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8. 25. 22:12
[미래 빚어가기]
* 이 글은 전에 한번 제 홈페이지(지금은 없어진)에 실었던 글을 기반으로 합니다. 조금 더 보완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서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수정하였습니다.
산업공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CIM Engineer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14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큰 포부를 가지고 첫 직장으로 SDS(삼성 데이타 시스템)에 입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2년 동안 75%가량의 시간을 지방 출장을 다니며, 제가 발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회사에 의해 소비되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여러가지 다른 방안을 모색하다 학교 선배의 소개로 한연 테크라는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작은 회사로 옮겼습니다.
한연테크에 입사를 하자 마자 시작한 두달간의 미국 출장을 시작으로 4년 가까이 미국회사와 함께 일을 했습니다. 한국회사와 미국회사의 다른 점들을 보며 언젠가 미국에 가서 일을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99년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옮겨서 미국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7년 가까운 시간동안 미국시스템 안에서 일을 했지만, 때때로 한국지사와 일도 했습니다.
최근 1년은 다시 한국지사의 R&D 센터를 맡아서 한국 지사의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와있습니다. 한국에서 일을 시작해서 미국으로 넘어갔고, 미국에서 일을 하면서도 때때로 한국과의 끈을 놓지 않았고, 지금은 한국이 제 일의 주무대가 되었지요. 언젠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겠지만요. 그러면서 양쪽 직장 문화에 대해 충분히 접해왔다고 생각합니다.
14년의 기간동안 한국의 대기업, 한국의 중소기업, 미국의 중소기업, 그리고 미국의 대기업에서 일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던 일도 개발자, 고객 지원, 기술 영업, 관리 등등 여러가지 역할을 했구요.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련되서는 세일즈 빼고는 다 해본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어떤 순간에는 아무 욕심없이 하루를 보냈고, 어떤 때는 나를 던지며 경쟁하며 살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다양한 경험이 나의 재산이 되었네요. 그 경험에서 느꼈던 원칙들을 하나 하나 나누었으면 합니다.
1. 자신의 영역 넓히기
직장 생활을 하면서 쉽게 빠지기 쉬운 것이 "바쁘게만 살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직장인들치고 열심히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다들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큼은 끝내고자 다들 분주히 살아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전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바쁘게 열심히 살기만 하면 모든게 다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전처럼 거의 모든 직장이 입사해서 3년쯤 지나면 대리 달아주고, 3~4년 한번 누락하면 5년 버티면 과장 달아주고, 그렇게 차장이나 부장까지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렇게 해도 되겠지요. 사실 왠만한 기업의 부장 자리면 가족들 먹여 살리기에 부족하지는 않을테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던 미국회사야 당연히 실력이 없으면 인정 못받는 사회이지만, 한국도 그런 외국 기업들의 영향을 받아 단순히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을 시켜주는 분위기는 사라져가는것 같더군요.
"모든게 정치다 (It's all politics)"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의 도입부분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하는 일만 열심히 하면... 그일을 평생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면서 좋은 의미의 정치력을 갖추라고 이야기를 하지요. 저는 동감합니다. '정치'라는 말에 한국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알지만, 좋은 의미에서의 정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회사내에서의 정치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지지하게 만드는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실적을 적당한 사람에게 바르게 알려줄 수 있는지 하는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평생 엔지니어로서의 삶을 살고 싶었지요. 사실 미국에 넘어간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처음 5~6년은 엔지니어로서 충실하게 생활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개발에서 손을 뗀 지 벌써 삼년 가까이 되었음에도 저에게 기술적인 부분을 질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개발자로서 저는 인정받으면서, 그렇게 만족하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영역을 넓혀야겠다고 생각했을까요? 솔직히 이야기해서 경제적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미국이라고 해서 엔지니어들에게 다 잘 대우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일찌감치 엔지니어로서 올라갈 수 있는데까지 올라가고 나니 너무 쉽게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연봉도 그렇고 직위도 그렇구요.
한계에 다다랐더라도 그 일에 만족하고, 그대로 좋다고 생각하면 사실 그만큼 편한 것이 없습니다. 특별히 새로 배우지 않아도 되고, 업무가 없어지지 않는한 자리도 확실하게 보장되지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런 식의 안주가 싫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정체됨이 싫었기에 저 자신에게 더 많은 것을 주문하고자 했습니다. 거기에는 계속해서 엄한 결정으로 회사를 어렵게 만드는 제가 속한 부서 리더쉽에 대한 불만도 한몫 했습니다. 내가 나의 영향력을 더 키워서 회사를 옳은 방향으로 끌고 가야겠다는 의협심도 제가 제 자리를 탈피하고 나서게 만드는 큰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영역을 넓히는 작업을 한 이년간 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해야지 하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게 먹히고 어느게 먹히지 않는다라는 것을 알면서 어느 정도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일하는 개발팀의 일원에서 2년 후에는 50명의 개발팀을 관리하는 현재의 위치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매니지먼트 관련 책자나, 자기 계발 서적을 보면 제가 했던 행동들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 그럼 제가 깨달은 원칙들을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1.0 지금 하는 일에서 자신을 증명해야합니다
이게 기본이겠지요. 개발자는 개발자대로 고객 지원은 고객 지원대로 자신의 역할에서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출발점에 서지도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주는 회사는 아직까지 한번도 본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역을 넓히기는 커녕 그전에 도태되어 버리겠지요.
지금 하는 일에서 마땅한 성과를 못올리는 경우에 어떻게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도움이 되는 많은 서적이 있겠지요. 가장 타당한 것은 자신에게 안맞는 일은 일찌감치 때려치고 제대로 된 일을 찾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은 맘에 드는데, 일에 욕심은 나는데, 성과가 안나오는 경우는 자기에게 심각하게 질문을 해야합니다. "제대로 노력이라도 해 본거냐? 이게 너가 할 수 있는 최선이나?"라구요.
1.1 지금 하는 일에서 10%만 더한다
성장을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방향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을 향해 한발자욱이라도 내딛는 것이지요. 앞에서 말했지만 시키는 일만 해서는 평생 그 일만 하게 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나서는 그것을 기반으로 한발자욱 더 내딛는 것이 중요합니다.
흔히 성장을 위해서,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점프를 하려고 애쓰거나, 아니면 자신의 친분을 이용해서 억지로 순리에 맞지않는 자리 이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새로 맡은 자리에서 잘해나간다면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더 효과적이고 오래 갈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위치에서 조금씩 영역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입니다. 튀긴 튀어야 합니다. 하지만 적당히 튀라는 것이지요. 10% 아니 5%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지금보다 조금씩 더 성장해가면 가속이 붙게 되어 있습니다.
이 때 방향성이 중요합니다. 지금의 위치와 앞으로 가고 싶은 위치의 차이를 직면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개발자를 하다가 SA (Solution Architect: 시스템 디자인 혹은 고객 요구 분석등을 함)로 가기 위해 스스로 자원을 했습니다. 그전에 SA를 할 수 있다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었구요. 그 안에 매니저가 없기 때문에 처음에 리더역할부터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매니저가 되었구요. 어찌 보면 자리의 이동이 시작인 것 같지만 자리의 이동은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가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고 생각이 됩니다.
많이도 필요없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 10%만 앞을 바라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내가 하는 일이 개발팀의 매니저로서 팀원 관리및 프로젝트 관리라고 합시다. 이 일을 하다보면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냥 회사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을 그대로 따라도 됩니다. 하지만 발전이 없지요. 개인적으로 다른 선진 방법론을 접하고 그중에 좋은 것을 가지고 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노력이 개인적인 노력으로만 끝나면 그것이 "영역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1.2 내가 잘 아는 분야에서 내 권위를 높여간다
프로젝트 관리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이제 그것을 공개적으로 내어보이고 그 일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내어야합니다.
요즘 회사에서는 회의나 메일을 통한 논의가 자신의 영역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장소라 생각합니다.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별 문제가 없는 부분, 굳이 남들이 나에게서 기대하지 않더라도 한마디씩 의견을 내기 시작합니다. "여기 새로운 프로젝트 관리 기법이 있다. 이 부분을 현재 프로세스의 여기 여기에 적용했더니 이만큼 효과가 있었다"라는 것을 공표해야 합니다.
혹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팅이 있다고 합시다. 비슷한 상황의 다른 문제에 대한 경헙이 있다거나, 그 고객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 과감히 의견을 내면 됩니다. 그 미팅이 세일즈가 주도하는 미팅이든, 고객 지원이 주도하는 미팅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내 직위를 넘어선, 내 권한보다 약간 위의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에 의견을 내기 시작해야합니다.
처음에는 주위 사람들이 "어... 저놈 도데체 누구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내어놓는 의견이나 제안이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부서나 개인은 반발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에 확신이 있다면 의기소침해지면 안됩니다. 계속해서 좋은 의견, 뛰어난 제안을 제시한다면, 설사 의견이 당장 반영되지 않더라도, 내 이름은 다른 사람 머리속에 기억되게 되어 있습니다.
근데 이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하기 위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거나, 엄한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것이 오히려 독으로 돌아옵니다. 이럴 때는 절대로 그냥 조용히 있어야 합니다. 구미가이 마사토시는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결심했다면, 곧바로 행동하고 싶은 충동을 누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단거리를 확인한 후에 단번에 돌파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원칙이 여기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여럿이 모인 미팅에서 뭔가 내 의견을 내고 싶다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자신의 영역을 벗어난 분야에 대해서 의견을 낼 때는 그 의견은 정확해야 하고 누가 들어도 뛰어나다는 인상을 주어야합니다.
물론 이것도 적당히 사용해야 합니다. 항상 10%의 원칙을 적용하면 큰 무리는 없게 됩니다.
1.3 영역을 넓히면 굳히기로 들어가야한다
영역을 벗어나는 일에 대해서 의견을 내었습니다. 예를 들어 개발팀 리더가 프로세스 팀에서 담당하던 프로젝트 관리 기법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았습니다. 호응이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그 의견이 타당하다는 동의를 보냅니다. 그러면 그걸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합니다.
필요하면 자청해서 일을 떠맡아야 합니다. 작더라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끌라고 하면 기꺼이 떠맡으십시요. 물론 위험부담이 있겠지요. 일도 더 많이 해야할겁니다. 어쩌면 이런 것 때문에 더 많은 밤을 지새어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격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겁니다.
제가 SA를 하고 있을 때 같은 조직내에 여섯명 정도의 SA가 있었습니다. 관리자가 없었습니다. 정기적인 미팅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일이 진행되는지 서로 모르고 있었습니다. 일단 모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매주 한시간씩 전화회의를 시작했지요. 틈틈히 리더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서로 하는 일을 방향성을 가지고 이끌어갈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필요하면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나섰습니다. 저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들도 여럿 있었을 때입니다. 하지만 자청해서 나섰기에 제가 그 일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세달후에 정식으로 그 팀의 매니저가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매니저가 되었던 겁니다. 저보다 경력이 10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여럿인 팀의 매니저가 된 거지요. 그후에 자리 이동이 세번 정도 있었는데 다 제가 나서서 맡은 일들입니다.
자청해서 나서는 경우는 위험부담이 큽니다. 시켜서 억지로 맡은 일은 실패해도 면피할 구석이 있습니다. 내가 나서서 맡은 경우는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제가 져야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지요. 애정도 생기구요. 전 그래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원해 나갈 겁니다. 방향성을 가지고 드라이브하면 얻게 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나서서 일을 맡고 성공하게 되면 그 일은 이제 나의 영역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한걸음 한걸음 영역을 넖혀가면 자신이 성장해나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자리도 바뀔 수 있구요. 큐브에 앉아 있다가 사무실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한때는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던 사람과 대등하게 혹은 그들을 추월했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사실 회사에서 모든 일이 중요하기에 높다 낮다라는 말 자체가 어폐가 있습니다만... 또 회사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포지션에 의해 의견의 중요도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직위가 높아지고 연봉이 올라가는게 전부일까요? 전 그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취감입니다. 자신이 성장해가고 있다는 느낌. 작은 일이지만 하나 하나 성취해가는 즐거움. 영역 넓히기는 어쩌면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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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렇게 영역을 넓혀나가다 보면 두가지의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많은 경우 논쟁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둘째, 회사 내에 적이 늘어나게 됩니다.
다음에는 논쟁에 이기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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