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1. 06:28
[일기 혹은 독백]
#1.
학교가 시작된지 3주가 지났습니다. 원래 4주 되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처음 한주 반 수업을 못들어갔습니다. 그로 인해 초반에 꽤나 힘들었는데, 이제 적응이 되었습니다. 지금 듣는 네 과목중 가장 까다로운 Contracts 말고는 수월한 편입니다. Contracts야 워낙 어렵기로 소문난 과목이라 저뿐 아니라 모두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준비만 철저히 해가면 할만 합니다. 네이티브가 아님에도 겁없이 수업마다 한마디씩은 꼭 하고 있습니다 ^^
처음으로 법을 공부하면서 색다른 매력을 느낍니다. '법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법 없는 것처럼' 사는 놈들을 혼내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왔는가를 알게 됩니다. 단어 하나에도 줄줄히 붙어있는 참고 문헌들을 보면, 법을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국회에서 법을 만든다는 사람들이 그들의 작업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할까 의문이 들더군요. 정치와 입법 둘다 해야하는데 정치만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1
#2.
지난번 글을 보시면서 많은 분들이 건강을 걱정해주시더군요. 제 아내도 옆에서 계속 '운동해라' 노래를 하구요. 안그래도 힘이 부친다는 것을 느끼기에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러닝머신에서 한시간 조금 안되게 걷는 거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세번씩은 하고 있습니다.
러닝머신 앞에 랩탑을 하나 달았습니다. 뭐든지 보면서 하면 지겹지 않으니까요. 처음에는 영화를 봤습니다만, 몇번씩이나 한시간 걷기를 멈추고 한시간 서있는 일이 생기더군요 ㅡ.ㅡ 재밌는 영화를 보면 조절이 안됩니다. 그래서 미드로 바꿨습니다. 40~45분 분량이라 딱 적당합니다.
나름 목표의식에 투철한지라 '보스톤 리갈'을 선택했습니다 ^^ 제가 사는 곳이 이쪽 지역인지라 친숙한 건물들이 눈에 띕니다. 이 드라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주인공 변호사가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변칙반칙을 많이 씁니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려면 저래야 하나 하는 생각에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현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재미로 보기로 했습니다. 실제로 법정에 가는 소송은 2%가 채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전에 협상 아님 중재로 해결된다고 합니다.
#3.
회사 일과 학교 공부를 병행하다 보니 심심할 틈이 없어 좋긴 합니다 ^^ 쉴 틈을 안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바쁘게 살다보면 제게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싶어 '큰 돌'을 미리 놓고 있습니다. 아직은 토요일 저녁의 '가족 시간'과 일요일 교회 참석 뿐입니다. 그래도 의식적으로 시간을 정해놓고 이 시간들만큼은 타협이 없다 결정하는게 도움이 됩니다.
매주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 참 즐겁습니다. 얼마전 소개한 아캄호러의 확장판을 구입했기에 지난주에 아이들과 플레이를 했습니다. 안하던 다른 보드게임도 하구요. 어제는 영화 한편과 Wii로 시간을 보냈네요. 다음주에는 집에만 있지 않고 어디 밖으로 나가봐야겠습니다.
아. 자랑할 일이 하나 있습니다. 10월 24일의 가족 시간을 위해 보스톤 심포니의 공연표를 구입했습니다. 올해 제임스 레바인이 보스톤 심포니와 함께 베토벤 심포니 전곡 공연을 합니다. 원래 제 생일날 하는 8, 9번을 보고 싶었는데 며칠 사이에 다 팔려버렸습니다. 대신 처음 (네번에 나누어 합니다) 공연인 1, 2, 5번을 들으러 갑니다. 벌써 기대가 됩니다 ^^
#4.
이렇게 적어놓고 나니 꽤나 충실하게 사는 것 같습니다. 역시 저는 포장을 잘 합니다. 한꺼풀 벗기면 그 안에 매일 근근히 버텨가는 저를 볼 수 있습니다. 거의 매일, 아침에 적어놓은 태스크 중 반도 못하고, 자기전 쓰는 일기에는 아쉬움만 적어놓습니다. 그래도 포기하는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습니다. 건강만 버티어준다면요 ^^
- 법률 문서 작성시 요구되는 것 중 한가지가 특정 성을 표시하지 않도록 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policeman이 아니라 police officer라 쓰기를 요구합니다. 근데 습관적으로 남성을 상징하는 용어를 써버렸네요. 알아서 이해하시기를 ^^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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