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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7. 00:34

#1.

블로그에 통 글을 못 썼습니다. 바빴을까요? 예 바빴습니다. 아니 바쁘다기보다 열병을 좀 앓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분중에 현카피라는 분이 있습니다. 사진, 글,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분이지요. 그분의 글을 읽다 이 문장에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병이라고 해도 좋다. 아름답게 앓는 편이 무덤덤하게 건강한 쪽보다 천 배는 낫다.

중3때 우연히 음악동아를 보았습니다. 거기 실린 오디오기기를 보면서 '언젠가는'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때 기억에 새겨진 장비가 쿼드, 보즈 이런 것들이었지요. 20년 넘는 잠복기를 버텼던 '소리에 대한 집착'에 일주일 내내 마음을 온전히 내어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비싼 장비를 사버리면, 분명히 만족하겠지만 그건 재미도 없고... 라고 하면 거짓말이구요. 사실은 돈이 없습니다 ㅡ.ㅡ 한정된 예산에서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려다 보니 시간과 마음을 많이 썼습니다.

#2.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보면서 새삼 '음악이 좋구나'라고 느꼈던 감정이 오디오까지 연결되며 한동안 음악에 빠져 살았습니다. 마음이 이곳에 가있다 보니 이쪽으로 쓰고 싶은 글들이 참 많네요. 갈수록 메인에 집중 안하고 '그밖에..' 카테고리에 글을 더 많이 실는 것 같습니다 ㅡ.ㅡ

#3.

큰 아들의 사립학교 지원에 대해 적은 적이 있습니다. 네군데를 지원했는데 다 떨어졌습니다 ㅡ.ㅡ 모두 Top 10에 들어가는 학교인지라 쉽지 않을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만, 아이한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게다가 중학교 들어가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자신이 알기에 결과를 더 힘들게 받아들이는 듯 했습니다. 다른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자신도 알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좋은 경험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한국 나이 열다섯)에 실패를 맛보는 것 같아 안스럽긴 하지만, 이번 일로부터 최대한 많이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한단계 자란 것 같긴 하네요.

#4.

큰 아이 이야기 나온 김에 한가지 더. 전에 올렸던 영어소설은 Scholastic이라는 회사에서 주최한 예술/문학 컨테스트를 위해 쓴 것이었습니다. 총 14만점이 출품되었는데, 그중 1300명이 골든키를 받았답니다. 어제 그 골든키가 왔습니다. 고등학교 떨어지고 시무룩했던지라 아이나 엄마나 더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

골든키는 예선 통과의 의미고 이제 본선이 남아있습니다. 결과가 기다려지네요. 다른 과목과는 달리 글쓰기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아 그쪽에 노력을 더 기울이라고 계속 격려하고 있습니다. 한국 아이라고 꼭 수학만 잘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

#5.

작은 아이는 이제 열한살이 됩니다. 둘째다 보니 상대적으로 노출도 적게 되고 (오빠를 뛰어넘지 않는 이상) 잘해도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는 불이익이 있습니다. 요즘은 그게 불만인듯 합니다. 신경좀 써야겠습니다.

#6.

여러가지 이유로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됩니다. 4월달에는 자녀 교육에 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