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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2. 28. 10:52
어느 조직이든 사람들끼리 부대끼다 보니, 이합집산도 있고 다툼도 생깁니다. 물론 싸움은 안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을 이루기 위해 꼭 부딛혀야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더불어 싸움은 꼭 후유증을 남깁니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옳은데 상대방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딴지를 겁니다. 일도 안해놓고는 생색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리싸움이야 정말 치열하구요. 심할 때는 둘 중 하나 조직을 떠나야할 상황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나름대로 사용해 본 것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의 싸움을 보며 관찰한 것도 있기에 그 내용을 한번 적어봅니다.

참고로 이 글의 내용은 <경쟁력 높이기> 시리즈의 #2 - 토론 혹은 논쟁하기, #3 - 적 만들지 않기에서 제시한 원칙을 전제로 합니다. 회사 내의 모든 일은 단발적인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쌓아놓은 공덕(^^)이 모든 건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싸움"이란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했지만, 그 의미는 의견교환이나 합의가 아닌, 둘중 하나가 꺽여야 끝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6.0  이유, 가치 그리고 목적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소한 논쟁이 아니라 싸움이라 불릴 정도면 그에 따른 손해도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이유야 어떻든참관인에게 안좋은 이미지를 남기게 됩니다. 지금까지 두번 다른 사람이 회사를 떠나게 만드는 결정적 이유를 제공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솔직히 작정하고 벌인 일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옳았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에게 미안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쓰이구요.

우선 싸움의 이유가 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익이나 자존심, 아니면 조직을 위해서, 신념, 혹은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대신 나서는 것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유에 따라 싸움의 가치가 결정되겠지요. 알량한 자존심을 위한 것이라면 관두는게 좋습니다. 개인의 이익이라면 계산을 해봐야겠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싸움인지. 조직의 이익을 위한 신념 때문이라면 싸워볼만 합니다. 방법만 좋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으니까요. 편드는 싸움은 조심스럽긴 합니다.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내 편이니까 돕는다'는 것은 적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옳아야 한다'는 겁니다. 상대방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참 힘든 싸움이 됩니다. 일단 내 스스로 마음이 편치 않으니까요.

꿈을 이루어주는 한권의 수첩을 쓴 구마가이 마사토시의 말이 생각이 납니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싸움이 생기지 않도록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이 가장 좋다." 월등히 뛰어나고 항상 옳기에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면 가장 좋겠지요 ^^;;;

6.1  조직 내의 싸움은 상대방과 하는게 아닙니다

주먹으로 치고 받는 물리적인 싸움이 아닌 이상, 싸움은 상대방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관중 그리고 심판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 정도도 안되는 싸움이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어떤 사안이든지 심판이 있고, 훈수꾼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들이 있고 구경꾼도 있습니다. 누가 누군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들이야 대부분 참여를 할 겁니다. 구경꾼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나를 지지해줄 사람이 훈수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꼭 참가를 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권자입니다. 싸움을 끝낼 사람을 설득시키는 것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

대세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싸움을 한다고 상대방의 주장을 직접 공격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을 인신 공격하는 것은 그보다 못한 하수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옳음'에 있음으로 (혹은 그렇게 보임으로) 상대방이 자연히 '그름'의 영역에 있도록 몰아넣는 것입니다. 구경꾼, 훈수꾼, 그리고 심판으로 하여금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끝입니다. 상대방이 설득 당하던 말던, 대화에서는 중요하지만, 싸움에서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6.2  이메일을 친구로 삼아야합니다

요즘 대부분의 업무가 이메일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렇기에 이메일을 최대한 활용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메일의 특징을 알아야합니다. 대화 혹은 회의가 가지지 못하는 장점을 이메일은 가지고 있습니다.

이메일은 한방향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내가 쓰는 이메일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이 개입할 수 없습니다. 주장하고 싶은 것을 근거부터 시작해 차곡 차곡 결론까지 쌓아놀 수 있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대화의 경우는 그렇게 못하지요. 언제든 상대방이 치고 들어올 수 있으니까요. 저 같은 경우 글이 말보다 승합니다. 그렇기에 이메일을 더 선호합니다 ^^;;;

이메일의 경우 언제든 참가자를 더할 수도 뺄 수도 있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논쟁이 계속될 때, TO와 CC 리스트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잘 봐야 합니다. 상대방이 누구를 빼고, 누구를 더했는지 모르고 계속 가다보면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나를 지지해줄 훈수꾼이 있으면 추가해야합니다. 결정권자가 혹시 빠져있는지도 봐야합니다. 필요없는 구경꾼은 상대방의 양해를 구하고 빼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필요없는 사람은 빼도 되지 않겠냐? 하면 상대방도 반박안합니다.)

'누구'를 '언제' 넣느냐에 한가지 정답은 없습니다만, 생각을 많이 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몇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있습니다. 무작정 사람을 추가하는 것은 마이너스입니다. 조직에는 체계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 보면 갑자기 조직의 최고 책임자를 CC에 넣는 사람이 있습니다. 문제가 단계를 타고 올라가면 그 사람에게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만, 갑자기 점프를 하면 안됩니다. 다 때가 있는 것이지요. 사안과 상관없는 사람은 (나를 지지해줄 것 같아도) 집어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그 사람도 곤란하게 하는 일입니다.

주장을 적을 때는 항상 반론을 생각해야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 내 주장이 옳다고 해도 한두가지 단점은 있게 마련입니다. 그냥 놔두면 공격당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상대방이 지적할 것 같은 단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 해결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같이 적어버리십시요. 그렇다고 너무 완벽하면 재미 없습니다. 메이저한 두세가지만 해결하고 마이너한건 놔두십시요. 두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을 스스로 지적함으로서 생각을 많이 하고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강조하게 됩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마이너한 것만 남겨주어 공격을 포기하게 하거나, 혹은 그 단점을 지적하더라도 관중으로 하여금 '별거 아닌 것을' 트집잡는다라는 인상을 주게 만듭니다.

이메일을 보내는 시간도 영향을 줍니다. 사람들이 괜히 밤 늦~게, 아니면 일요일 아침에 메일을 보내는게 아닙니다 ^^;; 물론 너무 티나게 하면 부작용 생깁니다.

마무리는 '내가 한다'라는 생각으로 이메일을 쓰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내가 쓴 메일이 마지막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쓴 메일안에 문제, 해결방안, 장점, 단점, 행동사항 등이 적혀있어 '문제끝'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면 됩니다. 혹은 조금 부족했던 점이 있다면 그 점을 사과합니다. 그럼에도 의견 자체는 옳다는 것을 강조하고 발전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그 다음에는 상대방이 뭐라 하던 이미 맥이 빠지게 되어있습니다. 조금 치사하지만 ^^ 할 말 다 써놓고 '메일이 너무 길어진다. 회의를 통해 이야기하자'라고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모든 관중이 다 대화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들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내가 적은 글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메일의 주독자는 싸움의 상대방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구경꾼, 훈수꾼, 그리고 심판이 무엇을 생각할지 항상 염두에 두고 메일을 써야 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조직 내의 싸움은 상대방과 하는 것이 아닙니다.

6.3  대화의 목적은 의사 소통입니다

제 경우 회의나 대화를 통해서는 별로 논쟁이나 싸움을 해본 것 같지가 않습니다. 직접 만나서는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려 애습니다. (흠... 그렇다면 모든 것을 숨어서 꾸민다는 이야기가 되나요? ㅡ.ㅡ) 그건 미국인 회사에서 일하는 한국인으로 말보다는 글이 편해서일 수 있지만, 대화의 목적은 대립보다는 소통이라 생각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메일에서는 팽팽하게 대립각을 세우더라도 직접 만나서는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려 애씁니다. 거듭 말하듯이 싸움은 빨리 끝낼수록 좋으니까요.

근데 꼭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대화였지만 'F'자 들어가는 소리도 들어봤습니다 ㅡ.ㅡ;; 그래도 제가 꼭 지키려는 원칙은 있습니다. 흥분하지 말자는 겁니다. 만고불변의 법칙이지요. 흥분하면 집니다. 분위기를 장악할 수 있어도 흥분함으로 다른 사람의 입을 막는 사람은 결국 지는 겁니다. 제 보스로부터 'F' 단어를 들었을 때도, 저는 웃으며 설득을 했습니다. (뭐 항상 그런 평정심을 유지한 것은 아닙니다만 ㅡ.ㅡ) 그리고 원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애씁니다. 논쟁하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본질에서 자꾸 벗어나는 사람 있습니다. 얼버무리며 제가 제시한 문제에서 멀어지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요구합니다. 밑에서도 말하지만 결과 없는 문제 제기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6.4  싸움의 수준을 항상 유지해야 합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인신공격은 가장 낮은 수입니다. 상대방 개인이 아니라 상대방의 주장을 공격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좋은 것은 내 주장이 '옳다'고 인식시키는 겁니다. 패거리를 지어 공격하는 것도 보기 안좋습니다. 상대방이 수준 낮게 나온다고 나까지 낮아질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비열하게 나오면, 결과와 상관없이 이미 싸움은 이긴 겁니다. 단기전도 중요하지만, 장기전이 훨씬 중요합니다. 큰 싸움을 이기기 위해서는 항상 싸움의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방을 존중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 원칙을 다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일로 인한 논쟁이 인간관계를 해친 적도 있습니다. 인간적인 부족함이겠지요. 그렇기에 이 원칙의 소중함을 압니다. 싸우더라도 상대방을 존중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결국 나를 위한 겁니다.

이 말들을 항상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나와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 '제3의 대안은 항상 있다'

6.5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합니다

사소한 논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논쟁이야 흐지부지 끝날 수도 있지만 싸움은 다릅니다.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시작했으면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합니다. 말만 꺼내놓고 유야무야하는 것은 더 안좋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실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내가 끝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도망 못가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불리하면 그냥 덮어버리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 더 강하게 나갑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나오거나, 아니면 다음 싸움에 이로운 판세를 만들어놓지 않고서는 끝내서는 안됩니다.

결과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싸우는 행위'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나요? 노이즈만 만들 뿐이지. 효과가 없다면 아무리 내가 옳다고 하더라도 자기 만족 밖에 안됩니다. 그럴거면 아예 시작을 안하는게 백배 났습니다.

***

오랜만에 세줄요약을 합니다

첫째, 조직내의 싸움은 상대방과 하는게 아니라 관중과 심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둘째, 이왕 시작한 것,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끝내지 말아야 한다.
셋째, 왠만하면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냅시다. ^^

추가)
근데 저 싸움 잘 안합니다. 저를 직접 아는 분들은 제가 이런 글을 썼다면 잘 이해 못하실 겁니다. 저 원래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

***

경쟁력 높이기 #1 - 영역넓히기
경쟁력 높이기 #2 - 토론 혹은 논쟁하기
경쟁력 높이기 #3 - 적 만들지 않기
경쟁력 높이기 #4 - 한 발자욱 더 나갈 준비
경쟁력 높이기 #5 - 이끌며 나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