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달 동안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있었습니다. 무기력증? 어쩌면 우울증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야할 일이 있는데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맘놓고 놀지도 못합니다. 그저 책상에 앉아있으면서 끊임없이 문제를 회피합니다. 하루 종일 게임을 할 때도 있고, 별 관심없던 책을 꺼내 읽습니다. 자려고 누우면 내가 참 한심하고 부끄럽습니다. 내일은 달라져야지 결심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결심"이 그저 "희망사항"이 될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중증이었죠.
시작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 미루는 습관은 전부터 있었지만 문제는 안되었죠. 대부분 일에 기한은 맞추었으니까요. 그래도 불안했습니다.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없었지요. 최근 일년간 쓴 포스팅이 대부분 저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육개월전에 회사에서 레이오프되었습니다. 별로 기분나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로스쿨 졸업을 일년 앞두고 있어서 이번 기회에 로펌에 가서 일을 하면 되겠구나 싶었죠. 근데 아직 자리를 못찾았습니다. 학교를 다니긴 하지만 실업자죠. 몇번의 좌절을 겪으며 마음 고생이 심해졌습니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해야하는데 오히려 회피를 했습니다. 자신감이 떨어지더군요. 스스로 상황을 극복하기보다 쉬운 해결책이 떨어지는 걸 상상했습니다. 복권 당첨 같은 거요 ㅡ.ㅡ 부끄러움에 아무에게도 이야기를 못하고 혼자서만 병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제일 힘든 건 조금만 노력하면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시간 있을 때 전부터 쓰려던 책을 쓸 수도 있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블로그를 만든게 2007년 7월 4일입니다. 십오년 후의 삶은 내가 책임져야한다는 믿음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소위 "잘 나갈" 때였습니다 ^^ 승진도 빨랐고 성공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ㅡ.ㅡ 십오년의 삼분의 일이 지났는데 말이죠.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어느덧 마흔 다섯이 되었네요. 지금의 저는 제가 만든 겁니다. 십년후의 삶도 제가 만들 거구요. 후회하지 않도록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렵니다.
요즘 행동과 습관에 대한 책을 몇권 읽었습니다. 전에 모르던 것을 배웠습니다. 잘 조합하면 꽤나 유용할듯 합니다. 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걸 나눠볼까 합니다. 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요.
다시 시작합니다. 무엇보다 제 아이들이 자랑스러워 할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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