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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7. 13:40
<17 Again>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하이스쿨 뮤지컬' 시리즈를 통해 유명해진 잭 에프런(Zac Efron)을 내세운 아이돌 영화입니다. 한국에 수입은 안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쉬워 할 영화는 아닙니다. 잘나가는 틴 스타를 내세운 10대 소녀를 위한 영화일 뿐입니다.

주인공 마이크는 고등학교때 잘나가는 농구선수입니다. 물론 잘 생기고 춤도 잘 춥니다 ^^ 졸업을 앞두고 대학의 스카우터들이 모여든 중요한 경기에 나갑니다. 여기서 잘하면 명문대에 장학금을 받고 갈 수 있지요. 그런데 하필 이때 여자친구(스칼렛)가 아기를 가진 것을 압니다. 아기를 없애겠다고 떠나는 스칼렛을 보던 마이크는 경기를 포기하고 여자를 좇아갑니다. 성공대신 여자를 택한 것이지요.

시간은 흘러 성인이 된 마이크를 보여줍니다. 마이크는 집에서 나와 고등학교 친구 집에 얹혀살고 직장에서도 별 볼 일이 없습니다. 여자를 선택함으로 대학에 못가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직장이 없는 것을 평생 후회하면서 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사랑하던 스칼렛도 그런 마이크와 살기를 포기하고 말지요.

이야기는 동화처럼 흘러갑니다. 청소부로 등장한 신은 마이크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요. 17살이 다시 된 것입니다. 아들의 친구로 살게된 마이크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전과 같은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아내 스칼렛을 선택합니다. 해피엔딩이지요.

영화의 주제는 이런 겁니다. 마이크가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스칼렛을 선택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고, 그런 자신의 선택을 인정하지 못하고 평생 불평하면서 산 것이 잘못이라는 겁니다. 물론 고등학생이 될 아들을 두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마이크의 선택은 잘못된 겁니다. (제 아들놈이 그렇게 한다면 다리 몽댕이를 그냥... ㅡ.ㅡ) 자신의 장래를 포기하지 않고도 스칼렛과의 사랑 (그리고 아기까지) 다 지킬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무작정 경기를 뛰쳐나온 것은 잘못된 선택입니다.

그런데 잘못된 선택보다 더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후회와 미련입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때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과거를 인정하지 못할 때 사람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습니다. 후회와 미련은 우리를 현재가 아닌 '과거의' 삶을 살게 만듭니다.

마이크는 잘못된 결정으로 소중한 기회를 저버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실수는 잘못된 선택을 곱씹으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 것이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잘못된 결정을 내립니다. 생각할 때마다 후회스럽지요. 가슴을 치며 눈물 흘릴만큼 뿌리깊은 미련이 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과거는 과거입니다. 과거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결국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을 붙잡고 사는 것만큼 자신을 갉아 먹는 것은 없는 듯 합니다.

영향력의 원이 얼마나 큰지 관심의 원이 어디까지인지 세밀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관심의 원이 영향력의 원과 같게 만드는 것이지만 그게 쉽지는 않지요. 그래도 최소한 과거에 붙잡혀 살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선택에 집착하는 한, 앞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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