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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26. 14:00
엘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사회 각분야의 변화의 속도를 매기며, 가장 느린 것으로 "법"을 지적했습니다. 100마일의 속도로 달려가는 비즈니스에 비하면 법의 변화속도는 겨우 1마일이라고 했습니다. 타당한 지적입니다. 하지만 일년 남짓 법을 배우면서 법이 느리게 변하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법이 무엇인가 특징을 보여주는 말중에 'Stare Decisis'라는 말이 있습니다. 라틴어인데 'Stare decisis et non quieta movere' 라는 말에서 나왔다고 하네요. "결정된 것의 편에 서고 흔들리지 않는 것은 흔들지 않는다"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이미 결정된 것을 따르라"는 원칙입니다.

따라서 상황이 같은 경우 특별하고 강한 이유가 있지 않는한 이전 결정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흑인과 백인의 결혼을 반대하는 주법이 미국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있다면 이후 같은 상황에서 같은 판결이 내려집니다. 예측가능한 법의 적용을 위해서이지요.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변하고 가치 기준이 변하면서 법도 발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드레드스콧 판례가 있습니다. 1857년 미연방법원에 의해 내려진 판결이지요. 민사절차법을 배경으로 깔고 있지만 결론은 한마디로 '노예는 사람이 아니다'입니다. 연방법원의 판결중 가장 부끄러운 것이라고 일컬어지는 재판입니다. 이 판결이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1868년 모든 차별을 금하는 14번째 수정조항이 만들어지고 연방법원은 1873년 드레드 스콧 판례을 뒤집습니다.

Stare Decisis는 보수적인 원칙입니다. 전통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속에 담긴 지혜를 따르려고 하는 거지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바꾸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그게 다는 아닙니다. 뒤집혀야하는 건 뒤집을 수 있습니다. 잘못된 결정에 잠시는 끌려다닐 수 있지만 오래 끌려다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아무나 이전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대법원만 할 수 있습니다. 하위법원은 상위법원의 결정을 (잘못되었다 생각하더라도) 무조건 따르는게 원칙입니다. 잘못된 결정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큼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평생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전통적 가치를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보편적 진리에 기반한 참된 가치인 경우에는요. 그렇지 않다면 뒤집혀야 합니다. 보수와 진보가 적절히 섞여있는 느린듯 하지만 옳은 방향으로 꾸준히 전진해가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지 않을까요. 전 Stare Decisis를 생각할 때마다 그런 사회를 그려봅니다. 이 원칙이 제대로 좋은 방향으로 지켜지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