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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8. 10. 18:31
2001년도 여름이였다. 다니던 교회의 나이가 비슷해 친구처럼 지내던 집사님과 같이 15시간을 운전해서 시카고에서 열리는 코스타에 참석했다. 코스타는 해외 유학생을 주대상으로 하는 기독교의 수련회이다. 4박 5일의 기간동안 많은 강의를 듣고 도전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 설교를 하던 김동호 목사님의 "잘 사는 사람"의 정의다.
 
"세상 사람들은 오천명분을 깔고 앉아 혼자 먹는 사람을 잘 산다 하지만, 하나님은 오천명을 먹이는 사람을 잘 산다 여긴다"

그렇다. 오천명을 먹이는 꿈은 이때 생겨났다. 오천명을 먹이는 사람. 나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오천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렇게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 그럴싸한 꿈이다. 크리스찬의 신앙을 떠나, 세상 살아갈만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목표인 것이다.

그런데 오천명을 먹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 네명은 먹일 수 있다. 좀더 노력하면 은퇴하신 장인 장모님 부양을 할 수도 있겠지만, "먹인다"는 의미가 생활 기반을 마련하여준다라고 해석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다.

물론 오천명을 먹이는 일이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는 영적으로 먹일 수도 있는 것이고, 누구는 기도로 그만큼의 사람들을 지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는 자선사업으로 오천명을 먹일 수도 있는 것이고...

하지만 나에게 다가온 해석은 오천명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였다. 그리고 회사가 그 한가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가 잘 되면 일단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먹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이 부양하는 가족들도 덩달아 먹일 수 있다. 가족의 평균 구성수가 세명이라 할 때, 천오백명 규모의 회사는 사천오백명을 먹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오백명 정도는 구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딱 오천명이다. ^^;;;

근데 말이 천오백명의 회사지... 이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기반 하나 없는데 천오백명의 회사를 만든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직원 천오백명의 회사라면 매출액이 최소한 1000억 정도는 되어야 한다. NHN이 굉장히 큰 회사이건만 직원수는 천오백명 정도라고 한다. 그정도 규모의 회사를 말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런 꿈을 꾼다. 15년후... 일하는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는 회사, 조직과 사람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인류의 선한 가치를 실천하는 회사. 그런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오천명을 먹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NHN이 지금까지 이르는데 8년이 걸렸다. 15년이라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닌 것 아닌가?

지금에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꿈이 내 남아있는 인생을 걸만한 목표라는데에는 전혀 의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