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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5. 18:03
오늘 아침 신문에서 "한국사람들 세계에서 제일 많이 일한다"라는 기사를 봤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연간 2천305시간을 일한단다. 그런데 일인당 생산성은 미국의 68%이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누가 한국 사람들 일안하고 딴짓한다"라는 기사 쓰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돌아와 뉴스를 검색하니 많은 기사가 그런 식의 논조로 쓰여있다. 연합뉴스의  "노동 생산성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이 눈에 띈다. 중간에 회사는 수출로 번돈 부동산에 투자하지 말고 기계도 사고, 교육에도 투자하라는 말을 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뒷받침을 하란다. 하지만 마지막은 이렇게 장식을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자 본인의 마음가짐이다. 개인 용무 등으로 근무시간을 슬렁슬렁 탕진하고 초과근무로 수당이나 챙기려 든다면 생산성 향상은 요원한 일이다. 회사는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투쟁만 외치는 강성 노조 역시 생산성에는 암적인 존재다. 근로자가 아무리 많아도 허구한 날 파업만 일삼는다면 어떻게 생산성이 오를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 근무윤리를 다시 한 번 뒤돌아봐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결국 직장인들이 일은 제대로 안하고 찾을것만 찾는게 가장 큰 문제라는 거다. 조선일보는 "개미처럼 일만하는 한국, 배짱이가 웃는다?"라는 제목을 사용했고, 한국경제신문에서는 아예 대놓고 "근무시간에 뭐 하기에..노동시간 미국의 1.5배..생산성은 68%"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했다. 객관적으로 쓴 기사들도 사실보도 이상은 더 이상 적지 않고 있다.

이 기사를 보며 다들 무슨 생각을 할까?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근로자들은 이 기사를 보고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은 그러면 그렇지라고 생각했을테고, 경영자들은 직원들 정신교육을 더 시켜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런데 정말 그런가? 한국의 근로자들이 정말 일을 못할까? 아니면 근무태만? 내 경험상 아니다. 한국회사외 미국회사를 오가면서 느낀 것은 한국 사람들이 참 똑똑하고 성실하다는 것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식의 평가가 아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나누어서 일을 해도, 먼저 일 끝내놓고 다른 나라 팀 도와주는 건 한국 팀이다. 영어만 조금 안될뿐 성과에서 딸리지 않는다. 내가 일했던 회사들만 보고 내리는 제한적인 평가가 아니다. 하다못해 '복지부동'이니 '철밥통'이니 욕먹는 한국 공무원도 미국 공무원에 비하면 더 빠릿빠릿하고 사람들에게 친절하다. 물론 일은 훨씬 더 빨리 처리된다.

업무 강도를 보면 한국쪽이 느슨한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68%는 아니다. 90%정도라고 할까? 미국회사 직원들도 업무시간에 웹서핑하고, 은행 다녀오고 다 한다. 그럼 뭐가 문젠가? 일 열심히 하고, 성과도 떨어지지 않는데 왜 생산성은 미국근로자의 68%라고 할까?

생산성은 국민총생산(GNP)를 근로인구로 나눈 수치다. 근로인구야 어차피 정해져있는거니 결국 생산성의 차이는 GNP로 결정이 나는데, GNP가 어떻게 사람들 일하는 것으로만 결정이 날까? 그 많은 원인을 무시하고 달랑 생산성 수치만을 놓고 한국 근로자를 평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게 내 생각이다.

일단 규모가 틀리다. 땅떵어리의 크기가 다르고, 인구의 수도 틀리다. 특히나 자본의 크기가 너무나 다르다. 일이천 아무리 굴려봐야 몇십억에서 나오는 이익을 당할 수 있을까? 한국에서 백마지기를 가지고 있다 한들, 자기 땅으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그래서 비행기로 농약을 치는 기업형 농장을 당할 수 있을까? 충분한 인구가 있기에 국내에서 사업을 키우고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업들의 경쟁력은 시작부터 다른 것이다.

미국은 자원도 있다. 큰 땅덩어리도 자원이고, 석유및 풍부한 지하자원도 있다. 관광자원도 충분하다.학교가 좋으니 다 찾아와서 미국 전체의 부를 늘려준고, 전세계의 인재들이 몰려와 미국기업을 위해 일을 한다.

또 하나 시스템이 있다. 개개인은 평균이라 하더라도 정립된 프로세스가 전체로 하여금 최대한의 생산성을 낼 수 있게 만들어준다.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인정하고 그걸 차곡차곡 쌓아가는 문화가 만든 또 하나의 차이다.

그럼 해결책은 뭘까? 사실 잘 모르겠다. 물론 이제는 "땅파서 돈버는게 아니라 고부가가치 사업에 투자를 해야한다"는 식의 누구나 할 수 있는 해결책은 나도 말할 수 있다. 당연히 그게 해결책일거다.

하 지만 그전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 사람들 절대로 일 못하지 않는다"라는 거다. 아니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사람들 - 미국 본토, 중국, 인도, 일본, 영국 사람들에 비해 평균적으로 뛰어나면 뛰어나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괜히 민족적 자부심 때문에 이런 이야기하는 거 아니다. 정말이다.

"일하는 시간은 1.5배, 그런데 생산성은 68%"식의 단편적인 평가는 아무 소용 없다. 한국 사람들 일 못하거나 태만한 것 절대로 아니다. 이런 기사에 주눅들지 말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그들을 능가하겠다는 욕심에 가득찬 자부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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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한경 홈페이지에 들어가고 스포츠신문에 잘못 들어왔나 착각했다. 경제 신문의 사진 분류가 왜 <포토>, <연예>, <레이싱 모델>일까? 게다가 가장 많이본 뉴스가 "아찔한 수영복 퍼레이드!". 이거 경제신문 맞나?

* 기사를 보면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프랑스 이런 나라들이 미국에 이어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이 나라들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으니 뭐라 말을 못하겠다. 한국 미국간의 차이와는 다른 또다른 장점들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