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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맥도날드'에 해당되는 글 7건
2009. 5. 27. 01:22
미국의 지방, 그것도 한국인들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번 나오는 신문이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인터뷰라는 것을 해봤습니다. <내가 읽은 책 세상>이라는 주제로 책과 그에 관련된 생각을 나누는 형식입니다. 이 블로그에서 여러번 소개가 된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성장>이 대상이었습니다.

원문은 여기 있습니다. 기록 목적으로 원문을 이곳으로 옮겨왔고 중간 중간 관련글의 링크를 달았습니다. 작품활동도 하시고 번역도 하시는 윤현주라는 분이 제 어지러운 말들을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으셨다고요?

80년대 후반인 대학 다닐 때 한 번, 졸업하고 직장 다니면서 90년대 초반에 한 번, 작년에 다시 읽었습니다.
 
작년에 읽은 건 정말 한참만에 읽으신 건데 그럴만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제 스스로에 대해 갈수록 부족함을 느끼던 참이었어요. 회사일로도 많이 바쁘긴 했지만, 질서가 안 잡혀있는 것 같았어요. 몇 년 전에는 신앙을 잠시 버린 적도 있었고요.계속 신앙인으로 살아왔다고 믿었는데 너무 질문없이, 의문없이 믿어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점검의 시간을 한 일 년 가졌어요. 그 과정에서 이 책을 읽었어요. 그러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정리도 되고, 신앙에 대해서도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요.

15년이나 지나 다시 읽으면서 감회도 크고, 새롭게 얻은 것도 많았겠네요.

저는 저자이신 이 목사님을 참 좋아해요. 렉싱턴에 있는 교회의 담임 목사를 하실 때 이 분이 좋아 그 교회를 다니기도 했고요. 이분의 책을 많이 읽었어요. 영적으로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되셨던 분이고, 교회 다니면서 개인적으로 뵙기도 했고요.

여러  책을 쓰셨지만 이 책이 가장 기본인 것 같아요. 대학시절에 이 책은 통과의례 같은 거였어요. 기독교 학생회에서는 필독서의 하나였으니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하면서 여러가지로 힘들 때 이 책을 한 번 더 읽었는데, 내 스스로를 잘 다스릴 수 있었던 대학시절을 허송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작년에 다시 읽으면서 부끄럽더군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 책은 내면세계에 관한 거잖아요. 정신없이 바쁜 이런 세상에 살면서 자기 성찰을 꾸준히 해나가는 사람이 아니라면 내면세계라는 말 자체가 생소하게 들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죠. 세상살이가 워낙 바쁘다보니 자칫하면 자기 안을 쳐다보지 않게 되죠. 값싼 진리들이 판을 치기도 하고요. 저는 내면세계를 성품이라고 봐요. 밑바탕이 되는 성품. 이 책은 그런 걸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죠. 저에게 큰 영향을 준 또 한 권의 책은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이예요. 두 책에서 다 강조하는 게 겉모습보다 안의 성품이거든요. 외적인 것들, 즉 지식이라든가 기술적인 부분, 얄팍한 테크닉에 기초한 인간관계, 이런 것들보다 내 자신의 밑바탕에 신경을 써야겠구나, 그게 더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내면 세계를 잘 살피고 보살피기 위해 다섯 가지 영역을 들어 이야기하더군요.

내면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동기, 시간 사용, 지적 성장, 영적 성장, 그리고 쉼(휴식)이 중요하다고 말하죠. <동기>편에서는 ‘쫓기는 삶’과 ‘부름받은 삶’이라는 두 유형을 보여주면서 우리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죠. <시간 사용>은 시간 사용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미리 계획을 세움으로써 우리가 시간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하고요. 공격적인 공부를 통해 계속 <지적으로 성장>해야 하며, 침묵과 고독, 일기쓰기, 묵상 등을 통해 삶의 중심을 잡으면서 <영적 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잘 쉬는 것, 즉 <휴식>을 통해 혼란스러워진 내면세계에 다시 질서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하죠.

다섯 가지 영역 중에 특별히 더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게 있다면 뭔가요?

예전에는 시간 사용에 관한 글들을 중점적으로 보았는데 갈수록 지적 성장, 영적 성장에 관한 글들이 마음에 와 닿아요. 특히 이분이 계속 말하고 있는 무질서하게 사는 삶의 증상에 관한 걸 보면서 제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아내 말에 의하면 제가 스스로 좀 무질서하다고 느끼는 때가 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책상을 치우는 일이더래요. 그런데 어느날 보니 저의 집 아이도 똑같이 그러더래요. 그걸 보면서 어떻게 둘이 그렇게 같으냐고 말하더군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꼭 읽히고 싶어요. 큰아이가 지금 14살인데 내년 정도면 이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책을 읽는 건 마치 거울을 보면서 지금 내 모습이 이렇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큰 바윗덩어리를 제거하고 나면 작은 돌들이 나오고, 다 치웠다 싶었는데 또 더 작은 덩어리들이 나오더라. 내 생각에는 이 땅에서 생명이 붙어있는 한 이 정리 작업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내면세계의 질서를 잡는 일을 정원 관리에 비유해서 이렇게 이야기하잖아요. 얼마전에 제가 읽었던 한 스님의 책에서 본 구절인 ‘수행에는 시작은 있어도 그 끝은 없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거듭 털고 일어서라’ 라는 구절과 참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면 세계를 잘 돌보면서 성장해 나간다는 게 이런 걸 의미하는구나 싶었어요.

기독교인은 살아가면서 목표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거예요. 예수님처럼 사는 거고, 예수님과 같은 성품을 갖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정말 끝이 없는 일이죠. 사람은 예수님처럼 될 수가 없거든요. 목표는 있지만 이룰 수 없는 목표라는 걸 알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그게 옳은 길이니까 그 길을 가는 거구요.

영적 성장을 위한 일기쓰기에 관한 글도 아주 설득력 있었어요. 특히 이런 구절 말이예요. “일기쓰기를 통해서 나 자신이 결코 적나라하게 대면하지 못하는 속사람을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이 중요하고, 두려움과 갈등은 뚜렷한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내 속에 그냥 있을 수 없었고, 그것들은 표면에 노출되고 이름이 붙여졌다.”

일기쓰기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내가 성장하고 있는가 아닌가를 알 수 있게 하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머물러 있나, 아니면 성장하고 있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생각이 더 깊어지게 하지요. 기억을 잘 간직할 수 있게 하기도 하고요.

기도에 관한 글도 좋더군요. 기도는 자기를 내어놓는 일이며, 일차적으로 날마다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했어요.

기독교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기도는 사람이 하나님한테 내가 필요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기도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말은 내가 해도 결국은 듣는 거라고요. 기도가 깊어질수록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게 뭔지를 듣는 거죠. 기도를 대화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대화가 깊어질수록 더 많이 듣게 되는 거와 같아요.

맥도날드 목사님에 관련된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이 책을 출판한 이후 이 분은 굉장한 실패를 경험하시게 되었어요. 간음의 죄를 범한 거예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어요. 빌 하이벨스, 찰스 스윈돌 등 이 분을 아끼던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이 분과 그 가족들을 도왔어요. 1년의 기간이 지난 후 회복을 확인한 동료들이 회복식을 베풀어 주었어요. 죄의 자백에서 회개, 그리고 회복까지 3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 그레이스 채플 교인들은 이 분을 찾아가 다시 교회로 불러 들였고요. 죄를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마음, 그리고 그 절망하는 마음을 붙잡아 회복시켜주는 은혜, 그것이 바로 기독교라고 생각해요. 더 많은 이들이 은혜를 맛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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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24. 14:25
산나님Inuit님이 올해 읽은 책을 정리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연말이 되어 올해를 돌아보는 의미로 게다가 포스팅 거리도 떨어지다 보니 저도 동참을 합니다. 생각해 보니 최근 몇년간 올해만큼 책을 적게 읽은 해가 없는 듯 합니다. 학습에 책만큼 중요한 것이 없는데 무엇하느라 책읽기를 게을리 했는지... 많이 반성이 됩니다. 내년에는 매주 한권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겠습니다 ^^;; 어쨋거나 얼마 안되는 책중에서 추려낸 ㅡ.ㅡ 2008년 베스트 5입니다.


비슷한 것은 가짜다 - 10점
정민 지음/태학사

2007년에 다산 선생을 만났다면, 2008년에는 연암을 엿보고자 시도했던 해입니다. 그래봐야 책 두권 (비슷한 것은 가짜다, 열하일기) 읽은 게 다였지만, 그래도 연암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민 선생의 정성스런 해석과 해박한 주석은 책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조선시대 지식인의 삶과 사상은 아직도 큰 관심으로 남아있습니다. 2009년에는 더 깊이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나는 학생이다 - 10점
왕멍 지음, 임국웅 옮김/들녘(코기토)

아직도 읽고 있는 책이지만 올해가 가기전에 끝낼 것이므로, 그리고 당연히 올해 베스트 5에 들어갈만 하므로 여기에 선택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혁명에 가담, 정권의 부침을 경험한 노작가가 후배들에게 권하는 글은 문장마다 힘이 실려 있습니다. 그의 인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학생'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정체성에 대한 고백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 10점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십여년만에 다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세번째 읽은 것이고 개정판으로는 처음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단순히 종교적인 열심만이 아닌 가치있고 정돈된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할 책입니다. 실패의 경험만큼 그리고 지속적인 성찰과 단련만큼 깊어진 고든 맥도날드의 교훈은 나도 그러한 질서 정연한 삶을 살고 싶다는 긍정적 욕심을 갖게 만듭니다.



2008년 제 블로그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GTD였습니다. 프랭클린 시스템의 Top Down과는 다른 Bottom Up 방식의 시간/행동 관리 방식으로 저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공병호 번역의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번역판은 절판이고 또 번역상 문제가 있다는 평이 있어 원서를 추천합니다.


칼의 노래 - 10점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평소 경영/자기계발/리더십 관련된 책만 보던 저에게 문학에 대한 재미를 일깨워준 책입니다. 더불어 좋은 문장을 쓴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김훈의 모든 책을 구해서 읽고 싶었지만 올해는 칼의 노래남한산성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내년에도 꾸준히 김훈의 책은 읽어야할 책 목록에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2008. 12. 10. 14:24

사람이 변할 수 있을까라는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종교적인 답변


인생의 궤도를 수정할때 - 8점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병룡 옮김/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작심삼일이라는 말은 사람의 결심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말해준다. 새해 첫날 굳은 결심을 깔끔히 적어 머리맡에 붙여논다 한들 채 첫달이 가기전에 흐지부지 되고 만다. 하물며 인생을 바꾸고자 하는 결심이랴. 부족한 나를 통감하고 이제는 새 사람이 되자고 피눈물 흘려가며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결국 일년에 한번씩 거치는 연례행사로 끝나고 말 뿐이다.

사람이 변할까? 내가 나를 변할 수 있을까? 의미 없이 살던 인생이 목표를 세우고 전진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할까? 누구나 한번씩 해볼만한 질문에 대해 고든 맥도날드는 이 책을 통해 답을 한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라고. "길을 잃어버린 캄캄한 숲속에 있음을 깨달을 때" 내 삶의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바뀌기 위해서 해야하는 것이 있다. 떠나야 하고, 따라야 하고, 뻗어 나가야 한다.

'바뀔수 있을까'라는 일반적 질문에 대한 답이 '회심'이라는 지극히 기독교적인 개념으로 답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단계들 때문이다. 나를 구속하고 있는 것을 떠나야 할 터인데 그럼 어디를 향해 떠나야 하는 것인가? 따르라면 누구를 따르라는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향해 어떤 목적으로 뻗어나가라는 것인가?

이 책은 '중간 궤도 수정'이라는 쉽지 않은 일을 이루어낸 두 인물에 초점을 맞춘다. 아브라함과 바울이다.

백세에 낳은 자식을 제물로 바치라는 명령에 순종한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굳이 기독교인이 아니여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이다. 기독교인에게는 믿음과 순종의 상징으로, 비기독교인에게는 비윤리적이고 몰상식한 전형적인 예로서 말이다. 하지만 기독교인에게도 이 이야기는 편치 않다. 상징적으로 혹은 구속사적으로 이야기하기 원하지 정면으로 대면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명령을 그대로 따른 아브라함은 도데체 어떤 사람인가? 맥도날드는 아브라함이 '아비와 친척 집을 떠난' 이후 모리아산에 자식 이삭을 데리고 오르기까지 40년의 시간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의 궤도 수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고 40년에 걸친 완만하면서도 가파른 변화임을 설명한다. 아브라함의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절대적인 순종은 떠나고, 따랐던 40년 세월의 결과인 것이다.

같은 변화를 바울에게도 볼 수 있다. 30대 한창 나이에 극과 극의 변화를 겪었던 바울이 60대 후반까지 끊임없이 뻗어나갈 수 있었던 이면에는 끊임 없이 지속되는 떠남따름이 있었다. 현재 내가 사랑하는 것을 떠나 더 가치있는 것을 사랑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미지의 것에 대한 의심을 버리고, 나를 인도하는 음성을 신뢰하고 따르는 삶. 아브라함과 바울의 삶에 계속해서 보여지는 모습이다.

이 책이 고든 맥도날드에 의해서 쓰여졌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다.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듯한, 또 한번의 기회는 없을 듯한 절망을 경험한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내가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수없이 했을 것이다. 모든 희망이 깨어지고,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처한 처참한 자신에게 그는 물었을 것이다. '나에게 기회가 있을까?' 이 책은 고든이 삶을 통해 찾은 답변을 닮고 있다. 책의 짜임새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 있지만, 그래도 주위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실패를 극복한 사람이 쓴 책이기 때문이다.





2008. 7. 16. 07:44
#1.

고든 맥도날드의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성장>은 내게 삶에 대한 진지함을 가르쳐 주었다. 회사일로 미국으로 옮길 때 처음 택한 집이 그가 담임하던 그레이스 채플과 20분 거리였다. 부족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그 교회에 참석하기로 한 것은 내겐 당연한 것이였다.

당시 르윈스키 스캔들로 인해 클린턴이 곤경에 처해있었다. 어느 주일날. 설교를 일찌감치 끝낸 맥도날드는 교인들 앞에서 준비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클린턴이 자신의 잘못 때문에 힘들어하며, 평소에 친분이 있던 맥도날드에게 카운셀링을 부탁했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영적으로 회복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이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클린턴을 방문해서 도와주고자했고, 모든 비용은 자신이 낼 터이니, 일주일에 하루 그 일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도록 교인들이 허락해달라 부탁하는 것이였다.

#2.

1987년 그레이스 채플을 담임하며, 기독학생회(IVF) 총재를 하고 있던 (소위 잘나가던) 고든 맥도날드는 간음의 죄를 범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다. 빌 하이벨스, 찰스 스윈돌등 고든을 아끼던 사람들이 모임을 만들어 그와 그의 가족을 도왔다. 1년의 기간이 지난후 그의 회복을 확인한 동료들은 회복식을 베풀어 주었다. 죄의 자백에서 회개, 그리고 회복까지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레이스 채플 교인들은 고든을 찾아가 그를 다시 교회로 불러 들였다.

#3.

고든이 클린턴을 돕겠다고 이해를 구하던 그날, 나는 그의 간음사건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예배당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그 일을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칩거중에 있던 고든을 찾아가 다시 교회로 돌아오라 용기를 주던 당사자가 그 자리에 앉아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한번 겪었던 죄로 인해 힘들어 하는 클린턴을 돕겠다는 고든. 목회자에게 휴일로 주어지는 하루를 클린턴을 위해 쓰겠다며 양해를 구하는 고든에게 교인들은 기립박수로 지지를 보냈다.

아쉽게도 그가 돕고자 했던 클린턴은 완전히 죄에서 돌아선 것 같지는 않다. 요즘도 스캔들을 벌이는 것을 보면. 하지만 고든 스스로는 아름다운 회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한창 나이에 은퇴를 했다. 그리고 뉴햄프셔의 한적한 농원을 사들여 가족과 지내며 책도 쓰고, 기독교 잡지사에서 일하며서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4.

베드로는 예수의 수제자였다. 예수를 위해서라면 어디든 좇아가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던 그였다. 하지만 예수가 잡혀가던 날 베드로는 세번이나 예수를 부인했다. 마지막으로 (저주하며) 부인했을 때 베드로는 뜰안에서 심문을 받다가 고개를 돌린 예수님과 눈이 마주쳤다고 한다. 닭 우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와 후회의 눈물을 흘리던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모든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예수가 부활 이후 제자들 앞에 나타났을 때, 베드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번을 걸친 만남에도 베드로는 침묵했다. 베드로의 부인은 비밀이 아니였던 것 같다. 다른 이들도 베드로의 부인을 알았다. 그건 베드로에겐 정치적 죽음이였다. 희망이 없어진 베드로는 다시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

그 베드로에게 예수는 다시 다가갔다. 처음 베드로가 예수를 따르기 시작했던 그때처럼, 고기도 못잡고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베드로에게 예수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게했다. 예수임을 깨닫고 뭍으로 나온 베드로를 예수는 떡과 생선을 구워 맞이했다.

배신한 제자를 위해 먹을 것을 준비한 예수 옆에 앉은 베드로. 아무 말 없이 어색하게 먹기만 하는 그 마음. 아마 목이 매여 몇번이나 물을 들이켰을지도 모른다. 침묵을 깨고 예수가 묻는다. 세번 예수를 부인한 베드로에게 세번 같은 질문을 던진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자신을 배반한 수제자가 회복될 수 있도록 예수가 손을 붙잡아 주었다.

#5.

'회복'이라는 말을 생각하면 나는 두사람이 생각이 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질 인생의 나락에 처했었던 두 사람. 그 사람을 살린 것은 바로 '은혜'다.

죄를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마음. 그리고 그 절망하는 마음을 붇잡아 회복시켜주는 은혜. 그것이 바로 기독교다. 회개와 은혜가 없다면 기독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진정한 회개가 없으니 은혜를 보기도 힘든듯 하다.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도 않고, 혹은 혀에 발린 사과만으로 넘어가려는 많은 이들이 있다. 그리고는 은혜로 용서받았다고 한다. 완전 싸구려 은혜 아닌가.

기독교는 회복을 줄 수 있는 종교다. 은혜가 있는 곳이다. 더 많은 이들이 그 은혜를 맛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한다.




2008. 5. 29. 14:57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 - 10점
고든 맥도날드 지음, 홍화옥 옮김/IVP(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대학 시절에 IVF(한국 기독 학생회) 활동을 했다. 지금은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당시 IVF내의 필독도서중 첫번째로 꼽히던 책이 (줄여서 '내면세계'라 부르던) 이 책이었다. 학생때 한번 읽기는 했지만 제대로 이 책을 읽었던 것은 졸업하고 몇년 지나서인듯 하다. 그때의 나는 생각의 중심이 굳게 서있지 않았다. 여러번 혼란을 겪었고, 나아지는 것은 없으면서도 생각의 겉멋만 든 그런 모습이였다. 그때 접한 이 책은 나를 얼마나 부끄럽게 만들었던지. 열매없이 지내버린 시간이 너무나 아쉬웠다. 미국으로 옮긴 후 고든 맥도날드 목사가 담임하고 있던 그레이스 채플에 출석할만큼 이 책의 영향은 컸다.

처음 접한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 이 책을 다시 읽었다. 반갑게도 개정판이 있었고, 책 속의 고든은 지나간 시간만큼 더 성장한듯 하다. 그가 겪었던 실패와 회복이 그를 더 성숙하게 만든 것일까? 그 답은 모르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내 내면세계에 비해, 그의 마음 속 정원은 너무나 깔끔해 때로는 질투가 나기도 한다.

번역판의 제목도 좋지만 나는 이 책의 영어 제목을 더 좋아한다. "Ordering Your Private World." 개인의 영역을 다스리라는 것이다. 겉모습을 잘 가꾸는 사람은 많으나, 남이 보지 않을 때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은 성숙함을 필요로 한다. 신앙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성품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책은 분명히 목사가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기독교 서적이라는 틀로 제한하기에는 이 책이 너무 아깝다. 고든이 제시하는 보편적 교훈은 비기독교인에게도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면세계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 고든은 '함몰 웅덩이' 증상을 소개한다. 지하수가 고갈되어 지표를 지탱할 힘이 없을 때, 그 땅은 겉보기에는 단단해 보여도 속은 텅비어 있고, 언젠가는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내면에 질서가 없다면 사람은 누구나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 손대고 있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든다면 이미 내면세계의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살아가며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 느낌을 여러번 받았다. 고든이 표현한 '벽에 부딛히는 순간'이었다. 그런 나에게 고든은 묻는다. "내면 생활을 정돈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고 있습니까?"

내면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고든은 다섯가지 영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동기, 시간사용, 지적 성장, 영적성장, 그리고 쉼이다.

우선 내 삶의 동기가 무엇인지, 내가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 책은 질문한다. 크게 두가지 유형이 있다. '쫓기는  삶 (driven life)'이 있고 '부름받은 삶 (called life)'이 있다. 쫓기는 삶은 외형적인 성공을 바라고 사는 삶이다. 무엇이든 더 크게, 더 잘 하기를 원한다. 그 욕심은 소중한 것이되, 그것 뿐이라면 곤란하다. 고든은 세례 요한의 삶을 통해 부름받은 삶의 특징을 설명한다. 자신의 위치와 목적을 알고,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삶. 그런 삶이 부름 받은 삶이다.

무질서함은 시간의 무분별함으로 나타난다. 흘러서 새버리는 시간을 잡기 위해, 고든은 시간예산 세우기를 제안한다. 중요한 항목에 사용할 금액을 미리 정해놓듯, 시간에도 미리 정해놓는 예산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방치된 시간은 중요한 일보다는 약점을 보충하기 위해 쓰이고, 외부의 지배를 쉽게 받으며, 급한 일에 소모되고, 겉으로 드러나는 일에 주로 사용되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 사용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미리 계획 세움을 통해 시간을 통제해야한다.

지성을 훈련시키는 것은 하나의 의무다. 카터 전 대통령의 '왜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라는 책을 쓴 계기를 소개하며, 우리도 지성을 훈련시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고든은 강조한다. 훈련되지 않은 지성은 읽혀지지 않은 책과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읽으며 지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투자하는 '공격적인 공부'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영적인 질서는 고난의 시기를 극복하게 해준다. 마음 속 정원이 한없이 고요하고 평온할 때, 우리는 비로서 삶의 중심을 찾을 수 있다. 마음속이 혼란스러우면 정말 중요한 것을 못듣는다. 침묵과 고독, 일기쓰기, 묵상 등을 통해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소음을 없애고 마음 깊숙히 침잠해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회복이 필요하다. 시간이 남아서 쉬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한순간에 마침표를 찍는 '회로 닫기'로서의 쉼을 가질 때 참다운 회복이 있다. 이전 한 일의 의미를 생각하고, 지금 삶의 원칙을 검토하며, 앞으로 해야할 일을 삶의 목표, 즉 사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든처럼 "죄책감 없이 안식일의 쉼을 추구하는 법을 배워야"한다. 그런 쉼을 가질 때, 분주함에 혼란스러워진 내면세계에 다시 질서를 가져올 수 있다.

열네개의 장과 서문과 후기로 이루어진 책은 꽉 차서 군더더기가 없다. 이전판도 좋았지만, 개정판은 오랜 세월 보살핀 잘 정돈된 정원을 보는듯 하다. 각 장별로 제시되는 질문들에 답해보는 것도 스스로의 내면질서를 체크하는 좋은 수단이다.

2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책에서 말하는 질서있는 내면세계를 못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난감하긴 하나, 책을 통해 얻은 교훈으로 최소한 내 마음밭의 바위들은 발견하지 않았나 싶다. 그 바위들을 제거하고 나서 이 책을 다시 펼칠 생각이다. 그때는 바위에 가려져 있던 작은 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2008. 5. 19. 23:38
요즘 읽고 있는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을 보다가, 마음에 찔리는 장면이 있어 정리해서 옮겨봅니다.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니 낙제에 가깝네요 (아니 이미 낙제일지도요 ㅡ.ㅡ). 한번 점수를 매겨보세요. 다만 필요 이상의 자학은 하지 마시길... ^^;;

***

현재 우리의 상태는 무질서한가, 그렇지 않은가? 무질서한 생활의 특징을 살펴보면, 비록 그중 일부는 사소해보이는 것이지만, 그것은 큰 그림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

내가 무질서한 상태에 들어섰다는 것은 어지러진 책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상 뿐 아니라 내가 거쳐가는 모든 곳에 정리안된 서류와 편지가 널려있다.

무질서 상태에 이르면, 나는 자존감이 낮아진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의 대가로 지불한 돈을 아깝게 여기거나, 내 실상을 보고 그들의 기대수준에 반도 못 미치는 인물이라고 폄하하지는 않을까 하는 단순한 두려움과 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약속을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지거나, 응답하지 못한 메일이 쌓이고, 끝내야 할 일의 마감일을 놓치기 시작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한다. 그렇게 되면 그날은 온통 지키지 못한 약속들과 어설픈 변명으로 채워지고 만다.

무질서한 상태가 되면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경향이 생긴다. 반드시 해야할 결정을 피하고, 할 일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나타난다.

무질서한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이 보잘것 없다고 느낀다. 일을 끝내 놓긴 했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들의 칭찬을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최선을 다해서 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내심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질서한 상태에 있는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거의 누리지 못한다. 굳이 성경공부와 묵상, 중보기도, 예배등을 위해 따로 시간을 떼어놓으라고 일러줄 필요가 없다.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시간이 없다고 변명하지만 무엇보다 의지와 자기 관리의 문제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무질서한 상태에 있을 때에는 사적인 인간관계에서 그것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못다한 일이나 나로 인해 마음이 상한 사람들에 대해 아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면, 나는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벌컥 화를 낸다.

사실 무질서한 상태가 되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비롯하여 자신의 일, 그밖에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파괴적인 생활 습관은 일단 고질화되면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




2008. 4. 9. 06:11
책꽂이 앞에 서서 무슨 책을 읽을까 잠깐 고민하고는 고든 맥도날드 목사님의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을 꺼냈습니다. 처음 읽은 이후 벌써 1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네요. 가지고 있던 구판도 좋지만, 다시 읽어봐야지 하고 얼마전에 개정판을 구입해 놓았었습니다.

시간 관리에 있어서 가장 진보되었다는 GTD를 적용하기 시작한지 일주일이 안되어, 이 책을 잡게 된 이유가 뭘까 생각 했습니다. 그 답을 맥도날드 목사님이 책에서 해주시네요.

"우리는 어떤 도구들(몇가지를 들자면, 컴퓨터용 일정관리 프로그램, PDA, 휴대폰, 전자수첩)을 사면 삶이 깨끗하게 정리될 것이라는 유혹에 너무나 많이 빠진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런 장비들은 잊어버리고 속마음, 곧 당신의 내면 세계로부터 시작하라."

효율적으로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노력을 어디 위에 두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부를 정리하고 있으니, 이젠 내면을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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