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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9건
2010. 10. 3. 12:32



거의 삼년쯤 전에 같은 제목으로 을 올렸었습니다. 어느날 소리에 욕심이 생겨 슈어의e4c-n 이어폰을 구입했고 그러다보니 소스도 중요해져 가지고 있던 MZ-N505라는 엠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처음으로 음악을 심각하게 듣기 시작할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엠디가 주는 느림의 미학을 즐기면서요.

학교를 시작하며 포드캐스트를 들어야할 필요가 있었고 무제한이라할만큼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는 그 매력에 빠져 엠디를 떠나 아이팟으로 갔습니다. 집에서 편안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구요. 

얼마후 약속이나 했듯 여러 전자제품들이 고장이 났습니다. 이어폰도 포함해서요. 고칠까 말까 망설이다 일단가지고 있던 이어폰으로 대충 음악을 들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도 한가지 이유였구요. 

최근에 음악이 그리워 헤드폰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휴대성 때문에 헤드폰은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데, 왠지 (상대적으로) 넒은 공간에서 울리는 소리를 듣고 싶더라구요. 몇가지 찾아보다 사진에서 보이는 AKG의 K271MKII을 구입했습니다. 후속 모델이 나와서인지 가격이 참 착하더군요 ^^ 근데 정말 크더군요. 덕분에 카메라 가방의 대부분을 이 녀석이 차지했습니다. 카메라는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들어가구요. (참고로 사진을 찍던 안찍던 전 카메라 가방을 매일 들고 다닙니다 ^^)

헤드폰으로 바꾸는 김에 소스도 아이팟에서 엠디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하이엠디입니다. 엠디가 거의 망해갈 때 소니에서 새롭게 만들어낸 포맷이지요. 몇년전까지만 해도 하이엠디 플레이어의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요즘은 꽤나 저렴해졌더라구요. 그래서 NH600D라는 보급형 기종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사실 음질로 따져 MP3가 엠디에 비해 떨어진다 말하기는 힘듭니다. 설사 부족하다해도 MP3가 주는 편리함은 그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지요. 그래도 싫다면 AAC같은 훌륭한 포맷을 사용할 수 있구요. 

그럼에도 엠디로 간 이유는... 글쎄요 엠디가 주는 적당한 불편함 때문이라고 할까요? 하이엠디는 예전의 엠디 기종에 비해 편합니다. 이전처럼 광녹음을 하며 실시간을 기다려야 할 필요 없이 USB로 빠르게 음악을 넘길 수 있습니다. 관련 소프트웨어도 안정되었구요. 1GB짜리 디스크를 쓰면 가장 음질이 좋은 352kbps로 압축해도 여섯시간 정도 음악을 담습니다. 무손실 포맷도 지원하구요. 

그럼에도 MP3 플레이어보다는 불편합니다. 크기도 크고 무엇보다 디스크를 바꿔야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근데 왠지 그런 불편함이 그립더군요. 디지탈 카메라가 전혀 부족함이 없음에도 필름으로 사진을 찍는 것과 비슷하다 할까요. 다섯장 정도 엠디를 들고 다니며 '뭘 들을까' 고르는 재미가 꽤나 좋습니다.


바라기는 NH600D는 녹음용으로 쓰고 사진에 보이는 (소니가 만들어낸 가장 예쁜 플레이어인) MZ-EH1를 구입하는 건데 전혀 구할 방법이 없네요. 같은 엠프를 썼다고 들었기에 소리야 별차이 없겠지만 그래도 들고 다니는 맛이 다른데 말입니다 ^^ 뭐 언젠가는 만날 기회가 있겠죠.

어떤 음악을 듣느냐구요? 주로 현악과 재즈입니다. 재즈는... 아직 잘 몰라요. 조금 더 듣고 좋은 음악 있으면 이곳에서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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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7. 06:27
이런 저런 일로 우울한 날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듣고 있는 음악을 소개합니다.

음악을 듣다보면 종국에는 현악 사중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네명이 연주하는, 충분히 단순하면서도 오케스트라의 구성을 축소해놓은듯, 음악의 모든 요소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일리 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을 많이 듣지 않았지만) 요즘 계속 현악 사중주에 심취해 있습니다. '현을 위한 소나타' 같은 현악 소편성도 포함해서요. 일할 때도 듣고, 공부할 때도 듣고, 자기 전에도 듣다가 잡니다 ^^

가장 먼저 접한 현악 사중주라 그런지 제일 친숙하고 좋아하는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4 Op.18의 1악장입니다. 한 음악 잡지에서 올해의 샛별이라 평한 ^^ '파벨 하스 (Pavel Hass) 사중주단'의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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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24. 09:48
Miley Cyrus라는 배우겸 가수가 있습니다. Hannah Montana로 많이 알려져 있지요. 저희 작은 딸이 디즈니 채널을 많이 보기에 가끔 Hannah Montana를 봅니다. 재미있더군요. 그래도 그냥 십대 스타 중의 하나겠거니 했는데 자주 듣는 라디오 채널에서 이 노래를 듣고는 팬이 되었습니다. 40대 아저씨가 십대 소녀의 팬이 된다는게 약간 거시기 하지만 (흠... 흠..) 저는 어디까지나... 노래가 좋아서 ^^

"결과를 생각 하지 말고 무조건 열심히 하면 돼"라는 말을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짦은 인생인데 될 수 있는데로 효과적으로 살아야겠지요. 그래도 어떤 순간에는 무엇이 앞에 올 지 모르면서 앞만 보고 달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또한 질 것이 뻔한데도 달려들어야 할 때도 있구요. 얼마나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지, 혹은 거기 다다르면 무엇이 기다리는지 상관 없이, 험한 길을 올라가는 노력 자체가 의미 있을 때가 있는 것이지요.

십대 가수가 부른 노래 치고는 의미가 참 깊더군요 ^^



I can almost see it
That dream I am dreaming
But there's a voice inside my head saying
"You'll never reach it"

Every step I'm taking
Every move I make feels
Lost with no direction
My faith is shaking

But I gotta keep trying
Gotta keep my head held high

There's always gonna be another mountain
I'm always gonna wanna make it move
Always gonna be a uphill battle
Sometimes I'm gonna have to lose

Ain't about how fast I get there
Ain't about what's waiting on the other side
It's the climb

The struggles I'm facing
The chances I'm taking
Sometimes might knock me down
But no, I'm not breaking

I may not know it
But these are the moments that
I'm gonna remember most, yeah
Just gotta keep going

And I, I got to be strong
Just keep pushing on

'Cause there's always gonna be another mountain
I'm always gonna wanna make it move
Always gonna be a uphill battle
Sometimes I'm gonna have to lose

Ain't about how fast I get there
Ain't about what's waiting on the other side
It's the climb, yeah!

There's always gonna be another mountain
I'm always gonna wanna make it move
Always gonna be an uphill battle
Somebody's gonna have to lose

Ain't about how fast I get there
Ain't about what's waiting on the other side
It's the climb, yeah!

Keep on moving, keep climbing
Keep the faith, baby
It's all about, it's all about the climb
Keep the faith, keep your faith, wh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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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9. 14:39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에 부끄러움을 알았던 아름다운 사람 노무현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나는 멀리 떨어진 타국에서 잠못이루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음반을 찾아 듣고 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 산하에. 그리고 지금은 잠들지 않는 남도를 듣고 있다. 누가 알았으랴. 격한 감정을 가지고 이 노래들을 듣게 될 날이 다시 올 줄을 ㅜ.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거센 바람이 불어와서 어머님의 눈물이
가슴 속에 사무쳐우는 갈라진 이 세상에
민중의 넋이 주인되는 참세상 자유 위하여
시퍼렇게 쑥물 들어도 강물 저어 가리라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


2009. 5. 21. 14:29
굳이 말한다면 나는 과거에 묻혀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는 좋았다느니, 낭만이 있었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 거부감이 든다. 나쁜 기억을 지우고 좋았던 시간만을 기억하고 싶은 심리적 경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힘들었던 모든 일을 지우고, 내 인생을 리셋하고 싶었던 힘든 경험 때문인지는 모른다. 어쨋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과거의 것을 추억하며 회상하는 것은 취향이 아니다.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며 턴테이블을 중고로 들였다. 그리고 십년 넘게 방치해 두었던 LP를 꺼냈다. 제대로 플레이나 될까 의문이었는데, 의외로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20년쯤 전 아직도 어렵던 그 시절, 동네 레코드 가게중 유달리 LP를 싸게 파는 곳이 있었다. 천오백원이었나 삼천원이었나 기억은 안나지만, 다른 곳에 비해 거의 반값 수준이었다.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첫 오디오를 사고, 그 레코드 가게에서 사온 LP를 듣는 시간은 참으로 풍요로웠다.

야사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카잘스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지나간 세월만큼 깊이 있게 들렸다. 이들의 연주는 시디보다는 LP가 어울린다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일까? 가끔씩 들리는 틱틱 소리는 보너스다. 반젤리스의 음악도 들었다. 단일 뮤지션으로는 가장 많이 (11장) 음반을 가지고 있을만큼 푹 빠져 살았던 반젤리스다. 예전만큼 전자음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몽롱하듯 즐기던 그의 연주가 아직 싫지는 않다.

가장 반가운 것은 '도시의 그림자'다. 독집 하나 내고 사라진 듀엣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 음반을 좋아한다. '이 어둠의 이 슬픔'이나 '타인의 거리'. 센티멘털한 제목과 가사를 들으면 왠지 나를 더 처량하게 만들고 싶어진다. 없는 고독을 끄집어 내어 침잠하고 싶은 욕구라고 할까.

아직도 나는 '옛날이 더 좋았다'는 감상은 거부한다. 그렇다고 잊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없다. 선택해서 기억하든, 기억이 흐려지며 아픔이 사라졌든, 돌아보니 좋았던 순간, 행복했던 기억은 남아있는 것이니까. 그냥 그 순간을 즐기는 것 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것. 그냥 그 뿐이다.

아니다. 솔직히 말해 좁은 방에서 음악을 듣던 20대 초반의 청년을 나는 그리워한다. 행복했던 힘들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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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4. 17. 04:32
음악 이야기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음악에 마음과 정성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대해 쓰고 싶은 글도 생기네요.

================================

제 인생의 세번째 오디오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음악(만)을 위해, 그리고 소리를 위해 구입한 것으로는 처음이기에 어떤 의미에서 첫 오디오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첫 오디오 시스템은 인켈이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과외해서 번 돈으로 첫 오디오를 장만했지요. 테잎덱, 프리, 파워, 튜너까지 한통에 들어간 일체형이었습니다. 이퀄라이저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 안나지만 단순한 것을 선호하는 제 성격으로 봐서 없었을 겁니다. 단순해야 고장도 덜나고 소리도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턴테이블은 따로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족한 시스템이었지만, 그래도 두평 남짓한 제 방을 꽤나 풍성한 소리로 채워주었습니다. 그때가 음악을 가장 즐겼던 때였던 같습니다.

결혼하고 이사를 다니면서 그 시스템은 늙어갔습니다. 기억도 못하는 어느 순간 첫 오디오는 버려졌고, 음악에 대한 관심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에 오게 되었지요. 삼년 동안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집을 장만했습니다. 거실 하나 달랑 있던 아파트와 달리, 주택에는 리빙룸과, 다이닝룸, 페밀리룸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아담한 사이즈의 리빙룸을 보면서 음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마침 AV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라, 열심히 조사를 한 후에 가격대비 성능비가 좋다는 캠브리지 사운드웤스의 5.1 채널 스피커 시스템을 구입했습니다. 우퍼와 다섯개의 스피커, 온쿄 리시버가 같이 왔습니다. 선을 사다가 길게 연결해 서라운드 스피커를 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음악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을 즐기기에 부족함도 없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아직도 AV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몇년 살다가 집을 바꾸었습니다. 가장 큰 지름이지요 ^^ 음악감상을 하기에 참 좋을 전보다 더 아늑한 리빙룸이 생겼습니다. 그곳에 10년 넘게 보관하기만 했던 LP들의 소리를 내줄 시스템을 갖추고 싶더군요. 아니 그건 고등학교 시절 음악동아에서 봤던 쿼드나 보즈 같은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고가의) 장비들을 보면서 '언제가는'이라 생각했던 어릴 적의 바램이 더 이상 숨어있을 수만은 없다고 투정부리는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3주 가까운 검색과 조사 끝에, 그리고 두시간씩 운전해가며 발품을 판 끝에 지금의 시스템을 갖추었습니다. 아직 CDP를 구하지 않아 휴대용 CDP를 연결해서 듣고 있지만, 그래도 음악을 즐기기에는 충분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스피커는 미라지의 M-7si라는 모델입니다. 이 회사의 바이폴라(bi-polar)라인중 가장 작은 제품입니다. 바이폴라란 소리가 앞으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뒤로도 나온다는 겁니다. 보스 901처럼 앞뒤에 스피커가 달려있는데, 미라지의 경우는 앞부분에 조금 더 힘을 줍니다. 이 스피커는 공간을 조금 필요로 합니다. 뒷부분에 1미터 정도 공간을 주니 소리가 꽤 좋습니다. 주로 듣는 음악이 솔로나 소편성의 현악기인데, 밤늦게 소파에 앉아 방안 가득 울려주는 소리를 듣다 보면 참 행복합니다. 다른 소리도 좋지만 첼로의 울림을 매력적으로 들려줍니다.


턴테이블은 파이오니어 PL-512라는 모델입니다. 슈어의 카트리지가 부착되어있다는 말에 이베이에서 $52에 구입한 녀석이지요. 고급 모델은 아니지만, 꽤나 똘똘한 소리를 내주는 녀석입니다. 커버에 간 금을 강력 접착제로 붙여주었는데 그 모습까지 볼수록 정이 갑니다 ^^

역광이라 앰프가 잘 안보이네요 ㅡ.ㅡ



프리앰프는 Superphon이라는 곳에서 만든 Revelation Basic이라는 모델입니다. 포노와 두개의 AUX를 지원하는 셀렉터, 좌우 볼륨 두개, 테이프 모니터, Mute 이렇게만 달려있습니다. 파워스위치도 없어서 파워선 중간에 스위치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 이 프리를 선택한 이유는 그 단순함과 투박함 때문입니다. 자작한 것같은 볼품없는 케이스와 페이스 플레이트. 밸런스와 볼륨이 아닌, 두개의 볼륨이라는 독특함. 달라보이는 그 모습이 좋았습니다.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리뷰들의 영향도 받았지요. 몇백 가는 프리 부럽지 않다고 하더군요 ^^

파워앰프는 카버(Carver)의 M-1.5t입니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에는 회사가 문을 닫은지 꽤 되었음에도 동호회 사이트가 운영되는, 열성팬을 꽤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M-1.5t는 채널당 350와트를 가진 힘이 좋은 녀석입니다. 디자인은 정말 단순합니다. 하다못해 파워스위치도 없어서, 이번에도 파워선 중간에 스위치를 만들어 달았습니다.

카버 앰프를 디자인한 밥 카버(Bob Carver)는 독특한 사람입니다. 70년대일겁니다. 제품의 내부를 보지 않고도 어떤 앰프든 소리를 재현해 낼수 있다고 공개 도전을 했지요. 오디오 잡지 두군데에서 도전을 받아들여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두번다 48시간내에 소리를 재현해내는데 성공합니다. (소리의 특성을 재현해냈다고 해야겠지요) 그 중 대상이 되는 앰프중 하나가 진공관이었는데, 그 때 사용한 회로를 기반으로 만든 모델 중 하나가 1.5t입니다. 마지막에 붙은 t는 진공관스러운(tube-like)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재밌는 것은 밥이 수리점을 차렸다는 겁니다. 어느 모델이든지 카버 앰프는 $180이라는 균일 가격으로 새것처럼 만들어준답니다. (미국에서는 정말 저렴한 가격입니다 ㅡ.ㅡ) 밥이 요즘 새로운 앰프를 디자인하던데... 수리점 아직 하고 있을 때 제 앰프도 보내서 오버홀 좀 해야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의 세번째 오디오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추가로 CDP겸 사용할 CD레코더를 물색중입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안나오지만, 앞에 있는 테이블에는 그동안 숨한번 못쉬었던 LP들이 잔뜩 싸여져 있습니다 ^^ 한장 한장 들으며 예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사진을 찍으며 카메라를 바꿔본 경험상, 어떤 분야든 바꿈질의 충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시스템이 얼마나 갈지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당분간 변화가 없을 거라는 건 장담합니다. 제게는 더이상 부족함이 없는 소리를 들려주고 있으니까요 ^^





2009. 3. 27. 09:33
오디오 이야기를 하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입니다. 비싼 장비나 저렴한 장비나 실제로는 구별해낼 수는 없다는 것이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입니다. 오디오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전문가들이라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와인의 경우가 대표적이지요.

오디오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같은 음악을 세번 들려줍니다. 첫번째는 A사 제품, 두번째는 B사 제품을 사용합니다. 세번째 들려줄 때, 사용되는 장비가 A사 것인지 B사 것인지 맞추는 것입니다. 답이 두가지중 하나이기에, 찍더라도 50% 성공확률입니다. 그런데 모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결과가 50%의 오차범위안에 들어갔습니다. 테스트에 참석한 사람들이 내노라하는 오디오 전문가들이지만, 결국 소리를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비싼 장비에 투자해야 헛일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TV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전 TV를 사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대를 놓고 보면 차이가 있지만 따로 놓고 보면 모른다구요.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같은 크기중 제일 싼 것을 샀습니다. 조금 지나니 제가 산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밝았는지, 어두웠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옆에 놓고 비교할 때나 화질의 차이를 알 수 있지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질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좋다 나쁘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라 하더라도 눈 앞에 놓고 볼 때 화질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의 테스트처럼 제품과 제품 사이에 시차를 둔다면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없지만, 시차없이 이어서 플레이를 한다면 차이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훈련되지 않는 귀를 가지고도 제가 가지고 있던 스피커와 새로 구입한 스피커의 차이를 알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를 두고 '오디오 제품간에 차이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제품간 소리상의 개인에게 적용되는 효용 차이는 없다'가 더 정확하겠지요. 제품간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구별할 수 있는, 따라서 저에게 주어지는 가치에서는 차이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면 좋을수록 한계효용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소리가 깊다'느니 '고역은 맑고 저역은 풍부하다'느니 하는 오디오 전문가들의 예술적인 표현에는 색안경을 하나 끼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오디오를 이야기할 때 소리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신뢰성이나 디자인도 고려됩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감성적인 요인일 겁니다. 기능상의 효용가치만 따진다면 차이가 없을 루이비똥 핸드백과 시장표 핸드백을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 진공관이 들어가 있으면 차이를 느끼든 말든 일단 따듯하다 생각하는게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입니다. 따듯한 소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진공관 앰프를 갖고 싶은 마음을 막연히 가지게 되는 거지요.

사실 어느 정도까지는 비용을 더 들일수록 인지가능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선을 넘어가면 소리의 차이는 감상에 영향을 안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이 앰프 저 스피커 바꾸어서 비교하지 않는 이상에는요. 저는 (중고품 기준으로) 앰프는 오십만원, 스피커는 백만원 정도가 그 선이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발품 좀 팔아서 제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들인 비용은 더 작습니다 ^^) 그 다음은 기능상의 가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절대적인 가치와 상대적인 가치는 영원한 논쟁거리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단순하다 생각합니다. 어느 선까지야 실제적인 필요를 채우는 것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가지고 싶은 욕망'을 채우는 것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가 말하는게 이것 아닐까요?




2007. 10. 28. 01:09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음악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요즘 저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는 동료들입니다.
슈어의 e4c-n이라는 커널형 이어폰과
소니의 MZ-N505라는 MDP입니다.

MD 녹음이라는게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몇가지 실패한 건 집에 돌아가서 다시 녹음해야할 것 같습니다.

요즘 몇주째 집중적으로 듣고 있는 건...

요요마가 연주한 바흐의 무반주 첼로조곡
장영주가 협연한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 / 비외탕의 바이올린 협주곡 5번
연주자 미상의 사계
아쉬케나지가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이렇게입니다.

제 생전 처음으로 구입한 명품 ^^ 이어폰이라 그런지
이 이어폰 참 좋네요.
첼로의 묵직한 저음은 마음을 울리고,
바이올린의 과격한 고음은 심장을 자극합니다 ^^;;

게다가 조금 더 틀어막으면 ^^ 소리 차단도 잘 되어
차도 옆에서도 음악을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빨리 돌아가 몇장 더 녹음해야겠습니다.


2007. 10. 15. 01:12
공대 출신으로 15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업종에서 일을 하다보니 디지탈에 굉장히 친숙합니다. 펜으로 글씨를 쓰는 것보다,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훨씬 빠르고 편했지요. "기계가 할 일을 사람이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했기에, 디지탈 솔루션이 있는데 아날로그로 가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고상한 척하는 사람들의 아집이라 여기고 살았었지요.

나이가 들은 걸까요? 요즘 과거로의 회귀를 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 중의 하나가 최근 몇주 푹빠져 살고 있는 MD입니다. MD 기억하시나요? 미니디스크라고 하지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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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쁘게 생겼습니다 ^^;;; 손안에 쏙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죠. 몇장 들고 다녀도 부담 없는 크기입니다. 1991년에 소개되었지요. LP를 CD가 대치했다면 카세트테이프는 MD가 대체했다 했다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디스크에 CD 수준으로 몇번이고 녹음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많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실 저는 최근까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게 있다는 정도였지요 ㅡ.ㅡ)

MD 시장은 소니가 주도하는 일본 업체들이 장악을 했다 할 수 있습니다. 소니와 샤프 플레이어가 대중을 이루었습니다. MD에 음악을 녹음하는 것은 초기에는 다 아날로그였습니다. 일반 마이크잭과 같은 것으로 음을 전달하여 MD에 녹음을 하는 것이지요. 녹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 광신호를 내보낼 수 있는 플레이어와 광케이블로 연결하여 녹음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CD 정도 수준의 음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디지탈 기술이 급속도록 발달하면서, 휴대용 음악 기기 시장은 디지탈로 다 넘어왔습니다.  MD 시장에도 NetMD라고 해서 음악을 녹음이 아닌 다운로드 방식으로 MD에 저장하는 기기가 등장을 하고, MD의 저장용량도 1GB까지 늘어났지만, 이미 MD는 LP나 필름과 같은 위치에 놓여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게 대세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이제 와서 MD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에 저항하는 거냐구요? ㅡ.ㅡ;;; 사연은 있습니다. 갑자기 좋은 이어폰을 사고, 좀더 질좋은 소리를 들어보자는 욕심이 어찌 어찌해서 MD까지 간 것입니다. 몇년전 우연히 얻어서 가지고 있던 MD 플레이어의 존재도 MD로 가는 것에 한 몫 했구요. 바로 이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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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델도 NetMD 종류라 MP3 파일을 MD에 저장하면 되지만, 그러면 MP3 플레이어 쓰는 거랑 별 차이도 없으면서 과정만 불편합니다. 그래서 CD를 광녹음을 사용해서 옮기지요. 불편하긴 불편합니다.

음악을 넘기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MD플레이어에서 녹음을 해도 됩니다만, 저는 따로 MD 덱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모델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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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다닐 MD를 만들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MD 덱은 CD플레이어로 사용중인 DVD 플레이어와 광케블을 사용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저 DVD 플레이어에 CD를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MD 덱에는 녹음할 MD를 넣지요. 그리고 미니디스크의 어느 부분부터 녹음을 할지 맟춥니다. 그리고 동시에 MD덱의 녹음 버튼과 CD쪽의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겁니다.

CD와 MD가 같이 지원되는 모델은 2배, 4배로 녹음도 되고, 양쪽 동시에 버튼 누르기 이런거 안해도 됩니다만,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실시간 녹음 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싫지가 않네요. 오랜만에 음악 틀어놓고 들으면서, 책도 읽고, 일기도 쓰고... 하루에 한장씩 CD를 MD로 녹음하는 시간이 기다리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곡별 제목이 녹음이 안됩니다. 이것도 일일히 수정해주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MD를 플레이어에 넣고 NetMD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곡명을 입력하지요 ㅡ.ㅡ;;

MP3 쓴다면 CD 컴퓨터에 올려서 십분이면 추출할 수 있습니다. 제목도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사용하면 되기에 일일이 입력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운로드 받는데 거리낌 없다면 돈도 안듭니다 ^^;; 이에 비하면 MD로 음악을 듣겠다고 하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지요. 그렇지만 그 비효율적인 작업을 거치고 나니 얻는 것도 있습니다.

일단 소리가 좋더군요 ^^;; 이건 저뿐 아니라 아직도 많은 MD사용자들이 말하는 겁니다. 소리 때문에 MD를 떠나지 않는다구요. 막귀인 제 귀에도 차이는 들립니다. 뭐랄까 같은 음악이라도 더 풍성하다고 해야할까요? 그런데 소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감성이라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아 몇십장 몇백장 MP3 플레이어에 부어놓고 듣고 싶을 때 바로 들을 수 있는 그 편리함에 반대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수고로운 작업을 거쳐 만들어놓은 MD 한장 한장에는 제 손길이 가 있거든요. 그리고 오늘은 무엇을 들을까 하며 한두개 선택하는 그 느낌... 이건 속도로 대변되는 MP3로는 채울 수 없는 감성적 요소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까지는 안 갈 것 같습니다만 ^^;;; MD 하나 하나에 정성스레 레이블을 만들어 붙이는 사람이 있더군요. 이 사람에게는 MD의 완성에 참여를 했기에 '받은' 것이 아닌 '내가 만든 나의' 것이라는 느낌이 있을 겁니다. 이 감성의 충족은 MP3  음악으로는 도저히 채울 수 없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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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할 일을 사람이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계(편리함)로 채울 수 없는 그 무엇이 사람들의 회귀본능을 자극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성 마케팅은 중요한 것이구요 ^^

** 엄밀하게 따져 MD도 디지탈이라 합니다. 하지만 녹음방식이 아날로그다 보니 디지탈과 비교해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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