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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31. 13:22

페이스북에서 진행되는 감사 릴레이를 받아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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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 말이 아닙니다. 300명 넘게 죽임을 당했지만 이유도 정확히 모릅니다. 이유 좀 알자는 애원이 빨갱이짓으로 몰립니다. 시리아에서는 기독교인들이 사냥을 당하고, 팔레스타인의 많은 이들이 폭격에 목숨 아니면 삶의 터를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진행되는 감사릴레이에 불편해하는 시선이 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아직도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이 있는데 좋은 가족 주셔서 감사하다는 고백이 자랑처럼 보이지 않겠느냐, 이유야 어떻든 덕이 되지 않는다라는. 일정 부분 동의가 됩니다. 


그럼에도 감사는 크리스찬의 정체성입니다. 은혜를 받은 우리는 감사해야합니다. 사도 바울은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고 했습니다. 범사란 모든 일을 말합니다. 선택 사항이 아니지요. 명령이요 하나님의 뜻이라 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항상 기뻐하고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습니까. 살다 보면 즐거운 일도 있고, 화나는 일도 있습니다. 전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습니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더 없으니 어머니를 집으로 모시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이 기억 납니다. 그때 제가 감사할 수 있었을까요? 그때나 지금이나 고생만 하시다 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면 감사는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럴 필요는 없다 생각합니다.


한글 번역에선 명확하지 않지만, 영어는 'Give thanks IN all circumstances'로 번역합니다. Give thanks to all circumstances가 아니구요. 모든 일이 감사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는 감사할 수 있습니다. 아직 마음이 뻐근한 기억이 있고 가슴에 돌을 얹어놓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일들에 대해 저는 감사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더 큰 가치와 목적을 알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 상황을 통하여 저를 성장하게 하는, 예수님을 조금 더 닮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마음 아픈 일, 힘든 일 생기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 고난을 거치게 하시고, 그 과정 속에 우리를 성장시키신다는 겁니다. 은혜지요. 그래서 저는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감사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제목들을 적어봅니다. 


첫째, 한국은 제가 태어나고 애정하는 곳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회가 발전해야하는데 오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어 마음이 아픕니다. 도데체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좋은 세상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음이 감사합니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저와 제 가족만 챙기며 살수 있지만, 아파하는 이들과 같이 아파하는 애통함을 가짐이 감사합니다. 단식으로 유가족의 아픔에 동참할 수 있는 건강도 감사합니다. 


둘째, 돈과 거리를 두며 살았습니다. 가난한 시절을 거쳤고, 직장생활을 한 이후로도 넉넉하게 살아본 적이 없습니다. 뭐 잘못한 건 없습니다. 다만 남들에게 생기지 않는 일로 손해를 보고, 남들에게 생기는 이득은 피해다녔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이 탓하지 않고, 제 책임이라 생각하고 더 열심히 살려는 마음 주심에 감사합니다. 주기적인 어려움 속에 교만하지 않게 된 것도 감사하고, 가난을 겪었기에 가난을 이해할 수 있음도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넉넉하지 않아도 다른 이를 돕고 섬기는 마음을 가진 아내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저라면 제 코가 석자라 주위 사람을 몰라라 했을텐데 아내 덕분에 다른 이를 섬기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셋째, 여러 불의한 목회자를 거쳤음에도 교회 떠나지 않은 건 기적입니다. 바람 핀 목사, 교회돈 횡령한 목사 등 여럿 거쳤습니다. 개신교인이라 말하기 창피할 정도로 한국 교회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를 붙잡아 신앙 지키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썩어가는 개신교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 교회를 맘에 품고 기도하게 하심이 감사합니다. 고비마다 좋은 스승을 만나 올바른 신앙으로 이끌어주심도 감사합니다.  


감사 릴레이를 전해준 이 은상 목사님 감사합니다. 원래 3일 계속 하는게 규칙이라 하네요. 그런데 오늘 적은 것에서 교만한 저의 모습을 봅니다. 상황에 따르지 않고 진리를 바라볼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그래도 나는 훌륭해 하는 건 교만입니다. 내일도 그런 모습이 보이면 감사 제목은 혼자만 보고 나누지는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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