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5. 01:12
[음악 이야기]
공대 출신으로 15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일을 하다보니 디지탈에 굉장히 친숙합니다.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했지요. "기계가 할 일을 사람이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기에, 디지탈 솔루션이 있는데 아날로그로 가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고상한 척하는 사람들의 아집이라 여기고 살았었지요.
나이가 들은 걸까요? 요즘 과거로의 회귀를 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 중의 하나가 최근 몇주 푹빠져 살고 있는 MD입니다. MD 기억하시나요? 미니디스크라고 하지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참 예쁘게 생겼습니다 ^^;;; 손안에 쏙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죠. 몇장 들고 다녀도 부담 없는 크기입니다. 1991년에 소개되었지요. LP를 CD가 대치했다면 카세트테이프는 MD가 대체했다 했다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디스크에 CD 수준으로 몇번이고 녹음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많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실 저는 최근까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게 있다는 정도였지요 ㅡ.ㅡ)
MD 시장은 소니가 주도하는 일본 업체들이 장악을 했다 할 수 있습니다. 소니와 샤프 플레이어가 대중을 이루었습니다. MD에 음악을 녹음하는 것은 초기에는 다 아날로그였습니다. 일반 마이크잭과 같은 것으로 음을 전달하여 MD에 녹음을 하는 것이지요. 녹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 광신호를 내보낼 수 있는 플레이어와 광케이블로 연결하여 녹음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CD 정도 수준의 음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디지탈 기술이 급속도록 발달하면서, 휴대용 음악 기기 시장은 디지탈로 다 넘어왔습니다. MD 시장에도 NetMD라고 해서 음악을 녹음이 아닌 다운로드 방식으로 MD에 저장하는 기기가 등장을 하고, MD의 저장용량도 1GB까지 늘어났지만, 이미 MD는 LP나 필름과 같은 위치에 놓여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대세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제 와서 MD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에 저항하는 거냐구요? ㅡ.ㅡ;;; 사연은 있습니다. 갑자기 좋은 이어폰을 사고, 좀더 질좋은 소리를 들어보자는 욕심이 어찌 어찌해서 MD까지 간 것입니다. 몇년전 우연히 얻어서 가지고 있던 MD 플레이어의 존재도 MD로 가는 것에 한 몫 했구요. 바로 이놈입니다.
이 모델도 NetMD 종류라 MP3 파일을 MD에 저장하면 되지만, 그러면 MP3 플레이어 쓰는 거랑 별 차이도 없으면서 과정만 불편합니다. 그래서 CD를 광녹음을 사용해서 옮기지요. 불편하긴 불편합니다.
음악을 넘기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MD플레이어에서 녹음을 해도 됩니다만, 저는 따로 MD 덱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모델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들고 다닐 MD를 만들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MD 덱은 CD플레이어로 사용중인 DVD 플레이어와 광케블을 사용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저 DVD 플레이어에 CD를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MD 덱에는 녹음할 MD를 넣지요. 그리고 미니디스크의 어느 부분부터 녹음을 할지 맟춥니다. 그리고 동시에 MD덱의 녹음 버튼과 CD쪽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겁니다.
CD와 MD가 같이 지원되는 모델은 2배, 4배로 녹음도 되고, 양쪽 동시에 버튼 누르기 이런거 안해도 됩니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실시간 녹음 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싫지가 않네요. 오랜만에 음악 틀어놓고 들으면서,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하루에 한장씩 CD를 MD로 녹음하는 시간이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곡별 제목이 녹음이 안됩니다. 이것도 일일히 수정해주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MD를 플레이어에 넣고 NetMD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곡명을 입력하지요 ㅡ.ㅡ;;
MP3 쓴다면 CD 컴퓨터에 올려서 십분이면 추출할 수 있습니다. 제목도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사용하면 되기에 일일이 입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운로드 받는데 거리낌 없다면 돈도 안듭니다 ^^;; 이에 비하면 MD로 음악을 듣겠다고 하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지요. 그렇지만 그 비효율적인 작업을 거치고 나니 얻는 것도 있습니다.
일단 소리가 좋더군요 ^^;; 이건 저뿐 아니라 아직도 많은 MD사용자들이 말하는 겁니다. 소리 때문에 MD를 떠나지 않는다구요. 막귀인 제 귀에도 차이는 들립니다. 뭐랄까 같은 음악이라도 더 풍성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런데 소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감성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 몇십장 몇백장 MP3 플레이어에 부어놓고 듣고 싶을 때 바로 들을 수 있는 그 편리함에 반대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수고로운 작업을 거쳐 만들어놓은 MD 한장 한장에는 제 손길이 가 있거든요.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들을까 하며 한두개 선택하는 그 느낌... 이건 속도로 대변되는 MP3로는 채울 수 없는 감성적 요소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까지는 안 갈 것 같습니다만 ^^;;; MD 하나 하나에 정성스레 레이블을 만들어 붙이는 사람이 있더군요. 이 사람에게는 MD의 완성에 참여를 했기에 '받은' 것이 아닌 '내가 만든 나의' 것이라는 느낌이 있을 겁니다. 이 감성의 충족은 MP3 음악으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것이겠지요.
기계가 할 일을 사람이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계(편리함)로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이 사람들의 회귀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성 마케팅은 중요한 것이구요 ^^
** 엄밀하게 따져 MD도 디지탈이라 합니다. 하지만 녹음방식이 아날로그다 보니 디지탈과 비교해서 썼습니다.
나이가 들은 걸까요? 요즘 과거로의 회귀를 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 중의 하나가 최근 몇주 푹빠져 살고 있는 MD입니다. MD 기억하시나요? 미니디스크라고 하지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참 예쁘게 생겼습니다 ^^;;; 손안에 쏙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죠. 몇장 들고 다녀도 부담 없는 크기입니다. 1991년에 소개되었지요. LP를 CD가 대치했다면 카세트테이프는 MD가 대체했다 했다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디스크에 CD 수준으로 몇번이고 녹음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많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실 저는 최근까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게 있다는 정도였지요 ㅡ.ㅡ)
MD 시장은 소니가 주도하는 일본 업체들이 장악을 했다 할 수 있습니다. 소니와 샤프 플레이어가 대중을 이루었습니다. MD에 음악을 녹음하는 것은 초기에는 다 아날로그였습니다. 일반 마이크잭과 같은 것으로 음을 전달하여 MD에 녹음을 하는 것이지요. 녹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 광신호를 내보낼 수 있는 플레이어와 광케이블로 연결하여 녹음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CD 정도 수준의 음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디지탈 기술이 급속도록 발달하면서, 휴대용 음악 기기 시장은 디지탈로 다 넘어왔습니다. MD 시장에도 NetMD라고 해서 음악을 녹음이 아닌 다운로드 방식으로 MD에 저장하는 기기가 등장을 하고, MD의 저장용량도 1GB까지 늘어났지만, 이미 MD는 LP나 필름과 같은 위치에 놓여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대세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제 와서 MD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에 저항하는 거냐구요? ㅡ.ㅡ;;; 사연은 있습니다. 갑자기 좋은 이어폰을 사고, 좀더 질좋은 소리를 들어보자는 욕심이 어찌 어찌해서 MD까지 간 것입니다. 몇년전 우연히 얻어서 가지고 있던 MD 플레이어의 존재도 MD로 가는 것에 한 몫 했구요. 바로 이놈입니다.
이 모델도 NetMD 종류라 MP3 파일을 MD에 저장하면 되지만, 그러면 MP3 플레이어 쓰는 거랑 별 차이도 없으면서 과정만 불편합니다. 그래서 CD를 광녹음을 사용해서 옮기지요. 불편하긴 불편합니다.
음악을 넘기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MD플레이어에서 녹음을 해도 됩니다만, 저는 따로 MD 덱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모델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들고 다닐 MD를 만들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MD 덱은 CD플레이어로 사용중인 DVD 플레이어와 광케블을 사용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저 DVD 플레이어에 CD를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MD 덱에는 녹음할 MD를 넣지요. 그리고 미니디스크의 어느 부분부터 녹음을 할지 맟춥니다. 그리고 동시에 MD덱의 녹음 버튼과 CD쪽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겁니다.
CD와 MD가 같이 지원되는 모델은 2배, 4배로 녹음도 되고, 양쪽 동시에 버튼 누르기 이런거 안해도 됩니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실시간 녹음 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싫지가 않네요. 오랜만에 음악 틀어놓고 들으면서,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하루에 한장씩 CD를 MD로 녹음하는 시간이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곡별 제목이 녹음이 안됩니다. 이것도 일일히 수정해주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MD를 플레이어에 넣고 NetMD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곡명을 입력하지요 ㅡ.ㅡ;;
MP3 쓴다면 CD 컴퓨터에 올려서 십분이면 추출할 수 있습니다. 제목도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사용하면 되기에 일일이 입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운로드 받는데 거리낌 없다면 돈도 안듭니다 ^^;; 이에 비하면 MD로 음악을 듣겠다고 하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지요. 그렇지만 그 비효율적인 작업을 거치고 나니 얻는 것도 있습니다.
일단 소리가 좋더군요 ^^;; 이건 저뿐 아니라 아직도 많은 MD사용자들이 말하는 겁니다. 소리 때문에 MD를 떠나지 않는다구요. 막귀인 제 귀에도 차이는 들립니다. 뭐랄까 같은 음악이라도 더 풍성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런데 소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감성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 몇십장 몇백장 MP3 플레이어에 부어놓고 듣고 싶을 때 바로 들을 수 있는 그 편리함에 반대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수고로운 작업을 거쳐 만들어놓은 MD 한장 한장에는 제 손길이 가 있거든요.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들을까 하며 한두개 선택하는 그 느낌... 이건 속도로 대변되는 MP3로는 채울 수 없는 감성적 요소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까지는 안 갈 것 같습니다만 ^^;;; MD 하나 하나에 정성스레 레이블을 만들어 붙이는 사람이 있더군요. 이 사람에게는 MD의 완성에 참여를 했기에 '받은' 것이 아닌 '내가 만든 나의' 것이라는 느낌이 있을 겁니다. 이 감성의 충족은 MP3 음악으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것이겠지요.
기계가 할 일을 사람이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계(편리함)로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이 사람들의 회귀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성 마케팅은 중요한 것이구요 ^^
** 엄밀하게 따져 MD도 디지탈이라 합니다. 하지만 녹음방식이 아날로그다 보니 디지탈과 비교해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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