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27. 22:59
[사랑을 말한다]
2006년 7월 30일에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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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전 고속 터미널에 가족들을 울산 가는 우등 고속에 태워보냈다.
네시 사십분차를 탔으니 아홉시 반이나 되어야 도착할 것 같다.
가족들 보내고 나면 혼자서 사진이라도 찍을 생각에
핫셀이랑 디엘이랑 무겁게 들고 나갔는데...
가족들 보내고 나니 갑자기 기운이 빠져 그냥 호텔로 돌아왔다.
참 사람 마음이 이상하다.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출장을 다니면서
가족들을 두고 혼자서 떠나는 것을 올해 몇번이나 했다.
출장와 있을 때도 혼자 있고, 인숙은 아이들과 같이 있었다.
지금도 인숙과 아이들을 보내놓고 나 혼자 있다.
팀을 굳이 나눈다면 항상 나와 가족들이건만
오늘의 허전함은 나혼자 출장 떠날 때와 비교할바가 못된다.
일주일이면 내가 울산에 가서 가족들을 만날텐데도 말이다.
이게 떠나는 자와 떠나 보내는 자의 차이인가?
떠나는 차를 바라보다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이의 허전함인가?
떠나는 이는 이동하고 있기에 그 허전함을 못느끼는 건가?
혹시나 인숙이 한달에 한번씩 이만큼의 허전함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아닌가 함에 갑자기 미안하다.
떠나기는 떠나 보내기보다 열배는 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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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전 고속 터미널에 가족들을 울산 가는 우등 고속에 태워보냈다.
네시 사십분차를 탔으니 아홉시 반이나 되어야 도착할 것 같다.
가족들 보내고 나면 혼자서 사진이라도 찍을 생각에
핫셀이랑 디엘이랑 무겁게 들고 나갔는데...
가족들 보내고 나니 갑자기 기운이 빠져 그냥 호텔로 돌아왔다.
참 사람 마음이 이상하다.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출장을 다니면서
가족들을 두고 혼자서 떠나는 것을 올해 몇번이나 했다.
출장와 있을 때도 혼자 있고, 인숙은 아이들과 같이 있었다.
지금도 인숙과 아이들을 보내놓고 나 혼자 있다.
팀을 굳이 나눈다면 항상 나와 가족들이건만
오늘의 허전함은 나혼자 출장 떠날 때와 비교할바가 못된다.
일주일이면 내가 울산에 가서 가족들을 만날텐데도 말이다.
이게 떠나는 자와 떠나 보내는 자의 차이인가?
떠나는 차를 바라보다 자기 자리로 돌아오는 이의 허전함인가?
떠나는 이는 이동하고 있기에 그 허전함을 못느끼는 건가?
혹시나 인숙이 한달에 한번씩 이만큼의 허전함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아닌가 함에 갑자기 미안하다.
떠나기는 떠나 보내기보다 열배는 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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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7. 22:54
[그밖에...]
전에 썼던 글들을 어딘가에 보관은 해야할 것 같고... 그렇다고 블로그의 방향이 너무 산만해지는 것도 싫고 해서 "그밖에..."를 추가했습니다. 전에 써놓았던 글과 블로그의 주된 방향에 맞지 않다고 생각되는, 하지만 쓰고 싶은 글들을 이곳에 담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영화이야기라는 카테고리는 없앴습니다. 영화에 대한 글을 쓰더라도 다른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다 생각해서요.
그리고 영화이야기라는 카테고리는 없앴습니다. 영화에 대한 글을 쓰더라도 다른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다 생각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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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7. 22:51
[그밖에...]
포클이라는 사진 동호회에 올렸던 글입니다... 밑은 올렸던 원문 그대로 복사해 온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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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원저자의 허락을 받아놨습니다. 출처만 밝혀주시면 (LensWork와 더불어 포클도 ^^;;;) 퍼가셔도 됩니다. 그리고 원문을 받을 수 있는 링크도 추가합니다. 원문과 많이 틀리다고 구박하지 마세요... ^^;;;
이 글은 제가 전에 한번 소개해드린 Lenswork라는 사진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 Brooks Jenson이라는 이 잡지를 만든 사람이자, 지금도 편집장으로 있는 사람이 쓴 글이네요. 쉽게 찍는 사진보다는 사진을 좀 심각하게 생각하는, 더 나아가 예술 사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글이기에 좀 부담되는 내용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포클분들의 수준이 워낙 높기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글이기에) 한번 번역을 해봅니다.
원저자의 요청에 의해 밑의 줄을 추가합니다.
Copyright 2005, LensWork Publishing. Used with permission.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in LensWork #58, May 2005.
더 좋은 사진을 찍는 스물한가지 방법 - 브룩스 젠슨
(Twenty one ways to improve your artwork - Brooks Jenson)
역: 포잌 클럽 쉐아르 ^^V
1. 더 많이 찍고, 더 많이 인화를 하라. 그리고 자기의 작품을 고를 때는 매정하게 선택을 하라. 많이 찍으면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 그건 많이 찍는 것 자체가 좋은 게 아니라 연습을 한다는 것 때문이다. 게다가 쉬지 않고 훈련하다 보면 행운이 찾아올 수 있다. 사진에서는, 골프와는 달리, 연습 삼아 찍은 행운의 작품이 신중하게 찍은 숙련된 사진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 사진 찍는 양에 대해 생각할 때, 보여줄만한 인화물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열장의 작품을 버리지 않는다면 사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하나의 인화할만한 사진을 위해 100번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미안하지만 연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2. 내가 본 많은 사진들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하고 싶은 일 한가지가 있다. 그건 뷰파인더 정중앙을 검은 색 테이프로 가리는 일이다. 과녁의 정중앙을 맞추는 듯한 구도는 할 수 있는한 피해야 한다. 나는 그런 사진을 보면 사진사가 사진을 찍는 목적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술) 사진을 찍는 목적은 피사체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건 눈(혹은 렌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진은 의미, 감정, 힘, 그리고 마술을 가져야 한다. 그냥 피사체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 그 대상이 무엇은 아닌가, 왜 그런지, 어떻게 그런지, 누구를 위해서 그런지, 어디에서 그런지, 그리고 언제 그러한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줄거리나 동기, 혹은 위기가 없는 소설을 상상해보라. 사진도 그렇게 될 수 있다.
3. 이차원적으로 생각하는게 필요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무언가를 복사하는게 아니라, 사진 찍는 자체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차원으로 나타난다. 만약 평면적으로 보기가 힘들면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사용하라. 폴라로이드가 없으면 스케치라도 하라. 디테일이나 색을 보기 전에 모서리나 형상을 보는 법을 배워야한다. 사물의 자세한 모습이 안보이게 눈을 가늘게 뜨고 샛눈으로 보거나, 아니면 반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보는 것도 좋다. 구도를 잡을 때는 큰 그림을 보고, 디테일은 나중에 필름이 보여주도록 하라. 구도는 형상에 대한 것이고, 질감(texture)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4.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망원렌즈는 당신의 발이다. 가까이 다가가라. 그리고 거기서 한발 더 다가가라. 광각렌즈를 사용해서 더 가까이 다가가라. 훌륭한 사진은 언제든지 사진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사진 속에 담겨진 세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건 피사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 있을 때 생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넓은 렌즈를 쓰고 실제적으로 대상에 다가서야한다. 물론 모든 좋은 사진이 광각으로 찍은 사진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지금 당신이 찍는 사진의 30%를 광각으로 찍고, 70%를 망원으로 찍었다면, 그 비율을 반대로 바꿔보라. 그러면 아마 사진이 금방 좋아질 것이다.
5. 사진이란 반은 예술이고 반은 과학이다. 사진에는 사람의 감성이 개입되기도 하지만, 한편 광학, 화학, 전자/전기, 그리고 물리의 원칙이 적용된다. 과학의 부분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적용되는 변수의 수를 줄이면 훨씬 사진을 배우기가 쉬워진다. 처음 몇년은 하나의 좋은 필름과 인화지를 선택해서 그것만 사용하라. 사용하는 카메라의 수를 줄이라. 특히 초기에는 이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가 할 수 있는 일을 완전히 이해하고, 더 좋은 장비가 더 좋은 사진을 만들거라는 유혹에 빠지지 마라. (역자주: 지름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 사진 역사에 남는 위대한 사진들은 모두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사진 장비보다 더 구식의 장비로 찍은 사진들이다.
6. 프로젝트를 만들어 작업하라. 많이 찍어보고 더 깊이 들여다 보라. 이미 찍었던 것들을 다시 찍을 시간을 만들라. 그 사진들을 보고 어떻게 찍었으면 더 좋았을까 생각해 보라. (어떤 대상에 대해) 처음 찍은 사진은 워밍업이나 스케치, 아님 그 대상과 친숙해지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라.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사진이 스스로 자신을 보여줄 시간을 주어야 한다. 당신 주위의 움직이지 않는 사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왜냐면 그 사물이 당신의 잠재적인 창의성을 대신해서 당신에게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자주: 이런 표현 한국말로 하기 되게 힘드네요 ㅡ.ㅡ) 사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찍은 사진을 당신의 작품이라 생각하지 말고 스승으로 여기라. 어떤 프로젝트던지 연구가 필요하다. 도서관이나 현장에서 하는 연구를 말하는 거다. 관련된 자료를 읽어보고, 공부하고, 다른 이들에게 질문하고, 당신보다 먼저 한 다른 사람의 작업을 참조하라. 생각하고, 질문하고, 더 들어보고, 또 질문하라. 기록이 필요하다. 만약에 당신이 사진기를 들기 전에 프로젝트에 대해 빽빽이 적어놓은 공책이 없었다면 그 프로젝트에 대해 충분히 생각한게 아니다. 프로젝트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곰곰히 되씹어 보아햐 한다. 무엇을 알야야 하는가? 누가 그걸 알고 있는가? 마지막 결과물이 어때야 할까? 어디로 가야할까? 누가 신경을 쓸까? 뭐가 포함이 되는가? 그게 어떻게 들어맞을까? 비용은 얼마나? 성공의 기준이 뭔가? 그리고 프로젝트를 마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루고자 하는가?
7. 당신의 장비에 대해서 알아야한다. 어떤 이미지든지, 어떤 프로젝트든지 거기에 딱 맞는 도구가 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 혹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떤 툴이 필요할지 생각하라. 만약에 계속적으로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아마도 지금 사용하는 도구에 적당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선택한 것일지 모른다. (#5 참조)
8. 사진강좌에 참가하라. 책도 읽어야 한다. 경험많은 사진가의 조언을 구하라. 만약 당신이 남이 해놓은 일을 다시 한다면 그건 정신 수련 이상의 의미는 없다. 훌륭한 사진을 찍을려면 다른 훌륭한 사진을 보고, 훌륭한 사진가와 이야기를 나누어야한다. 다른 사람의 견습생이 잠시 되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진들을 최대한 똑같이 한번 찍어보도록 해보라. 그리고 성공했다면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말고 필름이랑 인화물을 다 던져버려라. 거장에게서 배우되, 그들과 똑같이 되지는 마라. 거장과 닮기를 추구하기보다 그들이 추구했던 것을 추구하라. 그렇다는 것은...
9. 필수 과목에 충실한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볼려면 거인의 어깨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위대한 사진가나 예술가들은 창의성에 대한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의 다음 주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선 그들이 간 길을 따라 걸어야한다. 그들이 벌써 알고 있는 거를 배우는 데 몇년이 걸린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그들도 몇년 걸려서 그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역사를 공부하라. 관행이나, 규칙, 많이 쓰이는 말들, 그리고 기술을 알고, 그리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았던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10. (시작했으면) 끝을 내도록 하라. 필름이나 raw file을 가지고 예술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위대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영화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을 빌리면: 끝을 내면 그들 (관객?)이 올 것이다. 일반적인 '관객의 법칙'이 있는데, 그건 당신이 무언가 완성하면 세상은 그걸 숨켜진 채로 두지는 않을거라는 것이다. 기회는 마술처럼 찾아올 것이다. 또 하나, 나중에 돌아보면 어떤 프로젝트가 최고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예를 들어 열번째 프로젝트가 최고의 프로젝트였다고 할 때, 그전의 아홉개의 프로젝트를 끝내지 못했다면 그 경지에 다다르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의 역작을 남기는 것에는 지름길도, 더 효과적인 길도 없다. 다만 그 역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전 작업을 하는 것뿐. 완성하라. 그리고 잊어버리고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라.
11. 창의력이라는게 시간표대로 움직여주는게 아니다. 당신의 잠재속에 있던 창의력이 나타날 때를 항상 준비하라.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거나, 종이와 펜을 가지고 다녀라. 뜻밖의 시간에 뜻밖의 생각을 잡는 것을 훈련하라. 매일 사진을 찍어라 (아님 최소한 매일 사진을 생각하라). 최고로 멋지고 창의적인 생각이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을 때 나타날 수도 있다.
12. 사진을 찍을려고 하지 말고 예술 작품을 만들어라. 내가 말하는 것은 예술로서의 사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을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연결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예술 사진을 찍는다는게 수집가나 전시회 진행자 (curator)에게 기억될만한 작품을 차곡 차곡 쌓아두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대로 된 작품은 당신을 세상에 내어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그들을 세상과 그리고 결국 당신과 연결하게 만드는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작품이 누군가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아무 영향력이 없는 것이다.
13. 사진에 관한 기본 소양을 개발하라. 책을 읽고, 전시회를 보고, 잡지(특히 사진이 들어있지만 사진관련 잡지는 아닌)를 구독하라. 그래서 당신만의 이미지 갤러리를 만들고, 누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지, 경향은 어떠한지,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내라.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다른 사진가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결국 당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14. 만약 다른 사람이 자기 방식대로 무언가 하라고 한다면 그 조언은 무시해버려라. 물론 내가 지금 늘어놓는 조언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사진 비평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비평이 "나라면 이렇게 했을텐데..."라는 내용이라면 그것만큼 쓸데없는 비평도 없다. 그들의 사진도 아닐 뿐더러 그들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거는 전혀 관계없는 헛소리다. 최고의 비평은 그들이 당신의 사진에서 무엇을 봤는가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이 당신이 의도한 것인지, 아님 그들만의 시각인지, 그래서 성공인지 실패인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15. 쉽게 대중 앞에 나서지 마라. 집안에나 작업 공간에 많은 사진을 벽에 붙일 공간을 만들어라. 그 사진들을 거기에 두고, 계속 들여다 봐라. 하루의 다른 시간대에 보고, 다른 빛에서 보고, 다른 분위기에서 보라. 당신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지켜보라. 그 사진 찍을 때 마음 속에 있었던 프레임을 안팍으로 생각해보라. 그렇게 하면 어떻게 인화를 달리해볼까, 다르게 크롭해볼까, 아님 그 이미지에 대한 전혀 다른 방식이 생각이 날 것이다. 사진이 당신에게 말을 하는 거고 - 당신은 듣는 것이다.
16. 도움을 바라지 말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라. 물질이 없다고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 뭐가 부족하다고 예술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이들의 도움에 의존하지 마라: 그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결국 함정이다. 의존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진행이 안되게 된다. 결국 당신의 예술작품에 대해 제일 신경을 쓰는 이는 당신 자신이다. 스테펜 벤더 (Stephen Bender)가 말했듯이, 예술 생활은 뭔가 대가를 지불해야할 가치이다.
17. 당신의 목적에 대해서 확실히 생각하라. 돈을 벌기 위한 것인지, 아님 당신의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인지. 대중이 좋아할만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 아님 당신이 반드시 만들어야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 그중 어느것이 더 중요한지 생각하라. 운이 좋다면 둘 다 얻을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느 것이 더 소중한지 알면 인생이 더 편해진다. 정답은 없다. 다만 두가지를 다 좇으면 헷갈리게 될 뿐이다.
18. 사진은 집단 작업은 아니다. 혼자 일하는 것을 배우라. 방해받지 않고 일하는 것을 배우라. 음악도 끄고 정적 속에 있어보라. 누구나 마음속에 창조적인 길 (역자주: Brooks Jenson이 강조하는 것. 거창하게 말하면 '예술의 길'이라 할까요? ^^)로 이끄는 각자의 영감이 있다. 예외는 없다. 하지만 모든 영감이 말하는 공통적인 게 있다. 그걸 들을려면 조용한 곳에서 경청해야한다.
19. "사진이 될만한" 장면을 찍을려고 하지마라. 그게 사진찍을만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일 흥미가 생기는 것을 찍어라. 관심이 안가는 것을 찍어서 괜찮은 사진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상에 대해, 빛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떻게 변화되어가는지, 그 대상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열정을 보여라 - 그게 사진의 주제이지 사진안에 담겨져 있는 사물이 주제는 아니다. 세상에 지루한 주제는 없다 - 다만 재미없는 사진가가 찍은 재미없는 사진이 넘쳐날 뿐이다.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면 - 시간이 지나고 노력이 쌓이면 - (그 대상이) 당신의 사진 속에 명백하게 나타날 것이다.
20. 생각하라. 피사체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사진을 보는 이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당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바에 대하여 생각하라. 시간의 흐름 속에 그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라. 사진의 안쪽 뿐만 아니라, 가장자리에, 그리고 그 밖에 무엇이 있는가 생각하라. 당신이 (사진을 통해) 말한 것, 그리고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생각하라. 사람들이 당신이 무엇을 표현했다고, 그리고 무엇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생각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생각을 멈추어야하는지 알아야한다. 생각없는 예술은 불완전하다. 생각만 있는 예술도 불완전하다. 단지 예쁘기만한 사진을 넘어설려면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 둘 다가 필요하다.
21. 예술이란 예술작품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훌륭한 예술가가 되고 싶으면 먼저 훌륭한 사람이 되라 - 단지 도덕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완성된 인격체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는 최고의 테크닉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감성으로 가득찬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Copyright 2005, LensWork Publishing. Used with permission.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in LensWork #58, May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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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 원저자의 허락을 받아놨습니다. 출처만 밝혀주시면 (LensWork와 더불어 포클도 ^^;;;) 퍼가셔도 됩니다. 그리고 원문을 받을 수 있는 링크도 추가합니다. 원문과 많이 틀리다고 구박하지 마세요... ^^;;;
이 글은 제가 전에 한번 소개해드린 Lenswork라는 사진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 Brooks Jenson이라는 이 잡지를 만든 사람이자, 지금도 편집장으로 있는 사람이 쓴 글이네요. 쉽게 찍는 사진보다는 사진을 좀 심각하게 생각하는, 더 나아가 예술 사진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글이기에 좀 부담되는 내용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포클분들의 수준이 워낙 높기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그리고 저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글이기에) 한번 번역을 해봅니다.
원저자의 요청에 의해 밑의 줄을 추가합니다.
Copyright 2005, LensWork Publishing. Used with permission.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in LensWork #58, May 2005.
더 좋은 사진을 찍는 스물한가지 방법 - 브룩스 젠슨
(Twenty one ways to improve your artwork - Brooks Jenson)
역: 포잌 클럽 쉐아르 ^^V
1. 더 많이 찍고, 더 많이 인화를 하라. 그리고 자기의 작품을 고를 때는 매정하게 선택을 하라. 많이 찍으면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 그건 많이 찍는 것 자체가 좋은 게 아니라 연습을 한다는 것 때문이다. 게다가 쉬지 않고 훈련하다 보면 행운이 찾아올 수 있다. 사진에서는, 골프와는 달리, 연습 삼아 찍은 행운의 작품이 신중하게 찍은 숙련된 사진과 동일하게 평가될 수 있다. 사진 찍는 양에 대해 생각할 때, 보여줄만한 인화물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열장의 작품을 버리지 않는다면 사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하나의 인화할만한 사진을 위해 100번 셔터를 누르지 않았다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미안하지만 연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2. 내가 본 많은 사진들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하고 싶은 일 한가지가 있다. 그건 뷰파인더 정중앙을 검은 색 테이프로 가리는 일이다. 과녁의 정중앙을 맞추는 듯한 구도는 할 수 있는한 피해야 한다. 나는 그런 사진을 보면 사진사가 사진을 찍는 목적을 제대로 모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예술) 사진을 찍는 목적은 피사체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건 눈(혹은 렌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진은 의미, 감정, 힘, 그리고 마술을 가져야 한다. 그냥 피사체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나면 안된다. 그 대상이 무엇은 아닌가, 왜 그런지, 어떻게 그런지, 누구를 위해서 그런지, 어디에서 그런지, 그리고 언제 그러한가를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줄거리나 동기, 혹은 위기가 없는 소설을 상상해보라. 사진도 그렇게 될 수 있다.
3. 이차원적으로 생각하는게 필요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무언가를 복사하는게 아니라, 사진 찍는 자체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차원으로 나타난다. 만약 평면적으로 보기가 힘들면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사용하라. 폴라로이드가 없으면 스케치라도 하라. 디테일이나 색을 보기 전에 모서리나 형상을 보는 법을 배워야한다. 사물의 자세한 모습이 안보이게 눈을 가늘게 뜨고 샛눈으로 보거나, 아니면 반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보는 것도 좋다. 구도를 잡을 때는 큰 그림을 보고, 디테일은 나중에 필름이 보여주도록 하라. 구도는 형상에 대한 것이고, 질감(texture)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4.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망원렌즈는 당신의 발이다. 가까이 다가가라. 그리고 거기서 한발 더 다가가라. 광각렌즈를 사용해서 더 가까이 다가가라. 훌륭한 사진은 언제든지 사진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자신이 사진 속에 담겨진 세상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건 피사체에 대한 직접적인 접촉이 있을 때 생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넓은 렌즈를 쓰고 실제적으로 대상에 다가서야한다. 물론 모든 좋은 사진이 광각으로 찍은 사진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지금 당신이 찍는 사진의 30%를 광각으로 찍고, 70%를 망원으로 찍었다면, 그 비율을 반대로 바꿔보라. 그러면 아마 사진이 금방 좋아질 것이다.
5. 사진이란 반은 예술이고 반은 과학이다. 사진에는 사람의 감성이 개입되기도 하지만, 한편 광학, 화학, 전자/전기, 그리고 물리의 원칙이 적용된다. 과학의 부분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적용되는 변수의 수를 줄이면 훨씬 사진을 배우기가 쉬워진다. 처음 몇년은 하나의 좋은 필름과 인화지를 선택해서 그것만 사용하라. 사용하는 카메라의 수를 줄이라. 특히 초기에는 이것이 중요하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가 할 수 있는 일을 완전히 이해하고, 더 좋은 장비가 더 좋은 사진을 만들거라는 유혹에 빠지지 마라. (역자주: 지름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 사진 역사에 남는 위대한 사진들은 모두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사진 장비보다 더 구식의 장비로 찍은 사진들이다.
6. 프로젝트를 만들어 작업하라. 많이 찍어보고 더 깊이 들여다 보라. 이미 찍었던 것들을 다시 찍을 시간을 만들라. 그 사진들을 보고 어떻게 찍었으면 더 좋았을까 생각해 보라. (어떤 대상에 대해) 처음 찍은 사진은 워밍업이나 스케치, 아님 그 대상과 친숙해지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라.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면서 사진이 스스로 자신을 보여줄 시간을 주어야 한다. 당신 주위의 움직이지 않는 사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왜냐면 그 사물이 당신의 잠재적인 창의성을 대신해서 당신에게 이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역자주: 이런 표현 한국말로 하기 되게 힘드네요 ㅡ.ㅡ) 사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찍은 사진을 당신의 작품이라 생각하지 말고 스승으로 여기라. 어떤 프로젝트던지 연구가 필요하다. 도서관이나 현장에서 하는 연구를 말하는 거다. 관련된 자료를 읽어보고, 공부하고, 다른 이들에게 질문하고, 당신보다 먼저 한 다른 사람의 작업을 참조하라. 생각하고, 질문하고, 더 들어보고, 또 질문하라. 기록이 필요하다. 만약에 당신이 사진기를 들기 전에 프로젝트에 대해 빽빽이 적어놓은 공책이 없었다면 그 프로젝트에 대해 충분히 생각한게 아니다. 프로젝트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곰곰히 되씹어 보아햐 한다. 무엇을 알야야 하는가? 누가 그걸 알고 있는가? 마지막 결과물이 어때야 할까? 어디로 가야할까? 누가 신경을 쓸까? 뭐가 포함이 되는가? 그게 어떻게 들어맞을까? 비용은 얼마나? 성공의 기준이 뭔가? 그리고 프로젝트를 마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루고자 하는가?
7. 당신의 장비에 대해서 알아야한다. 어떤 이미지든지, 어떤 프로젝트든지 거기에 딱 맞는 도구가 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할 때, 혹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어떤 툴이 필요할지 생각하라. 만약에 계속적으로 다른 도구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아마도 지금 사용하는 도구에 적당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선택한 것일지 모른다. (#5 참조)
8. 사진강좌에 참가하라. 책도 읽어야 한다. 경험많은 사진가의 조언을 구하라. 만약 당신이 남이 해놓은 일을 다시 한다면 그건 정신 수련 이상의 의미는 없다. 훌륭한 사진을 찍을려면 다른 훌륭한 사진을 보고, 훌륭한 사진가와 이야기를 나누어야한다. 다른 사람의 견습생이 잠시 되어 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진들을 최대한 똑같이 한번 찍어보도록 해보라. 그리고 성공했다면 아무한테도 보여주지 말고 필름이랑 인화물을 다 던져버려라. 거장에게서 배우되, 그들과 똑같이 되지는 마라. 거장과 닮기를 추구하기보다 그들이 추구했던 것을 추구하라. 그렇다는 것은...
9. 필수 과목에 충실한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멀리 볼려면 거인의 어깨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위대한 사진가나 예술가들은 창의성에 대한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그들의 다음 주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선 그들이 간 길을 따라 걸어야한다. 그들이 벌써 알고 있는 거를 배우는 데 몇년이 걸린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그들도 몇년 걸려서 그 경지에 이르렀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의) 역사를 공부하라. 관행이나, 규칙, 많이 쓰이는 말들, 그리고 기술을 알고, 그리고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질문에 대해서 답을 찾았던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10. (시작했으면) 끝을 내도록 하라. 필름이나 raw file을 가지고 예술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위대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영화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을 빌리면: 끝을 내면 그들 (관객?)이 올 것이다. 일반적인 '관객의 법칙'이 있는데, 그건 당신이 무언가 완성하면 세상은 그걸 숨켜진 채로 두지는 않을거라는 것이다. 기회는 마술처럼 찾아올 것이다. 또 하나, 나중에 돌아보면 어떤 프로젝트가 최고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예를 들어 열번째 프로젝트가 최고의 프로젝트였다고 할 때, 그전의 아홉개의 프로젝트를 끝내지 못했다면 그 경지에 다다르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의 역작을 남기는 것에는 지름길도, 더 효과적인 길도 없다. 다만 그 역작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전 작업을 하는 것뿐. 완성하라. 그리고 잊어버리고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라.
11. 창의력이라는게 시간표대로 움직여주는게 아니다. 당신의 잠재속에 있던 창의력이 나타날 때를 항상 준비하라.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거나, 종이와 펜을 가지고 다녀라. 뜻밖의 시간에 뜻밖의 생각을 잡는 것을 훈련하라. 매일 사진을 찍어라 (아님 최소한 매일 사진을 생각하라). 최고로 멋지고 창의적인 생각이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을 때 나타날 수도 있다.
12. 사진을 찍을려고 하지 말고 예술 작품을 만들어라. 내가 말하는 것은 예술로서의 사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을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연결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예술 사진을 찍는다는게 수집가나 전시회 진행자 (curator)에게 기억될만한 작품을 차곡 차곡 쌓아두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대로 된 작품은 당신을 세상에 내어보이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그들을 세상과 그리고 결국 당신과 연결하게 만드는 작품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작품이 누군가 감동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아무 영향력이 없는 것이다.
13. 사진에 관한 기본 소양을 개발하라. 책을 읽고, 전시회를 보고, 잡지(특히 사진이 들어있지만 사진관련 잡지는 아닌)를 구독하라. 그래서 당신만의 이미지 갤러리를 만들고, 누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지, 경향은 어떠한지,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내라.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다른 사진가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결국 당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14. 만약 다른 사람이 자기 방식대로 무언가 하라고 한다면 그 조언은 무시해버려라. 물론 내가 지금 늘어놓는 조언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사진 비평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비평이 "나라면 이렇게 했을텐데..."라는 내용이라면 그것만큼 쓸데없는 비평도 없다. 그들의 사진도 아닐 뿐더러 그들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거는 전혀 관계없는 헛소리다. 최고의 비평은 그들이 당신의 사진에서 무엇을 봤는가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이 당신이 의도한 것인지, 아님 그들만의 시각인지, 그래서 성공인지 실패인지 결정하는 것은 당신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15. 쉽게 대중 앞에 나서지 마라. 집안에나 작업 공간에 많은 사진을 벽에 붙일 공간을 만들어라. 그 사진들을 거기에 두고, 계속 들여다 봐라. 하루의 다른 시간대에 보고, 다른 빛에서 보고, 다른 분위기에서 보라. 당신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지켜보라. 그 사진 찍을 때 마음 속에 있었던 프레임을 안팍으로 생각해보라. 그렇게 하면 어떻게 인화를 달리해볼까, 다르게 크롭해볼까, 아님 그 이미지에 대한 전혀 다른 방식이 생각이 날 것이다. 사진이 당신에게 말을 하는 거고 - 당신은 듣는 것이다.
16. 도움을 바라지 말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라. 물질이 없다고 일을 못하는 건 아니다. 뭐가 부족하다고 예술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이들의 도움에 의존하지 마라: 그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결국 함정이다. 의존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진행이 안되게 된다. 결국 당신의 예술작품에 대해 제일 신경을 쓰는 이는 당신 자신이다. 스테펜 벤더 (Stephen Bender)가 말했듯이, 예술 생활은 뭔가 대가를 지불해야할 가치이다.
17. 당신의 목적에 대해서 확실히 생각하라. 돈을 벌기 위한 것인지, 아님 당신의 이름을 날리기 위해서인지. 대중이 좋아할만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 아님 당신이 반드시 만들어야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 그중 어느것이 더 중요한지 생각하라. 운이 좋다면 둘 다 얻을 수 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느 것이 더 소중한지 알면 인생이 더 편해진다. 정답은 없다. 다만 두가지를 다 좇으면 헷갈리게 될 뿐이다.
18. 사진은 집단 작업은 아니다. 혼자 일하는 것을 배우라. 방해받지 않고 일하는 것을 배우라. 음악도 끄고 정적 속에 있어보라. 누구나 마음속에 창조적인 길 (역자주: Brooks Jenson이 강조하는 것. 거창하게 말하면 '예술의 길'이라 할까요? ^^)로 이끄는 각자의 영감이 있다. 예외는 없다. 하지만 모든 영감이 말하는 공통적인 게 있다. 그걸 들을려면 조용한 곳에서 경청해야한다.
19. "사진이 될만한" 장면을 찍을려고 하지마라. 그게 사진찍을만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일 흥미가 생기는 것을 찍어라. 관심이 안가는 것을 찍어서 괜찮은 사진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대상에 대해, 빛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떻게 변화되어가는지, 그 대상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열정을 보여라 - 그게 사진의 주제이지 사진안에 담겨져 있는 사물이 주제는 아니다. 세상에 지루한 주제는 없다 - 다만 재미없는 사진가가 찍은 재미없는 사진이 넘쳐날 뿐이다.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면 - 시간이 지나고 노력이 쌓이면 - (그 대상이) 당신의 사진 속에 명백하게 나타날 것이다.
20. 생각하라. 피사체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사진을 보는 이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당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바에 대하여 생각하라. 시간의 흐름 속에 그게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라. 사진의 안쪽 뿐만 아니라, 가장자리에, 그리고 그 밖에 무엇이 있는가 생각하라. 당신이 (사진을 통해) 말한 것, 그리고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생각하라. 사람들이 당신이 무엇을 표현했다고, 그리고 무엇을 표현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생각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생각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생각을 멈추어야하는지 알아야한다. 생각없는 예술은 불완전하다. 생각만 있는 예술도 불완전하다. 단지 예쁘기만한 사진을 넘어설려면 생각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 둘 다가 필요하다.
21. 예술이란 예술작품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훌륭한 예술가가 되고 싶으면 먼저 훌륭한 사람이 되라 - 단지 도덕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완성된 인격체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위대한 예술가는 최고의 테크닉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감성으로 가득찬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Copyright 2005, LensWork Publishing. Used with permission. This article originally appeared in LensWork #58, May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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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6. 23:40
[미래 빚어가기]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상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나 하기에 바쁜 상황에서 두개 세개를 들고와서 여러가지를 다 같이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하니 그런가 봅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보면 많은 경우 개발속도와 제품의 신뢰성은 반비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경험상 그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경우 너무나 쉽게 한쪽을 포기합니다. "테스트기간이 부족할 것 같아?" "그래? 그럼 출시시기를 한달 늦추지 뭐" 이런 식이죠. 그럴때 저는 일단 반대를 합니다. 품질을 확보하면서도 원래 계획된 날짜를 늦추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지요.
100의 노력을 들여서 100을 얻는 경우가 보통의 일하는 방식이라면, 적지 않은 경우 120, 130의 노력을 들여 200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한다면, 그 일을 하면서 조금만 더 애를 쓰면 다른 고객들에게도 유용한 기능을 만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개발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가능한 것부터 바로 적용하면 됩니다. 꼭 지금하는 일을 다 끝내고 적용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일을 진행하면 동료들은 동료들대로 일만든다 뭐라 그럽니다. 위에서는 왜 시킨 일만 하지 않냐고 제재를 가하구요. 이해가 안됩니다.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왜 적게 하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마는지.
짐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쓴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Build to Last)을 보면 18개의 위대한 기업 (3M, 보잉, GE, IBM, 모토롤라, P&G, 디즈니 등)이 나옵니다. 그 기업들의 성공원인을 여러가지 면에서 분석을 하는데, 그중에 이런게 있습니다. 그들은 '그리고'의 천재(Genius of AND)라는 지적이지요. '이거 아니면 저거'가 아니라 '이거뿐만 아니라 저것'까지 욕심을 내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 회사들은 중심이 되는 확고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필요에 따라 변화를 줄 수도 있었습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투자를 하면서도 단기별 수익도 신경쓰며 수시로 검토해왔다는 것입니다.
제가 정말 이상주의자인지도 모릅니다. 두세가지를 한꺼번에 신경쓰다가 한가지도 제대로 못하는 것보다는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낳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한가지가 조금의 추가노력으로 두세가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에도 원래의 한가지에 집착하는 모습이 많이 답답합니다.
오늘도 회사에서 이런 문제로 실망을 겪었습니다. 요즘 회사 이야기 많이 하게 되네요 ㅡ.ㅡ;;;
100의 노력을 들여서 100을 얻는 경우가 보통의 일하는 방식이라면, 적지 않은 경우 120, 130의 노력을 들여 200의 효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한다면, 그 일을 하면서 조금만 더 애를 쓰면 다른 고객들에게도 유용한 기능을 만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개발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가능한 것부터 바로 적용하면 됩니다. 꼭 지금하는 일을 다 끝내고 적용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일을 진행하면 동료들은 동료들대로 일만든다 뭐라 그럽니다. 위에서는 왜 시킨 일만 하지 않냐고 제재를 가하구요. 이해가 안됩니다. 더 많이 할 수 있는데, 왜 적게 하는 것으로 만족을 하고 마는지.
짐콜린스와 제리 포라스가 쓴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 (Build to Last)을 보면 18개의 위대한 기업 (3M, 보잉, GE, IBM, 모토롤라, P&G, 디즈니 등)이 나옵니다. 그 기업들의 성공원인을 여러가지 면에서 분석을 하는데, 그중에 이런게 있습니다. 그들은 '그리고'의 천재(Genius of AND)라는 지적이지요. '이거 아니면 저거'가 아니라 '이거뿐만 아니라 저것'까지 욕심을 내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 회사들은 중심이 되는 확고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필요에 따라 변화를 줄 수도 있었습니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투자를 하면서도 단기별 수익도 신경쓰며 수시로 검토해왔다는 것입니다.
제가 정말 이상주의자인지도 모릅니다. 두세가지를 한꺼번에 신경쓰다가 한가지도 제대로 못하는 것보다는 한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낳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 한가지가 조금의 추가노력으로 두세가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음에도 원래의 한가지에 집착하는 모습이 많이 답답합니다.
오늘도 회사에서 이런 문제로 실망을 겪었습니다. 요즘 회사 이야기 많이 하게 되네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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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25. 21:52
[책 그리고 글]
이 책이 아직도 대형서점에 베스트셀러로 올라가 있더군요. 그리고 "끌어당김의 원리", "성공의 문을 여는 마스터키"같은 싸구려 자기계발 서적들이 덩달아 출간되고 또 팔리고 있습니다. 세태의 반영이겠지요. 그래도 책이 가진 문제점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어, 책에 대한 비판을 메타블로그에 올리기위해 글을 조금 수정해서 다시 게시합니다.
0. 들어가며
6,7 년 전의 일인 것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종교적 광신 때문에 자신의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를 보았다. 화면에 비쳐진 열살쯤 되었다는 여자아이는 온몸은 삐쩍 말랐음에도 배는 마치 아이를 밴 것처럼 불러 있었다. 복막염이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병원에 갔었다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아빠의 광적인 믿음으로 몇년간 방치했기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딸을 옆에 두고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게 기억이 난다. "하나님이 고쳐주실 거다. 우리는 그냥 믿고 기다리면 된다." 고통받는 그 아이가 너무나 불쌍해서, 제발 하루만이라도 고통받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보통 이런 믿음을 "광신"이라고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미친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미치광이의 믿음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The Secret은 호주에 살던 론다 번이라는 여자가 쓴 DVD와 책의 제목이다. DVD를 먼저 제작했고, 이후 책을 썼다. 이혼녀로 힘들게 살아가던 론다는 딸이 건네준 <부자가 되는 과학>(윌러스 워틀스, 1910)을 보고 "비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전파하기 위해 미국에 와서 DVD와 책을 제작한다. 책과 DVD가 유명해진 것은 아마도 오프라윈프리쇼가 큰 작용을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광고하듯 오프라쇼 홈피를 마비시키며 급히 후속편을 편성하게까지 되었다. 어떤 이들은 자기도취에 빠져 무책임하게 책을 선택한 오프라의 실수중 하나라고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책은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상관없이 베스트셀러에 다 올라가 있다.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성공학, 혹은 자기계발을 위한 책으로 팔리고 있다. 원본에 없던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부제와 함께...
알고 보면 결코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에는 저급한 성공만능주의와 고생을 하지 않고 부만 가지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이기주의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이 눈을 가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나도 이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믿고 싶었으니 누굴 탓하랴만.
1. "시크릿"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인물 소개를 빼고 2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몇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주에는 변하지 않는 법칙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끌어당김의 법칙 (Law of attraction)"이다. 이 법칙의 기반에는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상이 있으며, 이 사상은 최근 양자역학의 새로운 발견들이 뒷받침한다(고 이책은 주장한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일정한 주파수를 우주에 내보내고,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원하는 것이 끌려오게 되어있다. 부를 원하면 부가, 건강을 원하면 건강이. 우주의 모든 것이 카달로그에 담겨있다 생각하고 선택만 하면 된다. 단 부정적인 생각은 하면 안된다. "아프면 어떡하지"하면 아프게 되니까 "건강한 내 모습"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런 책이 대부분 그렇듯이 원칙을 믿고 불구에서 일어난 사람, 엄청난 부를 간직한 사람, 베스트 셀러의 작가가 된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들은 다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 셰익스피어, 베토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이작뉴턴, 괴테 등등. 최근에 이르러서는 마더테레사와 처칠의 이름도 등장한다. 아... 성배를 지키기에 바빴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사실은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 힌두교, 신비주의,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등도 이 비밀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1%만 알고 있었다는 이 비밀은 사실은 책으로, 사상운동으로 여러사람에 의해 주장되어졌다. 론다 번이 읽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이 1910에 나왔고,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은 1952년도의<긍정적 사고의 힘> 이후 수도 없다. 사상적 기반이 되는 신사상(New Thought)운동도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1%만이 숨겨두고 알았다기 보다는 1%도 안되는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는게 진실 아닐까?
2. "시크릿"은 과학인가?
'비밀'은 결국 '끌어당김의 원리'이다. 그 기반이 되는 사상은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고, 이는 양자물리학자의 지난 80년간의 공로와 발견에 의해 뒷받침되어 진다고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 중간중간 양자물리학을 집어넣으면서 마치 '끌어당김의 원리'는 과학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먼저 양자물리학이 뭔가 생각해보자. 양자 물리학이란 "전 자, 원자핵 등 미시적 세계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물리 이론이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진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의 아원자입자에 관련된 실험들의 결과는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하기 힘들었기에, 새로운 역학체계가 필요했다. 막스 프랑크가 양자 가설을 내놓음으로서 이를 기반하여 현대의 양자물리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양자물리학을 바라보는 두가지의 큰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불확실성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론적 설명이다. 현상만 보면 양자의 위치는 확률로밖에 계산할 수 없다. 이를 표현하자면 파장(wave function)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확률적인 현상을 액면그대로 결정론의 한계로 보고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 코펜하겐의 해석이다. 반대로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인슈타인은 그 유명한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며 숨은변수이론(local hidden variable theory)을 제시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끌어당김의 원리'와 양자물리학이 연관되는 것은 뇌파(brainwave)와 입자가 파장으로 표현된다는 것 뿐이다. 우주가 정신으로 이루어졌다느니, 사람의 뇌파가 우주를 움직인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긴 얼마전에는 양자물리학을 이용해 암을 고친다는 사람도 봤으니, 끌어당겨 쓰겠다면 어떻게든 연관을 짓겠지만 말이다.
그보다 '시크릿'이 과학이 아닌 이유는 더 근본적인 것에 있다.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려면 어떤 가설을 부정하거나 증명할 수 있어야한다 (Falsifiability). 책에 보면 '비밀'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원칙이라 불릴려면 지속적으로 기대치에 부응하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비밀'의 경우 그런지 아닌지 테스트할 방법이 전혀 없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비밀'의 덕이고 나쁜 결과는 자신의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를 위해 '비밀'은 기독교에서 빌려온 원칙으로 방패막이를 해놓는다. '비밀'이 작동할려면 1. 구해야 하고 2. 믿어야 하고 3. 이미 가진줄 알고 즐겨야 한다. 좋은 일이 생기면 '비밀'의 덕이고 생기지 않으면 세단계중 어디에서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비밀'은 항상 정확히 작동하는 것이 된다 ^^;;;
다른 종교들이 '비밀'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어느 종교든지 이런식의 '선택적 관찰 (selective observation)'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잘되면 '신 혹은 비밀'의 탓. 못되면 내가 부족해서...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교든 '비밀' 숭배자든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쯧쯧... 믿음이 그렇게 부족해서 무슨 복을 받겠나"
3. '시크릿'은 종교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시크릿'은 과학이 아니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개인이 믿고 안 믿고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시크릿'은 종교인가? 일반적으로 종교를 종교에서 제시하는 교리를 믿는 시스템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시크릿'은 종교이다.
하지만 굳이 다른 종교와 비교를 한다면 '시크릿'은 수준낮은 사이비 기복 종교에 불과하다. 나무밑에 물 떠놓고 내 자식 잘 되라고 열심히 손 비비던... 딱 그 수준이다.
세상에 그래도 가치있다고 인정받는 종교들,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등을 보면 절대선의 개념이 존재한다. 이 종교의 신들은 신자들이 원한다고 아무거나 던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가다가 쇼윈도 안에 걸려있는 예쁜 목걸이를 보고 하나님에게 아무리 열심히 기도한들... 그 목걸이가 갑자기 목에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크릿' DVD는 이렇게 시작한다.)
'시크릿'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같은 내용의 두 구절을 인용한다. 그 중의 하나가 이거다. "너희가 기도할 때 믿고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 (마태복음 21:22) 하지만 성경의 다른 곳에는 "그런데 구해도 얻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이 정욕에 쓰려고 잘못된 동기로 구하기 때문입니다."(야고보서 4:3)라고 경고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시크릿'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종교라면 공통적인 원리이다.
'시크릿'의 신이 되는 개인은 선악의 개념이 없다. 그냥 원하면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절대적인 선의 가치가 없는 종교는 미아리나 계룡산에 가면 수없이 볼 수 있다.
4. '시크릿'은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재난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무언가 잘못 원했거나, 혹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수마트라 지진(쓰나미) 때문에 죽은 16만명, 그로 인해 이재민이 된 30만명은 다 그들의 생각의 주파수가 그 사건의 주파수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말대로 하나님의 저주인줄 알았는데 그 목사가 틀렸나 보다. 카트리나 때문에 죽은 사람들, 9.11때 쌍둥이 빌딩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다 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좋은 생각을 했었어야 하는데 "혹시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하며 평소에 불길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현장에 다 모여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내란에 기근에 고생하는 모든 나라들, 동정해 줄 필요없다. 그 나라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좋은 일이 꼬이는 것 뿐이다.
'시크릿'이 말하는 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유이다. 자기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이 이야기는 한페이지 정도밖에 이야기 안하고 넘어갔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비밀'의 선물은 모두가 다 부나 명예, 건강과 같은 개인의 영달에 관한 것이다. 즉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이 꿈꾸는 삶이 바로 내가 요즘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한다. 나는 45억짜리 저택에 산다... 온갖 먼진 곳으로 휴가도 간다... 이 모든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비밀을 알고 있기에." - 잭 캔필드
돈이든 건강이든 원하는 대로 다 받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다. 누가 '돈을 벌려면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고생을 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즉시 버려야 한다 (131p). 많아서 못 받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주는 무한하고, 받고자 하는 것은 이미 우주 어딘가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파수가 맞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주파수만 맞으면 '짜잔~'하고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선악의 개념도 없다. 돈이 왜 필요한지, 건강이 왜 필요한지 상관없다. 내가 곧 신이기 때문에 내가 원한다면 끝인 것이다. 이 책을 보니 전두환은 아마도 비밀을 알았나 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의 행복을 파괴하고도, 전재산이 29만원인 사람이 그렇게 호위호식하면서 살고 있다니. 어떻게 그렇게 살아가나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다. 그건 바로 '비밀' 때문이다. 전두환이 원했는지 이순자가 원했는지 모르지만 둘중 하나는 굉장히 믿음이 좋은게 분명하다.
좋은 것만 생각해야 하니 불행한 사람을 쳐다보는 것도 안된다. 길거리의 거지를 보고 "저 사람처럼 살면 안될텐데"라고 생각만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머리에서는 "거지"라는 전파가 이미 송출되었으니까. 바꾸지 않으면 내가 거지가 된다. 빨리 좋은 생각을 해야한다. 타워팰리스에서 사는 내 모습, BMW를 몰고 예쁜 여자친구와 드라이브하는 모습...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 비밀을 알았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테레사 수녀는 왜 평생을 인도의 고아원에서 고아들을 돌보며서 살았을까? 믿음이 적어서일까? 테레사 수녀는 그 삶을 원했다고 하자. 왜냐하면 그것은 가치있는 삶이니까. 그런데 왜 그 비밀을 고아들에게 나누어주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모두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힘들게 지원금를 요청하러 다니지 않아도 될테고. 테레사 수녀가 인도에서 보낸 70년 동안 열심히 비밀은 전파했다면 아마 불가촉천민은 벌써 없어졌을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런 넌센스가 없다. 조금만 상식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열심히 책을 사고 DVD를 몇십번이나 돌려서 보고 있다. 왜일까? 돈벌고 싶으니까. 떵떵거리며 살고 싶으니까. 확실하게 보장해준다지 않나. "법칙은 완벽해서 오류가 없다. (29p)"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게다가 일도 열심히 안해도 되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개인의 부와 건강을 떠나서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그렇고, 그렇게 만드는 사회제도를 고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그렇고, 나라를 잃었을 때는독립을 위해 내어놓는 목숨이 그렇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생각해 보자. 그는 '비밀'을 몰랐을 거다. 알았다면 왜 자기 목숨을 내어놓겠는가? 몰래 숨어서 조국의 독립을 믿어 의심치 않고 원하면 될 것을. 하지만 누구의 삶이 더 가치있는가? 안중근 의사와 45억짜리 집에 사는 잭켄필드 사이에서...
'시크릿'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결국 저급한 이기주의 때문이다.
5. '시크릿'의 사람들
책의 끝에 보면 '비밀'을 이용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명단이 나온다. 29명쯤 되는 것 같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은 '... 닭고기 수프' 시리즈를 쓴 잭켄필드밖에 없다. 사실 그도 책 제목땜에 알았지 개인이 그렇게 유명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설명을 보면 그닥 대단하지는 않다. 물론 그중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돈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한한 우주의 카달로그에서 원하는데로 선택만 하면 얻을 수 있는 사람들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적어도 빌게이츠나 조지부쉬 정도는 명단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론다 번이 '비밀'을 알게되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을 쓴 윌러스 워틀스만 해도 그렇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하고 세상 사람들이 '비밀'에 열광하는 것을 볼 시간도 없이 일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도데체 왜 그랬을까? "노화에 대한 믿음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고...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159p)"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는 빨리 세상을 떠나고 싶었나 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삶을 뒤로 두고 왜 서둘러 떠났는지는 아쉽지만 평생 질문으로 남겨두어야겠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이 사람들을 보라. '비밀'을 알면 이렇게 될 수 있다"라고 하기에는 책이나 DVD에 나온 사람들은 좀 떨어진다. 다른 종교. 예를 들어 기독교랑 비교해봐도 그렇다. 한국 목사들이 목에 힘을 주며 강조하는 "십일조의 비밀을 안 부자" "빌게이츠의 세배의 재산을 가졌다는" 록펠러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도 안된다면 이랜드의 영웅 박성수나 서울을 하나님에게 바친다는 이명박 정도는 되어야지. '비밀'의 대표주자와 '기독교'의 대표주자를 맞대결시키면 '비밀'팀이 한참 딸려 보인다.
6. '시크릿'의 왜곡된 인용들
책을 보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비밀'의 전도사들 말 이외에 이른바 저명인사들의 말이 가끔 등장한다. 테레사 수녀, 벨, 아인슈타인, 붓다, 처칠,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성경구절까지...
이미 성경 구절에 대해서는 성경의 전체 뜻과는 맞지 않는 인용이라는 것을 지적을 했다. 그럼 다른 문구들은 어떨까? 55쪽에 보면 윈스턴 처칠이 한말이 크게 적혀있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한다." 처칠도 '비밀'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러니 영국의 수상도 되고 2차대전때 그렇게 큰 일을 할 수있었겠지... 라고 생각하면 낚시에 걸린 것이다.
이 말은 처칠의 "나의 젊은 날들 (My Early Life)"에서 나온 말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문구 세줄 뒤에는 "이런식의 정신운동(mental acrobatics)은 한번쯤 놀아볼만 하다. 그것은 전혀 아무런 해도 없고 (harmless) 또 아무 쓸모가 없다 (useless). 다만 젊은 독자에게 그런 생각을 게임으로만 취급하라고 경고하고 싶다."라고 적혀있다. 즉 처칠은 '비밀'과 같은 생각을 말도 안되는 사고방식의 한가지 예로 든 것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의미와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벌써 성경문구, 처칠의 말, 테레사 수녀의 말이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인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말들은 어떨까? 벨이 말하는 '힘'이 '비밀의 힘'일까? 전화음을 전달하는 시그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경우에 생각나는 한자 성어는? 바로 아전인수다.
7. '시크릿'이론의 진화?
위 에서 이야기한데로 '시크릿'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데에는 오프라쇼의 역할이 컸다. 물론 그전에도 꽤 많이 판매가 되었긴 하지만. 그런데 오프라쇼에 나와서는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서는 이야기하지 않던 신념과 행동의 일관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믿는데로 행동을 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이런 식의 "시크릿"을 보완하는 글들이 꽤 올려져 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여기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 책의 메시지는 굉장히 분명하다. "사람의 뇌파에는 힘이 있어서, 원하는 것을 정하고 꾸준히 생각을 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우주는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는 것이 '시크릿'이 말하는 비밀이다. 그 중간과정(행동)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아니 그게 필요없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이 론다번이 노렸던 거라고 나는 믿는다. 예를 들어 깃털을 가지고 '비밀'을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한 행동은 전혀 없다. 특이한 깃털을 꾸준히 생각하니 짠 하고 나타났다고 했다. 론다번이 52kg의 몸을 얻기 위해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했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믿음만으로도 늙지 않을거란다. "돈은 열심히 수고해서 번다는 생각을 없애야한다"고도 말한다. 이런 편하고, 강력한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고 고생만 한다는 것이 '시크릿'이라 부른 이유다.
' 시크릿'의 차별화 전략은 분명했다. 뇌파에는 힘이 있다. 힘들어 수고할 필요없다. 비밀만 알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등등. 여기에 수고로이 '행동'까지 해야한다고 하면 다른 자기개발 서적과 다른 점이 없다. 뚜렷이 내새울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행동'이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려고 한거고 그게 '시크릿'이 성공할 수 있는 원인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행동인가? 책에는 없던 신념과 열정과 행동의 삼위일체의 메시지가 왜 등장을 했을까? '시크릿'도 진화를 하나? 그건 아닐거다. 이전에 DVD와 책을 보고 병이 생겨도 약을 안먹는 환자가 생긴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행동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비판도 많았다. 결국 행동을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세상의 반응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어디서는 이런 웃기는 글도 봤다. "비록 'The Secret'에서 전하는 메시지대로 착실하게 실천해왔음에도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 일단 그 자체를 '인정'하고, 다시 '좋은 걸 생각하기'로 하는 겁니다." '비밀'이 한번 작동 안된다 해도. 인정하고 다시 열심히 좋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열번쯤 하면 한두번 걸리겠지. 그리고 외칠 것이다. "론다번 만세!" ^^;;; 위에서 말한 '선택적관찰'의 전형적인 예다.
8. 나가며
여러가지 관점에서 '시크릿'이 왜 말이 안돼고, 가치가 없는 주장인가에 대해 평가해봤다.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정말 이 책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험도 해봤다. 책에서도 새의 깃털을 가지고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니 나도 못할 것은 없겠다 싶었다.
다음날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다. 평소에 그 항공사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세번에 한번 꼴로 신청하지 않아도 항공사에서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었다. 확률상 높음에도 불구하고 좌석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비즈니스석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상상했다. 전에 원하지 않아도 된 경험이 있었으니, 끊임없이 긍정적인 주파수를 내보내면 확률이 더 높아질 거라 생각했다. 마음 한구석에 의심이 있었다고? 나는 이전에 가졌던 종교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경험을 통해 열린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 선입견을 버리고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결과는? 어느 개그 프로의 대사처럼 "바랠 걸 바래야지"였다. 솔직히 난 붙잡고 싶었다. 힘든 내 일상에서 '시크릿'이 구원이 되기를 정말로 바랬다.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사회적 책임이니, 논리적 모순이니 다 잊고 추종자가 될려고 했다는 것이다. 광신도라 해도 잘 먹고 잘 사는데 그거면 됐지. 이성이니 사회적 책임이니 무슨 개뿔은... ㅡ.ㅡ;;; 하지만 '시크릿'은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배푸는 사랑. 돈이 되든 안되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장인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희생.
사람이 살아가는데 돈보다 명예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그런 좋은 가치들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참다운 가치보다 돈이 더 소중하기에 사람들이 '시크릿'같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나 싶어 마음이 안타깝다.
0. 들어가며
6,7 년 전의 일인 것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종교적 광신 때문에 자신의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를 보았다. 화면에 비쳐진 열살쯤 되었다는 여자아이는 온몸은 삐쩍 말랐음에도 배는 마치 아이를 밴 것처럼 불러 있었다. 복막염이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병원에 갔었다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을 아빠의 광적인 믿음으로 몇년간 방치했기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딸을 옆에 두고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게 기억이 난다. "하나님이 고쳐주실 거다. 우리는 그냥 믿고 기다리면 된다." 고통받는 그 아이가 너무나 불쌍해서, 제발 하루만이라도 고통받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보통 이런 믿음을 "광신"이라고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미친 것이다. 믿음이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성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미치광이의 믿음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The Secret은 호주에 살던 론다 번이라는 여자가 쓴 DVD와 책의 제목이다. DVD를 먼저 제작했고, 이후 책을 썼다. 이혼녀로 힘들게 살아가던 론다는 딸이 건네준 <부자가 되는 과학>(윌러스 워틀스, 1910)을 보고 "비밀"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전파하기 위해 미국에 와서 DVD와 책을 제작한다. 책과 DVD가 유명해진 것은 아마도 오프라윈프리쇼가 큰 작용을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광고하듯 오프라쇼 홈피를 마비시키며 급히 후속편을 편성하게까지 되었다. 어떤 이들은 자기도취에 빠져 무책임하게 책을 선택한 오프라의 실수중 하나라고도 하지만.
한국에서도 이책은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상관없이 베스트셀러에 다 올라가 있다. 뉴에이지로 분류되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성공학, 혹은 자기계발을 위한 책으로 팔리고 있다. 원본에 없던 "수 세기 동안 단 1%만이 알았던 부와 성공의 비밀"이라는 자극적인 부제와 함께...
알고 보면 결코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에는 저급한 성공만능주의와 고생을 하지 않고 부만 가지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이기주의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욕심이 눈을 가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나도 이책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믿고 싶었으니 누굴 탓하랴만.
1. "시크릿"에서 말하는 "비밀"이란?
인물 소개를 빼고 200페이지 정도 분량의 책이지만 그 내용은 몇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주에는 변하지 않는 법칙들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끌어당김의 법칙 (Law of attraction)"이다. 이 법칙의 기반에는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있다"는 사상이 있으며, 이 사상은 최근 양자역학의 새로운 발견들이 뒷받침한다(고 이책은 주장한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일정한 주파수를 우주에 내보내고, 끌어당김의 법칙에 따라 원하는 것이 끌려오게 되어있다. 부를 원하면 부가, 건강을 원하면 건강이. 우주의 모든 것이 카달로그에 담겨있다 생각하고 선택만 하면 된다. 단 부정적인 생각은 하면 안된다. "아프면 어떡하지"하면 아프게 되니까 "건강한 내 모습"만 생각하라는 것이다.
이런 책이 대부분 그렇듯이 원칙을 믿고 불구에서 일어난 사람, 엄청난 부를 간직한 사람, 베스트 셀러의 작가가 된 사람이 등장한다. 그리고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들은 다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 셰익스피어, 베토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이작뉴턴, 괴테 등등. 최근에 이르러서는 마더테레사와 처칠의 이름도 등장한다. 아... 성배를 지키기에 바빴을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사실은 이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 힌두교, 신비주의,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등도 이 비밀을 피해갈 수는 없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1%만 알고 있었다는 이 비밀은 사실은 책으로, 사상운동으로 여러사람에 의해 주장되어졌다. 론다 번이 읽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이 1910에 나왔고, 같은 이야기를 담은 책은 1952년도의<긍정적 사고의 힘> 이후 수도 없다. 사상적 기반이 되는 신사상(New Thought)운동도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1%만이 숨겨두고 알았다기 보다는 1%도 안되는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는게 진실 아닐까?
2. "시크릿"은 과학인가?
'비밀'은 결국 '끌어당김의 원리'이다. 그 기반이 되는 사상은 우주는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고, 이는 양자물리학자의 지난 80년간의 공로와 발견에 의해 뒷받침되어 진다고 이 책은 거듭 강조한다. 중간중간 양자물리학을 집어넣으면서 마치 '끌어당김의 원리'는 과학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과연 그러할까? 먼저 양자물리학이 뭔가 생각해보자. 양자 물리학이란 "전 자, 원자핵 등 미시적 세계의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물리 이론이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이루어진 전자, 양성자, 중성자 등의 아원자입자에 관련된 실험들의 결과는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하기 힘들었기에, 새로운 역학체계가 필요했다. 막스 프랑크가 양자 가설을 내놓음으로서 이를 기반하여 현대의 양자물리학이 발전하게 되었다.
양자물리학을 바라보는 두가지의 큰 관점이 있는데 하나는 불확실성이고 다른 하나는 결정론적 설명이다. 현상만 보면 양자의 위치는 확률로밖에 계산할 수 없다. 이를 표현하자면 파장(wave function)으로 표시할 수 있다. 이러한 확률적인 현상을 액면그대로 결정론의 한계로 보고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 코펜하겐의 해석이다. 반대로 "비밀"을 알고 있었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아인슈타인은 그 유명한 "신은 주사위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라며 숨은변수이론(local hidden variable theory)을 제시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끌어당김의 원리'와 양자물리학이 연관되는 것은 뇌파(brainwave)와 입자가 파장으로 표현된다는 것 뿐이다. 우주가 정신으로 이루어졌다느니, 사람의 뇌파가 우주를 움직인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긴 얼마전에는 양자물리학을 이용해 암을 고친다는 사람도 봤으니, 끌어당겨 쓰겠다면 어떻게든 연관을 짓겠지만 말이다.
그보다 '시크릿'이 과학이 아닌 이유는 더 근본적인 것에 있다. 과학이라고 부를 수 있을려면 어떤 가설을 부정하거나 증명할 수 있어야한다 (Falsifiability). 책에 보면 '비밀'을 통해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원칙이라 불릴려면 지속적으로 기대치에 부응하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비밀'의 경우 그런지 아닌지 테스트할 방법이 전혀 없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비밀'의 덕이고 나쁜 결과는 자신의 믿음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이를 위해 '비밀'은 기독교에서 빌려온 원칙으로 방패막이를 해놓는다. '비밀'이 작동할려면 1. 구해야 하고 2. 믿어야 하고 3. 이미 가진줄 알고 즐겨야 한다. 좋은 일이 생기면 '비밀'의 덕이고 생기지 않으면 세단계중 어디에서 부족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결과는 '비밀'은 항상 정확히 작동하는 것이 된다 ^^;;;
다른 종교들이 '비밀'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모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어느 종교든지 이런식의 '선택적 관찰 (selective observation)'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잘되면 '신 혹은 비밀'의 탓. 못되면 내가 부족해서...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종교든 '비밀' 숭배자든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쯧쯧... 믿음이 그렇게 부족해서 무슨 복을 받겠나"
3. '시크릿'은 종교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시크릿'은 과학이 아니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개인이 믿고 안 믿고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시크릿'은 종교인가? 일반적으로 종교를 종교에서 제시하는 교리를 믿는 시스템이라고 정의를 한다면 '시크릿'은 종교이다.
하지만 굳이 다른 종교와 비교를 한다면 '시크릿'은 수준낮은 사이비 기복 종교에 불과하다. 나무밑에 물 떠놓고 내 자식 잘 되라고 열심히 손 비비던... 딱 그 수준이다.
세상에 그래도 가치있다고 인정받는 종교들,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등을 보면 절대선의 개념이 존재한다. 이 종교의 신들은 신자들이 원한다고 아무거나 던져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가다가 쇼윈도 안에 걸려있는 예쁜 목걸이를 보고 하나님에게 아무리 열심히 기도한들... 그 목걸이가 갑자기 목에 걸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크릿' DVD는 이렇게 시작한다.)
'시크릿'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같은 내용의 두 구절을 인용한다. 그 중의 하나가 이거다. "너희가 기도할 때 믿고 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 (마태복음 21:22) 하지만 성경의 다른 곳에는 "그런데 구해도 얻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이 정욕에 쓰려고 잘못된 동기로 구하기 때문입니다."(야고보서 4:3)라고 경고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시크릿'의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종교라면 공통적인 원리이다.
'시크릿'의 신이 되는 개인은 선악의 개념이 없다. 그냥 원하면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절대적인 선의 가치가 없는 종교는 미아리나 계룡산에 가면 수없이 볼 수 있다.
4. '시크릿'은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재난의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무언가 잘못 원했거나, 혹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4년 수마트라 지진(쓰나미) 때문에 죽은 16만명, 그로 인해 이재민이 된 30만명은 다 그들의 생각의 주파수가 그 사건의 주파수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 말대로 하나님의 저주인줄 알았는데 그 목사가 틀렸나 보다. 카트리나 때문에 죽은 사람들, 9.11때 쌍둥이 빌딩에 있던 사람들 모두 다 그 사람들이 잘못 생각한 것이다. 좋은 생각을 했었어야 하는데 "혹시 나쁜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하며 평소에 불길한 생각을 했기 때문에 그 현장에 다 모여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내란에 기근에 고생하는 모든 나라들, 동정해 줄 필요없다. 그 나라 사람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좋은 일이 꼬이는 것 뿐이다.
'시크릿'이 말하는 복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유이다. 자기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는지 이 이야기는 한페이지 정도밖에 이야기 안하고 넘어갔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는 '비밀'의 선물은 모두가 다 부나 명예, 건강과 같은 개인의 영달에 관한 것이다. 즉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 모든 사람이 꿈꾸는 삶이 바로 내가 요즘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한다. 나는 45억짜리 저택에 산다... 온갖 먼진 곳으로 휴가도 간다... 이 모든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비밀을 알고 있기에." - 잭 캔필드
돈이든 건강이든 원하는 대로 다 받을 수 있다. 열심히 일할 필요도 없다. 누가 '돈을 벌려면 정말 힘들게 일하고 고생을 해야 해'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즉시 버려야 한다 (131p). 많아서 못 받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우주는 무한하고, 받고자 하는 것은 이미 우주 어딘가에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파수가 맞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주파수만 맞으면 '짜잔~'하고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선악의 개념도 없다. 돈이 왜 필요한지, 건강이 왜 필요한지 상관없다. 내가 곧 신이기 때문에 내가 원한다면 끝인 것이다. 이 책을 보니 전두환은 아마도 비밀을 알았나 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의 행복을 파괴하고도, 전재산이 29만원인 사람이 그렇게 호위호식하면서 살고 있다니. 어떻게 그렇게 살아가나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다. 그건 바로 '비밀' 때문이다. 전두환이 원했는지 이순자가 원했는지 모르지만 둘중 하나는 굉장히 믿음이 좋은게 분명하다.
좋은 것만 생각해야 하니 불행한 사람을 쳐다보는 것도 안된다. 길거리의 거지를 보고 "저 사람처럼 살면 안될텐데"라고 생각만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머리에서는 "거지"라는 전파가 이미 송출되었으니까. 바꾸지 않으면 내가 거지가 된다. 빨리 좋은 생각을 해야한다. 타워팰리스에서 사는 내 모습, BMW를 몰고 예쁜 여자친구와 드라이브하는 모습...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 비밀을 알았다고 책에서 이야기하는 테레사 수녀는 왜 평생을 인도의 고아원에서 고아들을 돌보며서 살았을까? 믿음이 적어서일까? 테레사 수녀는 그 삶을 원했다고 하자. 왜냐하면 그것은 가치있는 삶이니까. 그런데 왜 그 비밀을 고아들에게 나누어주지는 않았을까? 그랬다면 모두 다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힘들게 지원금를 요청하러 다니지 않아도 될테고. 테레사 수녀가 인도에서 보낸 70년 동안 열심히 비밀은 전파했다면 아마 불가촉천민은 벌써 없어졌을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이렇게 적고 보니 이런 넌센스가 없다. 조금만 상식을 가지고 들여다 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열심히 책을 사고 DVD를 몇십번이나 돌려서 보고 있다. 왜일까? 돈벌고 싶으니까. 떵떵거리며 살고 싶으니까. 확실하게 보장해준다지 않나. "법칙은 완벽해서 오류가 없다. (29p)"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게다가 일도 열심히 안해도 되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에는 개인의 부와 건강을 떠나서 지켜야할 가치가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삶이 그렇고, 그렇게 만드는 사회제도를 고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그렇고, 나라를 잃었을 때는독립을 위해 내어놓는 목숨이 그렇다. 안중근 의사의 삶을 생각해 보자. 그는 '비밀'을 몰랐을 거다. 알았다면 왜 자기 목숨을 내어놓겠는가? 몰래 숨어서 조국의 독립을 믿어 의심치 않고 원하면 될 것을. 하지만 누구의 삶이 더 가치있는가? 안중근 의사와 45억짜리 집에 사는 잭켄필드 사이에서...
'시크릿'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결국 저급한 이기주의 때문이다.
5. '시크릿'의 사람들
책의 끝에 보면 '비밀'을 이용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명단이 나온다. 29명쯤 되는 것 같다. 근데 뭔가 이상하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은 '... 닭고기 수프' 시리즈를 쓴 잭켄필드밖에 없다. 사실 그도 책 제목땜에 알았지 개인이 그렇게 유명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설명을 보면 그닥 대단하지는 않다. 물론 그중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돈이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한한 우주의 카달로그에서 원하는데로 선택만 하면 얻을 수 있는 사람들치고는 많이 부족하다. 적어도 빌게이츠나 조지부쉬 정도는 명단에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론다 번이 '비밀'을 알게되었다는 '부자가 되는 과학'을 쓴 윌러스 워틀스만 해도 그렇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하고 세상 사람들이 '비밀'에 열광하는 것을 볼 시간도 없이 일년만에 세상을 떠났다. 도데체 왜 그랬을까? "노화에 대한 믿음은 모두 마음에서 비롯되고...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159p)"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는 빨리 세상을 떠나고 싶었나 보다.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행복한 삶을 뒤로 두고 왜 서둘러 떠났는지는 아쉽지만 평생 질문으로 남겨두어야겠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고 "이 사람들을 보라. '비밀'을 알면 이렇게 될 수 있다"라고 하기에는 책이나 DVD에 나온 사람들은 좀 떨어진다. 다른 종교. 예를 들어 기독교랑 비교해봐도 그렇다. 한국 목사들이 목에 힘을 주며 강조하는 "십일조의 비밀을 안 부자" "빌게이츠의 세배의 재산을 가졌다는" 록펠러 정도는 되어야 되지 않겠느냐 말이다. 그도 안된다면 이랜드의 영웅 박성수나 서울을 하나님에게 바친다는 이명박 정도는 되어야지. '비밀'의 대표주자와 '기독교'의 대표주자를 맞대결시키면 '비밀'팀이 한참 딸려 보인다.
6. '시크릿'의 왜곡된 인용들
책을 보면 계속해서 등장하는 '비밀'의 전도사들 말 이외에 이른바 저명인사들의 말이 가끔 등장한다. 테레사 수녀, 벨, 아인슈타인, 붓다, 처칠, 마틴 루터 킹, 그리고 성경구절까지...
이미 성경 구절에 대해서는 성경의 전체 뜻과는 맞지 않는 인용이라는 것을 지적을 했다. 그럼 다른 문구들은 어떨까? 55쪽에 보면 윈스턴 처칠이 한말이 크게 적혀있다. "당신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우주를 창조한다." 처칠도 '비밀'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러니 영국의 수상도 되고 2차대전때 그렇게 큰 일을 할 수있었겠지... 라고 생각하면 낚시에 걸린 것이다.
이 말은 처칠의 "나의 젊은 날들 (My Early Life)"에서 나온 말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문구 세줄 뒤에는 "이런식의 정신운동(mental acrobatics)은 한번쯤 놀아볼만 하다. 그것은 전혀 아무런 해도 없고 (harmless) 또 아무 쓸모가 없다 (useless). 다만 젊은 독자에게 그런 생각을 게임으로만 취급하라고 경고하고 싶다."라고 적혀있다. 즉 처칠은 '비밀'과 같은 생각을 말도 안되는 사고방식의 한가지 예로 든 것이다. '비밀'에서 인용한 의미와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벌써 성경문구, 처칠의 말, 테레사 수녀의 말이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인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말들은 어떨까? 벨이 말하는 '힘'이 '비밀의 힘'일까? 전화음을 전달하는 시그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경우에 생각나는 한자 성어는? 바로 아전인수다.
7. '시크릿'이론의 진화?
위 에서 이야기한데로 '시크릿'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데에는 오프라쇼의 역할이 컸다. 물론 그전에도 꽤 많이 판매가 되었긴 하지만. 그런데 오프라쇼에 나와서는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책에서는 이야기하지 않던 신념과 행동의 일관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믿는데로 행동을 해야 원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이런 식의 "시크릿"을 보완하는 글들이 꽤 올려져 있다.
근데 잘 생각해보면 여기에 심각한 모순이 있다. 책의 메시지는 굉장히 분명하다. "사람의 뇌파에는 힘이 있어서, 원하는 것을 정하고 꾸준히 생각을 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에 의해 우주는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는 것이 '시크릿'이 말하는 비밀이다. 그 중간과정(행동)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아니 그게 필요없다고 생각하게끔 하는 것이 론다번이 노렸던 거라고 나는 믿는다. 예를 들어 깃털을 가지고 '비밀'을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가 한 행동은 전혀 없다. 특이한 깃털을 꾸준히 생각하니 짠 하고 나타났다고 했다. 론다번이 52kg의 몸을 얻기 위해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했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믿음만으로도 늙지 않을거란다. "돈은 열심히 수고해서 번다는 생각을 없애야한다"고도 말한다. 이런 편하고, 강력한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고 고생만 한다는 것이 '시크릿'이라 부른 이유다.
' 시크릿'의 차별화 전략은 분명했다. 뇌파에는 힘이 있다. 힘들어 수고할 필요없다. 비밀만 알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등등. 여기에 수고로이 '행동'까지 해야한다고 하면 다른 자기개발 서적과 다른 점이 없다. 뚜렷이 내새울 것이 없어지는 것이다. '행동'이 없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줄려고 한거고 그게 '시크릿'이 성공할 수 있는 원인이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행동인가? 책에는 없던 신념과 열정과 행동의 삼위일체의 메시지가 왜 등장을 했을까? '시크릿'도 진화를 하나? 그건 아닐거다. 이전에 DVD와 책을 보고 병이 생겨도 약을 안먹는 환자가 생긴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행동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는 비판도 많았다. 결국 행동을 갑자기 들고 나온 것은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 세상의 반응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어디서는 이런 웃기는 글도 봤다. "비록 'The Secret'에서 전하는 메시지대로 착실하게 실천해왔음에도 아주 안 좋은 상황에 처하게 됐다면, 일단 그 자체를 '인정'하고, 다시 '좋은 걸 생각하기'로 하는 겁니다." '비밀'이 한번 작동 안된다 해도. 인정하고 다시 열심히 좋은 것을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한 열번쯤 하면 한두번 걸리겠지. 그리고 외칠 것이다. "론다번 만세!" ^^;;; 위에서 말한 '선택적관찰'의 전형적인 예다.
8. 나가며
여러가지 관점에서 '시크릿'이 왜 말이 안돼고, 가치가 없는 주장인가에 대해 평가해봤다. 다시 말하지만 이렇게 말도 안되는 것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하긴 나도 정말 이 책대로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험도 해봤다. 책에서도 새의 깃털을 가지고 테스트해본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니 나도 못할 것은 없겠다 싶었다.
다음날 비행기를 탈 일이 있었다. 평소에 그 항공사를 많이 이용하다 보니, 세번에 한번 꼴로 신청하지 않아도 항공사에서 좌석을 업그레이드해주었다. 확률상 높음에도 불구하고 좌석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비즈니스석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상상했다. 전에 원하지 않아도 된 경험이 있었으니, 끊임없이 긍정적인 주파수를 내보내면 확률이 더 높아질 거라 생각했다. 마음 한구석에 의심이 있었다고? 나는 이전에 가졌던 종교에 대한 긍정과 부정의 경험을 통해 열린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 선입견을 버리고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결과는? 어느 개그 프로의 대사처럼 "바랠 걸 바래야지"였다. 솔직히 난 붙잡고 싶었다. 힘든 내 일상에서 '시크릿'이 구원이 되기를 정말로 바랬다. 제대로 작동만 한다면 사회적 책임이니, 논리적 모순이니 다 잊고 추종자가 될려고 했다는 것이다. 광신도라 해도 잘 먹고 잘 사는데 그거면 됐지. 이성이니 사회적 책임이니 무슨 개뿔은... ㅡ.ㅡ;;; 하지만 '시크릿'은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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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배푸는 사랑. 돈이 되든 안되든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자기 길을 가는 장인 정신.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자신의 것을 포기하는 희생.
사람이 살아가는데 돈보다 명예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서 그런 좋은 가치들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참다운 가치보다 돈이 더 소중하기에 사람들이 '시크릿'같은 사이비 종교에 빠지나 싶어 마음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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