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22. 16:19
[일기 혹은 독백]
열세시간후면, 그러니까 새벽 한시반인 지금부터 열세시간이 지나고 난 오후 두시반이면 예약된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간다. 올해 세번째 출장. 인도에 2주 다녀오고 일주일 집에서 머문후 샌프란시스코에 일주일 다녀왔다. 아이들 봄방학에는 같이 있고 싶어 일주일 집에 머무르고 내일 독일의 드레스덴으로 2주간 떠난다. 2월 말일 기준 반을 집밖에서 보내게 된다. 2006년, 2007년 반 이상 집을 떠나 있었기에 출장 안가는 일로 돌아섰겄만, 어느새 눈을 떠 보니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회사 상황이 안좋아 출장 허가받기가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 이렇게 돌아다니니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막상 가족들 두고 몇주씩 떠나는 것이 갈수록 힘이 든다. 하루 하루 전쟁처럼 지내는 날들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쳐있기에 더 그런가 보다. 자기 전에 가방을 꾸렸다. 반복 훈련의 결과로 짐싸는 건 이제 일도 아니다. 이번 일은 전에 하던 일과 성격이 다르다. 두달내에 쫑을 봐야한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사람들. 한번 본 적도 없고 한번 볼 기회도 없을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와 당분간 일을 해야한다. 이번 일도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을까? 이번 일에도 행운이 찾아 올까? 내 실력이 들통나지나 않을까?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욕심에 내 스스로를 푸시하지만, 그것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두려워한다는 것을 남들은 알기나 할까? 자야할 시간이 되면 마치지 못한 일 때문에 오히려 잠이 깨어버린다. 오늘 나는 성공했나 질문한다. 오늘도 남들이 인정할만한 성과를 내었는지. 내가 감당해야할 일들에 대해 얼마나 전진을 했는지. 오늘도 제대로 때웠는지. 스트레스라는 것이 뭔지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욕심도 없었지만 부담도 없었다. 적당히 해도 좋은 성과를 내었기에 걱정할 것도 없었다. 그때가 그립다. 지켜보는 이들이 많다. 그들 모두에게 역시 하는 인상을 계속해서 주고 싶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런 내가 싫다. 힘들게 나를 내몰면서 그 힘듬으로 인해 정작 원하는 만큼 성과가 안나오는 악순환도 싫다. 이게 나의 모습인가? 자신감이 없어진 내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힘이 든다. 처음 가는 출장지지만 구경이라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다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구경하며 돌아다닐 마음의 여유가 생길지 의문이다. 이제 열두시간 남았다. 월요일 도착하고 바로 시작되는 업무를 위해 힘을 보충해놔야 된다. 또 한번의 전투다. 밀려서 하는 일은 싫다. 판을 내가 주도하고 싶다. 그럴려면 또 다시 내 삶의 다른 중요한 것들을 내려놓아야한다. 시간도 건강도. 몇달전부터 불편하던 등은 하루종일 외쳐된다.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이렇게 회사라는 시스템 안에 나는 또 소비가 될 것이다. 단순히 소비됨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 이 길에서 벗어나야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모멘텀을 사용해 박차고 주어진 경로에서 벗어나야한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힘이 부친다. 아니 솔직히 자신이 없어져간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준비해온 삶의 전환점은 아직 시작도 못했다. 그래도 계획하는 순간만으로 삶의 색은 다채로와진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내 삶을 던져 어디까지 이를 수 있을까? 힘은 들지만 그래도 정지해있는 것보다는 났다. 멈추어 있다면 아마 난 미쳐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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