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의 "내 탓이오" 운동을 기억한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는 기도문과 함께 자신의 가슴을 치는 것이다. 책임지지 않고 남 탓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내 탓이오" 운동은 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세월호 사고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아직도 살아있는 승객이 있기를, 그리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몇몇 정신병자 말고는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지고 눈물을 흘렸다. 사고 하나로 수많은 부패와 무능과 부실이 드러났다. 모두 답답하고 안타까움에 고함을 치고, 손가락질하고, 자기 생각과 의견을 내놓았다.
때가 되었나 보다. 세월호 사고와 물리적으로 연관이 없을 사람들이 내 탓이라며 나타났다. 기독교인들이다. "이제 손가락질 그만하고 침묵하고 회개합시다"라고 한다. 예상했던 일이다. 평생을 기독교인으로 살아왔기에 그 말이 어떤 성경적 의미인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참담한 현실 앞에, 설사 내가 원인이 아니더라도, 나의 죄를 보게 된다. 이웃을 위해, 민족을 위해 했어야 하는데 하지 못했던 것들이 생각난다. 무릎 꿇고 회개하며 나라와 열방을 위해 주님의 자비를 구하는 것은 성숙한 태도다. 권할만 하다. 그러나 그것이 올바른 신앙인이 해야할 전부라 생각지는 말자.
회개하는 것에서 멈추면 안된다. 지금은 "손가락질 그만하고 침묵"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왜 부실하게 개조된 배가 안전 검사를 마쳤는지, 왜 권장항로를 벗어나 유속이 두번째로 빠르다는 곳으로 배를 몰았는지, 왜 안정을 위해 채워야 하는 물이 적게 차 있었는지 확실히 가려내야 한다. 왜 20년이었던 배의 수명이 30년으로 늘어났는지, 왜 힘들여 만들어놨던 재난대피 매뉴얼들이 휴지로 사라졌는지, 왜 호평받던 방재청을 분산시키고 능력없는 이들로 채웠는지 확실히 밝혀야 한다. 왜 얼마 동원하지도 않았는데 최선을 다한다고 거짓말을 했는지, 왜 사재를 들여 가져온 구조장비를 돌려보내고 다른 곳에서 몰래 구해 사용했는지, 왜 문제점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지 지적해야 한다. 나라의 선장이 세월호 선장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쓰고 제일 먼저 탈출하는 것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공의가 강물 같이 흐르기 위해 불의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여섯살 짜리 아이가 다섯살 짜리 동생에게 구명복을 입히고 엄마 아빠 찾겠다고 나서고는 돌아오지 못했다. 부모가 자기 쉽게 찾으라고 학생증을 손에 꼭 쥐고 죽은 학생도 있다. 맞다. "내 탓"도 있다. 하지만 더불어 "그들의 탓"도 분명히 해야한다. 지금은 손가락질을 멈출 때가 아니라 제대로 해야 할 때다. 광기는 멈출지라도 분노는 오래 간직하고 쉽게 잊지 말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 이쯤에서 침묵하고 내 탓만 하며 정작 그들의 탓은 덮어 버리고, 몇년후 또 다른 죽음 앞에 가슴을 치며 회개만 할 것인가. 그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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