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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9. 21. 07:11
제가 다니는 교회 부목사님이 필리핀 나환자촌 선교를 위해 며칠 후 출발하십니다. 미국 와서 박사 공부중 새로운 '부름'을 받고 신학을 공부하셨습니다. 얼마전 안수를 받고 보스톤 시내의 대학생들을 위한 캠퍼스를 담당하고 계셨습니다. 목회자를 '직업'의 하나로 생각할 때 오랜 수습기간을 마치고 이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온 사명에 대한 '부담'을 느끼시며 새로운 사역지로 떠나기로 결심하셨습니다. 교인들에게 인사를 하러 같이 단에 올라온 사모님과 아직 어린 두 딸을 보면서 '나라면 저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MIT에서 박사 과정을 하는 한 형제가 어려운 일을 당했습니다. 만삭의 아내를 두고 얼마전 연변 과기대로 한달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녀온 형제였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그만 유산이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맡기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다녀왔는데 아이가 나오자마자 떠나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그 부부는 '더 큰 섭리'를 믿고 감사하더군요. 얼굴 한쪽에 드리워진 아픔은 지울 수 없지만 '감사하다'라는 말은 가식이 아니었습니다. 한차원 높은 의식으로 그들은 그들에게 닥친 아픔을 '해석'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저는 '성공 지향'의 사람입니다. 지금 처지가 못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부족하다 싶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성취를 위해 계속해서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요구합니다. 세상이 바라보는 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성공'에 가까울 것입니다. 그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삶이 정말 '잘' 사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지위나 명성, 혹은 부는 얻을 수 있지만 '잘' 사는 삶은 나눔과 희생이 없이는 얻을 수 없습니다. '성공'이 제 삶의 목표요 목적이라면 그만큼 부질없는 것이 없을 겁니다.[각주:1] 얻는 것은 나눔을 위해서입니다. 내가 있음으로 세상이 조금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게 만들어야 살아가는 의미가 있습니다.

돌아보니 별로 나누며 살지를 못했습니다. 생활에 별 지장없는 '잉여물'만을 나누었을 뿐입니다. (헌금은 별도로 해석해야겠지요.) 그런 나눔도 의미 있지만, 힘이 남아 있는 동안 시간이 남아 혹은 물질이 남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기간을 가지고 싶습니다. 최소한 일년 정도는 '나눔'을 유일한 목표로 살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 '잘' 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제 아이들에게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1. '보스톤 리갈'에 보면 성공한 두명의 변호사가 나옵니다. 밀리언 가까운 연봉을 받는, 과거의 명성에 의지해 살고 있는, 한 변호사가 이런 말을 합니다. "평생 하지말아야 할 질문이 있다. 거울을 보며 '의미가 뭔데? (what's the point?)'라는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면 제 정신으로 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그들은 성공은 했지만 항상 목말라 하며 살아갑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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