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에 프로그램 매니저라는 이름으로 고향이라 할 수 있는 한국팀과 같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전부터 알던 친숙한 얼굴들이 많아 즐겁게 시작을 했습니다. 또 나름대로 한국팀이 가지고 있던 문제와 한계를 해결하고 싶은 욕심도 컸습니다. 생각해보면 리더십 교육이니, 한창 진행중이던 MBA과정이니 해서 겉멋이 잔뜩 들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나서면 다 해결할 수 있었을 것 같았지요.
우여곡절끝에 9월말에는 한국 개발 조직을 다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매니징 경험이 많이 없는 저에게 이 역할이 주어진 것에는,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저의 무모한 자신감이 큰 몫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 그후로 일년 조금 넘은 11월초. 이제 자리를 한국에 있는 후임자에게 넘겨주고 다음 일을 시작하려 합니다.
돌이켜 보면 뭐를 믿고 그렇게 자신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만, 또 그렇게 저를 던지고 나니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원래 계획했던 두가지 목표를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는 만족감도 있구요. 아쉬운건 제가 속해있던 회사의 일부분이 팔리면서 많은 시간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써버렸다는 겁니다. 그 일이 없었다면 원래 계획했던 목표를 하나씩 차근차근 달성해 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반면에 새로운 회사로 가서 저라면 못 이루었을 큰 변화를 덤으로 얻었다는 이점도 있었습니다만.
이제 물러나고 나니,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이 보이네요. 더 잘 할 수 있었던 부분도 보이고, 이제야 일을 제대로 처리할 노련함이 생겼다는 아쉬움도 듭니다. 이래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온 것 아닐까요? 마칠 때는 그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을 때니까요 ^^ 하지만 모든 일에 완벽한 상태에서 물러날 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하고 남은 숙제는 후임자에게 넘기고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던 일년반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또 한차례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는 다른 새로운 영역으로요. 이번에도 자신감 하나로 부딪히는 겁니다. 그 자신감으로 제가 새로운 일도 잘 할 수 있다는 착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심어주고 있구요 ^^;;;
앞으로의 일년이 또 흥미롭습니다. 10년 이후를 바라보고 움직이는 발걸음인데, 나중에 돌아보며 제대로 된 선택이라 만족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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