을 뛰어넘기를 바라고 또 그럴 수 있다고 믿는다. 그를 친구로 두어서 자신이 대통령감이라 생각한 노무현의 판단. 그 판단을 믿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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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2. 10. 02:28

친분이 있는 정신과 의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평소에 궁금했던 걸 물어봤습니다. 

"정신과 의사는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 해결을 하나요? 다른 의사한테 가나요?"

"그럴 수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는 먼저 결단을 합니다. 상황이 어떻든 행복하겠다는 결단이요. 그러면 왠만한 일에 흔들리지 않아요. 그리고 그 결단을 환자와 나누는 거지요."

마음에 깊이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여러번 이야기했던 일곱가지 습관의 첫번째 "Be Proactive"에서 강조하는 Response-ability와 같은 이야기지요. 상황이 어떻든 우리는 결단할 수 있습니다. 책임감있게 항상 행복할 것이라구요. 

다시 한번 결단합니다. 십년후의 삶을 내가 책임지겠다는. 그 삶은 지금의 일상에서 내리는 결정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요. 

다 같이 행복하자구요. 아무리 힘들더라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행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2012. 12. 8. 03:43

한국을 떠나 미국에 자리잡은지 14년. 이제 국적도 바뀐 상태라 투표도 못하는데 그래도 선거 때만 되면 관심이 한국에 집중된다. 8개월 동안 하지 않던 트위터도 기웃거리게 되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아이폰으로 대선 관련 소식을 읽는다. 미국 대선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한국 대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한국이 좋은 나라가 되길 원한다. 잘 사는 나라, 힘이 있는 나라가 되길 원한다. 무엇보다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하나님의 정의에 한발자욱이라도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그리고 나누며 살아가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그래야 나도 내 아이들도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테니까.

지금의 한국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신경이 쓰이는 거다. 

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문재인이 노무현의 친구"가 아니라 "노무현이 문재인의 친구"임을 자랑했다. 비록 말은 어눌하고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부족하더라도 그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이 조금은 더 정의로와질 수 있을 거다. 그는 차선이 아니라 최선의 카드다. 

삶의 장소가 바뀐 이상 사는 이곳에 관심을 더 기울이며 살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라도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노무현을 띄어넘어 한국을 더 멋진 나라로 만들기 바란다. 그럼 기분좋게 한국에 대한 관심(아니 걱정)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박근혜가 뽑혀도 나는 한국에 대한 관심을 접을 거다. 그때는 누가 물어보면 중국에서 왔다고 할거다. 창피해서 한국인이라 어떻게 말을 하냐. 제발 그런 시나리오는 생기지 않기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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