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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3. 8. 11:38
둘째날 일이 생각보다 일이 일찍 끝나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좋은 식당을 소개시켜달라고 했습니다. 프랑스의 다른 지역에서 출장온 동료이 차가 있어 그 차를 얻어 타고 다니는데, 이 친구가 먹성이 굉장히 좋습니다.

둘이서 뭐라 뭐라 암호로 (저에겐 그렇게 들리지요 ㅡ.ㅡ) 말을 하더니 지도까지 그립니다. GPS로 잡을 수 없다나요. 어쨋든 찾아 가기로 했습니다. 멀지는 않았습니다만, 막판에는 이상한 길로 들어가서 꽤 올라갑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아침에 출근하면서 봤던 바로 이곳이였습니다. 아쉽게도 밤이라 그 멋지다는 경치를 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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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꽤 큰 편이지만 사람들은 많이 없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주인과 이야기를 좀 하더니 동료가 굉장히 좋아라 합니다. 프랑스에서 아주 유명한 요리사가 있는데, 여기 주인이 그 사람 제자랍니다. 원래 이 곳에서 처음 독립했는데, 4년전에 다른 사업에 손을 대며 팔았다고 합니다. 근데 그 사업은 잘 안되고, 또 이 식당을 산 사람은 요리를 잘 못해 손님이 다 떨어졌다지요. 다시 이 식당으로 돌아온지 얼마 안되었다고 합니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창 때는 두달전에 예약을 했어야 한다고 하니, 제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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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올린 "좋은 요리는, 처음부터 그 요리를 대접할 친구에 대한 우정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면, 만들어질 수 없다"라는 말을 이 주인의 스승이 했답니다. 벽에 크게 쓰여져 붙어있더군요. 같이 간 동료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요리사가 그렇게 유명하냐고. 유명하답니다. 이해가 좀 안가더군요. '대령숙수'라면 모를까 ^^ 사람들이 요리사의 이름을 다 기억하는 경우는 한국에는 없으니까요. 프랑스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랍니다. 전국민에게 유명한 요리사들이 있다는 거죠. 한국에서 앙드레김 기억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쨋든 그만큼 프랑스인들이 요리를 좋아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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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세팅은 간소했습니다. 세워지게 만든 칼이 특이하더군요. 식당 전체도 깔끔하고 좋았는데 너무 어두워서 제대로 찍힌 사진이 없네요.

메뉴를 들고 왔습니다. 역시 저에게는 암호였지만, 동료가 있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물어 봤습니다. "프랑스 말고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는 요리가 뭐냐?" (약간 신기하다는 듯이) "호~ 그래" 그러더니 메뉴를 몇가지 해석해 줍니다. 달팽이가 나오고, 몇가지 모르는 거를 부른 다음에, 마지막에 '포 그라 (Foie Gras)'라는 것을 말하더군요. 포 그라가 뭐냐 물으니까, 그게 뭔지 모른다면 무조건 먹어보랍니다. 도데체 뭘까 0.5초 고민하다가 "OK"했습니다. "Why Not?" ^^;; 포 그라는 Entree라더군요. 애피타이저보다는 좀 크지만 메인은 아닌. 메인은 이것저건 이야기하다 조금 안전한 새우를 골랐습니다.



그 사이에 간식거리로 빵과 멸치가 나왔습니다. 멸치 모양이 참 친숙하지요 ^^;; 맛은 약간 찝찌름한게 괜찮았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한 세개 먹었는데 벌써 통이 비었습니다. 같이 간 친구 참 열심히 먹게 생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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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포 그라가 나왔습니다. 혹시 프랑스 사람들이 거위 간 먹는다고 들어보셨나요? 바로 그겁니다. 아랫쪽에 동그랗게 보이지요. 그걸 조금 퍼다가 빵위에 발라 먹는 겁니다. 맛은... 뭐랄까요. 치즈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기름지기 때문에 약간 느끼하지만 그래도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맛있게 다 먹었습니다. 음... 지금 생각하면 마지막에 김치 생각이 나긴 했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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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인인 새우가 나왔습니다. 난 새우를 사용한 요리, 즉 파스타나 뭐 이런 거를 생각했는데 말 그대로 새우더군요. 매콤하게 요리한 새우도 맛있었습니다만, 같이 나온 야채(콩줄기와 아스파라거스)가 참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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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먹고나니 벌써 식당 들어온지 한시간 반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디저트를 빼놓을 수 없지요. 전날 먹은 초코렛 무스가 너무 달았기에 좀 안단 걸로 추천해달라 했습니다. 그래서 나온게 이겁니다. 이름은 '크림 뮬' 뭐 이랬던 것 같습니다. (사진 초점이 안 맞았네요 ㅡ.ㅡ) 아래에는 크림이 깔려있고 그 위에 얇게 설탕막이 덟혀있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적당히 달면서 참 부드럽습니다. 동료도 같은 것을 먹었는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더군요. 근데 우연하게 다음날 같은 디저트를 또 먹었는데 그 친구가 '어제 먹은 거랑 비교가 안되지?'라고 하더군요. 제 입맛에는 둘다 비슷했는데 말입니다 ㅡ.ㅡ

어느덧 밤 열시반이 되었습니다. 두시간 걸리더군요. (참고로 세번 저녁을 먹었는데, 세번다 두시간씩 걸렸습니다 ㅡ.ㅡ) 가격은 꽤 쎘습니다. 둘이 먹은게 95유로. 와인이라도 한잔씩 했으면 100유로를 훌쩍 넘었겠지요. 나중에 경비 정산할 때 눈치한번 받을 것 같습니다. ㅡ.ㅡ

제가 갔던 그레노블이라는 동네가 전혀 관광 목적으로는 갈 곳이 아니라 들르실 일이 별로 없겠지만, 그래도 어쩌다 들르실 분을 위해 명합을 찍어 올립니다. 주인 말대로 다시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나 봅니다. 이름을 직접 써주던구요. 몇달 지나고 가면 예약 없이 못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빨리 가셔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