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열심히만 하면 작은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개발자로서 열심히 하다보면 프로젝트 매니저나 혹은 기술적으로 팀을 이끌어 가는 일을 맡게 됩니다. 매니저라면 더 많은 인원 혹은 더 중요한 팀을 맡게 되겠지요. 세일즈라면 더 많은 고객 혹은 더 중요한 고객을 맡게 될 겁니다. 이런 성장에 대한 욕구는 중요한 것입니다. 그게 없으면 발전이 없지요.
하지만 아직 드러내놓고 성취한 것을 자랑할 만큼은 아닙니다. 'C'자 들어가는 그럴듯한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니고, 기술 관련 컨퍼런스에서 강연해달라고 요청받는 것도 아닙니다. 한 부서의 방향을 마음데로 정할 수 있을 정도의 파워도 없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아직 고만 고만합니다. 최종목표라 정했던 것에 조금 더 다가선 것 같은데, 거기서 한 발자욱 더 나가는 것이 참 어렵게 느껴집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멈추고 맙니다.
왜 그럴까요? 왜 지금까지는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더 나아가지를 못할까요? 제 경우가 딱 그런 경우 같습니다. 전에도 적었듯이 처음 매니저로 다섯명을 맡은지 일년반이 안되어서 50명 규모의 팀을 맡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일했고 그 결과로 얻은 승진이기에 자부심도 컸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더 큰 회사로 팔렸습니다. 대규모의 조직개편이 있었고, 회사의 새로운 방향이 정해지고 있음에도, 제가 차지하는 부분은 그 큰 그림에서 참으로 작은 부분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지요.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것이 쉽지않게도 보였습니다. 게다가 동료들과의 미묘한 갈등. 자주 생기는 회사 내에서의 다툼. 내가 잘 하고 있을까하는 계속되는 염려등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너무 욕심이 많았을까요? 조급해지고, 또 속으로 짜증도 많이 났습니다.
마샬 골드스미스 (Marshall Goldsmith)와 마크 리터 (Mark Reiter) 두 사람이 "너를 여기 있게 만든 그것이 너를 저리로 보내주지는 않는다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라는 책을 썼습니다. 부제가 "어떻게 성공한 사람이 더 성공할 수 있을까?"입니다. 골드스미스와 리터는 이른바 성공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네가지의 확신을 지적합니다. "나는 성공했다" "나는 성공할 수 있다" "나는 성공할 것이다" "나는 성공을 선택한다" 이런 확신들이 어느 순간까지는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 확신이 나중에는 부정적으로 적용하게 되지요.
어떻게 하면 작은 성공에 주저않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도 아닙니다. 어떻게 하면 더 훌륭해질 수 있느냐의 문제지요. 어떻게 하면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롤모델이 될만한,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느냐에 대한 질문입니다.
지난 일년간 제가 느꼈던 것들을 여기에 적어 봅니다. 더 성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발자욱을 더 내딛기 위해서는 다음 같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4.1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저의 경우는 그랬습니다. 제가 성인군자는 아닙니다만, 저 개인만의 성공이 목표는 아니였습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은 아니였다는 것이죠. 당시 제가 속했던 조직이 여러 면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고, 주위 사람들도 일하기에 힘들어 했습니다. 제가 속한 조직이 더 좋은 팀으로 성장하길 원했고, 그와 동시에 저도 성장을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한 좋은 영향력을 끼치길 원했습니다. 스티븐 코비가 말한 영향력의 원이 제 관심의 원만큼 커지기를 원했던 거죠. 높은 지위, 더 많은 보수를 당연히 바랬지만 그게 다는 아니였습니다.
제가 특별히 착한 척 하는 걸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장에의 욕구를 가질 때 누구나 '옳은' 목표 하나씩은 다 있을겁니다. 근데 어느새 그런 초심을 잃어버렸더군요. 더 높은 자리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서운함. 지금 있는 곳에서도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많음에도, 더 큰 일을 맡기만 바라는 조급함 등등. 그런 마음이 나를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 보상은 제 노력에 따른 결과물이여야 함에도 너무 일찍 제 몫을 찾을려고 한 거지요.
제 아내는 아이들의 장래에 대해 걱정이 많습니다. 아빠처럼 ^^ 수고하는데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보상이 충분하지 않는 직업 말고 의사나 변호사 같은 직업을 가지길 원하지요.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일 중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해라"고 말합니다. 어느 일이든지 십년 꾸준히 하면 먹고 살건 충분히 해결된다는 것이 제 믿음이니까요. 그 분야에 최고가 되면 어느 일이든지 충분한 경제력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지요.
초심으로 돌아가 꾸준히 노력하기만 한다면, 제가 지금 아쉬워하는 지위나 보수도 당연히 따라올 것이다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저에 대한 확실한 마케팅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그게 목적은 아니라는 겁니다. 100을 했는데 원한만큼 결과가 안나왔다면 150, 200을 해보자하는 다짐을 가진다는 것이죠.
육체적으로 지치기도 했습니다. 하루에 세네시간 자면서, 온 정신이 제 하는 일에 초점이 맞추어져 긴장해 있던 삶이, 작은 이룸에 만족하며 약간 게을러지더군요. "열심"에 대해서도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야합니다.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방향과 추진력입니다. 추진력만 있고 제대로 된 방향이 없다면 좌충우돌 힘들기만 하지만 발전은 없습니다. 방향은 제대로 정했는데 추진력이 없다면 생각만 똑바른 게으름장이에 불과합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합니다.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야한다는 것은 방향과 추진력에 대한 자기 점검입니다. 내가 무엇을 바랬던가? 내가 게을러지지는 않았는가? 스스로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져야합니다.
4.2 다른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어느 회사이던 또라이는 있다는 것, 또라이가 회사에 주는 해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 안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입니다. 이 책이 꽤나 많이 팔렸고, 또 팔리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어느 회사나 또라이는 있기 때문입니다 ^^;;; 회사 생활 하다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저 위치에 가 있을까 미스터리인 또라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또라이들이 높은 위치에 있을 수록 그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갑니다.
실제로 또라이들이 있습니다. 회사 생활 하다보면 부딪힐 때도 있고, 그런 또라이들이 회사를 잘못된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막을 필요는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회사의 30% 이상이 그런 또라이로 보인다면 그건 경고신호입니다. 50%이상을 또라이 취급한다면 중증입니다 ^^;;;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골드스미스와 리터의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실수가 "세상에 내가 얼마나 똑똑한가 증명하기"와 "너무 자주 이기기"였습니다.
미팅을 합니다. 주제가 내가 잘 모르는 분야라, 미팅이 다 끝나 가는데 별 이야기를 못했습니다. 뭔가 공헌을 해야 참석자들에게 "역시 XX야"라는 인상을 남길텐데, 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를 못했습니다. 그럼 불안해집니다. 내가 얼마나 똑똑한지 증명을 해야되는데 이러다 그냥 끝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입니다. 항상 나를 증명할 필요도 없고, 항상 내가 옳을 수도 없습니다. 요즘 들어 느낀 것은 '다른'것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겁니다. 저희 회사의 중요한 가치중의 하나가 '상호간의 신뢰와 존중 (Mutual trust and respect)'입니다. 저는 이 원칙을 참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필요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순수 또라이'는 몇 안됩니다. 나와 다른 의견이라고 해서 틀리다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간의 신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의견 조정을 이끌어 낼 줄 알아야합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할 원칙은 항상 제3의 길은 있다라는 것입니다. 너와 나의 방법이 아닌 더 좋은 방법이 항상 있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습니다. 혼자서 아무리 일을 잘한다고 해봐야 두사람 몫을 할까요? 세사람? 열사람 일을 할 수 있는 슈퍼맨이라 할지라도 그게 한계입니다. 제가 현재 책임지고 있는 인원이 45명입니다. 저 혼자 잘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잘 할 때, 저는 45명 몫의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리더가 중요한 것입니다. 혼자서 열심히 한 것으로 작은 성공을 얻었다면, 그 다음은 같이 해나가야 합니다. 개인의 힘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바로 같이 가야할 동료들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일 할 줄 알아야합니다.
4.3 현재 있는 곳에서 가야할 곳을 바라본다
자신을 계발하는 것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가야할 곳도 봐야되지만 현재 서있는 곳도 확인을 해야지요. 최종 목적지와 지금 서 있는 곳의 차이에 대한 냉철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얼마만큼 남았는지 알아야, 속도 조절을 하든, 더 열심을 내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때는 그 차이가 잘 줄어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일이 잘 진행이 되지 않을 때, 뭔가 막힌다는 느낌이 들 때, 원인은 두가지 중의 하나입니다. 노력을 충분히 안했거나, 갈 길이 아닌 겁니다.
무엇보다 먼저 충분히 노력을 했는가에 대한 점검을 해야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조직이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기술적인 면에서 힘들어 할 때가 있습니다. 개발을 하는데 개발 언어를 잘 모른다던지 하는 문제로요. 그런데 그렇게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시간 내어서 공부하는 것을 많이 못 봅니다. 개발자에게 개발 언어는 도구입니다. 도구에 대해 숙달하는 것은 일을 하기 위한 기본이지요. 부족한 것이 있다면 누군가 그걸 가르쳐 줄 것을 기대하기 전에 자기가 채울려는 욕심과 자존심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이 보이지 않을 때는 많이 아쉽습니다.
때때로 같은 잣대로 저를 판단합니다. 기술 조직을 이끌기 위한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가?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해 세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 고객들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있는가? 처리해야할 일들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가? 탁월한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우수한 두뇌집단을 이끌어 내는 제 목표입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울려는 노력을 하게 되니까요. 지금 있는 곳과 앞으로 가야할 곳의 차이를 모르면 노력을 안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습성인듯 합니다.
그런데 방향에 대해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갈 길이 아닌데 무작정 노력만 하는 것이라면요. 방향을 바꿔야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 점검을 결정하기 전에 확인해야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데로 충분히 노력을 했는가 봐야합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 그럴만한 환경은 되는지, 이른바 적성에 맞는지 등의 점검을 해야합니다. 아무리 봐도 부정적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너무 많은 점프는 안 좋습니다. 방향전환에 따르는 댓가는 상당히 큽니다. 따라서 결정은 최대한 신중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
쓰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기계와 다른 것은 무엇일까? 앞에서 제시한 노력도 중요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냉철한 판단도 필요하지만, 그게 다인가? 아닐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열정일 겁니다. '루디'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루디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노틀담 대학 풋볼팀의 팬이였습니다. 그의 꿈은 그 풋볼팀의 일원이 되어 경기장에 서보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졸업후 직장생활을 하며 여러번 시도후에 노틀담에 들어갑니다. 풋볼팀에 참가하지만 그의 적은 체구로는 도저히 경기에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걸 알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루디를 동료들은 격려했고, 루디가 졸업하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루디가 경기장에 설 수 있도록 필요이상으로 점수차를 벌려놓기까지 합니다. 결국 루디는 마지막 오분 풋볼 경기장에 설 수 있었습니다.
경제성만 따져서는 이만큼 어리석은 행동도 없습니다. 프로팀이 아닌 아마추어대학팀입니다. 졸업후에 누가 불러주지도 않을 겁니다. 아무 보장도 주지 않는 5분을 위해 루디는 10년 가까운 시간을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행복했습니다. 그게 그의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꿈을 최선을 다해 성취한 경험이 있기에 그는 다른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의 경험을 살려 여기저기 강연을 다녔고 최근에는 스포츠 음료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존 맥스웰은 '재능만으로는 항상 부족하다'라는 책에서 재능에 덧붙여 꼭 가지고 있어야할 것들에 대해 말을 합니다. 그중 처음에 지적한 것이 '열정 (Passion)'입니다. 열정이 없이는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습니다. 방향과 추진력도 점검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열정을 체크해야합니다. 나는 나의 일을 사랑하는가? 사랑할 수 없다면 왜 그런가? 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4.4 초조해하지 말고 기다려야한다
한 발자욱을 내딛고 다음 발자욱을 준비할 때 정말 필요한 것은 기다릴 줄 알아야하는 것입니다. 의미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변화를 기대하며 자신을 한단계 더 성장시켜야 합니다. 제 상사가 혼란스러울 때 해준 말이 있습니다. "너의 중심을 찾아라 (Find your center)." 마음 중심에 있는 원칙을 바라 보고 쉽게 흔들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스티븐 코비가 말한 원칙 중심의 삶이 필요할 때입니다.
나름대로 '야인'스런 삶을 살 때, 저를 지켜준 말이 있습니다. "인재는 송곳과 같아서 주머니에 넣어 놓으면 언젠가는 삐져 나온다"는 중국 고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어떤 이는 남들보다 빨리 성장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나만 뒤쳐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두드러져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굳이 초조하게 기회를 잡으려고 애쓰면 안됩니다. 설사 기회를 잡더라도 거기서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 기회는 해가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기회를 만들려 하지 말고, 스스로를 준비해야합니다. 그러면 기회는 옵니다. 인생의 속도는 모두에게 똑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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