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을 가지고 나름대로 열심히 삽니다. 처음에 가지고 있던 업무 영역을 넘어서서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포지션도 올라갈 수 있겠지요. 그리고 중간 중간 다른 이들과 논쟁도 합니다. 그리고 논쟁에서 이겨나갑니다. 이러면... 주위 사람들이 경계를 하겠지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길겁니다.
성장을 하면서, 경쟁적으로 살아가면서 적을 만들지 않고 누구든지 다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요? 아마 그럴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게 정말 추구해야할 목표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백이면 백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 이상, 의견차이는 생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명백히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을 만들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적'이란 정말 나를 싫어해서 사사건건 물고늘어지는 사람을 말합니다. 나를 무시하거나, 나의 의견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거나요. '경쟁자'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사실 이런 '적'까지는 아니겠지만, 계속해서 충돌하는 사람들을 회사 생활 하다보면 종종 봅니다.
최소한 그런 식의 깨어진 인간관계는 만들지 말아야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내가 상대방의 의견을 반대하더라도,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기 맘대로 할 수 없었더라도,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지는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 참으로 많이 다툰 사람이 있습니다. 중요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놓고, 또 어떻게 매니지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논쟁을 한 사람입니다. 이제 그 사람이 회사를 관둘려고 합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의 상사와 저 한명 밖에 없습니다. 저와의 의견 충돌을 마음에 두지 않은 그 사람의 성숙함이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입니다. 거기에다 어떤 경우에도 서로를 대할 때 개인적인 감정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3.1 적을 안만들려면 내편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
'내 편'을 만들면 '적'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그렇다고 회사 안에서 인간적인 교류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일에 대해서 만큼은 ... "쟤는 누구랑 친해. 그 사람말이라면 무조건 편을 들지"라는 소리를 듣지 말아야한다는 것입니다.
미국회사지만 회사내에 한국인들이 여러명 있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민족으로 친하게 지내게 되지요. 점심도 같이 먹고 주말에 같이 놀러다니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고민도 많이 나누지요. 하는 일도 연관이 있어서 프로젝트를 같이 할 때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그 관계가 일에까지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저를 포함해 누구도 같은 한국인에게 절대적인 지지는 보내지 않습니다. 다른 의견이 있으면 공식적으로 반박합니다. 나이 차이가 한국 사람에게는 은연중 크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일에서만큼은 나이의 많고 적음도 잊고자 합니다.
그중 한분은 같은 대학, 같은 과 선배입니다. 한참동안 제 보스이기도 했지요. 가족들끼리 일주일에 두세번은 만날 정도로 친하게 지냅니다. 하지만, 일하면서 꽤나 충돌합니다. 그 선배를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일에 관해서는 그런 마음을 접어놔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회사에서도 '줄'이 존재합니다. 어쩌면 더 치사할 수도 있지요. 전에 있던 한 매니저는 그 밑에 절대적인 충복들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회사 일을 하면서 그런 개인적인 관계를 '무한정' 사용했습니다 ^^ 사실 친분 있는 사람들을 자신의 회사에 데리고 오는 거야 나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잘못된 의견이나 행동에도 지지를 보내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결국 그들은 다 회사에서 물러나게 되었지요.
내 편을 만들려고 하면 적도 자연적으로 생깁니다.
가끔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넌 누구 편이냐?" "나? 난 정의의 편이지 ^^" 농담 같지만 진심 조금 담겨있습니다. 의견을 내는 사람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의견의 좋고 나쁨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 회사 생활이 굉장히 삭막할 것 같습니다. 아무도 저랑 이야기안하고 왕따시키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일하다 보면 자연스레 코드가 맞는 사람, 일하기 편한 사람, 그리고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이 생기게 됩니다. 일부러 만들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생기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지지하지 말고 의견을, 주장을 지지해야 합니다.
3.2 중요한 순간 전에는 반드시 사전 작업을 해야한다
일을 하다보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순간이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 건지 아닌지, 프로젝트의 범위를 늘릴 것인지 아닌지 등등. 중요한 결정의 대부분이 회의를 하면서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회의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같은 원칙이 다른 경우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겠지요.
저도 처음에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그것도 제가 주관하는) 회의에 무작정 들어가서 오랜 시간을 들여 의견 차이를 좁힐려고 했습니다. 몇시간씩 이야기 해도 결론을 못 내리고 다음 회의를 약속하기 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효과적으로 일할 때는 중요한 회의도 한시간 안에 끝마칠 때도 많았습니다. 논쟁이 생길만한 요소에 대해, 저와 다른 의견을 내놓을 사람과 미리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의견차이를 회의 전에 좁혀놓는 거지요. 어떤 때는 효과적인 제 3의 방안을 미리 정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요점만 요약해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놓습니다. 워드문서를 바로 회의에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면 문서를 읽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회의 시간 최소한 10분전에는 모든 것을 준비해 놓아야합니다. 첫인상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회의를 준비한 사람이 시간 다 되어서 들어와서 그때 프로젝터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면 말은 안해도 신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회의가 쉬워집니다. 예상치 못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느정도 의견의 조정이 있었기에 이야기가 생산적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불필요한 논쟁을 미리 막을 수가 있는 거지요. 회의를 한두번 성공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그 다음은 참 쉬워집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 속에 어느 정도 신뢰를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 이걸 적으면서 한편 창피함을 느낍니다. 요즘 제가 많이 게을러졌나 봅니다. 회의에 대해서 이만큼 준비를 안하거든요. 반성하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ㅡ.ㅡ
3.3 지지 세력이 필요하다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잘못된 의미에서의 지지세력은 아니지만 나를 알아주는, 나를 신뢰해주는 세력이 필요하긴 합니다. 내가 어떤 의견을 제시할 때 긍정적으로 검토해주는 사람들, 무엇보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일하기가 편해지지요. 특히 상급자가 나를 신뢰해주면 여러가지로 좋습니다 ^^
하지만 그런 지지세력을 만드는 것이 우선시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들이 어느 상황에서든지 내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또한 나도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지를 하지도 않구요.
최근에 제가 담당하고 있는 한국에 소프트웨어 부문의 최고 보스가 온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개인적인 친분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제 일을 넘어선 어떤 개인적인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이루어낸 성과가 저를 대신해서 말을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일을 못하면서 개인적인 친분에 의지하려는 순간 단추가 잘 못 끼워지는 것입니다.
나를 지지해주고, 나를 신뢰해주는 그런 사람 혹은 사람들. 그것은 내가 이루어낸 결과에 의한 것이지 만들려고 해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3.4 일적인 관계는 회사 내에서 승부를 봐야한다
이 원칙은 미국회사보다는 한국회사에서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끔 일이 안풀리면,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나가서 술 한잔 하면서 다 털어보자"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술 한잔 하면 말이 잘 풀리기도 합니다. 같이 노래도 부르고 밤 늦게까지 둘만의 비밀을 만들고 나면 뭔가 유대감이 생긴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모든게 해결되던가요?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또 부딪히게 되어있습니다.
사람과의 일적인 관계는 회사 내에서 승부를 봐야합니다.
일을 넘어선 관계도 중요합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같이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하면 회사 생활이 훨씬 더 윤택해 집니다. 적극적으로 추구해야할 목표지요.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회사 밖에서의" 관계가 "회사 내에서의" 신뢰를 쌓아줄 거라는 기대를 애초부터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사무실 안에서는 친구가 아니라 같은 회사의 직원입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어놓는 의견, 그 사람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중요한 것입니다. 회사내에서 신뢰를 쌓을려면 그것은 일을 통해서여야 합니다. 하루에 여덟시간 일주일에 5일을 같이 일하면서 신뢰를 못쌓는데 회사 밖에서 아무리 좋은 관계를 가진다 한들, 인간적인 신뢰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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