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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1. 14:29
굳이 말한다면 나는 과거에 묻혀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는 좋았다느니, 낭만이 있었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 거부감이 든다. 나쁜 기억을 지우고 좋았던 시간만을 기억하고 싶은 심리적 경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힘들었던 모든 일을 지우고, 내 인생을 리셋하고 싶었던 힘든 경험 때문인지는 모른다. 어쨋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과거의 것을 추억하며 회상하는 것은 취향이 아니다.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며 턴테이블을 중고로 들였다. 그리고 십년 넘게 방치해 두었던 LP를 꺼냈다. 제대로 플레이나 될까 의문이었는데, 의외로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20년쯤 전 아직도 어렵던 그 시절, 동네 레코드 가게중 유달리 LP를 싸게 파는 곳이 있었다. 천오백원이었나 삼천원이었나 기억은 안나지만, 다른 곳에 비해 거의 반값 수준이었다.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첫 오디오를 사고, 그 레코드 가게에서 사온 LP를 듣는 시간은 참으로 풍요로웠다.

야사 하이페츠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카잘스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지나간 세월만큼 깊이 있게 들렸다. 이들의 연주는 시디보다는 LP가 어울린다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일까? 가끔씩 들리는 틱틱 소리는 보너스다. 반젤리스의 음악도 들었다. 단일 뮤지션으로는 가장 많이 (11장) 음반을 가지고 있을만큼 푹 빠져 살았던 반젤리스다. 예전만큼 전자음악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몽롱하듯 즐기던 그의 연주가 아직 싫지는 않다.

가장 반가운 것은 '도시의 그림자'다. 독집 하나 내고 사라진 듀엣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이 음반을 좋아한다. '이 어둠의 이 슬픔'이나 '타인의 거리'. 센티멘털한 제목과 가사를 들으면 왠지 나를 더 처량하게 만들고 싶어진다. 없는 고독을 끄집어 내어 침잠하고 싶은 욕구라고 할까.

아직도 나는 '옛날이 더 좋았다'는 감상은 거부한다. 그렇다고 잊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없다. 선택해서 기억하든, 기억이 흐려지며 아픔이 사라졌든, 돌아보니 좋았던 순간, 행복했던 기억은 남아있는 것이니까. 그냥 그 순간을 즐기는 것 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것. 그냥 그 뿐이다.

아니다. 솔직히 말해 좁은 방에서 음악을 듣던 20대 초반의 청년을 나는 그리워한다. 행복했던 힘들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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