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말콤 글래드웰의 Tipping Poin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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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은 '잘' 살기 위한 여정이다. '잘' 산다는 것은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고 (꼰대스럽게 말한다면) 훌륭하게 사는 것이다. 훌륭하게 사는 것은 이룰 수 없는 목표다. 날마다 내 안의 부족함이 무엇인지 성찰하며,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은 삶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루어야 하지만, 이룰 수는 없는, 그럼에도 이루려 노력할 가치가 있는 목표다. 지향점이나 동인은 다르지만,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화'도 같은 과정으로 본다.
세상이 지랄 같아져 '잘' 산다 하면 곧 부와 성공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람들이 자기계발서에서 바라는 것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진정한 자기계발이란 개인의 성공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거듭 말해 훌륭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계발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최소한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원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하다. 지금 처한 상황이 내 잘못이든 불의한 사회의 책임이든 지금보다 더 나아지기를 원하는 것. 그것이 자기계발이다.
스티븐 코비의 일곱가지 습관은 '주도적이 되라'로 시작한다. 주도적이 되는 것은 나에게 영향을 주는 영역인 '관심의 원' 대신에 내가 영향을 줄 수 있는 '영향력의 원'에 집중하는 것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자는 거다. 하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어찌할 수 없는 것은 잊어버리라 해석될 수 있다. 눈 앞에 보이는 일, 가족, 돈, 공부 이런 일에 집중하고, 정치나 국가 경제, 멀리 아프리카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영향력 밖이므로 신경쓰지 말라고 이해될 수 있다. 같은 선에서 , 사회나 국가가 아니고, 개인이 자기계발의 의무를 가지고 책임을 져야한다. 노력하지 않아 실패하는 이는 동정할 필요가 없다. 앞에서 말한 자기계발이 비판 받는 이유이다.
맞는 말이다. 영향력의 원과 관심의 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시각으로 본다면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또 그렇게 이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혹은(OR)'의 문제로 바라봐야하나? '그리고(AND)'의 시각으로 바라볼 순 없나?
짐 콜린스는 그의 책 <Build to Last>에서 '그리고의 천재 (Genius of the And)'라는 말을 소개했다. 위대한 기업들은 핵심 분야를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광하는 조직을 만들면서도 고객만족에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에 한쪽의 시각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컨텍스트는 다르지만, 같은 시각을 여기에도 적용하고 싶다. 자기계발에 대한 비판은 사회대 개인의 대립구조의 시각을 가질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청년실업이 왜 개인의 문제냐, 국가와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이런 식이다. 물론 청년실업은 국가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인은 가만히 있을건가? 국가가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개선할 책임이 있다면, 개인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계발할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각자 처한바에 따라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의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고 개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관심의 원'과 '영향력의 원'이 고정되어 있는 개념도 아니다. 지금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도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통해 '영향력의 원'에 들어오게 할 수 있다. 오랫동안의 기자 경력을 바탕으로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보호하는 단체에서 활약할 수도 있고, 변호사 생활을 하다 사회적 불의를 없애기 위해 정치에 나설 수도 있다. '배워서 남 주고' 싶어할 수 있는 거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하는 것. 단점을 알고 극복함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지경에 이르는 것. 사회구조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며 자신을 성장시켜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자 하는 그런 자기계발이 신자유주의의 지배도구라 할 수 있을까. 개인의 부와 성공이 목적이 아닌, 내가 성장함으로 주위와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삶이 훌륭한 삶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누구에게나 자기계발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질문은 남는다. 도덕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알고 있을 당연한 이야기를 사서 읽어야 하는가 하는 거다.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그것이 자기계발서를 읽어야 할 이유인가? 당연히 아니다.
성숙해지기 위한 교훈은 어디서든 얻을 수 있다. 굳이 자기계발서를 통해서만 얻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예를 들어, 습관에 대해 이해하고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고칠 방법에 대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자신의 강점을 몇십년동안 쌓여진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상당한 정확도로 진단해줄 수 있다면. 마흔이 넘어선 늦은 나이에 멋진 새 인생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소개하며, 희망과 동시에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 준다면. 이런 내용을 닮고 있는 책이 있다면 편의상 자기계발서로 분류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자기계발서냐 아니냐를 떠나 훌륭한 삶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느냐 안되느냐이다. 이건 자기계발서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소설이든 인문학이든 옥과 석은 있게 마련이다.
필요한 건 도움이 되는 '착한 자기계발서'와 사이비 혹은 새로울 것 없이 돈벌기만 위한 '나쁜 자기계발서'를 구별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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