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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7. 13:46

지나가는 백명에게 물었습니다. '요즘 사는게 어떠세요?' 어떤 답이 많았을까요? '그럭저럭 삽니다', '마지 못해 삽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한 대답은 무엇어었을까요? '죽지 못해 삽니다'라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지금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을 해볼까요? 모르긴 몰라도 대답들이 별 신통치 않을 겁니다.

그래도 세상은 행복하게 살아갈만 하다고 말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2007년에 나온 발리우드 영화 '옴 샨티 옴(Om Shanti Om)'입니다. 누군가 인도영화의 맛을 보기에 어떤 영화가 좋을까 묻는다면 전 이 영화를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영화도 재미있지만 영화 한편에서 많은 것을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리우드 영화의 갖가지 재료들이 골고루 섞여 먹기 좋은 퓨전요리가 되었다고 할까요?

제목부터 여러가지가 섞여있습니다. '옴 샨티 옴'은 두명의 영화 주인공 옴과 샨티를 뜻하기도 하고, 영화속에 제작되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은 우주를 뜻하는 힌두 심벌이기도 합니다. 샨티는 평화를 뜻하구요. '옴 샨티'라고 하면 '모든 인류에게 평화'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샨티를 세번 반복하면 정신적 고통, 육체적 고통, 자연재해로 인한 고통에서 풀려나는 평화를 뜻합니다. 이 샨티의 의미가 영화속에 골고루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영화제목이 '옴 샨티'가 아니라 '옴 샨티 옴'인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

영화 줄거리는 완전 섞어찌개입니다. 사랑이야기가 중심입니다만, 무명배우의 꿈, 짝사랑, 배신과 죽음, 환생과 자각, 권선징악, 그리고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 이렇게 말하면 산만할듯 한데 그렇지도 않습니다. 170분이라는 긴 시간이 별로 지루하지 않게 매끄럽게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곳곳에 인도영화에 대한 풍자와 오마주들이 담겨있습니다. 영화 줄거리와 상관없이 등장하는 아이템 송. 비슷한 줄거리에 별 변화없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인도영화 두편중 한편에 등장한다는 '라훌'이라는 친근한 이름 ^^ 유명한 영화 대사가 사실은 무명시절 옴이 말한 것이었다는 (백투더퓨처에서 사용했던) 아기자기한 재미까지 등장합니다. 인도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보면 분명히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에는 과거와 현재의 쟁쟁한 인도 배우들이 40명 가까이 등장합니다. 남자 주연인 샤룩칸(Shahrukh Khan)은 전에도 언급했지만 1992년에 데뷰한 후 지금까지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는 배우입니다. 일곱번의 남우 주연상을 받았고,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었습니다. 1995년 Kajol과 출연한 Dilwale Dulhania Le Jayenge는 600주간 상영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성기때의 신성일씨가 이 정도였을까요? 한창 잘나가던 한석규씨가 쉬리 이후 그 페이스를 지금까지 유지했다면 어쩜 비슷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인맥을 사용해서인지 몰라도 40명의 배우들이 우정출연을 해주었고, 그중 30명은 Deewangi Deewangi라는 노래에 등장을 합니다.

발리우드 영화에서 춤과 노래를 빼 놓을 수는 없지요. 인도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영화에서 등장하는 노래의 스펙트럼은 꽤나 큽니다. 흥겨운 디스코와 부드러운 사랑노래부터 오페라의 유령을 연상케하는 스케일 큰 뮤지컬 신까지 등장합니다. 앞에서 말한 30명 찬조출연의 파티 장면도 있구요. 저보다 두살 더 많은 샤룩칸은 건재함을 과시하고 싶었던지 탄탄한 복근(뽀샵이 의심되는 ㅡ.ㅡ)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설흔살에 이랬던 청년이...


마흔 두살에 이런 아저씨로 변했습니다 ^^


이 영화로 발리우드에 데뷰한 디피카 파두콘(Deepika Padukone)도 지나칠 수 없지요.영화를 보던 제 아내가 그러더군요.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예쁠 수가 있어?' 타고난 미모 뿐만 아니라 연기력이나 춤 실력도 흠잡기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스타 탄생이지요.


인도영화의 여러가지를 맛볼 수 있는 미덕이나 화려한 출연진 같은 외형적인 면도 좋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샤룩칸이 연기한 무명배우 옴의 대사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blueclover님의 당신의 해피엔딩을 위하여에서 잘 정리해 주셨지요. 그래도 이 대사가 맘에 들어 여기 다시 한번 옮겨 봅니다. (blueclover님의 포스팅에 이 부분의 동영상이 올려져 있습니다 ^^) 족벌과 연줄이 무엇보다 중요한 인도영화판에 아무런 배경도 없이 뛰어들어 지금의 성공을 이룬 샤룩칸의 대사이기에 더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간절히 원한다면 전 우주가 그것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거란 건 사실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원한다면 그때 전 우주가 도와줄 것이라고! 오늘 여러분은 제가 원했던 모든 것을 주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대해서요.

여러분은 제 꿈을 현실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오늘 저는 세계의 왕이 된 기분입니다.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삶에서도 결국은 모든 것이 좋을 것이란 걸 믿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피엔딩! 여러분 만약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아직 '끝'이 아닙니다. 그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면 '옴 샨티 옴'은 권선징악에는 해당되지만 해피엔딩은 아닙니다. 이미 상처는 생겼고, 아무리 애를 쓴들 그 상처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영화 밀양의 결말이 달라져 송강호와 전도연이 행복하게 산다고 하더라도 아이 잃은 슬픔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듯이요. 어찌 보면 사람 사는 세상에 완벽한 해피엔딩은 없는듯 합니다. 작든 크든 상처는 남게 되고, 세상 모든 것이 마음 먹은데로 100%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참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하네요. 앞으로 더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크리라 생각했던 유명인들의 자살은 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살이 최종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더 쉽게 하게 만들겁니다. 사실 생명을 끝내는 것에 대한 유혹이 있습니다. 죽고 나면 힘든 꼴 안당하는데, 남은 사람이야 어떻든, 내 책임이 어떻든 당장 살고보자는 마음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한 상황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 바라는 마음을 우리는 희망이라 부릅니다. 현실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행복한 결말을 바라는 거지요. 영화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서둘러 스위치를 꺼버리면 결말을 알 수가 없게 됩니다. 내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누가 아나요? 최고의 해피엔딩을 보여줄지요.

아시겠어요? 해피엔딩이 아니라면 아직도 당신의 영화는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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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6. 11:19
스티븐 코비의 일곱가지 습관은 크게 세가지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세개의 습관이 개인에 관한 것이고, 다음 세개의 습관은 사람과 사람간의 대인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마지막 습관은 다른 여섯 습관을 지탱하기 위한 보완하는 습관입니다. 일곱가지 습관은 개인이 작용에 대한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 능력을 훈련함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고 주위 환경에 휩쓸릴 수 밖에 없다면 자신을 계발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사고하고 선택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두번째 습관 '목표를 확립하고 행동하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두번 창조됩니다. 첫번째는 마음에서, 두번째는 물질적으로 창조됩니다. 두번째 습관은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첫번째 창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무엇이든 시작하기 전에 최종 결과가 무엇일지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최종결과를 생각하는 것은 방향을 잡기 위해서 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관리는 어떤 일을 바르게 하기 위한 것이지만 리더십은 바른 것을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두번째 습관의 바로 '바른 것'을 하기 위한 것입니다. How보다는 What의 문제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 What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작게는 조금있다 시작하는 회의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 것인가, 길게는 내 인생의 마지막 날에 어떤 삶으로 기록되고 싶은가를 생각해야합니다. 물론 어떤 것이든 만들어 낼 수는 있습니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매진하는 것은 하루 하루 되는데로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드라마 '타짜'의 첫회를 봤습니다. 죽어가는 고니 아빠가 고니에게 이렇게 유언하더군요. '너는 지지 마라. 너는 이겨라.' 그 말 자체는 귀한 것이로되, 그 말이 도박꾼으로서의 삶에 적용된다면 뭔가 잘못된 것일 겁니다. '죽을 힘 다해 최고의 도박사가 되겠다'라는 것이 진정 바른 쪽으로 사다리를 걸어놓은 것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질문은 어떤 방향이 정말 가치있는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가족을 위해서, 배우자를 위해서,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혹은 인류의 번영을 위하거나 신의 영광을 위해? 하지만 어느 것에든 삶의 무게중심을 한쪽에 둘 때 다른 쪽이 소홀해지는 것을 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코비는 '원칙중심'의 삶을 제안합니다. 삶의 원칙을 세우고 살아간다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잡힌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그렇다면 나의 원칙은 무엇이어야할까는 아직도 고민되는 문제입니다. 자기 사명서는 그런 삶의 원칙을 돌아보고 정립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요즘 다시 자기사명서를 검토하며 제 삶의 원칙이 가치있는 것인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분주하고 당면한 문제들로 인해 휩쓸리는 생활을 하기 쉬운 세상입니다. 이럴 때 마지막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 생각하는 두번째 습관은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꼭 필요한 습관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절실하게 듭니다.


2008. 9. 30. 01:20
블로그를 만들면서 광고에 대해 생각 안해본 것은 아니였지만, 좀더 순수하게 남고 싶어 광고를 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애드센스니 애드클릭스니 별 관심이 없었지요.

어제 처음으로 알라딘의 TTB2를 알았습니다. 안그래도 몇분 블로그에 책 광고가 달리는 것을 보고 뭘까 궁금했는데 그게 그거더군요 ^^ 책에 대한 관심은 항상 있어왔고, 또 제가 광고할 상품을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어 제 블로그에도 알라딘의 광고를 붙혔습니다.

그동안 주간 TTB 리뷰에 세번 당선되어 적립금 15만원을 받고, TTB를 통해 3천원 정도의 판매수익을 받았습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에 제 글이 실리면서 받은 원고료를 제외하면 블로그를 통해 얻은 수익의 대부분이 알라딘에서 나온 거네요. 덕분에 올해 구입한 한글책은 제 돈 내고 산적이 없었다는 ^^

책을 통해 블로거와 판매자와 그리고 알라딘을 이어주는 TTB2 꽤나 괜찮은 컨셉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블로그에 안 다신 분은 한번 고려해보세요. 저는 수줍게 ^^ 맨 밑에 붙여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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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28. 23:19
난해한 나라로구나... 갇혀있는 조선의 국왕이 죽어가는 나라 명을 향해 춤으로 예를 올림을 보며 칸은 말했다. 스스로 강자의 적이 되는 처연하고 강개한 자리에서 돌연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 그 적막을 칸은 이해할 수 없었다. 친구는 아니였지만 적으로 만들 필요도 없었던 청을 조선은 굳이 적으로 만들었고 칸을 이 후미진 땅으로 불러들였다. 조선에 올 때는 시원한 싸움이라도 한판 기대했건만 남한 산성에 도착할 때까지 저항도 환영도 없었다. 조선은 너무나 조용했다.

병자년에 청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말(言)이였다. 받아들이는 이들은 힘이 없건만 명에 대한 예를 지킨다 고집하여 오랑캐를 적으로 만들었다. 여진이 정묘년에 들어와 힘을 보였고 조선은 별 대항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적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말은 다시 힘을 얻었다. 그릇됨이 드러나기 전까지 말의 힘은 끝이 없다. 말 잘하는 이들이 조선에 넘쳐나 세상을 개벽할 듯 하였다. 말로서 형제 나라 명을 회복시킬 수 있었고 말로서 오랑캐 여진을 물리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믿고 그렇게 말을 쌓았다.

힘이 없는 말은 약했다. 조선 안에 가득했던 그 말들은 한발자욱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았고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조선은 조선 안에서는 굳센 나라였고 조선 밖에서는 어리석은 나라였다. 조선안의 말하는 이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동리 아이들의 짝짓기인양 명을 내 편이라 청을 내 편이 아니라 갈라놓고 천년만년 그렇게 살고자 했다. 바다와 중국에 막혀 있던 조선의 사람들은 눈 앞의 것밖에 볼 수가 없었다.

산성 밖에는 살 길이 아니라 죽을 길만 있었다. 싸우기를 주장하는 자들은 몸이 죽을수 밖에 없음을 알았고, 살고자 화친을 주장하는 자들은 결국 그들의 이름이 죽을 것을 알았다.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몸이 죽임을 당하거나 이름이 죽임을 당하거나 죽음은 산성 밖에 있었다. 산성 밖에 나가는 것은 죽음이었다. 그 죽음을 알았기에 그들은 산성 안에 있었고 산성안에서 다투었다. 살 길을 만들어주지 못함에도 살아있음을 증명하고자 그들은 다투었다.

김훈의 남한산성 안에는 난해한 나라 조선이 있었다. 힘이 없음에도 힘을 키우지 않고 수모를 당해도 어쩌지 못하고 돌아서는 그 나라가 있었다. 살고자 자식과 며느리를 적에게 보내고 살고자 돌아온 자식과 며느리를 죽였던 임금이 그 안에 있었다. 살고자 적을 만들고 살고자 적에게 무릎 꿇었다. 살고자 싸우자 했고 살고자 항복의 글을 올렸다. 그 뜻이 때로는 강개하고 그 뜻이 때로는 저열하나 살고자 하는 이들의 몸부림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산성안에 갇혀있었다.

세상은 달라져 아무도 산성안에 갇혀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 땅의 사람들은 땅 안의 것 밖에 보지 못한다. 나가지 못하는 말들을 쏟아내며 무력함을 자부심으로 극복하려 한다. 실리가 필요할 때는 가치를 들어 말을 막고, 가치를 지켜내려 하면 실리를 들어 발을 뺀다. 살고자 함은 어느때보다 소중해 졌으되 살고자 다른 이를 죽이고자 하는 이기는 어느때보다 커졌다. 나라 안의 웅성거림은 더 커졌으되 그 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멀리 나가지 못한다. 고집스레 현실을 보지 않는 단호함과 고집스레 자신만 위하는 이기심이 때로는 처연하다. 몸은 갇혀있지 않되 정신은 가두고 풀어주지 않는 답답함이 때로는 소름끼친다.

조선은 아직도 그 산성에 갇혀 있다.

*******************************

지난번 칼의 노래 때와 마찬가지로 김훈의 문체로 글을 써봤습니다.
서평, 특히 소설의 서평을 쓸 때는 저자의 문체를 흉내내어 볼려고 합니다.
근데 자연스런 저의 글모양이 아니기에 쉽지는 않네요. 이번엔 더 어려웠습니다.


남한산성 - 10점
김훈 지음/학고재




2008. 9. 26. 15:33
중국의 시안(Xi'an)에 다녀왔습니다. 한자로는 서안(西安)입니다. 서안 혹은 시안 이렇게 부를때는 몰랐습니다만 알고보니 이곳이 바로 장안(長安)이었더군요. 주, 진, 한, 수, 그리고 당으로 이어지는 오랜 중국 왕조의 수도였던 곳입니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지만... 매인 몸이라 개인 시간을 많이 낼 수는 없었습니다.

중국에 와본건 1997년 이후 처음입니다. 그때도 홍콩 관광중 하루 시간을 내어 관광지로 개방되어있던 심천에 갔던게 전부인지라 제대로 중국을 봤다고 할 수 없지요. 이번에 처음으로 중국의 안에 들어와 중국을 봤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관과 이곳에 와서 본 중국은 많이 틀렸습니다. 샹하이나 북경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덜 발전했을 거라 생각했던 이곳 서안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중국 참 무시 못할 나라인 것은 분명합니다.

1. 서안 공항과 샹하이 공항은 인천 공항과 비슷하더군요. 큰 건물 하나에 세로로 줄지어진 비행사들. 어디가 먼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비슷합니다. 어쩌면 요즘 추세인듯 합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국제선 터미널도 배치는 비슷하네요. 규모는 작지만.

2. 서안 공항에서 호텔까지 한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도로가 참 좋더군요. 도로는 국가의 핏줄입니다. 오늘의 미국을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그 넓은 땅을 종횡으로 잇는 주간고속도로(Interstate Highway)입니다. 도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요. 중국은 그것을 알고 있는듯 합니다. 서울-인천간 도로와 견주어 조금도 손색이 없습니다.

3. 역사의 도시 서안이지만, 겉모양은 완전 현대 도시입니다. 외곽에 있는 작은 건물들은 다 부서진 상태인데 반해 수없이 지어지는 고층 건물을 보면 확실히 자본의 집중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고개를 돌려보면 대여섯개의 크레인을 볼 수 있습니다. 하이테크 회사를 유치하기 위한 공장/사무실 단지도 최소한 세개가 있습니다. 서안만 보면 서울보다 한 십년 뒤쳐졌다 생각이 들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십년내에 도시규모면에서 서울을 능가할 듯합니다.

4. 중국 사람 운전을 미친듯이 한다고 소문을 들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한국에서 운전하는 정도의 적극성^^ 만 보여준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조심은 해야합니다. 중앙선을 넘어 반대쪽 3차선으로 과감히 좌회전 해주시는 운전자도 보이고, SUV의 힘을 이용해 가로수 둔턱을 넘어 유턴하는 차도 보입니다. 제가 탔던 택시도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중앙선을 가볍게 넘어 피하더군요. 중앙선 넘은 차와 충돌할 뻔한 경찰차가 그냥 지나가는 것을 보면 어쩌면 중앙선은 노란선에 불과한가 봅니다 ^^ 그래도 결론은 소문보다 훨씬 낳습니다. 다른 곳을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요.

5. 샹릴라 호텔이라는 곳에 머물었는데, 이 호텔 참 좋군요. 투숙비가 하루 십만원 정도인데 수준은 강남의 매리엇 수준입니다. 가격만 메리엇 수준이었던 첸나이 호텔이 별네개보다도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샹릴라 호텔은 송구스러울 정도입니다.

6. 회사 직원과 집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 친구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아파트에서 사는데 한달 집세가 100 RMB라고 하더군요. 2만원이 채 안되는 돈입니다. 혼자 사는 작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한달에 2만원이면 정말 부담 안되는 금액입니다. 그런 것 보면 완전 자본주의는 아닙니다. 필요한 만큼만 개방했다고 할까요?

7. 인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못했다면 중국은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인도 출신 회사 동료가 그러더군요. 인도는 아웃소싱으로 주어졌던 기회를 다 허비해버렸다구요. 인프라의 구축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에 반해 언어 소통은 부족하지만 인프라를 구축한 중국은 이미 언어의 단점을 상쇄했다 생각합니다. (물론 제 경험에 의한 판단이라 일반화시키기에는 무리는 있습니다.)

8. DVD를 사러 갔습니다. 양질의 DVD를 저렴한 ^^ 가격에 사고자 해서죠. 근데 요즘은 압축을 엄청해서 팔더군요. 한장에 700원 정도 하는데 영화를 열편을 집어넣었습니다. 드라마의 경우는 더 심해 한장에 두개의 프렌즈시즌이 담겨있구요. 그러다 보니 화질이 안좋습니다. 돈 더 낼테니 압축 안된 거 달라고 하는데 없답니다 ㅡ.ㅡ 어차피 제 값내는 것도 아닌데 너무 짜게 구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구경이라고는 DVD 사러 가고, 진시황의 테라코타 병사를 보러간게 다였습니다. 다음번에는 좀더 여유있게 가보고 싶습니다. 아쉽게도 똑딱이 디카의 고장으로 이번에도 필름만 들고 같습니다. 사진은 한참 있다가 올릴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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