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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3. 14:26
논쟁을 지켜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싸움 구경만큼 재미난게 없다'는 못된 심보는 아니다. 살다보니 논쟁을 하는 적도 있고, 나름대로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요령도 생긴다. 그러다 보니 남들 논쟁하는 것 지켜보며 오고가는 심리전을 내 맘대로 복기해보거나, 나라면 이렇게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당사자들이야 피가 튀는 일이지만, 내 편이 당하지만 않는다면 느긋하게 관전하며 즐길 수 있다. 

그동안 변희재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에 대한 나의 관심은 칠할은 가여움이요 삼할은 호기심이다. 가여움이란 어떻게든 떠보고자 하는 노력이 애처롭거니와 언젠가 그의 이름이 잊혀질 것을 알기 때문이고, 호기심이란 대체 어떤 정신 상태를 가졌기에 젊은 나이에 저리도 바꿈질을 뻔뻔하게 할 수 있나 싶어서다. 가끔 그의 글을 읽다가 화가 나는 적도 있지만,  본인에 대한 화는 아니다. 다만 그의 엉성한 논리 때문에, 그리고 그럼에도 그 글을 싣는 매체들 땜에 화가 난다. (foog님 표현대로) 그는 위험하지도 않거니와 가끔 웃기기도 하다 ^^

한가지 짚고 넘어갈 거라면 고재열기자의 표현처럼 더이상 변희재는 듣보잡은 아니라는 거다. 특히 이번 일로 인해 변희재 본명은 몰라도 '변듣보'를 아는 사람들은 꽤 된다. 그러니 '듣도 보도 못한'이라는 표현은 이제 지워줘야겠다. '꽤나 알려진 잡것'이라고 해야할까? 꽤알잡? 근데 듣보잡만큼 입에 착 붙지는 않는다. (확실히 난 작명에 소질이 없다.)

추가: foog님이 괜찮은 말을 만들어 내셨다. '어들잡' .. '어디서 들어본 잡놈'이다 ^^ 어감도 좋고 앞으로 '듣보잡'의 다음 단계를 '어들잡'으로 해야겠다.

변희재가 진중권교수(이하 진중권)에게 가진 컴플렉스야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기에 여기에 언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궁금한 분은 이글이글을 참조하시면 된다.) 디워 때부터 끈질기게 스토킹을 하던 그가 드디어 큰 맘먹고 결전을 시작했다. 문화부를 등에 없고 한예종과 진중권을 겨냥한 것이다. 이를 알고 있었던 듯 진중권은 블로그를 통해 다가올 싸움을 예고했고 이미 일합을 겨루었다.

시작은 문화부에서 한 것 같다. 2학기에 진중권의 강의가 없다는 것을 핑계로 반년치 연봉을 토해내라고 한예종에 요구한 것이다. (도데체 교수는 강의만 하는 사람이라는 그런 유아적 발상은 누가 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 문화부에 대해 공개 질의를 통한 일차 반격이 있었다, 솔직히 진중권의 글 치고는 다소 유한 글이었다. 그래도 김우재님의 지적처럼 진중권이 조롱과 냉소를 통해 오히려 손해를 봤다 여기기에 차분한 언조가 오히려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이에 대해 변희재는 반격을 시도했다. 뭐가 급했는지 세시간만에 글을 써서 올렸다. 대략 요점은 다음과  같다.

1. 진중권은 객원교수가 될만한 전문성이 없다.
2. 출판의 목적과 재원이 분명치 않다.
3. 급료 환수에 대해서는 문화부가 아니라 한예종에게 물어야한다. 

이번에도 역시 진중권의 전문성에 대한 딴죽으로 시작한다. 지겹지도 않나? ㅡ.ㅡ 실패한 유학과 방송출연 몇번이 경력의 전부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변희재 본인의 전문성에 대해서는 한윤형님의 이글에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근데 변희재가 공격 포인트를 잘못 잡았다. '미네르바 사건'에 대해 진중권의 전문성을 거론한 것은  어느 정도 말이 된다. (물론 같은 점이 자신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변희재는 모르는 것 같다.) 근데 이번에는 진중권의 전공인 미학이다. 아무리 그래도 <미학 오디세이>와 <현대미학강의>의 저자다. '풋~ 맛뵈기로'라는 제목으로 올린 진중권의 글은 사뭇 통쾌하다. 변희재의 수를 미리 알고 준비했다는 것에 백원 걸겠다 ^^.

두번째에 대해서는 양쪽이 다른 이야기를 하기에 뭐라 말은 못하겠다. 정리가 되겠지. 그런데 개인이 출판한 것이라면 문화부에서 계약서 사진을 찍은 것이 문제가 되고, 그게 아니라고 하면 진중권의 연구결과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자기 모순 때문에 이것도 변희재쪽이 더 곤란하다.

세번째가 압권이다. 변희재 본인이 글 속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계약의 ‘갑’ 한예종이 책임지고 국민세금을 돌려받으라 명"했다 표현해 놓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는 왜 황지우 총장에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문화부가 요구한 것을 뻔히 아는데 중간에 끼어있는 한예종에게 따질 이유가 뭐가 있는지. 추가로 진중권의 글에 객원교수의 역할에 강의와 연구가 들어가 있다 분명히 밝혔는데, '오직 강의만을' 거듭 주장하는 것은 도데체 뭔가? 이 정도면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닌가?

추가: '지나가다'님이 잠깐 들르셔서 한예종 학칙의 객원교수의 의무에 대해 댓글을 달아주셨다. (감사합니다 ^^) 정리하자면 객원교수도 일반 교수와 마찬가지로 강의의 의무를 가지되 총장 재량하에 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객원교수의 임무중 연구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칙상으로 볼 때 진중권이 강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아닌 듯 하다.

어쨋든 지금까지 봐서는 게임이 안된다. '자살세' 건으로 그래도 변희재가 조금 기를 펴나 싶었는데, 너무 성급하게 덤볐다. 생각좀 하고 글을 쓰지 뭐가 급하다고 그렇게 빨리 써서 올렸는지. 도데체 그 무모한 용감성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뭏든 다음번에 있을 변희재의 반격이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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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나도 '듣도 보도 못한' 블로거다 보니, 이런 글 써봐야 효과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또 이 정도 시간 들일만큼 가치 있는 주제도 아니고. 좀전에 보니 변희재가 동아일보 우경임기자에게도 논쟁하자며 싸움을 걸고 있다. 좌충우돌하는 것 보니 이 사람의 상품가치도 얼마 안 남았나 보다. 글쎄 유인촌이 그를 필요로 한다면 조금 연장은 될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검색하다 발견한 변희재 후배의 을 일부 옮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건 다른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야하는 거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여기서 '죽음'이란 단지 육체적 죽음만을 의미하지는 않겠죠. 희재형, 그래도 몸은 건강하셔야 해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형이 어떤 입장에 섰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는 꼭 지켜보셔야 할테니까요. 그럼, 안녕."

그 '결과'가 빨리 올 것 같아, 그가 주는 독특한 즐거움을 보지 못할까봐 우려가 되지만, 한편 변희재의 행보를 통해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위해 글 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 같기도 해서 아쉽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