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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son College'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03.20 07:14
제가 하는 일의 의미를 확인하고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답들을 글로 엮어봅니다.

저는 지금 파트타임으로 MBA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는 Babson College라는 곳입니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창업(Entrepreneurship)쪽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 벤처등 자신의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학교입니다. 방금 찾아보니 Entrepreneurship 부분에서는 13년 연속 1위, 그리고 2007년 전체 순위는 41위(U.S News 기준)라고 하네요. 제가 갈 수 있는 학교중 그래도 가장 네임밸류가 높은 학교이기에 이 학교를 선택했습니다.

원래는 회사를 때려치고 풀타임으로 갈 생각이였습니다. 근처에 아주 좋은 학교들(Harvard & MIT)이 있으니까요. 근데 두가지 땜에 관뒀습니다. GMAT을 700점은 넘겨야되는데 만만치 않더라구요. 저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ㅡ.ㅡ;; 게다가 회사를 관두면 생활이 걱정되었습니다. 벌어놓은 것도 없이 빚지고 공부하자니 너무 큰 모험이더군요. 그래서 결국 파트타임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밤에 학교를 다닙니다. 보통 여섯시반에 시작해서 아홉시반에 끝나지요. 학점수가 많은 (4학점 혹은 5학점) 수업은 토요일 종일 수업도 한두번 끼어 있습니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중간 중간 있는 팀프로젝트 등 시간이 꽤 많이 필요합니다. 뭐... 준비 제대로 안하고 얼굴에 철판 깔아도 졸업이야 하겠습니다만 ㅡ.ㅡ, C학점 받으면 회사에서 학비도 안대주고, 또 팀원들 보기 창피해서라도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수업 마치고 집까지 운전하고 가는 40분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됩니다. 가끔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라고 묻게 되지요. 이번 학기 마치면 20학점을 채웁니다. 앞으로 40학점을 더 들어야 합니다. 지금 속도라면 4~5년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작년처럼 출장 많이 다녀 학교를 중단하는 일이 없다는 가정에서요. 그때 되면 제 나이 마흔 다섯인데 MBA가 꼭 필요한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럴때마다 초심으로 돌아가려 애씁니다.

MBA를 시작한 것은 인생에 변화를 주기위해서였습니다. '영역 넓히기'에 간략한 배경이 적혀있지요. 제 인생의 영역을 넓히고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돈을 더 벌거나, 혹은 회사를 차려 더 많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거창한 소망('오천명을 먹이는 꿈')도 한몫 했구요. 사실 사업을 시작하는데 MBA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운동 시작하기 전 관련책자를 구해 먼저 읽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제 성격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

어쨋든 시작하고 나니 공부는 재미있습니다. 재무회계, 조직이론, 주가 트렌드 분석, Supply Chain, 전략, 시장분석 등등. 많은 것을 배웠고 또 앞으로도 배울 것입니다. 그 배움속에 얻는 것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의 두가지입니다.

첫째, 당연한 원리를 체계적으로 배웁니다. 전략이나 조직이론 같은 거 보면 당연한 말들이 적혀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전략을 위해 고려해야할 사항들은 가격, 품질, 제품의존성, 그리고 유연성입니다. 이거 너무 당연하지 않습니까? ^^;;; 너무 뻔한데도 만약 나보고 직접 정리하라고 한다면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그런 당연한 원리의 이면을 파고 들어가는 법도 배웁니다. 가장 최근에 배운 C2C(Cash to Cash)의 예를 들어볼까요? C2C는 원재료를 구입하는 시점부터 물건을 판매하고 대금을 회수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결론은 '이 기간이 짧을수록 좋다'입니다. 당연하지요. 조금의 상식으로도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는 않습니다. C2C를 어떻게 계산해내는가? C2C를 하루 줄이면 얻어지는 경제효과는? C2C를 줄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그에 따른 부작용은? 그럼 어떻게 적용해야할까? 등등. 적용을 위해 생각해야할 것들은 무지 많습니다.

둘째, 판단하는 법을 배웁니다. 신입생이 꼭 거쳐가는 수업이 있습니다. 그 수업의 첫째 질문이 이겁니다. "매니저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인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교수가 원했던 답은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변하는 상황 속에 여러 요소를 감안해서 가장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고, 또 MBA를 통해 배워야할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고 강조를 하더군요.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판단은 누구나 다 합니다. 다만 판단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고려하느냐의 능력은 경험과 배움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MBA를 통해 제가 얻고자 하는 것은 '생각의 프레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쉽게도 배운 것을 일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경우가 한번도 없었습니다. 아직 MBA의 실질적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요. 다 마치면 좀 효과를 볼까요? ^^;;;

하지만 비록 힘들고 눈에 보이는 효과가 없더라도 이 길을 선택한 것에 후회는 없습니다. 배우는 것이 재미있고, 또 그 과정을 통해 제 생각이 가다듬어지는 것을 느끼니까요. 십년후, 십오년후 직업적으로 제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도 중요하겠지만, 그 결과에 상관없이 MBA를 통해 배우는 것이 인생의 장기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결국 배움이란 '발전을 위한 수단'이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 여러가지 수단 중에 저는 MBA를 선택한 것 뿐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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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ssil | 2008.03.20 09:4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운동 시작하기 전 관련책자를 구해 먼저 읽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제 성격 탓' 이 말에 엄청 겅감하며 웃었습니다...ㅎㅎㅎㅎ 힘들지만 초심을 잃지않고 MBA를 하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학교를 떠났지만, 어린 아이좀 키우고 나면 또 다시 배우고싶은 분야를 배우기위해 학교를 다녀볼까 생각하고있거든요,,ㅎㅎ
열심히 하세요!!!
BlogIcon 쉐아르 | 2008.03.20 13:10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라고 자신있게는 말 못하겠구요. 졸업은 기필코 하겠습니다 ^^;;
BlogIcon easysun | 2008.03.20 10:22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홧팅입니다! 오래전에 쓴 글이지만 관련글 트랙백 보냅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03.20 13:13 신고 | PERMALINK | EDIT/DEL
앗... 블코의 easysun님이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 트랙백 남겨주신 글 잘 봤습니다. 저도 어서 마치고 배운 것이 무엇이였나 적을때가 오길 바랍니다 ^^
BlogIcon strongberry | 2008.03.20 12:0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과정은 안밟을 생각입니다만..보는 책들이 어쩌다보니 MBA관련서적이 되고 있어요. @.@

서플라이 체인하니까 the Goal 시리즈 생각나네요. ;)
BlogIcon 쉐아르 | 2008.03.20 13:22 신고 | PERMALINK | EDIT/DEL
결국 학위보다도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런점에서 책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것이 정말 실질적인 지식이 될 것 같습니다.
| 2008.03.20 12: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비밀댓글입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03.20 13:23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렇게 되었군요... 빨리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댓글 남길 때 조심해야겠습니다 ^^
BlogIcon bluehanman | 2008.03.21 02:1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이런 기사가 났네요....
http://www.koreadaily.com/asp/article.asp?sv=la&src=life&cont=life10&typ=1&aid=20080320084832600610
이 사람들에 비하면 저희는 돈 거의 안들이고 손쉽게 하는건데...
근데도 전 왜 하기가 싫을까여? ^^;;;;
BlogIcon 쉐아르 | 2008.03.21 06:36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렇지요. 생으로 자기돈 내고 먼 미국까지 와서 공부하고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투덜대면 안될 것 같습니다. ^^
사오정 | 2008.03.21 17: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옛날에 어디에선가 읽었던 글중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커간다는 것는 판단할 것과 버릴것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라는 글귀가
보다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잘 버릴줄(관계,지식,사람,신지어 집념까지도...) 아는 능력
저한테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ㅋ

저도 요즘 평생 처음으로 아침에 중국어 학원 다니고 있어요 여름부터 한 반년 상해에 가있어야 하거든요
뭐든 새로 배운다는 것은 똑 같은 것 같아요
건강하세요. 형기^^;
BlogIcon 쉐아르 | 2008.03.23 00:34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도 꼭 필요하지만, 그걸 실천하는 의지와 노력은 또 다른 이야기인 것 같아.

반년씩이나 나가 있는게 쉽지 않을텐데,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들겠지만, 또 환경이 변하는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너 중국에 있을 때 한번 가봐야 할텐데 ^^;;
BlogIcon brandon419 | 2008.03.22 05:3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MBA 는 아니지만 비슷무레한 과목들을 듣고 있습니다. 늦은 나이에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도 비슷하구요. 같이 화이팅 입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03.23 00:34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우리 정말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 서로 화이팅입니다!!
BlogIcon CeeKay | 2008.03.22 05: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도 지난 6년간 (능력도 안되는데)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있을까 생각 자주 했었습니다. 공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너무 깊숙히 발을 담갔다는 생각때문에 '못 먹어도 Go'하는 중이지요. ^^;
미국에서는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학위가 자격증화 되어서 정말 공부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 (자격증) 필요한 사람이 억지로 하게 만드는 구조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쉐아르님처럼 "배움이란 '발전을 위한 수단"을 자기계발을 위한 수단으로 더 많은 공부를 시작한다면 많은 성과(적어도 자기 만족)가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좋은 결실 맺으시기 바랍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03.23 00:42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이제 그 공부가 마무리되어가는 중으로 알고 있습니다. 'Go'하셨던 선택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쓰리고~로요 ^^;;

위에서 적은 것처럼 항상 만족하면서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행동에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BlogIcon 격물치지 | 2008.03.23 15:5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저는 노년에 인문학 박사되는게 꿈입니다. MBA든, 인문학이든 배우는데... 나이야 숫자지요
BlogIcon 쉐아르 | 2008.03.25 00:3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와... 더 어려운 목표를 갖고 계시네요. 사실 MBA야 타이틀 성격이 강한데, 인문학 박사를 원하는 것은 정말 공부를 좋아해서라 생각합니다.

'나이야 숫자'에 불과해야 할텐데, 솔직히 체력과 지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ㅡ.ㅡ;;

그래도 서로 화이팅!!
에젤 | 2008.03.26 07:1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쉐아르님께는 시간이 정말 금일것 같아요..
회사일도 바빠지시고..MBA까지 하시니..^^

요즘..전병욱 목사님 신간..생명력을 읽고 있는데
그분은 뭐든 대충하는건 양에 안찬다고 하시죠..^^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완전히 탈진할때까지 일하는게..
몸 생각해서 적당히 피곤하게 일하는거보다 좋다고..
열심히 일하고 정말 피곤해서 밤에 곯아 떨어져 자고나면..
아침에 더 개운하다며.. 모든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해요.

뻔한것에 대해 그렇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더니..
변화가 일어나고..부흥이 왔다고 말씀하시는데 참 공감이 되더라구요.
그동안 난 너무 안 피곤하게 하려고 자신을 아끼는 일에 애를썼는데..
챙피했답니다.^^;

이상 내용은..4분의 1 정도 읽은 소감이예요.^^
BlogIcon 쉐아르 | 2008.03.26 13:23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저도 제 몸을 혹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ㅡ.ㅡ 그러다보니 몸이 많이 피곤하지요. 물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지만, 어느 정도 밸런스는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에 순간순간을 의미있게 보내는 것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는 것을 줄여야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더군요. 삶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집중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요 며칠 너무 바쁘고 감당하기 힘들기에... 꼭 하루의 시작을 QT로 하고자 애씁니다. 그러고 나니 하루가 훨씬 의미가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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