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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 16. 00:15
어제는 오랜만에 아내와 같이 음악을 들었습니다. 분주하게 살다 보면 음악 하나 듣지 못하고 살 때가 많지요. 저야 음악을 좋아해서 항상 휴대용 기기를 들고 다니고, 잠을 줄이더라도 저만의 시간을 마련하는 편이지만, 아내는 아이들과 제 뒤치닥거리에 지쳐 그냥 잠들기 일 수입니다. 

열시가 넘어 정리를 마친 아내를 최근에 정리한 리빙룸으로 끌었습니다. 고장났던 앰프도 고치고 부러진 턴테이블의 카트리지도 갈았습니다. 가구들도 정리해 다시 울림이 좋은 공간이 되었지요. 

발라드가 듣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바로 떠오른 음반이 있었습니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음반 표지안에 들어가 한참을 못찼다가 얼마전 다시 발견해 반가웠던 음반입니다. 

유재하는 가수 활동을 하면서 이 음반 하나만 발표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발표한 그해 11월 교통사고로 사망했기 때문이지요. 

"다시 돌아온 그대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이 노래를 들으며 옛기억들을 떠올렸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 스무살이 갓 넘었었습니다. 아내는 고3이었구요. 아내가 그러더군요. 그때는 좋아했던 얼굴형, 머리 스타일, 성씨가 있었다면서 저와 겹치는 건 머리 스타일 하나뿐이라구요. 거기에 맞는 사람을 주위에서 찾으면서 즐거운 웃음을 나누었습니다. 일기장에 적어두었던 작은 소망들도 나누었습니다. 더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구요. 

제임스 딘이 영원한 젊음으로 기억되는 것처럼, 유재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유재하를 들으면 젊고 어렸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매달 과외비를 타면 들르던, 이 음반도 거기서 샀을 것이 분명한, 동네 여고앞 음반가게도 생각납니다. 고민도 많았던 때고 꿈도 많았던 그런 시절. 꼭 좋지만은 않았던 그런 시절. "지난 옛 일 모두 기쁨이라 하면서도 아픈 기억 찾아 헤미이는" 건 "다시 못 올 지난 날"이기 때문이겠지요. 그 추억들이 쌓여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요. 

오랜만에 그를 들으며 제 젊은 날도 기억해보고 또 앨범 한장만 남기고 사라져 간 그도 그리워해봅니다. 

유재하 ... 너무 빨리 사라져 버린 ... 참 아까운 사람입니다.

 



추신: 그나저나 "사랑하기 때문에"가 남기는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힘차게 흘러나오는 정화의 노래(건전가요)는 정말 깨더군요. 유재하로 더렵혀진 마음을 너무나 깨끗하게 씻어주었습니다 ㅡ.ㅡ 돌아보니 음반마다 저런 노래 하나씩 끼워넣어야 했던 그런 시대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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