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블로깅을 정말 게으르게 하죠? ㅡ.ㅡ 바시험 보고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써야지 시작해놓고는 올해가 다 갈때쯤 되어 다음 편을 씁니다. 더 미루지 말고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1) 2학년부터 졸업까지
편의상 2학년이라고 썼지만, 미국 로스쿨에서는 학년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더군요. 대신 1L, 2L 이런 식으로 부릅니다. 첫번째 일년이 1L이 되지요.
주간의 3년짜리 프로그램인 경우 보통 1학년때 필수과목을 다 마칩니다. 이전글에서 쓴 것처럼 MBE에 포함되는 여섯과목과 LPS 혹은 LRW(Legal Research & Writing)이라 불리는 과목을 첫해에 듣지요. 학교를 졸업하려면 들어야하는 과목들은 더 있습니다. 저희 학교의 경우 다섯개의 주요 유형을 정해놓고 최소한 세개 유형에서 각 한 과목을 이수해야했습니다.
선택해서 들을 수 있는 과목들은 정말 다양합니다. 법이라는게 사회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중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 미리 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과목을 들어두는게 좋습니다. 사회에 진출하면 새로 배워야하는 것도 많지만, 바로 적용해서 쓸 수 있는 지식도 꽤 배우거든요. 특화된 Certificate을 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적재산권, 회사법, 국제법등 해당 분야의 과목을 충분히, 그리고 평균학점이 기준을 넘는 경우 Certificate을 줍니다. 이력서에 추가할 내용이지요 ^^
저 같은 경우는 백그라운드를 살릴 수 있는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일을 하겠다고 일찌감치 정했는데 그 안에서 저작권을 할지 특허를 할지 조금 망설였습니다. 초반에는 저작권 관련 과목을 많이 듣다가 아무래도 특허쪽 수요가 더 크기에 마지막 해는 특허에 집중했습니다.
첫해가 힘들지 다음부터는 조금 쉬워집니다. 판례 읽고 분석하는 것도 익숙해지고, 또 판례 안읽고 가도 적당히 눈치로 수업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 그렇다고 완전 널럴한 과목은 없지만요.
다른 학교는 모르지만, 제가 다닌 로스쿨은 학생수가 어느 선을 넘으면 커브에 따라 학점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교수가 싫든 좋든 A, B, C를 할당해야하는 거죠. 왠만해선 D나 F는 안줍니다. 학년이 올라갈 수록 선택과목을 많이 듣고, 과목당 학생수도 적다보니 커브를 안 따라서 학점도 좋게 받습니다.
2) 여름 방학
로스쿨의 겨울방학은 길어야 3주 정도 됩니다. 그러니 뭔가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지요. 하지만 여름 방학은 3달 가까이 됩니다. 저처럼 일을 계속 한 사람은 해당이 안되지만, 일을 할 수 있는 학생은 모두 여름 방학에 인턴 자리를 잡고자 혈안이 됩니다. 왜냐하면 여름 인턴 특히 1L을 지나고 첫해 여름의 인턴이 졸업하고 갈 수 있는 자리를 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중요하지요.
가장 좋은 건 괜찮은 로펌의 여름 인턴이 되는 겁니다. 이때 잘 하면 졸업후 많이들 그 펌에서 채용을 하거든요. 굳이 좋은 펌이 아니더라도 인턴이나 유사한 일로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원봉사도 괜찮구요. 여름학기 수업 듣는 것보다 경험 쌓는게 훨씬 이득이라 생각합니다.
3) 졸업
미국의 경우 졸업전에 봐둬야하는 시험이 하나 있습니다. MPRE라 불리는데 변호사 직업 윤리에 대한 시험이라 보시면 됩니다. 재밌는게 전국 모든 학생들이 같은 시험을 보는데 주마다 요구하는 점수는 다릅니다. 어떤 주는 75점만 넘으면 변호사가 될 수 있고, 어떤 주는 82점을 넘어야 변호사 자격증을 줍니다. 제일 높은 주가 86점이니까 이 점수만 넘으면 일단 MPRE를 다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흘러 학점 및 졸업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면 졸업을 하지요. 3년 혹은 4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것이기에 의미는 있습니다만, 로스쿨이라는게 심하게 말해 바시험에 앉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곳이라, 졸업이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는 않더군요. 제가 나이가 들어 다닌거라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졸업하고 바로 바시험 준비를 시작하기에 졸업이 주는 기쁨은 잠시뿐입니다.
4) 바시험 그리고 선서
지난번에 적은대로 바시험에는 객관식과 주관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국 공통인 MBE(Multistate Bar Examination)는 객관식 시험으로 200문제를 6시간에 봅니다. 한 문제당 1.8분이 주어지는 거죠. 그런데 지문과 답을 읽고 생각하는데 1.8분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MBE에는 6개 과목이 포함되는데 Criminal Law/Procedure(형사/형사소송), Torts(불법행위), Contracts(계약), Constitutional Law(헌법), Evidence(증거), 그리고 Real Property(부동산?)입니다. 2014년부터인가 Civil Procedure(민사소송)이 추가된다고 하네요.
에세이 과목은 과목이나 형식이 주마다 틀립니다. 메사추세츠주는 에세이 과목이 MBE 6과목 + 10과목. 총 16과목입니다. 10개의 문제가 주어지고 시간은 6시간입니다. 한문제당 주어진 시간은 36분입니다. 10~12분 지문을 자세히 읽고 아웃라인을 만들어 24분 동안 열심히 쓰거나 타이핑을 합니다. 지문만 보통 한페이지가 넘기에 독해와 작문 실력이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MBE는 전국 공통이기에 같은 날에, 주별 에세이는 MBE 전날 혹은 다음날에 보기에 한번에 2개주를 지원해 시험을 치를 수도 있습니다. MBE가 공통이기에 이왕 공부하는거 2개주 시험을 보는게 좋을 것 같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주마다 과목이나 초점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보통 캘리포니아와 뉴욕이 제일 어렵다고 말하지요. 합격률을 봐도 그렇구요. 게다가 캘리포니아는 하루 더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험 준비를 위해 99%의 학생이 바시험 준비코스를 이용합니다. Barbri와 Kaplan이 메이저 플레이어고 다른 후발주자들이 있습니다. Barbri는 가격이 300만원 정도, Kaplan은 260만원 정도 합니다. 돈 좀 듭니다 ㅡ.ㅡ 이것도 온라인이라 좀 싸고 강의실 가서 직접 듣는건 더 비쌉니다. 하지만 과목별 자세한 아웃라인과 강의, 예상문제집, 중간고사, 기말고사 그리고 기말고사 리뷰까지 제공하니 준비코스를 이용안할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 제시하는 시간표만 충실히 따라가면 떨어질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만큼 양이 많습니다.
바시험을 보고 나면 한참 기다립니다. 저는 7월 31일, 8월 1일에 시험을 봤는데 결과는 10월 24일에 나왔습니다. 거의 세달 걸렸습니다 ㅡ.ㅡ 다행히 저는 한번에 붙었습니다. 떨어지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일년에 두번 2월 그리고 7월말에 시험이 있거든요. 매스의 경우 다섯명중 네명이 붙는지라 붙으면 좋은 거고, 떨어지면 개망신입니다만 그래도 내가 그 한명이 되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결과 나올 때까지 불안합니다.
붙고 나면 한달 정도 기다려 선서를 합니다. 그리고 변호사 증서를 받으면 마침내 끝이 납니다. 졸업하고 선서하는 것만도 6개월이 걸립니다. 한번에 붙는 경우에요. 로스쿨 준비부터 치니 저는 5년 조금 넘게 걸렸네요. 정말 긴 시간이었지만, 끝나고 나니 홀가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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