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2. 24. 01:22
일기장을 들추어보니 로스쿨 가기를 고려한 날이 2008년 8월 25일이더군요. 그후 몇달간 고민을 하다가 10월부터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LSAT 시험을 두번 보고 성적표 보내고 에세이 쓰고, 추천서 받고... 4월말에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로스쿨의 첫학기가 어제 마지막 시험을 치르며 끝났습니다. 4년간 8학기를 해야하기에 이제 8분지 1을 마친 것이지요.
로스쿨 게다가 미국의 로스쿨이라는게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에게 직접 연관이 없기에 소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합니다만, 제 스스로 정리도 할겸 또 혹시나 가지고 계실 궁금증 해소 ^^ 를 위해 지난 한 학기를 정리해봅니다.
저는 야간반이라 한학기 동안 네과목을 들었습니다. 학점은 10학점이기에 part time이라기 보다 야간 full-time이 맞는 것 같습니다. 과목은 Criminal Law, Contracts, Civil Procedure, LPS (Legal Practice Skills)입니다.
Criminal Law는 형법이겠지요. 범죄를 다룹니다. 범죄의 구성 요건이 무엇인지, 디펜스의 조건은, 범죄에 가담한 이들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등을 배웠습니다. 살인에 가장 시간을 많이 쓴 것 같네요. 1급살인은 뭐고 2급살인은 뭔지... 이런 내용들입니다. 다른 과목들에 비해 구성 요소(element)에 치중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흥미가 있었습니다만... 교수가 너무 지루해 졸음을 참고자 애썼던 과목입니다 ㅡ.ㅡ
Contracts, 계약법입니다. 계약이란 무엇인지, 오퍼와 응답의 구성요건, 계약위반은 언제 발생하고 보상은 어디까지 받는가 하는 내용들입니다. 제일 빡센 과목입니다. 매수업마다 20페이지 정도를 읽어가야 하는데 A4 정도되는 크기에 작은 글자입니다 ㅡ.ㅡ 하지만 교수가 무작위로 사람을 지적해 물어보니 안 읽어갈 수도 없습니다. 이번에 본 시험은 25% 뿐이고 다음학기에 계속해 수업을 듣습니다. 기말고사가 75%라고 하네요.
Civil Procedure. 아마 한국의 상황과 가장 많이 다른게 이 과목일 겁니다. 미국은 주별로 법시스템이 따로 갖추어져 있습니다. 연방법원이 있습니다만 한정적인 케이스만 다룹니다. 그렇기에 주법원으로 갈건지 연방법원으로 갈건지, 또 어느주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주제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불필요한 노력의 낭비 같습니다만...) 절차의 문제다보니 다른 과목에 비해 원칙이 명확해 쉽게 공부한 과목입니다. 유일하게 시험에 사지선다가 나온 과목입니다. 50%를 차지하는데,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수련이 도움이 되더군요. 한시간동안 해야할 걸 30분만에 만족스럽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
LPS 학점은 2학점 밖에 안되고 일주일에 수업도 한번이지만 시간은 가장 많이 들인 과목입니다. 리서치 & 작문입니다. 케이스 읽고, 공통된 원칙을 뽑아 주어진 사례에 적용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쪽에서 사용하는 인용방법, 메모 작성법 등... 폄하하자면 쓰잘데기 없는 ^^ 규칙도 배웠구요. 그래도 어느 사회가 그렇듯 통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룰이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는 겁니다.
한학기를 마치고 나서 이전에 가졌던 생각들을 많이 바꾸었습니다. 전 입학하기 전까지도 따분하면 어떡하나 걱정했거든요. 재미없게 법조문이나 외우고 그래야 하나 싶어서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흥미로웠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논리더군요. 원칙을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상당 부분 암기를 해야하긴 하지만, 암기를 위한 암기는 없었습니다. 이해를 하지 못하면 백날 암기해야 적용을 못하고, 이해 하면 암기는 따라 오니까요 ^^
시험도 99% 적용입니다. 기본 원칙을 가져다 주어진 사례에 비추어 설명을 하고 적용을 하는 겁니다. 두시간에서 세시간 정도 에세이를 써야하는데, 아무래도 영어로 작문하는 것이 쉽지는 않더군요. 원리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남들 못지 않다 자부하는데, 작문에서 점수가 깎일까 걱정입니다. 점수가 나와봐야 알겠지요. 1등에게는 이후 3년동안 등록금을 50% 면제해줍니다. 6천만원 정도를 절약하는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가능성은 첫번 성적표를 받아봐야 알겠습니다 ^^
한 학년에 160명 정도가 있는데 두반으로 나뉘어집니다. LPS를 제외한 세과목을 같이 듣습니다. 대부분 나이가 저보다 어립니다. 아마 나이로 Top 10에 들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ㅡ.ㅡ 크게는 20년 가까이 차이가 나는 학생들과의 수업이 처음에는 쉽지 않더군요. 그래도 같이 스터디 그룹도 하고 시험 끝나고 맥주도 한잔 하며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한 교류도 한몫 했구요. 이제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그런데 동양 사람들의 비사교성은 정말 대단합니다.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가진 파티에 참석한 건 8명중 저 혼자 뿐이더군요. 평소에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들도 잘 안하구요. 왜 그렇게 담을 쌓고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ㅡ.ㅡ)
20일 정도 휴식을 취하고 11일 다시 시작합니다. Criminal Law는 이번 학기로 끝나고 Torts라는 과목이 새로 시작됩니다. 형법은 아니고 사람들 사이의 불법 행위를 다루는 과목입니다. 한국에서는 어떤 법인지 모르겠네요. 4학점짜리 덩치 큰 과목입니다. 그 사이에 중국 출장이 있어 이번에도 학기를 조금 늦게 시작하는데, 전에 비해 걱정은 덜합니다.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제 아니까요 ^^
앞으로 일곱번만 더하면 됩니다. 한학기를 마치고 나니 나머지도 마칠 수 있을 거라 확신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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