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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 18:40
평소에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생각이 머리 속에서 무르익어, 그 생각이 넘쳐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 제 생각과 비슷하면서도 더욱 더 깊이 있는 글을 보았습니다.

'바탕을 갖추어라'라는 제목으로 '문장학'을 배우고 싶다고 다산선생을 찾아온 이인영이라는 젊은이에게 다산 선생이 주신 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네 우선 거기 앉게. 내가 자네에게 말해주겠네. 문장이란 무슨 물건일까? 학식은 안으로 쌓이고, 문장은 겉으로 펴는 것일세.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살가죽에 윤기가 나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것과 다를게 없지. 그러니 어찌 문장만 따로 쳐서 취할 수가 있겠는가? <중략>

예악형정(禮樂刑政)의 도구와 전장법도(典章法度)의 전고가 가슴속에 빼곡하여, 사물이나 일과 만나 시비가 맞붙고 이해가 서로 드러나게 되면, 내가 마음 속에 자욱하게 쌓아둔 것이 큰 바다가 넘치듯 넘실거려 한바탕 세상에 내놓아 천하 만세의 장관이 되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네. 그 형세를 능히 가로막을 수 없게 되면 내가 드러내려 했던 것을 한바탕 토해놓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네. 이를 본사람들이 서로들 '문장이다!'라고들 하니, 이런 것을 일러 문장이라 하는 것일세. 어찌 풀을 뽑고 바람을 우러르며 빠르게 내달려, 이른바 문장이라는 것만을 붙들어 삼킬 수가 있겠는가?"

문장은 결과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얼굴 위에 오른 불콰한 낯빛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산선생은 또 다른 곳에서는, 학문을 하는 자는 지름길을 찾아가야 한다 말합니다. 맨땅에 헤딩하듯 하는 공부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지요. 허나, 순서에 맞추어 차근 차근 낳아가는 것이, 비록 보기에는 더디어 보이나, 그것이 진정 지름길이라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요즘 제 학습의 속도가 세상의 변화에 못 맞추는 것 같아,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습니다. 제 바탕이 아직 모자른듯 해서요. 조금 더 바탕을 갖추고 나면, 실제 제 쓰임새도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좀더 기본을 닦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2007. 8. 30. 12:06
스티븐 코비가 쓴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을 보면 앞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는 <중략> 1776년 이래 미국에서 성공과 관련하여 출간된 책과 문헌에 대해 심층조사를 해 보았다. <중략> 최근 50년간의 성공문헌들 대부분이 피상적 해결책만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중략> 사회적 이미지에 대한 의식, 다양한 기법들, 그리고 응급처치식 대응책 등으로 가득차 있었다. <중략>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건국후 최초 150년간에 나온 거의 대부분의 문헌들은 성품윤리(Character Ethics)라고 부르는 인성에 관심을 집중시켰다. 여기에는 예컨대 언행일치, 겸손, 충성, 절제, 용기, 정의, 인내, 근면, 소박, 수수함, 그리고 황금률 등이 있다."

최초 150년간 자기개발의 초점이 인성을 갖추는 것이였다면, 최근 50년간의 자기개발은 기법이나 기술을 강조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주로 개인이나 대중을 상대할 때 필요한 각종 기법, 혹은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이야기하지요. 이런 접근 방법의 문제점은 근본적인 변화없이 겉으로 보이는 것의 변화 만을 이끌어낸다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는 자기 기만이나 위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스티븐 코비와 그의 아내는 아들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보면서 기법이나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성품이나 동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일차적인 특성 - 성품이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강조하게 됩니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만날 때 밝은 미소를 지어라"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부하 직원을 섬기는 마음으로 대하라"라는 식의 일회용 반창고 같은 해결책만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적극적 사고가 필요한지, 인생의 가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한지, 그리고 소중한 것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돌아가고, 사회가 배금주의에 젖어가는 지경이라 ...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쉽게 돈버는 것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피상적인 해결책을 넘어서 '시크릿'같은 사이비 종교가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현혹시키고 있구요.

그래서 그런가요? 다시 한번 스티븐 코비가 말한 성품의 가치를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세상은 모두 다 빠르고, 급하고, 그리고 쉬운 쪽으로 가고 있지만 그래도 중요한 가치는 없어지지 않겠지요. 다시 "일곱가지 습관"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자기 계발"과 "성장"이라는 명목하에 제가 놓지고 있던 가치가 있지 않았나 돌아봐야겠습니다.



2007. 8. 30. 04:02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 대화를 통해 하나의 합일점에 이르는
과정은 그 나름의 희열을 가지고 있지요. 혹은 서로 다른 이의 생각이 틀리다고 생각할 때, 각자 논거를 제시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행위 또한 즐거운 일일 수 있습니다.

근데... 전 글을 쓰면 아무도 제 글에 대해 논쟁을 안하네요. 무관심이라고 해야할지 ㅡ.ㅡ;;;

아래의 "시크릿 비판적 읽기"만 해도 반대글이 안달리네요.
여기저기 다녀보니 시크릿 추종자분 많으시던데... 왜 저한테는 이야기를 안 거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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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29. 22:36
이 글을 수정해서 여기에 다시 글을 올렸습니다. 지금은 내용이 같지만 글을 수정한다면 나중에 포스팅한 글만 바꿀 생각입니다.

0. 들어가며


6,7 년 전의 일인 것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종교적 광신 때문에 자신의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를 보았다. 화면에 비쳐진 열살쯤 되었다는 여자아이는 온몸은 삐쩍 말랐음에도 배는 마치 아이를 밴 것처럼 불러 있었다. 복막염이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병원에 갔었다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아빠의 광적인 믿음으로 몇년간 방치했기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딸을 옆에 두고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게 기억이 난다. "하나님이 고쳐주실 거다. 우리는 그냥 믿고 기다리면 된다." 고통받는 그 아이가 너무나 불쌍해서, 제발 하루만이라도 고통받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보통 이런 믿음을 "광신"이라고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미친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미치광이의 믿음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The Secret은 호주에 살던 론다 번이라는 여자가 쓴 DVD와 책의 제목이다. DVD를 먼저 제작했고, 이후 책을 썼다. 이혼녀로 힘들게 살아가던 론다는 딸이 건네준 <부자가 되는 과학>(윌러스 워틀스, 1910)을 보고 "비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전파하기 위해 미국에 와서 DVD와 책을 제작한다. 책과 DVD가 유명해진 것은 아마도 오프라윈프리쇼가 큰 작용을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광고하듯 오프라쇼 홈피를 마비시키며 급히 후속편을 편성하게까지 되었다. 어떤 이들은 자기도취에 빠져 무책임하게 책을 선택한 오프라의 실수중 하나라고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책은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상관없이 베스트셀러에 다 올라가 있다.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성공학, 혹은 자기계발을 위한 책으로 팔리고 있다. 원본에 없던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부제와 함께...

알고 보면 결코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에는 저급한 성공만능주의와 고생을 하지 않고 부만 가지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이기주의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이 눈을 가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나도 이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믿고 싶었으니 누굴 탓하랴만.

1. "시크릿"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인물 소개를 빼고 2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몇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주에는 변하지 않는 법칙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끌어당김의 법칙 (Law of attraction)"이다. 이 법칙의 기반에는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상이 있으며, 이 사상은 최근 양자역학의 새로운 발견들이 뒷받침한다(고 이책은 주장한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일정한 주파수를 우주에 내보내고,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원하는 것이 끌려오게 되어있다. 부를 원하면 부가, 건강을 원하면 건강이. 우주의 모든 것이 카달로그에 담겨있다 생각하고 선택만 하면 된다. 단 부정적인 생각은 하면 안된다. "아프면 어떡하지"하면 아프게 되니까 "건강한 내 모습"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런 책이 대부분 그렇듯이 원칙을 믿고 불구에서 일어난 사람, 엄청난 부를 간직한 사람, 베스트 셀러의 작가가 된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들은 다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 셰익스피어, 베토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이작뉴턴, 괴테 등등. 최근에 이르러서는 마더테레사와 처칠의 이름도 등장한다. 아... 성배를 지키기에 바빴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사실은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 힌두교, 신비주의,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등도 이 비밀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1%만 알고 있었다는 이 비밀은 사실은 책으로, 사상운동으로 여러사람에 의해 주장되어졌다. 론다 번이 읽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이 1910에 나왔고,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은 1952년도의<긍정적 사고의 힘> 이후 수도 없다. 사상적 기반이 되는 신사상(New Thought)운동도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1%만이 숨겨두고 알았다기 보다는 1%도 안되는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는게 진실 아닐까?

2. "시크릿"은 과학인가?

'비밀'은 결국 '끌어당김의 원리'이다. 그 기반이 되는 사상은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고, 이는 양자물리학자의 지난 80년간의 공로와 발견에 의해 뒷받침되어 진다고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 중간중간 양자물리학을 집어넣으면서 마치 '끌어당김의 원리'는 과학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먼저 양자물리학이 뭔가 생각해보자. 양자 물리학이란 "전 자, 원자핵 등 미시적 세계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물리 이론이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진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의 아원자입자에 관련된 실험들의 결과는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하기 힘들었기에, 새로운 역학체계가 필요했다. 막스 프랑크가 양자 가설을 내놓음으로서 이를 기반하여 현대의 양자물리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양자물리학을 바라보는 두가지의 큰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불확실성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론적 설명이다. 현상만 보면 양자의 위치는 확률로밖에 계산할 수 없다. 이를 표현하자면 파장(wave function)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확률적인 현상을 액면그대로 결정론의 한계로 보고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 코펜하겐의 해석이다. 반대로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인슈타인은 그 유명한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며 숨은변수이론(local hidden variable theory)을 제시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끌어당김의 원리'와 양자물리학이 연관되는 것은 뇌파(brainwave)와 입자가 파장으로 표현된다는 것 뿐이다. 우주가 정신으로 이루어졌다느니, 사람의 뇌파가 우주를 움직인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긴 얼마전에는 양자물리학을 이용해 암을 고친다는 사람도 봤으니, 끌어당겨 쓰겠다면 어떻게든 연관을 짓겠지만 말이다.

그보다 '시크릿'이 과학이 아닌 이유는 더 근본적인 것에 있다.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려면 어떤 가설을 부정하거나 증명할 수 있어야한다 (Falsifiability). 책에 보면 '비밀'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원칙이라 불릴려면 지속적으로 기대치에 부응하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비밀'의 경우 그런지 아닌지 테스트할 방법이 전혀 없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비밀'의 덕이고 나쁜 결과는 자신의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를 위해 '비밀'은 기독교에서 빌려온 원칙으로 방패막이를 해놓는다. '비밀'이 작동할려면 1. 구해야 하고 2. 믿어야 하고 3. 이미 가진줄 알고 즐겨야 한다. 좋은 일이 생기면 '비밀'의 덕이고 생기지 않으면 세단계중 어디에서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비밀'은 항상 정확히 작동하는 것이 된다 ^^;;;

다른 종교들이 '비밀'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어느 종교든지 이런식의 '선택적 관찰 (selective observation)'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잘되면 '신 혹은 비밀'의 탓. 못되면 내가 부족해서...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교든 '비밀' 숭배자든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쯧쯧... 믿음이 그렇게 부족해서 무슨 복을 받겠나"

3. '시크릿'은 종교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시크릿'은 과학이 아니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개인이 믿고 안 믿고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시크릿'은 종교인가? 일반적으로 종교를 종교에서 제시하는 교리를 믿는 시스템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시크릿'은 종교이다.

하지만 굳이 다른 종교와 비교를 한다면 '시크릿'은 수준낮은 사이비 기복 종교에 불과하다. 나무밑에 물 떠놓고 내 자식 잘 되라고 열심히 손 비비던... 딱 그 수준이다.

세상에 그래도 가치있다고 인정받는 종교들,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등을 보면 절대선의 개념이 존재한다. 이 종교의 신들은 신자들이 원한다고 아무거나 던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가다가 쇼윈도 안에 걸려있는 예쁜 목걸이를 보고 하나님에게 아무리 열심히 기도한들... 그 목걸이가 갑자기 목에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크릿' DVD는 이렇게 시작한다.)

'시크릿'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같은 내용의 두 구절을 인용한다. 그 중의 하나가 이거다. "너희가 기도할 때 믿고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 (마태복음 21:22) 하지만 성경의 다른 곳에는 "그런데 구해도 얻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이 정욕에 쓰려고 잘못된 동기로 구하기 때문입니다."(야고보서 4:3)라고 경고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시크릿'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종교라면 공통적인 원리이다.

'시크릿'의 신이 되는 개인은 선악의 개념이 없다. 그냥 원하면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절대적인 선의 가치가 없는 종교는 미아리나 계룡산에 가면 수없이 볼 수 있다.

4. '시크릿'은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재난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무언가 잘못 원했거나, 혹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수마트라 지진(쓰나미) 때문에 죽은 16만명, 그로 인해 이재민이 된 30만명은 다 그들의 생각의 주파수가 그 사건의 주파수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말대로 하나님의 저주인줄 알았는데 그 목사가 틀렸나 보다. 카트리나 때문에 죽은 사람들, 9.11때 쌍둥이 빌딩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다 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좋은 생각을 했었어야 하는데 "혹시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하며 평소에 불길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현장에 다 모여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내란에 기근에 고생하는 모든 나라들, 동정해 줄 필요없다. 그 나라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좋은 일이 꼬이는 것 뿐이다.

'시크릿'이 말하는 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유이다. 자기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이 이야기는 한페이지 정도밖에 이야기 안하고 넘어갔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비밀'의 선물은 모두가 다 부나 명예, 건강과 같은 개인의 영달에 관한 것이다. 즉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이 꿈꾸는 삶이 바로 내가 요즘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한다. 나는 45억짜리 저택에 산다... 온갖 먼진 곳으로 휴가도 간다... 이 모든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비밀을 알고 있기에." - 잭 캔필드

돈이든 건강이든 원하는 대로 다 받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다. 누가 '돈을 벌려면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고생을 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즉시 버려야 한다 (131p). 많아서 못 받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주는 무한하고, 받고자 하는 것은 이미 우주 어딘가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파수가 맞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주파수만 맞으면 '짜잔~'하고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선악의 개념도 없다. 돈이 왜 필요한지, 건강이 왜 필요한지 상관없다. 내가 곧 신이기 때문에 내가 원한다면 끝인 것이다. 이 책을 보니 전두환은 아마도 비밀을 알았나 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의 행복을 파괴하고도, 전재산이 29만원인 사람이 그렇게 호위호식하면서 살고 있다니. 어떻게 그렇게 살아가나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다. 그건 바로 '비밀' 때문이다. 전두환이 원했는지 이순자가 원했는지 모르지만 둘중 하나는 굉장히 믿음이 좋은게 분명하다.

좋은 것만 생각해야 하니 불행한 사람을 쳐다보는 것도 안된다. 길거리의 거지를 보고 "저 사람처럼 살면 안될텐데"라고 생각만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머리에서는 "거지"라는 전파가 이미 송출되었으니까. 바꾸지 않으면 내가 거지가 된다. 빨리 좋은 생각을 해야한다. 타워팰리스에서 사는 내 모습, BMW를 몰고 예쁜 여자친구와 드라이브하는 모습...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 비밀을 알았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테레사 수녀는 왜 평생을 인도의 고아원에서 고아들을 돌보며서 살았을까? 믿음이 적어서일까? 테레사 수녀는 그 삶을 원했다고 하자. 왜냐하면 그것은 가치있는 삶이니까. 그런데 왜 그 비밀을 고아들에게 나누어주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모두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힘들게 지원금를 요청하러 다니지 않아도 될테고. 테레사 수녀가 인도에서 보낸 70년 동안 열심히 비밀은 전파했다면 아마 불가촉천민은 벌써 없어졌을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런 넌센스가 없다. 조금만 상식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열심히 책을 사고 DVD를 몇십번이나 돌려서 보고 있다. 왜일까? 돈벌고 싶으니까. 떵떵거리며 살고 싶으니까. 확실하게 보장해준다지 않나. "법칙은 완벽해서 오류가 없다. (29p)"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게다가 일도 열심히 안해도 되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개인의 부와 건강을 떠나서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그렇고, 그렇게 만드는 사회제도를 고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그렇고, 나라를 잃었을 때는독립을 위해 내어놓는 목숨이 그렇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생각해 보자. 분명히 그는 '비밀'을 몰랐을 거다. 알았다면 왜 자기 목숨을 내어놓겠는가? 몰래 숨어서 조국의 독립을 믿어 의심치 않고 원하면 될 것을. 하지만 누구의 삶이 더 가치있는가? 안중근 의사와 45억짜리 집에 사는 잭켄필드 사이에서...

'시크릿'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결국 저급한 이기주의 때문이다.

5. '시크릿'의 사람들

책의 끝에 보면 '비밀'을 이용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명단이 나온다. 29명쯤 되는 것 같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은 '... 닭고기 수프' 시리즈를 쓴 잭켄필드밖에 없다. 사실 그도 책 제목땜에 알았지 개인이 그렇게 유명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설명을 보면 그닥 대단하지는 않다. 물론 그중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돈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한한 우주의 카달로그에서 원하는데로 선택만 하면 얻을 수 있는 사람들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적어도 빌게이츠나 조지부쉬 정도는 명단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론다 번이 '비밀'을 알게되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을 쓴 윌러스 워틀스만 해도 그렇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하고 세상 사람들이 '비밀'에 열광하는 것을 볼 시간도 없이 일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도데체 왜 그랬을까? "노화에 대한 믿음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고...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159p)"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는 빨리 세상을 떠나고 싶었나 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삶을 뒤로 두고 왜 서둘러 떠났는지는 아쉽지만 평생 질문으로 남겨두어야겠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이 사람들을 보라. '비밀'을 알면 이렇게 될 수 있다"라고 하기에는 책이나 DVD에 나온 사람들은 좀 떨어진다. 다른 종교. 예를 들어 기독교랑 비교해봐도 그렇다. 한국 목사들이 목에 힘을 주며 강조하는 "십일조의 비밀을 안 부자" "빌게이츠의 세배의 재산을 가졌다는" 록펠러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도 안된다면 이랜드의 영웅 박성수나 서울을 하나님에게 바친다는 이명박 정도는 되어야지. '비밀'의 대표주자와 '기독교'의 대표주자를 맞대결시키면 '비밀'팀이 한참 딸려 보인다.

6. '시크릿'의 왜곡된 인용들

책을 보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비밀'의 전도사들 말 이외에 이른바 저명인사들의 말이 가끔 등장한다. 테레사 수녀, 벨, 아인슈타인, 붓다, 처칠,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성경구절까지...

이미 성경 구절에 대해서는 성경의 전체 뜻과는 맞지 않는 인용이라는 것을 지적을 했다. 그럼 다른 문구들은 어떨까? 55쪽에 보면 윈스턴 처칠이 한말이 크게 적혀있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한다." 처칠도 '비밀'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러니 영국의 수상도 되고 2차대전때 그렇게 큰 일을 할 수있었겠지... 라고 생각하면 낚시에 걸린 것이다.

이 말은 처칠의 "나의 젊은 날들 (My Early Life)"에서 나온 말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문구 세줄 뒤에는 "이런식의 정신운동(mental acrobatics)은 한번쯤 놀아볼만 하다. 그것은 전혀 아무런 해도 없고 (harmless) 또 아무 쓸모가 없다 (useless). 다만 젊은 독자에게 그런 생각을 게임으로만 취급하라고 경고하고 싶다."라고 적혀있다. 즉 처칠은 '비밀'과 같은 생각을 말도 안되는 사고방식의 한가지 예로 든 것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의미와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벌써 성경문구, 처칠의 말, 테레사 수녀의 말이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인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말들은 어떨까? 벨이 말하는 '힘'이 '비밀의 힘'일까? 전화음을 전달하는 시그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경우에 생각나는 한자 성어는? 바로 아전인수다.

7. '시크릿'이론의 진화?

위에서 이야기한데로 '시크릿'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데에는 오프라쇼의 역할이 컸다. 물론 그전에도 꽤 많이 판매가 되었긴 하지만. 그런데 오프라쇼에 나와서는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서는 이야기하지 않던 신념과 행동의 일관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믿는데로 행동을 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이런 식의 "시크릿"을 보완하는 글들이 꽤 올려져 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여기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람의 뇌파에는 힘이 있어서, 원하는 것을 정하고 꾸준히 생각을 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우주는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는 것이 '시크릿'이 말하는 비밀이다. 그 중간과정(행동)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아니 그게 필요없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이 론다번이 노렸던 거라고 나는 믿는다. 예를 들어 깃털을 가지고 '비밀'을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한 행동은 전혀 없다. 특이한 깃털을 꾸준히 생각하니 짠 하고 나타났다고 했다. 론다번이 52kg의 몸을 얻기 위해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했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믿음만으로도 늙지 않을거란다. "돈은 열심히 수고해서 번다는 생각을 없애야한다"고도 말한다. 이런 편하고, 강력한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고 고생만 한다는 것이 '시크릿'이라 부른 이유다.

'시크릿'의 차별화 전략은 분명했다. 뇌파에는 힘이 있다. 힘들어 수고할 필요없다. 비밀만 알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등등. 여기에 수고로이 '행동'까지 해야한다고 하면 다른 자기개발 서적과 다른 점이 없다. 뚜렷이 내새울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행동'이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려고 한거고 그게 '시크릿'이 성공할 수 있는 원인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행동인가? 책에는 없던 신념과 열정과 행동의 삼위일체의 메시지가 왜 등장을 했을까? '시크릿'도 진화를 하나? 그건 아닐거다. 이전에 DVD와 책을 보고 병이 생겨도 약을 안먹는 환자가 생긴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행동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비판도 많았다. 결국 행동을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세상의 반응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어디서는 이런 웃기는 글도 봤다. "비록 'The Secret'에서 전하는 메시지대로 착실하게 실천해왔음에도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 일단 그 자체를 '인정'하고, 다시 '좋은 걸 생각하기'로 하는 겁니다." '비밀'이 안번 작동안된다 해도. 인정하고 다시 열심히 좋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열번쯤 하면 한두번 걸리겠지. 그리고 외칠 것이다. "론다번 만세!" ^^;;; 위에서 말한 '선택적관찰'의 전형적인 예다.

8. 나가며

여러가지 관점에서 '시크릿'이 왜 말이 안돼고, 가치가 없는 주장인가에 대해 평가해봤다.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정말 이 책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험도 해봤다. 책에서도 새의 깃털을 가지고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니 나도 못할 것은 없겠다 싶었다.

다음날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다. 평소에 그 항공사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세번에 한번 꼴로 신청하지 않아도 항공사에서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었다. 확률상 높음에도 불구하고 좌석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비즈니스석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상상했다. 전에 원하지 않아도 된 경험이 있었으니, 끊임없이 긍정적인 주파수를 내보내면 확률이 더 높아질 거라 생각했다. 마음 한구석에 의심이 있었다고? 나는 이전에 가졌던 종교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경험을 통해 열린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 선입견을 버리고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결과는? 어느 개그 프로의 대사처럼 "바랠 걸 바래야지"였다. 솔직히 난 붙잡고 싶었다. 힘든 내 일상에서 '시크릿'이 구원이 되기를 정말로 바랬다.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사회적 책임이니, 논리적 모순이니 다 잊고 추종자가 될려고 했다는 것이다. 광신도라 해도 잘 먹고 잘 사는데 그거면 됐지. 이성이니 사회적 책임이니 무슨 개뿔은... ㅡ.ㅡ;;; 하지만 '시크릿'은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배푸는 사랑. 돈이 되든 안되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장인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희생.

사 람이 살아가는데 돈보다 명예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그런 좋은 가치들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참다운 가치보다 돈이 더 소중하기에 사람들이 '시크릿'같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나 싶어 마음이 안타깝다.




2007. 8. 29. 14:47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성과가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차별하여 대우하면 성과가 안좋은 사람이 회사를 떠난다. 반대로 그런 구별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일 잘하는 사람이 회사를 떠난다."

차별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능력 있는 사람에 대해 회사에서 보상을 제대로 안해주면 그들은 회사에 남을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능력이 있기에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잭 웰치의 차별화론

차별화를 가장 신봉하고 실천했던 사람이 잭웰치가 아니였나 합니다. 잭 본인도 GE에 입사 1년차에 회사가 실적이 떨어지는 사람을 자신과 같이 대우한다는 것에 반발해 사표를 쓴 경험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 잭을 GE는 붇잡았습니다. 그때 잭이 회사를 옮겼다면? GE의 역사는 지금과 다를 것입니다.

잭웰치는 그의 책 "승리 (Winning)"에서 20-70-10 원칙을 이야기합니다. "성과가 좋은 상위 20%의 사람은 공개적으로 결과를 인정해주고 좋은 대우를 해준다. 중간의 70%는 상위 20%를 좇아가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 하위 10%에 대해서는 그들이 10%에 들어갔음을 알게 해줘라. 굳이 내보내지 않아도 결국 그들은 회사를 떠날 것이다."

이론만 따지면 참 간단하고 명쾌합니다. GE는 이 차별화의 원칙을 GE의 모든 사업과 개인에 적용해서 뛰어난 성과를 거둡니다. 1등이나 2등이 아닌 사업은 정리했고, 무수한 사람을 내보냈습니다. 오늘날의 GE와 잭웰치를 만들어 낸 가장 큰 공이 지속적인 차별화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별화 적용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하지만 냉정하다 생각되는 미국 문화에서도 차별화가 GE에 정착되기까지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니 이 원칙을 한국회사에 적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차별화를 몇년전 담당하던 부서에 적용했습니다. 50명 정도의 소프트웨어 R&D 조직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반발이 참 컸습니다.

의외로 그 반발은 하위 10%가 아닌 중간 70%에서 나오더군요. 여기서 미국와 한국의 문화차이가 보입니다. 제가 생활하면서 느끼지만,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특히 토종 미국인의 경우, 중간 70%에 들어간다고 하면 "so what"하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자기 인생을 즐기면서 살지요. 상위 20%에 들어간 사람들이 자기보다 빨리 승진한다고 해서 별로 부러워하거나 시기하지도 않습니다. 평생 70%안에 머무르더라도 (하위 10%만 아니라면)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반면에 한국사람들은 욕심이 많지요. 자기가 "중간"에 있다는 것을 쉽게 용납안합니다. 왜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인정을 받느냐에 대해 따지고 납득할만한 설명을 요구하지요. 특히 상위그룹과 중간그룹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사람들이 불만을 많이 표출하거나, 혹은 불만의 대상이 됩니다.

이 경우 관리자 입장에서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실적 좋은 20%의 사람이 중요한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중간의 7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조직이 굴러가기 힘드니까요. 불만을 없애기 위해서는 누구나 납득할만한 근거를 마련해야하는데, 이게 쉽지는 않습니다. 지금 제가 있는 회사는 15-40-40-5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중간 그룹을 둘로 나누니 쉬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차별화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부작용이 있다고 차별화를 포기하는 것이 답은 아닐겁니다. 대신 사람들의 불만이나 저항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첫째, 평가의 투명화및 세분화가 필요합니다. 서로 합의된 방식에 의해 평가가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면, 결과를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더군요.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평가를 위한 충분한 데이타를 확보해 두어야합니다. 마치 야구나 농구감독의 선수 정보처럼요.

둘째, 평가및 대우는 실적에 따라 분명하게 차별화를 시키더라도, 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중요한 일을 맡게 되는게 당연한 일입니다만, 최대한 기회를 나누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기회가 주어졌는데 성과를 못내는 것은 개인의 책임이지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불평등이라 생각하며 결과에 대해서 승복하지 못하게 됩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그냥 넘어가고 싶은 것이 차별화입니다.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지요. 모든 사람을 납득시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차별화입니다. 이게 없이는 좋은게 좋은 조직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하향 평준화가 발생하지요.

'경쟁'이란 말을 하루도 듣지 않고 지나는 날이 없는 요즘입니다. 성공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노력해서 성장해야 합니다. 표준화는 상향 평준화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하지만 조심해서 수행해야할 사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