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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9. 15:59
저는 묘지에서 산책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늘 묘지에 적혀있는 이름과 그 속에 담겨있을 사연을 생각하다,
문득 10년전 제곁을 떠나가신 아버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를 기억하며
2006년 10월 9일에 찍은 사진과 글을
2년 동안 성장한 분량만큼... 수정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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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시간이 좀 비길래 사진 찍을 곳 없는가 동호회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어느 분이 남산 식물원 이야기를 할 때 "바로 이곳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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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공무원으로서 마지막 근무하신 곳이 남산 식물원이였습니다.
정년퇴직 하실 때까지 아버지는 직접 나무를 관리하시는 일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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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버지가 퇴직하셨을 때 저는 초등학교 2학년이였던지라
아버지와 남산 식물원을 연결하는 것은 식물원에서 찍으셨던 사진 한장과
어릴적부터 집에 많이 있었던 선인장 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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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식물원에 가서 찬찬히 둘러보며 그곳에서 생활하셨던 아버지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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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아버지는 무엇을 하셨을까.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
.
.

아버지의 어깨도 지금 나처럼 무거우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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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을 다녀오고 몇달 사이에 식물원은 문을 닫았습니다.
식물원의 초라한 전시공간으로는 새로 생기는 놀이공간을 상대로
사람들을 불러모으긴 힘들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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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못하기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결국 문을 닫게 된 식물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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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는 않았던 공무원 생활을 식물원에서 마감하신 아버지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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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눈물 속에서 같은 이미지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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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람들을 너무나 잘 믿으셨기에 배신만 당하셨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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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누가 알아주던 말던 이게 내 길이다 하며 고지식하게 걸어가셨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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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에서 만난 나무들. 선인장들.
화려하진 않더라도 푸르름을 진드가니 보여주는 그 모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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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