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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2 04:38
요즘은 큰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합니다. 머리가 커지면서 의문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때입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 하는 것이 맘에 쏙 드는 경우가 있을까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논쟁도 하고 훈계도 하고 그럽니다. 그래도 건설적인 대화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다행입니다. 대화만큼 실질적 변화는 없어서 아쉽기는 하나 그거야 기다려 볼 일이지요.

큰 아이는 자기가 다른 한국 아이들과 다르기를 원합니다. 착실하고 조용하게 공부만 열심히 하는 아이는 되고 싶지 않다는 거지요. 또 실제로 좀 다르기도 합니다. 사립고등학교 지원했을 때 인터뷰어가 "이 아이는 다른 한국학생과 다르다"라고 말하니까요.

하지만 그 '다름'이라는게 얼마나 가치가 있나 의문이 듭니다. 판박이 찍어내듯 똑같은(왕멍이 말한 '용속'의) 삶을 살아가는 것만큼  재미없는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다르기만 한다면 그게 답이 될까요? 개인적으로 더 만족스러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더 가치가 있을까요?

많은 이들이 다름을 추구해왔고 또 지금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통속을 거부하고 기존질서에 반기를 내걸면서요. 평범한 삶은 범죄처럼 취급됩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매스컴과 광고는 '너는 너야'라며 다르기를 요구합니다. 마치 '다름'이 절대적 가치라도 되는듯이요. (그 바닥에는 다르기 위해서 소비하라는 충동질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름'이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던가요? 예를 들어 히피 문화가 시대를 휩쓸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다르기를 원했고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뭐를 바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때의 유행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이걸 요구하고 싶습니다. '다름을 추구하되 뛰어남으로서의 다름을 추구하라'구요.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겁니다. 약간의 허영심과 살짝 꼬드김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뛰어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리에 뭍이는 것이 아니라 두드러지게 뛰어남으로 달라지는 것이 진정 가치있는게 아닐까요?> 그것을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키신은 다릅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시합이라도 하는 것처럼 끝없이 앵콜 연주를 해주는 것은 이제 유명합니다. 기록이 열여덟번이라지요. 그런 다름 때문에 키신의 콘서트에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하지만 이런 다름이 매일 대여섯 시간씩 꾸준히 연습을 하는 그의 실력이 없이 빛을 낼 수 있을까요? 이미 소년시절 천재로 화려한 데뷰를 했던 그입니다. 그럼에도 연습하느라 관광도 제대로 못한다고 합니다. “천재라고! 나는 지난 37년 동안 하루에 14시간씩 연습했다고. 그런 것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고 부른다니까.”라고 말했던 사라사테가 연상됩니다.

값싼 가치들이 유행하는 세상입니다. 여기 저기 외쳐대는 '나는 달라'도 그중 하나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싸구려 가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르기 위해서 다른 것이 아니라 뛰어나기에 저절로 두드러지는 그런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그걸 가르쳐주어야겠습니다.


BlogIcon Inuit | 2009.05.02 18:1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동감 백배입니다.
남과 그냥 다른건 의미 없지요.
좋게 달라야겠지요. ^^

저도 아이들에게 그런 자극을 주려 노력 많이 합니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이해해야 할텐데 말입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5.07 05:19 신고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inuit님도 마찬가지로 단순히 다르기만을 추구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시는 것 같구요. 그저 부모의 만족을 위해 아이들을 푸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이 이해하고 따라주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BlogIcon 맑은독백 | 2009.05.04 10:0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많이 느끼게 되네요...
단지 다름은 또다른 껍데기 일 뿐이기에 더 깊게 울립니다.
제 아이에게도 이런 가치를 심어주고,
따라 오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구요. ^^
BlogIcon 쉐아르 | 2009.05.07 05:31 신고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껍대기에 불과할 뿐인데 거기에 너무 열광을 하고 힘과 돈을 쏟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너무 극단적일까요? ^^

세상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제가 세상 바뀌는 것을 모르고 너무 고지식한건지... 후자는 아니기를 바랍니다 ^^
BlogIcon CeeKay | 2009.05.07 09:5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가장 안 좋은 말이 '남들 다 하니까'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쉐아르님의 말을 살짝 바꿔 "'같음'을 추구하되 뛰어남으로서 달라져라"를 가르쳐야할지도 모르겠네요. ^^
BlogIcon 쉐아르 | 2009.05.13 02:32 신고 | PERMALINK | EDIT/DEL
나쁜 거 하면서 남들 다 하니까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나름대로 개성있게 산다고 유행을 따르는데 모두가 다 따르니까 결국 똑같아 지는 것일수도요 ^^
BlogIcon Alisha | 2009.05.08 13:3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하아- 저는 평범하게 살고 싶답니다. 소소하고 평범하게.. 살고싶은데 잘 안되네요-
때론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삶이 의외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긴 이런 삶이든 저런 삶이든, 중심이 어디에 있느냐가 더 문제이겠지만..
BlogIcon 쉐아르 | 2009.05.13 02:42 신고 | PERMALINK | EDIT/DEL
소소하고 평법하게... 하지만 그속에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신다는 것 자체가 이미 평균을 넘어서는 비범한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BlogIcon 송동현 | 2009.05.13 17:21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다름을 추구하되 뛰어남으로서의 다름을 추구하라" 좋은 말씀입니다.
어줍잖게 제가 딸아이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첨언하자면 "다름을 이해하라"입니다. 이 또한 함께 하는 세상에서 꼭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5.14 03:53 신고 | PERMALINK | EDIT/DEL
'다름을 이해하'는 것 요즘 세상에 참 중요한 가치라 생각합니다.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겠지요. 요즘은 다르기만 하면 틀리다고 하도 소리를 질러대서 참 어지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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