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31. 17:06
[일기 혹은 독백]
연말을 맞아 2008년 한해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참조하며 올 한해 어떻게 지냈나를 간략하게 적어봤습니다.
#1.
올해의 시작은 일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맡던 일을 내려놓고 다음 일을 맡기까지 예정에 없던 공백기가 있었습니다. 여유가 있어 좋기는 했지만, 약간의 불안감과 약간의 욕심에 저에게 주어졌던 휴식기를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습니다만 덕분에 저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있었습니다.
#2.
즐겁던 여유는 봄날씨와 더불어 사라졌습니다. 한번도 안해본 분야의 일을 새 동료, 새 보스와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유럽에 출장도 다녀왔습니다. 덕분에 멋진 식당에도 가보구요.
#3.
큰 아이는 13세 생일 이전에 SAT에서 좋은 점수를 맞아 특별 프로그램에 들어가고자 애를 썼습니다. 아깝게도 10점 차이로 실패했지만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4.
3월 16일 한RSS로 제 블로그를 구독하시는 분이 100분이 넘었습니다. 글 올리는 것에 은근히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12월 31일 현재 323분이 한RSS로, 154분이 구글리더로 구독해주고 계십니다 ^^ 얼마나 많은 분이 구독하시는가에 신경쓰는 이유는 이 블로그를 계속 지켜볼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5.
신앙에 대한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 되었습니다. '내려놓음'을 읽고 적은 글이 일종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6.
미루는 습관을 극복하기 위해 데이비드 알렌의 Getting Things Done을 읽고 GTD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7.
중간에 일이 한차례 바뀌었습니다. 포지셔닝하기가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이전에 하던 일과 비슷한 성격이라 비교적 쉽게 그리고 평온하게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8.
여름에 큰 아이 여름캠프겸 가족여행으로 워싱턴에 다녀왔습니다. 여행기를 위해 사진을 많이 찍어왔습니다만... 동굴 관람기 하나 올려놓고 중단되었습니다 ㅡ.ㅡ
#9.
8월까지 하던 일에 사람이나 방향이나 혼잡하던 것 정리하고 이제 일할만 하다 싶으니까, 다른 일에 소방수로 투입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로 부랴부랴 온갖 난관을 거쳐 인도 출장을 감으로 올해 네번째 일을 시작했습니다 ㅡ.ㅡ
#10.
그때 이후로 정말 정신 없이 지냈습니다. 중국에 한번 인도에 다시 한번 출장을 다녀왔고, 집에 있어도 낮과 밤으로 일을 계속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회사 전체에서 정책적으로 미는 새로운 분야이기에 나름대로 사명감도 있었고, 또 커리어 상으로도 좋은 기회라 생각되었습니다.
#11.
열심히 일했고 또 팀 전체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기는 했지만, 새로 만난 보스와의 갈등과 더불어 함께 보이는 리더십의 무능력은 앞으로 진로에 대한, 그리고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켰습니다.
#12.
애쓴 보람도 없이 회사내의 조직 개편으로 새로운 사람들이 제가 하던 일에 투입이 되었습니다. 경제가 안좋다 보니 다른 쪽에 일이 없어져 다들 하이에나처럼 이 분야로 몰려든 겁니다. 제 선에서 하던 일들을 (제가 하기로 내정되어 있던 일까지 포함해서) 디렉터급에서 다 가져가더군요. 그 이야기는 힘들여 만들어놓은 승진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겁니다. ㅡ.ㅡ
#13.
미국 회사에 있다보면 외국인으로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특히 제가 있는 회사에서는 디렉터로 올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단계 성장을 위해 노력을 하고 또 기반을 닦아놨는데, 이렇게 없어지고 나니 허탈감에 의욕이 안생깁니다. 모두들 몰려와 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보면서 도데체 내가 왜 저 사람들을 도와야 하나 생각도 들고요.
#14.
미국경제의 부실은 모기지에서 시작되었답니다. 모기지를 기반으로 크레딧을 올리고 또 올려서 부실채권의 총액은 모기지의 총액보다 몇백배라구요. 회사 동료가 저보고 모기지라고 하더군요.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 도움이 필요하지만, 결국 공은 그 사람들이 가져갈 거라구요 ㅡ.ㅡ 그렇게 그냥 놔두지야 않겠지만, 정치에 힘을 쓰는 것이 제 취향에 맞는 일은 아니기에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15.
결론은 올해 마지막날... 제 마음은 그리 편치 못합니다 ㅡ.ㅡ 내년의 지향을 靜心如水(정심여수)라 삼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주위 환경은 제가 원하던데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까이꺼 조금 늦게 가면 어떻습니까. 기분 좀 상했지만 잊어버리고 또 새롭게 시작해야겠습니다.
#16.
2008년 마지막이 이제 몇시간 안 남았네요. 이제 2008년은 잊어버리고 2009년을 생각해야겠습니다. 모든 분들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고, 계획하시는 모든 일들 순조로히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큰 걸음으로 ^^) 두걸음씩 전진하는 2009년이 되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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