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7. 09:45
[미래 빚어가기]
이전에 쓰던 안경이 심하게 긁혀 안경을 바꾸어야했다. 처음 간 안과의 할아버지 의사가 여러가지 검사를 하더니 "이중 초점 렌즈 쓰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보라"고 한다. 노안이 진행되어 일반렌즈로는 책보기에 불편할 것 같다는 것이다. 요즘 책 보며 눈이 쉽게 피로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이제 나에게도 그 때가 찾아온 것이다.
안 그래도 아이들이 타는 (스케이드 보드와 비슷한) 립스틱을 타다 넘어져 안경이 긁힌 것인지라 둔해진 몸을 한탄하고 있었는데, 의사가 결정타를 먹였다.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ㅡ.ㅡ 나이가 드는 것은 결국 죽어가는 것이나 매한가지인데, 어느덧 나도 마냥 젊은 척 할 수는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요즘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성숙'이다. 어려운 삶에 계속해서 닥쳐오는 문제들을 해결함을 통해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나의 육체가 이중 렌즈를 필요로 할만큼 나이를 먹는 동안, 나의 정신은 충분히 훈련되고 성숙되어지고 있는지 질문을 해본다.
새로 맞춘 안경을 오늘 받았다. 익숙하지 않아 아직 세상이 낯설다. 며칠 지나면 이 안경이 편해져 별 의식없이 세상을 볼 때가 올 것이다. 그 기간만이라도, 순간 순간 어색함을 인식시켜주는 그 동안만이라도 나를 '낯선' 눈으로 쳐다보고 싶다. 살아갈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각인시키며, 매일 성숙해지고 있는지 관찰해봐야겠다.
눈을 위한 새로운 안경을 얻었으니 이제 정신을 위해서도 새로운 마음의 안경 하나 맞추어야겠다.
안 그래도 아이들이 타는 (스케이드 보드와 비슷한) 립스틱을 타다 넘어져 안경이 긁힌 것인지라 둔해진 몸을 한탄하고 있었는데, 의사가 결정타를 먹였다. 아.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구나 ㅡ.ㅡ 나이가 드는 것은 결국 죽어가는 것이나 매한가지인데, 어느덧 나도 마냥 젊은 척 할 수는 없는 나이가 된 것이다.
요즘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성숙'이다. 어려운 삶에 계속해서 닥쳐오는 문제들을 해결함을 통해 정신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나의 육체가 이중 렌즈를 필요로 할만큼 나이를 먹는 동안, 나의 정신은 충분히 훈련되고 성숙되어지고 있는지 질문을 해본다.
새로 맞춘 안경을 오늘 받았다. 익숙하지 않아 아직 세상이 낯설다. 며칠 지나면 이 안경이 편해져 별 의식없이 세상을 볼 때가 올 것이다. 그 기간만이라도, 순간 순간 어색함을 인식시켜주는 그 동안만이라도 나를 '낯선' 눈으로 쳐다보고 싶다. 살아갈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음을 각인시키며, 매일 성숙해지고 있는지 관찰해봐야겠다.
눈을 위한 새로운 안경을 얻었으니 이제 정신을 위해서도 새로운 마음의 안경 하나 맞추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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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14. 14:20
[미래 빚어가기]
날씨가 좋아 오랜만에 바깥일을 좀 했습니다. 잔디를 긁어주는 일입니다. 죽은 잔디를 그대로 두면 땅을 덮어 공기 순환을 막기에 가끔씩 긁어 주어야합니다. 근데 이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힘을 주어 긁다보면 몇번 안되어 허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날씨라도 덥다치면 땀깨나 흘립니다. 워낙에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바깥일을 싫어하는데, 그중 잔디 긁는 일은 피하고 싶은 첫째가는 일입니다.
그래도 해야할 일은 해야합니다. 힘 들어도 꾹 참고 잔디를 긁습니다. 그리고 소설속의 한 인물을 생각합니다. <모모>에 나오는 '청소부 베포'입니다. 모모의 친한 친구인 베포는 거리를 청소합니다. 꼭두새벽부터 시작해 쉬지 않고 천천히 거리를 씁니다.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심호흡을 하면서, 한 번 숨을 쉴 때마다 비질를 합'니다.
어느날 베포가 모모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거야. 우리 앞에는 끝없이 가득한 거리가 뼏쳐 있을 때가 많아. 너무나 끝도 없이 아득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야". "그럴 때 우리는 서둘기 시작하지. 그리고 점점 더 성급해지는 거야. 눈을 들어 앞을 볼 때마다, 자기 앞의 길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거야. 그래서 점점 더 기를 쓰게되고 불안에 사로잡혀 애를 쓰다가 마침내는 숨이 차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돼. 그런데 길은 여전히 우리의 앞에 버티고 있는 거야. 이런 식으로 일을 해서는 안 돼".
생각에 잠겼던 그가 말을 이어갑니다. "길 전체를 한꺼번에 생각하면 안 돼, 알겠니? 오로지 다음 한 걸음, 다음 번 한 숨, 다음 번 한 번 비질만 생각해야 돼. 이렇게 끊임없이 다음 번의 한 번 동작만 생각해야 하는거야". "그러면 기쁨을 누릴 수가 있어. 그게 중요한 거야. 그렇게 하면 자기 일을 잘 해 나갈 수가 있어. 그래야만 하는거야".
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제가 효율과 효과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는 것은 후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이 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 여깁니다. 발전 없는 삶은 죽은 삶이라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와 똑같이 어떤 때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니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지름길을 찾을 수 없는, 꾸역 꾸역 앞으로만 전진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디로 나가야할지 모르는 날들. 앞에 놓여진 길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닥치면 저는 '베포'를 기억합니다. 한 번에 한 발자국. 한 숨 쉬고 비질 한 번.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나아가야 할 때가 지금이라 생각하면서요.
잔디를 긁을 때면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운이 다 빠집니다. 그보다 내가 선 곳에서 갈퀴가 닫는 그 부분까지만 생각하려 애씁니다. 그렇게 한 곳을 마치고 다음 곳으로 넘어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끝이 납니다. 요즘 회사 일도 그렇습니다. 끊임 없이 생기는 문제에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제 끝이 날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속적 발전은 항상 생각하되, 눈 앞의 문제에 최선을 다합니다.
요즘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그 사람들에게 멀리 보지 않는게 오히려 더 좋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멀리 보면 너무 힘들 때가 있거든요. 그보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쉬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시기를 지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꾸준함입니다. 어떤 때는 달리지 않더라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해야할 일은 해야합니다. 힘 들어도 꾹 참고 잔디를 긁습니다. 그리고 소설속의 한 인물을 생각합니다. <모모>에 나오는 '청소부 베포'입니다. 모모의 친한 친구인 베포는 거리를 청소합니다. 꼭두새벽부터 시작해 쉬지 않고 천천히 거리를 씁니다. '한 발자국 내디딜 때마다 심호흡을 하면서, 한 번 숨을 쉴 때마다 비질를 합'니다.
어느날 베포가 모모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거야. 우리 앞에는 끝없이 가득한 거리가 뼏쳐 있을 때가 많아. 너무나 끝도 없이 아득해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거야". "그럴 때 우리는 서둘기 시작하지. 그리고 점점 더 성급해지는 거야. 눈을 들어 앞을 볼 때마다, 자기 앞의 길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거야. 그래서 점점 더 기를 쓰게되고 불안에 사로잡혀 애를 쓰다가 마침내는 숨이 차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돼. 그런데 길은 여전히 우리의 앞에 버티고 있는 거야. 이런 식으로 일을 해서는 안 돼".
생각에 잠겼던 그가 말을 이어갑니다. "길 전체를 한꺼번에 생각하면 안 돼, 알겠니? 오로지 다음 한 걸음, 다음 번 한 숨, 다음 번 한 번 비질만 생각해야 돼. 이렇게 끊임없이 다음 번의 한 번 동작만 생각해야 하는거야". "그러면 기쁨을 누릴 수가 있어. 그게 중요한 거야. 그렇게 하면 자기 일을 잘 해 나갈 수가 있어. 그래야만 하는거야".
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제가 효율과 효과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는 것은 후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람이 하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 여깁니다. 발전 없는 삶은 죽은 삶이라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와 똑같이 어떤 때는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니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오히려 지름길을 찾을 수 없는, 꾸역 꾸역 앞으로만 전진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디로 나가야할지 모르는 날들. 앞에 놓여진 길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 닥치면 저는 '베포'를 기억합니다. 한 번에 한 발자국. 한 숨 쉬고 비질 한 번. 그렇게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나아가야 할 때가 지금이라 생각하면서요.
잔디를 긁을 때면 앞으로 얼마나 남았나 생각하는 것만으로 기운이 다 빠집니다. 그보다 내가 선 곳에서 갈퀴가 닫는 그 부분까지만 생각하려 애씁니다. 그렇게 한 곳을 마치고 다음 곳으로 넘어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끝이 납니다. 요즘 회사 일도 그렇습니다. 끊임 없이 생기는 문제에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제 끝이 날까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속적 발전은 항상 생각하되, 눈 앞의 문제에 최선을 다합니다.
요즘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을 많이 봅니다. 그 사람들에게 멀리 보지 않는게 오히려 더 좋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멀리 보면 너무 힘들 때가 있거든요. 그보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쉬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시기를 지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꾸준함입니다. 어떤 때는 달리지 않더라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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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14. 14:03
[책 그리고 글]
The Merchant and the Alchemist's Gate
Ted Chiang, Subterranean Press (2007, 1st Ed.)
Ted Chiang, Subterranean Press (2007, 1st Ed.)
단번에 끝내지 않고 묵혀두었던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마저 읽고는 테드 창에 완전히 꽂혔다. 마음이 쏠리면 만족할만치 파고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에 그의 다음 작품도 찾아 읽게 되었다. 2002년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내고 5년이나 잠잠하다가 발표한 것이 이 작품이다. 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라 번역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다. 2007년 초판 발행 이후 절판 상태라 미국에서도 이차시장을 통해서만 (비싼 값을 치루어야) 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2SF선집에 포함이 되어 읽어볼 수가 있었다. 3
이 이야기는 시간여행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웰즈의 타임머신이나 백투더퓨처의 드로이안과는 다르다. 시간여행이 어떻게 가능한가는 이 책의 주제가 아니다. 시간여행의 메카니즘보다는 '과거와 미래는 하나다'라는 이야기의 주제에 테드 창은 집중한다.
노비코프의 자체 일관성 원칙(Novikov Self-Consistency Principle)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여러가지 모순들 - 예를 들어 과거에 돌아가 이전의 자신을 죽인다던가 하는 - 이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는 원리이다. 과거에 돌아가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바꿀 수는 없다. 과거 역사에 개입하는 것도 크게 보아 미리 정해져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과거도 바꿀 수 없고 미래도 바꿀 수 없다. 과거나 미래는 하나이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과거와 미래가 서로 얽히며 영향을 주고 받지만 결국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맛있게 이야기한다. 미래과 현재에 영향을 주고 현재가 과거에 영향을 주지만 그 모두가 잘 짜맞혀진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의 한 조각도 바뀌지 않는다.
작품마다 다른 틀 안에 이야기를 담을 줄 아는 테드 창은 여기서도 스타일리스트의 면모를 과시한다. 이번에는 가지고 나온 것은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다. 무대는 아라비아. 시간여행이 가능한 것은 알라의 뜻이다. 큰 이야기 안에 세편의 작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현명한 자가 등장하고 어리석은 자도 등장한다. 육체에 대한 욕망도 있고 지고 지순한 사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다 읽고 나서 느낌은 '이 작가는 천재다'였다. 이전보다 더 성장했다고 할까? 역시나 이 작품도 네뷸라 상과 휴고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책을 구할 제대로 된 경로도 없고, 아직 번역도 안되어 있지만 SF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구해서 읽어보기 바란다. 지적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시키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임을 장담한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이라 번역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다. 2007년 초판 발행 이후 절판 상태라 미국에서도 이차시장을 통해서만 (비싼 값을 치루어야) 구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다행히 2SF선집에 포함이 되어 읽어볼 수가 있었다. 3
이 이야기는 시간여행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웰즈의 타임머신이나 백투더퓨처의 드로이안과는 다르다. 시간여행이 어떻게 가능한가는 이 책의 주제가 아니다. 시간여행의 메카니즘보다는 '과거와 미래는 하나다'라는 이야기의 주제에 테드 창은 집중한다.
노비코프의 자체 일관성 원칙(Novikov Self-Consistency Principle)이라는 것이 있다. 시간여행이 가능하다 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여러가지 모순들 - 예를 들어 과거에 돌아가 이전의 자신을 죽인다던가 하는 - 이 실제로는 있을 수 없다는 원리이다. 과거에 돌아가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바꿀 수는 없다. 과거 역사에 개입하는 것도 크게 보아 미리 정해져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과거도 바꿀 수 없고 미래도 바꿀 수 없다. 과거나 미래는 하나이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과거와 미래가 서로 얽히며 영향을 주고 받지만 결국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맛있게 이야기한다. 미래과 현재에 영향을 주고 현재가 과거에 영향을 주지만 그 모두가 잘 짜맞혀진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의 한 조각도 바뀌지 않는다.
작품마다 다른 틀 안에 이야기를 담을 줄 아는 테드 창은 여기서도 스타일리스트의 면모를 과시한다. 이번에는 가지고 나온 것은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다. 무대는 아라비아. 시간여행이 가능한 것은 알라의 뜻이다. 큰 이야기 안에 세편의 작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현명한 자가 등장하고 어리석은 자도 등장한다. 육체에 대한 욕망도 있고 지고 지순한 사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다 읽고 나서 느낌은 '이 작가는 천재다'였다. 이전보다 더 성장했다고 할까? 역시나 이 작품도 네뷸라 상과 휴고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책을 구할 제대로 된 경로도 없고, 아직 번역도 안되어 있지만 SF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구해서 읽어보기 바란다. 지적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시키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임을 장담한다.
- 중간에 네이쳐지에 기고한 작품이 하나 있으나 '인류 과학의 진화'처럼 가상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리포트이다. [본문으로]
- 참고로 60여 페이지 밖에 안되는 이 이야기는 하드커버에 담겨 $20.00에 팔렸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가 2002년에 출간되고 5년만에 발표되는 테드 창의 작품이다보니 출판사에서 바가지를 좀 씌워도 되겠다 싶었나 보다. 예상대로 초판은 매진되고, 아마존에서 중고는 $60, 새 책은 $120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도서관에서도 이 책을 빌릴 수 없다. 목록에는 있는데 책이 없는 것은 분명 책을 빌리고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배상하고 책을 가진 사람들 때문일 것이다. 그게 더 싸게 먹히니까. [본문으로]
- 사실은 책을 구할 수 없기에 어둠의 경로로 구해서 먼저 읽었다. 이후 SF 선집에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저작권 위반에 걸리지 않을 소스를 마련했다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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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12. 04:13
[일기 혹은 독백]
방학입니다. 평소에 시간이 없어 아이들과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하기에 좋은 시간이지요. 어제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했습니다.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다이닝룸을 게임룸으로 바꾸었습니다 ^^
어제 플레이한 게임은 아캄호러(Arkham Horror)라는 게임입니다. 세팅하는데만도 30분 정도 걸리고 게임을 다 플레이하기까지 4~6시간 정도 걸립니다.
괴물들에 의해 점령당한 아캄이라는 마을을 구하는게 목적입니다. 이 게임의 특징이라면 플레이어들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여 미션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맵위에 돌아다니며 랜덤하게 열리는 지옥으로 통하는 문을 닫으며, 문이 열리면서 등장하는 괴물들과 싸우는 겁니다. 무기나 스펠, 동지, 스킬등 다양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야 괴물들과의 싸움을 이길 수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탐정(Investigator)을 하나 선택해야합니다. 열여섯명이 있는데 각각 특징이 다릅니다. 랜덤하게 선택하는데 어제는 파이터형이 한명도 안나와서 초반에 조금 힘들었습니다 ^^ 원래 게임에는 없지만 팬들이 만들어놓은 캐릭터들, 예를 들어 인디아나 존스, 제임스 본드 같은 유명인 파일을 프린트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주사위를 많이 사용합니다만 게임이 운(Luck factor)에 따라 좌우된다는 느낌은 안듭니다. 룰이 복잡하다는게 한가지 흠이라고 할까요? 롤플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큰 종이에 24페이지 가득 채워진 룰을 알아야하고 추가로 카드별로 잔뜩 쓰여진 임무내용을 다 읽어야합니다.
자주하는 게임들을 가져다 놨습니다. 언제든 원하는 게임을 할 수 있도록요. 몇가지 하드코어(플레이 타임 열시간 이상)은 빼놨습니다. 올 여름도 일이 많아 몇개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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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11. 09:08
[책 그리고 글]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행복한책읽기 |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설정을 기반으로 한 소설을 판타지라 분류한다면 SF(Science Fiction)도 엄밀하게 따지면 판타지이다. 그렇기에 도서관에 가면 판타지와 SF는 항상 섞여있고, 판타지와 SF를 같이 다루는 잡지가 60년 동안 장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SF를 일반적인 판타지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가상의 세계의 출발점이 순수한 상상에 의존하는 판타지와 달리, SF는 과학이 단초가 된다. 현재 있는 과학이론을 기반으로 미래를 상상할 때 이만큼까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논리적 연상이 SF의 특징이다.
테드 창의 소설은 이 점에서 특이하다. SF 소설의 문법을 따르되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환타지에 가까운 씨앗에서 시작된다. 천사가 종종 등장해 인간에게 흔적을 남기고 사람이 죽어 천당에 가는지 지옥에 가는지 알 수 있는 세상이라면. 바빌론 사람들이 그들의 세계관으로 SF를 쓴다면.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알되 거기에 순응하는 종족이 있다면. 이름만으로 진흙 인형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면 등. 그런 면에서 과학소설(Science Fiction) 작가라 부르지않고 더 넓은 분류인 상상소설(Speculative Fiction) 작가라 정의한 위키피디아의 정의가 이해가 된다.
테드 창은 스물네살에 데뷰작 '바빌론의 탑'을 발표한 후 최연소및 데뷰작에 의한 최초의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네뷸라상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휴고상 후보에 오르는 화려한 등장을 했다. (참고로 테드 창은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나는 그때 도데체 뭐했나 ㅡ.ㅡ) 그럼에도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11개의 작품만을 발표했고 그중 앞의 8편을 묶은 것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이다.
작품 하나 하나 탁월하다. 참신하다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새로운 (때로는 비과학적인) 세계관을 설정해놓고는 그때부터는 과학적으로 사유하며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첨가되는 과학 및 여타의 학문도 정교하다. 이름에 힘이 있다는 마술 같은 이야기위에 진지한 분석기법을 도입하는 식이다. 빛은 최고로 빠른 길을 따른다는 페르마의 원리를 목적론적 관점에서 해석할 때는 철학적 성찰의 모습까지 보인다. 모든 것이 지적 호기심을 유감없이 자극하며 꽤나 유쾌하게 진행이 된다. (출판사의 이름처럼) 행복한 책 읽기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몇개의 이야기에서 한껏 이야기를 부풀려놓고는 급하게 쓸어담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발상이나 전개는 대단히 흥미로운데 용꼬리로 전락하는 작품들이 있다. 정말 재밌게 보던 드라마가 사정상 조기종영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모든 작품이 읽을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테드 창의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다. 어떤 이는 직업(현재 Technical Writer 일을 하고 있다)을 때려치고 글만 쓰라고 불평한다 ^^ 나도 그가 작품을 많이 내길 바란다. 최근에 낸 'The Merchant and the Alchemist's Gate'는 60여 페이지밖에 안되는 책임에도 100불 정도의 가격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다음에는 인공지능에 관한 글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새로운 작품이 기대가 된다.
책을 읽으며 'X 특공대'를 보며 인간세계와 육차원간의 전쟁 이야기를 쓰던 (아쉽게도 이 작품은 프롤로그만 쓰여지고 중단되었다) 열살의 소년을 기억했다. 그 소년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책을 덮고 나니 어쩌면 이젠 중년이 되어버린 그 소년이 나를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그런 상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럼에도 SF를 일반적인 판타지와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조금이나마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가상의 세계의 출발점이 순수한 상상에 의존하는 판타지와 달리, SF는 과학이 단초가 된다. 현재 있는 과학이론을 기반으로 미래를 상상할 때 이만큼까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논리적 연상이 SF의 특징이다.
테드 창의 소설은 이 점에서 특이하다. SF 소설의 문법을 따르되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환타지에 가까운 씨앗에서 시작된다. 천사가 종종 등장해 인간에게 흔적을 남기고 사람이 죽어 천당에 가는지 지옥에 가는지 알 수 있는 세상이라면. 바빌론 사람들이 그들의 세계관으로 SF를 쓴다면. 과거와 미래를 모두 알되 거기에 순응하는 종족이 있다면. 이름만으로 진흙 인형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고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면 등. 그런 면에서 과학소설(Science Fiction) 작가라 부르지않고 더 넓은 분류인 상상소설(Speculative Fiction) 작가라 정의한 위키피디아의 정의가 이해가 된다.
테드 창은 스물네살에 데뷰작 '바빌론의 탑'을 발표한 후 최연소및 데뷰작에 의한 최초의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네뷸라상을 받았고 이 작품으로 휴고상 후보에 오르는 화려한 등장을 했다. (참고로 테드 창은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나는 그때 도데체 뭐했나 ㅡ.ㅡ) 그럼에도 20년 가까운 시간동안 11개의 작품만을 발표했고 그중 앞의 8편을 묶은 것이 '당신 인생의 이야기'이다.
- 바빌론 시대의 세계관으로 바벨탑 사건을 썼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바빌론의 탑'
-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지적인 유희 '이해'
-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한 명제란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 '영으로 나누면'
- 흔한 외계인 이야기에 담겨진 현란한 언어학과 운명론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
- 이름에 물리적 힘이 있다면 - 연금술사 같은 분위기의 '일흔 두 글자'
- 건담 만화 같은 상상 속 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찰 '인류 과학의 진화'
- 신과 지옥이 현실적 증거를 보여준다면 모두가 신을 믿을까에 대한 질문 '지옥은 신의 부재'
- 기술을 통한 (의식 발전의) 지름길이 존재할수 있을까?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소고 : 다큐멘타리'
작품 하나 하나 탁월하다. 참신하다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새로운 (때로는 비과학적인) 세계관을 설정해놓고는 그때부터는 과학적으로 사유하며 논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첨가되는 과학 및 여타의 학문도 정교하다. 이름에 힘이 있다는 마술 같은 이야기위에 진지한 분석기법을 도입하는 식이다. 빛은 최고로 빠른 길을 따른다는 페르마의 원리를 목적론적 관점에서 해석할 때는 철학적 성찰의 모습까지 보인다. 모든 것이 지적 호기심을 유감없이 자극하며 꽤나 유쾌하게 진행이 된다. (출판사의 이름처럼) 행복한 책 읽기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몇개의 이야기에서 한껏 이야기를 부풀려놓고는 급하게 쓸어담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발상이나 전개는 대단히 흥미로운데 용꼬리로 전락하는 작품들이 있다. 정말 재밌게 보던 드라마가 사정상 조기종영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모든 작품이 읽을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말이다.
테드 창의 작품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다. 어떤 이는 직업(현재 Technical Writer 일을 하고 있다)을 때려치고 글만 쓰라고 불평한다 ^^ 나도 그가 작품을 많이 내길 바란다. 최근에 낸 'The Merchant and the Alchemist's Gate'는 60여 페이지밖에 안되는 책임에도 100불 정도의 가격에서 거래가 되고 있다. 다음에는 인공지능에 관한 글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의 새로운 작품이 기대가 된다.
책을 읽으며 'X 특공대'를 보며 인간세계와 육차원간의 전쟁 이야기를 쓰던 (아쉽게도 이 작품은 프롤로그만 쓰여지고 중단되었다) 열살의 소년을 기억했다. 그 소년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책을 덮고 나니 어쩌면 이젠 중년이 되어버린 그 소년이 나를 다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든다. 그런 상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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