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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에 해당되는 글 2건
2009. 5. 20. 13:46
날자보다는 요일에 더 신경을 쓰고 살 때가 있다. 요즘이 딱 그렇다. 어제도 월요일을 맞아 일주일의 계획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날자를 봤다. 5월 18일이다. 대학교 1학년 '...넘어 ...넘어'를 보고 그 믿겨지지 않는 역사에 울분을 토하던 때가 어느덧 이십여년이 흘렀건만, 5.18 그리고 광주의 의미는 매년 생생히 다가온다. 어쩌면 그 사건을 기억하며 자꾸만 작아지는 시선을 크게 만들고자 하는 내 무의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회적 모순은 그때나 지금이나 항상 있다는 것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파하는 자들은 지금도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거의 한달동안 관심을 끄고 있었던 한국 소식이 궁금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으며 '다음'을 열었다. 그리고 황석영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황석영, MB, 중도실용... 제목에 쓰여진 생소한 단어의 조합을 보며, 놀라기도 했지만 머리 한편에서는 '황석영 이 사람도?' 하는 나름의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기사를 읽어보니 역시 그랬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구차한 변명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안 좋은 것 한가지는 존경하는 이들의 리스트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때는 내 인생에 좋은 영향력을 끼쳤던 사람들이 어느날 보니 추한 모습으로 변해있는 것이다. 박성수가 그랬고, 김진홍이 그랬다. 하다 못해 조갑제도 내게는 고등학교 시절 '민은 졸이다'라는 책으로 대입을 위한 공부가 다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 사람이었다. 박홍, 김민석, 서경석, 김동길... 한때는 청년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던 사람이다. 하물며 박찬종이나 이인제도 좋은 시선으로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좋은 의도가 오해받고 있다는 황석영의 말은 자체로 역겹다. 자신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몰랐다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완전 바보임이 분명하다. 소설가 황석영은 바보는 아니었던 것을 생각하면 추하게 늙었거나 늙어가며 멍청해진 것이리라. 하긴 '비명을 찾아서'라는 획기적인 작품을 썼던 복거일이나 '사람의 아들'의 이문열의 지금 모습을 본다면 황석영이라고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이 없는 것이지만.

세상 변해가는 것 모른체 하며 고집 부리라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유연함을 보일 수 있는, 그럼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멋있게 나이들어가는 그런 지식인이 보고 싶다. 아니다. 자신이 유치하다는 것도 모르고 어떻게든 뜨기위해 짖어대는 '변희재' 같은 인간을 보면 내가 너무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게 분명하다. 머지 않아 '지식인'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의 혐오단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벌써 그렇게 되었을 지도 모르고.

참 지랄같은 세상이다.




BlogIcon 다인아빠 | 2009.05.20 16:3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장길산>을 가장 좋아하는 책 중 수위에 꼽는 저로서는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지만, <사람의 아들> 이문열이 이미 어떤 사람인지 알게된 경험이 있군요.
장길산... 사람의 아들...
휴우...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old and wise 는 매우 어려운 길인것 같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5.21 01:01 신고 | PERMALINK | EDIT/DEL
장길산을 처음 읽을 때 수호지를 비슷한 시기에 읽었습니다. 수호지와 비교되는, 장길산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에 깊은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의 황석영은 존경받을 만한 작가였지요. 작가가 작가만으로 남으면 안되는 건가요? ㅡ.ㅡ
BlogIcon kyoonjae | 2009.05.20 23:39 | PERMALINK | EDIT/DEL | REPLY
존경할만한 사람들이 자꾸 사라져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소식을 듣고 친구에게 전해주었더니 깜짝 놀라더라구요. 자신이 책 속에서 만났던, 그의 문학에서 보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라면서요. 정말 존경할만한 사람이 없는 사회는 암울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5.21 01:02 신고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뭐가 잘못된 건지... 왜 그렇게 변해야만 하는지 참 서글픕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나 하나 내 모습 지켜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롤모델이 없는 세상입니다.
sog3 | 2009.05.21 01: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언제 나도 내가 욕하던 사람들처럼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박성수 사장의 링크를 따라가니 쉐아르님이 IVF 출신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IVF 출신어거든요.^^ 고직한 간사님은 이야기로만 듣던 전설적인 인물인데 그 분이 간사님으로 계실 때 활동하셨나보네요. 공통점을 발견하면 더 반갑고 친근한 마음이 드는 것, 참 신기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5.21 14:53 신고 | PERMALINK | EDIT/DEL
누군가를 계속 욕하면 자신도 모르게 욕하던 그 사람을 닮는다지요? 그런것 생각하면 욕많이 하면 안되겠습니다. ^^

sog3님도 IVF출신이시군요. 반갑습니다. 고직한 간사님이 전설적 인물이시라면 저보다는 뒤에 가입하셨나 보네요 ^^ 저는 86년부터 91년까지 있었습니다. 저도 같은 IVF 출신을 만나니 참 기쁩니다 ^^
BlogIcon 최동석 경영연구소 | 2009.05.21 19:0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인생이 짧다는 생각을 합니다. 요즘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인생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쌩쑈(show-off)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처럼... 안타까운 세상입니다. 내가 보기에는 변절이 아닙니다. 그들은 본래 그렇게 쌩쑈를 하면서 일생을 살아왔을 뿐입니다. 그들에게는 영혼의 울림이 없죠. 영혼이 없으면 짐승이 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5.21 14: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인생이 마치 영원할 것처럼 생각하기에 쌩쑈를 하고 있다는 말씀이 참 우스우면서도 안타깝께 다가옵니다. 말씀하신대로 제대로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말이죠.

적어도 저 자신은 그 영혼을 최대한 지키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을테니까요.
BlogIcon 최동석 경영연구소 | 2009.05.21 19:11 신고 | PERMALINK | EDIT/DEL
옳으신 말씀입니다. 변절한 사람처럼 보이는 것뿐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인간의 본성중에 하나가 권력욕구인데요. 강력한 지배욕구입니다.

그들에게는 본래 자기 속에 가지고 있던 강력한 권력욕구를 그대로 드러낸 것뿐이죠. 이전에 쓰던 방법을 바꾸었을 뿐이니까요. 그들은 절대 변절이 아니라고 생각하지요. 내가 달라진 것은 없다. 사태가 바뀌는 바람에 방법을 바꾸었을 뿐이다. 뭐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배욕구를 바꾼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 변절이 아닌 것이죠.

본문에서 거론하신 양반들이 본래 권력욕구가 강한 사람들인데, 그것을 과거에 드러내던 방법을 바꾸어서 이번에는 이런 식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들은 행동의 동기구조에 놀라울 정도로 일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MB와 거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죠.
BlogIcon 쉐아르 | 2009.05.22 04:01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들의 마음속은 똑같아고 다만 상황에 따라 속해있는 편만 바꾸는 것이라는 최동석님의 말씀이 딱 맞는듯 합니다.

권력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은 어떻게든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름을 더럽히면서 얻은 권력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그들에게는 그게 보이지 않나봅니다. 당장 눈 앞에 드러나는 이익만 보이겠지요.

갈수록 세상이 그렇게 달라지는 것 같아 참 안타깝습니다.
바람처럼 | 2009.05.21 22: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쉐아르님 블로그에 왕왕 들렀지만, 글을 남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_^
자신의 영혼을 세상의 가치에 팔아 넘기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자주 놀러올께요 ^_^
BlogIcon 쉐아르 | 2009.05.22 04:06 신고 | PERMALINK | EDIT/DEL
감사합니다. 종종 들러주세요. 글도 남겨주시구요.

블로깅은 아직 안하시나 보네요. 링크가 없는 것을 보면요. 혹시 초대장 필요하시면 이메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자주 뵐게요 ^^
BlogIcon brandon419 | 2009.05.22 04:0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다음과 네이버에 떠다니는 제목만 봤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떻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욕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전에도 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기에 그의 변절(?)에 대해서 그를 좋아했던 다른 사람들만큼의 충격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상하게 클릭해서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안들더군요. 이문열의 책은 고등학교 시절 거의 다 섭렵했기 때문에 그의 내력과 사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또 별 충격이 없었구요. 어쨌든 겉에 보이는 삶의 행태만으로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참 힘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내 자신도 낯설게 보일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을 안다는 건 정말 어려운 문제인 것 같구요. 아무튼 황석영이라는 사람이 그동안 끼친 영향력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지대했던 것 만큼은 분명한 것 같네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비분강개 하는걸 보면요... 그의 책을 단 한권도 읽지 않은 저로서는 비판도 동정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네요. 왜 나는 젊어서 그의 책을 읽지 않았을까 스스로 생각해봐도 지금도 의문이에요...
BlogIcon 쉐아르 | 2009.05.22 12:20 신고 | PERMALINK | EDIT/DEL
영화 <화려한 휴가>가 있기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석영의 <...넘어 ...넘어>를 보고 광주의 진상을 생생히 알 수 있었습니다. 광주항쟁을 빼고 황석영을 논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지요. 지금도 마찬가지구요. 그랬던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인하는 발언을, 그것도 정략적임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했으니 사람들이 화를 낼만도 하지요.

전 신기한게, 사람들이 이익에 따라 편을 가르는 것은 이해한다쳐도, 그 방식이 너무 치졸하다는 겁니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빤히 보이는 유치한 방법을 쓰는지... 나름 똑똑하다 인정되던 사람들인데요. 욕심에 사로 잡히면 다 어리석어지는 것 같습니다.
BlogIcon CeeKay | 2009.05.26 00: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친구들과 가끔 친일파 이야기를 하게 될때, 내가 그 당시에 살았다면 어떻게 했을까 자문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부끄럽지만 나를 객관적으로 보고 솔직히 얘기하면 자발적인 변절은 아닐지라도 (육체적인 고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도 그들처럼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그만큼 저는 육체적 고통이 무섭고 두려운 겁장이이기 때문이겠지요.
또 오늘날 나에게 돈과 권력의 유혹이 닥쳐온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도 생각해 봅니다. 아직까지는 자신있다고 말하지만 저 또한 사람들에게 "지랄같은" 모습을 보여주게 되지는 않을까 두렵습니다. 돈과 권력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운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살고 있음이 감사해집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9.05.26 05:15 신고 | PERMALINK | EDIT/DEL
누구나 그 상황에 닥치면 자신을 굳게 지킬 수 있을거라 장담은 못할겁니다. 저도 같은 상황이 된다면 어떨지 모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의 변절을 '그럴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가 하던 못하던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니까요.

말씀하신데로 그런 유혹 받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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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7. 3. 14:49
바리데기 - 6점
황석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세상에 존재하는 부조리는 글쓰는 이의 중요한 소재다.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조리를 극명하게 드러내어 이를 없애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혹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부조리를 까발리어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부조리가 사라질 수 없고, 세상의 모순은 확대재생산되어 간다면, 세상을 향해 외치던 이로서는 허탈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내가 읽은 황석영의 첫 작품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다. <넘어 넘어>로 불리우던, 당시로는 유일하게 광주항쟁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던, 80년대를 살며 한국 사회의 부조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든 읽어봤을 필독 도서다. 솔직히 이 '황석영'이 대입 시험에 등장했던 <장길산>의 그 황석영인줄 전혀 생각못했었다. (황석영이 <넘어넘어>를 쓸 줄 알았다면 대입시험에 그의 이름이 등장했을까? 절대 없었을 것이다.)

부조리에 대한 고발은 그의 문학의 큰 줄기이다. <장길산>이 지나간 역사를 들어, 그 시대의 부조리를 이야기하였다면, <넘어 넘어>는 살아가고 있는 그 시대의 모순을 목숨걸고 고발하였던 작품이다.

이후 그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소설의 소재가 되어도 충분할 인생의 곡절을 겪었다. 그런 그가 최근에 <바리데기>를 들어 다시 세상의 부조리를 이야기했다. 80년대와 차이가 있다면 스케일이 커졌다고 할까? 전작 <심청, 연꽃의 길>이 제국주의 시대에 가상의 인물 '청'을 등장하여 그 당시의 모순을 이야기했다면, <바리데기>의 '바리'는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지금의 세상 어딘가에 꼭 한명 있을 것 같은, 우리 세상의 아픔을 담고 있는 여인이다.

태어나며 받았던 남존여비의 차별은 어쩌면 바리가 받았던 가장 신사적인 부조리였을 것이다. 북에서 태어나, 중국으로, 그리고 영국으로 흘러가는 그녀의 삶에는 시대의 모순이 새겨져 있다. 인민이 살기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던 그 곳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 자본주의의 돈맛을 알아 다른 이의 생명을 죄의식 없이 짓밟는 인간들. 나라의 독립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임에도, 힘이 없기에 폭력에 의지하고, 또 그래서 악으로 치부되는 민족. 지독한 인생 피할 곳은 중독밖에 없기에 다른 이의 호의를 죽음으로 돌려주는 불쌍한 인생.

작가는 바리의 삶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잘 엮어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사실적인 묘사. 바리가 무당의 끼를 타고났다는 설정을 통해, 여러 등장인물들의 절망과 희망을 드러내는 것은 탁월했다. 특히 상세히 묘사된 북한, 그리고 탈북자들의 상황은 같은 시대에 이렇게 다른 삶이 있나 하는 이질감까지 느끼게 했다.

하지만 작가는 세상에 대한 고발에서 한발짝도 더 나아갈 수가 없었다. 소설 속의 바리는 고난과 아픔을 겪고 생명수를 찾아오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허나 어쩌나. 생명수 하나 찾아서 없어질 세상의 모순이 아닌 것을. 결국 바리가 찾아온 '생명수'는 어설픈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되고 만다. 잘 풀어나가던 이야기 보따리를 마지막에 황급히 닫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차피 세상의 모순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작가의 절망 때문이 아닐까? 9.11 이후 이라크 침공이 진행되는 시대속에 아랍인 남편 알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바리에게서 '생명수'는 보이지 않았다. 허탈했다.

'바리가 구한 생명수는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작가는 '생명수는 과연 무엇일까요? 그리고 바리는 그것을 찾기라도 했을까요?'라고 답한다. 이 부분에서 작가에 대한 배신감마저 느낀다면 심한 것일까?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작가의 무기력함을 공유해야 하는 것일까?

광주의 죽음을 한참동안 이야기할 수 없었던 나라가, 대통령을 온국민의 놀림감으로 삼는 나라로 바뀌었다. 최류탄 연기로 눈물 흘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거리에 나가 정부를 비판할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만큼 더 밝아졌을까? 그만큼 더 나아졌을까? 잘 살게 해준다면 윤리의식은 개에게나 주라고 반이 넘는 국민이 합의했던 사건은 또 다른 모순이다. 진실을 찾는 목소리가 개인의 이해관계로 필터링되는 세상의 소통은 해결책이 없을 또 다른 부조리이다. 차이가 있다면 이전보다 더 지능적으로, 더 치사하게 진화해갈 뿐이다.

<바리데기>에 생명수는 없었다.

다만 답을 제시하고자 붓을 들었으나, 답을 찾지 못한 작가의 회피하는 모습만 보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리고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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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Icon 한방블르스 | 2008.07.03 22:0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황석영은 예전에는 그의 글이나 그의 말이나 참으로 부러운 점이 많고 존경스러운 작가였습니다. 하지만 세월인지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삼국지를 번역할떄 붉어진 문제도 그러하고 여러모로 예전같지 않군요.
대학시절 객지, 한네의 승천 등은 필독이었는데요.. 세월이 그를 변하게 하었는지 우리가 변한건지 알 수가 없네요.
BlogIcon 쉐아르 | 2008.07.04 02: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삼국지로 인해 황석영에게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납니다. 서문은 그럴듯 하나, 실제 내용은 이미 있는 많은 번역본에 왜 그의 것을 더했는지 이해가 안되었기 때문입니다. 번역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황석영 정도라면 이문열이 했던 더함이나 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그의 삶 전체를 통털어 그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그의 전작들의 가치로 인해 그를 존경합니다.
BlogIcon brandon419 | 2008.07.04 22:10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부끄럽지만 황석영의 책을 단 한권도 읽어보질 못했네요. 그리고 그가 망명을 갖다 왔다는 사실 말고는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별로 없구요. 한번 읽어보곤 싶지만 언제 시간이 날 지 몰라서... 내년 쯤 되면 읽고 싶은 책, 하고 싶은 일들을 시간에 크게 구애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 때 되면 아마도 또 다른 핑계거리가 생기겠죠...
BlogIcon 쉐아르 | 2008.07.05 15:21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의외이긴 하지만 ^^ 부끄러워하실 일은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 저는 이외수 작가의 책을 한권도 안읽어봤으니까요. '칼'을 한번 본 것 같지만 전혀 기억이 안나기에 읽었다 할 수가 없지요.

하고 싶은 일을 다하고 사는 삶을 저도 꿈꾸고 있는데요. 은퇴하기 전에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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