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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6. 21. 14:51
김훈의 글은 섬세하고 예리했다. 멀찌기 서서 혼자 내지르는 둔한 장검처럼 보였으나, 실은 옆에 서서 내 심장을 서걱 서걱 잘라내는 날선 일본도에 가까웠다.  화려하지도 않았고, 소박하지도 않았다. 그 중간 어디쯤에 있었고, 그 경계 밖에 있는 것도 같았다.

그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버리고자 했다. 그래야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연민을 버렸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얻었다. 그 안의 영웅은 사라졌고, 모두가 영웅이 되었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간 그 모든 사람들은 영웅이 아니였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고, 살아남았기에 죽은 이의 절망을 안고 살았다. 모두가 영웅이였고, 모두가 영웅이 아니였다.

그는 사람의 악함을 알았고, 약함을 알았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이 공존할 때, 사람은 살기위해 악해졌고, 살기위해 약해졌다. 그런 사람을 김훈은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었다. 그의 눈에 사람은 애처롭기만 했다. 살아갈 명분을 얻기 위해 신하의 목에 칼을 겨누는 임금과, 죽을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을 살려준 적을 죽이고자 하는  장군 옆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모두가 애처로웠다.

그는 거대담론을 경멸했다. 사람은, 죽음을 옆에 두고도, 먹고 살아남을 힘이 필요했다. 그 힘을 줄 수 없는 나라는 전쟁을 사는 이에게는 비어있는 이름이었다. 생명을 주지 않고, 대신 생명을 내어노라 하는 사상은 자유스러운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죽을 자리는 사상이 아니였다. 주장이 아니였다. 그의 죽을 자리는 글이였고, 일상이였고, 살아있음이였다.

그가 연민하던 세상은 그 정의함으로 김훈을 몰아세웠다. 그는 떠났다. 아무것도 나눌 것 없이 남으로서 살기로 했다. 사람들은 그를 버렸고, 또 그를 받아들였다. 버렸을 때의 김훈과 받아들일 때의 김훈은 같은 사람이되 같은 사람이 아니였다.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김훈은 내주었고, 사람들은 그를 환호했다.

그는 홀로 남아 자신의 오류와 싸웠다. 싸움이 끝나가던 날, 그리고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는 날 그는 붓을 들어 한 줄을 써넣었다. 그는 그 한문장이 사람들을 향한, 그리고 이 세상 전체를 겨누는 칼이기를 바랐다. 그 한문장에 세상이 베어지기를 바랐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줄기 일자진으로 적을 맞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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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문장 연습 #1 - 김훈 따라하기 #1

'한국 문학의 허리를 곧추 세운'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 칼의 노래를 이제야 읽었습니다. 제가 책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장군보다도 작가 김훈이였고, 그리고 그의 문장이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머리 속에 떠도는 문장들이 떠나지 않아 어설프나마 그의 문체를 따라 글을 썼습니다.  일부 그의 문장을 그대로 따라한 곳이 있습니다. 의도적인 표절입니다.

김훈 작가는 2000년 시사저널 편집국장 시절 <한겨레 21>의 쾌도난담의 발언으로 인해 편집국장에서 물러난 적이 있있습니다. 칼의 노래는 그 다음해에 나왔고, 서문에 보면 그때 심경이 조금 묻어나는 듯 합니다. 위의 몇가지 표현은 그 사건과 서문의 글을 보며 나름대로 생각을 더한 것입니다.


칼의 노래 - 10점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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