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D의 성공
2001년 GTD의 등장 이후 사람들의 GTD에 대한 환영은 대단했습니다. 수없이 많은 블로그가 GTD를 다루었고 데스크탑과 웹 솔루션을 거쳐 셀수 없을 정도의 모바일 솔루션이 생겼습니다. 와이어드 잡지에서 GTD가 "정보사회의 새로운 컬트"라고 소개할 정도였죠. 인기는 아직도 식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아마존의 '시간관리' 분야에서 2위를 달리고 있더군요.
관심이 가는 모든 '열린 고리'를 적어놓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실천하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방법론이 왜 이리 인기를 끌었을까요? 그 이유를 파악하는 건 GTD이해에 중요한 열쇠를 차지합니다. Making it All Work에서 데이비드 알렌은 자신이 만든 GTD의 성공원인을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 무엇보다 방법론이 먹혔다.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었고 논리적이었다.
- GTD는 누구나 어떤 상황에든 사용가능한 툴을 사용해서 구현할 수 있었다.
- GTD가 해결하는 문제를 사람들이 알아봤다. 그리고 문제와 그에 대한 이해는 갈수록 커져갔다.
-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단계의 사고방식과 GTD는 맞아 떨어졌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첫번째와 두번째라 생각합니다. 일단 방법론이 먹혔습니다. 실제 GTD를 성공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도 처음 단계인 '수집'을 하며 정리안된 것들 다 모으고, 머리에 담겨있던 해결되지 않은 일들을 꺼집어 내어 적는 것만으로도 뭔가 더 정리된듯 생각하게 되니까요.
무엇보다 GTD는 많은 사람들의 상황에 맞았습니다. GTD와 비교되는 프랭클린 시스템의 경우, 비전, 가치, 목표, 사명과 같은 거창한 그림을 먼저 그리고 나서 큰 뜻을 품고 매일의 태스크를 적어봅니다. 그런데 바쁜 일상에서 이 태스크들을 계획대로 해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비전은 거창하게 새웠는데 직장가서 하는 일은 상사 뒤치닥거리이다 보니 그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지고 결국 비전은 개나 줘버려 이렇게 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GTD는 비전이니 가치니 이런 말 없이 일단 눈 앞에 보이는 일에 주목합니다. 미뤘던 일과 당장 급한 일에 집중해서 처리하는게 목표이지요. 그래서 'CEO 레벨은 프랭클린, 그 밑은 다 GTD'라는 말이 나오는 거지요 ^^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는 됩니다.
또한 GTD는 특정 제품에 연결되어 있는게 아니라 누구나 상황에 맞게 구현할 수 있는 생각의 원리라는 것도 환영받은 이유였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종이와 펜만 가지고도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아니면 GTD를 구현한 툴을 사용하더라도 각자 필요에 맞게 변경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GTD는 컨텍스트를 사용하라 가르치는데 정작 컨텍스트는 사용자가 상황에 맞게 설정하면 되니까요. 수집->처리->정리->리뷰->실행으로 이어지는 방법론은 쉽게 기억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기에 각자 상황에 맞는 방법론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GTD는 정보기술에 익숙한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상황을 알렌은 이렇게 해석합니다. 정보기술이라는게 결국 '게으르게 살기 위한' 기술인데 GTD가 그런 면에 부합하다는 겁니다. 복잡한 머리를 단순화 시키고, 상황이 닥치면 생각할 필요없이 실행하는게 GTD의 목적이니까요.
GTD의 진화 - Making it All Work
GTD가 대단한 성공을 했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단 GTD가 그럴듯한데 막상 적용하려니 헷갈리는 겁니다. 이건 처음 책이 가지고 있었던 문제죠. 예를 들어 두번째 단계인 '처리'에서 시간이 필요한 것을 따로 분류하라고 해놓고 3단계 정리에서 Someday/Maybe에 역시 나중에 처리할 항목을 정리하라고 이야기하는 것 5단계 실행에서 뜬금없이 여섯단계로 나뉘어 할 일을 구분해서 생각하자고 이야기하는등 읽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방향성이 없다는 거였습니다. 알렌은 처음 책에서 Bottom-up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하나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었죠. 이는 Top-down을 이야기하던 기존의 프랭클린 시스템과의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GTD와 프랭클린 시스템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엉뚱한 지도를 가지고 헤맬 때의 좌절감과 목적지를 찾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비효과적일 것인가를 한번 상상해 보라! 당신이 이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평소처럼 자신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또 두배 정도의 속도로 노력한다고 하자. 그러나 이같은 노력은 당신을 단지 엉뚱한 장소로만 더 빨리 데려갈 뿐이다. <중략> 그러나 문제는 당신이 아직도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는 행동이나 태도와는 아무 관계가 없고 잘못된 지도가 문제인 것이다. (일곱가지 습관, p30)
만약 어떤 그룹의 사람들 전체가 표준화된 수집 방법을 100% 적용한다면 (참고: ‘GTD를 적용한다면’이라 해석해도 무방함), 그들은 잘 조직된 배를 젓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그 배가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 아니 타야할 배에 제대로 탔는지조차 확실한 것은 아니다. 다만 타고 있는 배가, 가고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효과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Getting Things Done, p235)
스티븐 코비는 방향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다고 하는데 데이비드 알렌은 GTD가 일단 빨리 가게는 해주는데 방향은 모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일개미에게 맞는 방법론이라는 비판도 받았죠. 사다리를 타고 열심히 올라갔는데 '여기가 아닌가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초기 GTD의 한계를 인식하고 또 이에 대한 비판을 수용해서 새로 GTD를 정립한게 Making it All Work입니다. 이전에 비해 GTD v2.0이라고 불릴만큼 중요한 변화들이 있었지요.
1. GTD 단계별로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GTD의 다섯 단계는 수집(Collect) -> 처리(Process) -> 정리(Organize) -> 검토(Review) -> 실행(Do)입니다. 알렌은 그동안 깊어진 생각을 반영해 포착(Capture) -> 명확화(Clarify) -> 정리(Organize) -> 반영(Reflect) -> 참여(Engage)라는 새로운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정리'빼고는 다 바꾼 거지요. 저는 새로운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각 단계가 왜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하는지 더 명확해졌구요. 단계별 설명도 이전의 헷갈리는 부분 없이 깔끔하게 되어있습니다.
2. Bottom-up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Bottom-to-Top까지 확장되었습니다
GTD는 Bottom-up 방법론입니다. 그건 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영역을 더 넓혔지요. Making it All Work은 크게 두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Control과 Perspective입니다. Control은 기존 GTD의 연장입니다. 닥친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요. Perspective는 GTD에서 잠깐 언급한 여섯개의 지평선(Six Horizons)를 확장한 겁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초점입니다. 바닥('Next Action')에서 출발해 꼭대기('Purpose and Principles')까지 시야를 확장합니다.
알렌은 거듭 주장합니다. 일단 닥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데 비전이나 가치에 대한 생각을 할 수는 없다구요. 당장 이번달 말에 돌아오는 수표 결제를 못하는 회사가 회의에서 앞으로의 10년 계획을 논하자면 제대로 의논이 이루지겠냐는 거지요. 그래서 알렌은 현재 상황을 통제(Control)하는 것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후에 어떻게 생각의 지평(Perspective)을 넓혀가느냐를 이야기합니다. GTD에서 시작해 코비가 이야기한 비전과 가치의 영역까지 넘보는 거지요. 그래서 기존의 GTD는 Making it All Work에서는 반 정도의 비중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제(Control)와 시각(Perspective)은 새로운 GTD에서는 중요한 관점을 제공합니다. 다음번에는 통제와 시각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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