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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 18:40
평소에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생각이 머리 속에서 무르익어, 그 생각이 넘쳐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 제 생각과 비슷하면서도 더욱 더 깊이 있는 글을 보았습니다.

'바탕을 갖추어라'라는 제목으로 '문장학'을 배우고 싶다고 다산선생을 찾아온 이인영이라는 젊은이에게 다산 선생이 주신 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자네 우선 거기 앉게. 내가 자네에게 말해주겠네. 문장이란 무슨 물건일까? 학식은 안으로 쌓이고, 문장은 겉으로 펴는 것일세.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살가죽에 윤기가 나고, 술을 마시면 얼굴에 홍조가 피어나는 것과 다를게 없지. 그러니 어찌 문장만 따로 쳐서 취할 수가 있겠는가? <중략>

예악형정(禮樂刑政)의 도구와 전장법도(典章法度)의 전고가 가슴속에 빼곡하여, 사물이나 일과 만나 시비가 맞붙고 이해가 서로 드러나게 되면, 내가 마음 속에 자욱하게 쌓아둔 것이 큰 바다가 넘치듯 넘실거려 한바탕 세상에 내놓아 천하 만세의 장관이 되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네. 그 형세를 능히 가로막을 수 없게 되면 내가 드러내려 했던 것을 한바탕 토해놓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네. 이를 본사람들이 서로들 '문장이다!'라고들 하니, 이런 것을 일러 문장이라 하는 것일세. 어찌 풀을 뽑고 바람을 우러르며 빠르게 내달려, 이른바 문장이라는 것만을 붙들어 삼킬 수가 있겠는가?"

문장은 결과일 뿐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얼굴 위에 오른 불콰한 낯빛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산선생은 또 다른 곳에서는, 학문을 하는 자는 지름길을 찾아가야 한다 말합니다. 맨땅에 헤딩하듯 하는 공부는 소용이 없다는 것이지요. 허나, 순서에 맞추어 차근 차근 낳아가는 것이, 비록 보기에는 더디어 보이나, 그것이 진정 지름길이라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요즘 제 학습의 속도가 세상의 변화에 못 맞추는 것 같아,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고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습니다. 제 바탕이 아직 모자른듯 해서요. 조금 더 바탕을 갖추고 나면, 실제 제 쓰임새도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좀더 기본을 닦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