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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3. 27. 09:33
오디오 이야기를 하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입니다. 비싼 장비나 저렴한 장비나 실제로는 구별해낼 수는 없다는 것이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입니다. 오디오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전문가들이라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와인의 경우가 대표적이지요.

오디오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같은 음악을 세번 들려줍니다. 첫번째는 A사 제품, 두번째는 B사 제품을 사용합니다. 세번째 들려줄 때, 사용되는 장비가 A사 것인지 B사 것인지 맞추는 것입니다. 답이 두가지중 하나이기에, 찍더라도 50% 성공확률입니다. 그런데 모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결과가 50%의 오차범위안에 들어갔습니다. 테스트에 참석한 사람들이 내노라하는 오디오 전문가들이지만, 결국 소리를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비싼 장비에 투자해야 헛일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TV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전 TV를 사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대를 놓고 보면 차이가 있지만 따로 놓고 보면 모른다구요.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같은 크기중 제일 싼 것을 샀습니다. 조금 지나니 제가 산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밝았는지, 어두웠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옆에 놓고 비교할 때나 화질의 차이를 알 수 있지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질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좋다 나쁘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라 하더라도 눈 앞에 놓고 볼 때 화질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의 테스트처럼 제품과 제품 사이에 시차를 둔다면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없지만, 시차없이 이어서 플레이를 한다면 차이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훈련되지 않는 귀를 가지고도 제가 가지고 있던 스피커와 새로 구입한 스피커의 차이를 알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를 두고 '오디오 제품간에 차이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제품간 소리상의 개인에게 적용되는 효용 차이는 없다'가 더 정확하겠지요. 제품간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구별할 수 있는, 따라서 저에게 주어지는 가치에서는 차이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면 좋을수록 한계효용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소리가 깊다'느니 '고역은 맑고 저역은 풍부하다'느니 하는 오디오 전문가들의 예술적인 표현에는 색안경을 하나 끼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오디오를 이야기할 때 소리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신뢰성이나 디자인도 고려됩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감성적인 요인일 겁니다. 기능상의 효용가치만 따진다면 차이가 없을 루이비똥 핸드백과 시장표 핸드백을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 진공관이 들어가 있으면 차이를 느끼든 말든 일단 따듯하다 생각하는게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입니다. 따듯한 소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진공관 앰프를 갖고 싶은 마음을 막연히 가지게 되는 거지요.

사실 어느 정도까지는 비용을 더 들일수록 인지가능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선을 넘어가면 소리의 차이는 감상에 영향을 안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이 앰프 저 스피커 바꾸어서 비교하지 않는 이상에는요. 저는 (중고품 기준으로) 앰프는 오십만원, 스피커는 백만원 정도가 그 선이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발품 좀 팔아서 제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들인 비용은 더 작습니다 ^^) 그 다음은 기능상의 가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절대적인 가치와 상대적인 가치는 영원한 논쟁거리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단순하다 생각합니다. 어느 선까지야 실제적인 필요를 채우는 것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가지고 싶은 욕망'을 채우는 것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가 말하는게 이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