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564)
책 그리고 글 (87)
미래 빚어가기 (79)
시간/행동 관리 (44)
조직을 말한다 (16)
마케팅 노트 (14)
짧은 생각들 (33)
사랑을 말한다 (27)
세상/사람 바라보기 (40)
그밖에... (83)
일기 혹은 독백 (85)
신앙 이야기 (24)
음악 이야기 (19)
법과 특허 이야기 (13)
세월호 침몰사고
kipid's blog
2014년을 다짐하는 사자성어:..
Crete의나라사랑_2010년이후글
[OK MVP 함께 만들어 가는 북리..
RAIZE GLS
2013년을 다짐하는 사자성어: 궁..
Crete의나라사랑_2010년이후글
나는 勢이다
Read & Lead
1,572,583 Visitors up to today!
Today 3 hit, Yesterday 62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이순신'에 해당되는 글 1건
2008.06.21 14:51
김훈의 글은 섬세하고 예리했다. 멀찌기 서서 혼자 내지르는 둔한 장검처럼 보였으나, 실은 옆에 서서 내 심장을 서걱 서걱 잘라내는 날선 일본도에 가까웠다.  화려하지도 않았고, 소박하지도 않았다. 그 중간 어디쯤에 있었고, 그 경계 밖에 있는 것도 같았다.

그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버리고자 했다. 그래야 세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연민을 버렸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얻었다. 그 안의 영웅은 사라졌고, 모두가 영웅이 되었다. 전쟁의 시대를 살아간 그 모든 사람들은 영웅이 아니였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고, 살아남았기에 죽은 이의 절망을 안고 살았다. 모두가 영웅이였고, 모두가 영웅이 아니였다.

그는 사람의 악함을 알았고, 약함을 알았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이 공존할 때, 사람은 살기위해 악해졌고, 살기위해 약해졌다. 그런 사람을 김훈은 사랑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었다. 그의 눈에 사람은 애처롭기만 했다. 살아갈 명분을 얻기 위해 신하의 목에 칼을 겨누는 임금과, 죽을 의미를 찾기 위해 자신을 살려준 적을 죽이고자 하는  장군 옆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모두가 애처로웠다.

그는 거대담론을 경멸했다. 사람은, 죽음을 옆에 두고도, 먹고 살아남을 힘이 필요했다. 그 힘을 줄 수 없는 나라는 전쟁을 사는 이에게는 비어있는 이름이었다. 생명을 주지 않고, 대신 생명을 내어노라 하는 사상은 자유스러운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죽을 자리는 사상이 아니였다. 주장이 아니였다. 그의 죽을 자리는 글이였고, 일상이였고, 살아있음이였다.

그가 연민하던 세상은 그 정의함으로 김훈을 몰아세웠다. 그는 떠났다. 아무것도 나눌 것 없이 남으로서 살기로 했다. 사람들은 그를 버렸고, 또 그를 받아들였다. 버렸을 때의 김훈과 받아들일 때의 김훈은 같은 사람이되 같은 사람이 아니였다.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김훈은 내주었고, 사람들은 그를 환호했다.

그는 홀로 남아 자신의 오류와 싸웠다. 싸움이 끝나가던 날, 그리고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는 날 그는 붓을 들어 한 줄을 써넣었다. 그는 그 한문장이 사람들을 향한, 그리고 이 세상 전체를 겨누는 칼이기를 바랐다. 그 한문장에 세상이 베어지기를 바랐다.

사랑이여 아득한 적이여, 너의 모든 생명의 함대는 바람 불고 물결 높은 날 내 마지막 바다 노량으로 오라. 오라, 내 거기서 한줄기 일자진으로 적을 맞으리

*******************************

부제: 문장 연습 #1 - 김훈 따라하기 #1

'한국 문학의 허리를 곧추 세운' '벼락처럼 쏟아진 축복' 칼의 노래를 이제야 읽었습니다. 제가 책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장군보다도 작가 김훈이였고, 그리고 그의 문장이였습니다. 책을 읽으며 머리 속에 떠도는 문장들이 떠나지 않아 어설프나마 그의 문체를 따라 글을 썼습니다.  일부 그의 문장을 그대로 따라한 곳이 있습니다. 의도적인 표절입니다.

김훈 작가는 2000년 시사저널 편집국장 시절 <한겨레 21>의 쾌도난담의 발언으로 인해 편집국장에서 물러난 적이 있있습니다. 칼의 노래는 그 다음해에 나왔고, 서문에 보면 그때 심경이 조금 묻어나는 듯 합니다. 위의 몇가지 표현은 그 사건과 서문의 글을 보며 나름대로 생각을 더한 것입니다.


칼의 노래 - 10점
김훈 지음/생각의나무


BlogIcon G_Gatsby | 2008.06.21 20:2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김훈씨 소설도 참 좋아합니다. 덕분에 다시 한번 책을 보게 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06.21 23:16 신고 | PERMALINK | EDIT/DEL
평소에 소설을 잘 안 읽었기에 김훈씨 소설중 처음으로 읽은 것이 칼의 노래입니다. 지금은 남한산성을 읽고 있습니다. 수년내에 그의 책 모두를 찾아서 읽게될 것 같네요 ^^ 댓글 감사합니다.
BlogIcon Inuit | 2008.06.22 23:58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김훈을 읽으면, 막 김훈스럽게 쓰고 싶어지죠. 잘 안되어서 탈이지.
쉐아르님은 김훈의 스타일을 체득하신듯 합니다. 감쪽 같습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8.06.23 17:02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저뿐만 아니라 김훈을 읽는 분들이 다 그렇게 느끼시나 봅니다. 문체를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막 들더군요.

비슷했다면 기분 좋은데요 ^^ 제가 발견한 특징 하나는 모든 문장이 과거형이다라는 겁니다. 반대어를 마치 동의어처럼 연결시키는 것등... 하여간 김훈의 문장은 새로웠습니다.
BlogIcon DOKS promotion | 2008.06.23 02:07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칼의노래, 저도 데굴대굴님처럼 읽어야겠어 ! 라고 생각한후, 저는 집에 고이 보관하고 있는데,. 아직 펴지도못했어요 ㅠ_ㅠ 이정도라면, 반드시 책장을 펴봐야겠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06.23 17:04 신고 | PERMALINK | EDIT/DEL
집에 고이 보관하시기에는 책의 내용이 너무 역동적입니다. 읽히고 싶어서 넷물고기님 닉네임처럼 꿈틀대고 있을 것 같네요 ^^
| 2008.06.23 22: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늦긴 정말 늦으셨네요. ^^
김훈작가는 좀 고지식한 문체를 고수한다고 느꼈었습니다. 시중 진지하고 약간 무겁다라는 느낌... 현의 노래를 그 다음으로 읽으시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으실 것 같은데요. 제가 아마 좀 가볍고 말 장난에 가까운 문체를 선호해서인가 봅니다. 성석제같은... 읽을때 부담없잖아요. ㅋㅋ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제 메모리 용량 작은 것은 아시죠? 요즘 경제가 하 수상하여 책 사는 것도 버거우니 다시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네요. 어쩔때는 이전에 두번씩 읽었던 책에서 이런 장면이 있었던가 하면서 아주 새로운 느낌으로 읽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말 노년이 걱정되여... Y_Y;;
BlogIcon 쉐아르 | 2008.06.24 13:49 신고 | PERMALINK | EDIT/DEL
고지식함에서 오는 화려함이 굉장히 매력적이였습니다 ^^

성석제가 누구인지 솔직히 모릅니다. 저 소설 많이 안 읽잖아요. 기회되면 찾아보겠습니다.

확실히 기억력은 갈수록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전에는 한번 봤던 영화 다시 볼려고 DVD를 잡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흘러서 흥미가 떨어졌었는데... 요즘은 몇장면 기억안날 때가 있더군요... 근데 이거 자랑인가요? ^^
| 2008.06.24 23:3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자랑 맞아요. 하지만, 애를 안 낳으셨다는 것은 감안하셔야죠. 저도 애 낳기 전에는 이정도로 심각하진 않았었던것 같은데.. ㅠ.ㅠ;;
BlogIcon 쉐아르 | 2008.06.25 11:09 신고 | PERMALINK | EDIT/DEL
^^;;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ㅡ.ㅡ
BlogIcon 격물치지 | 2008.06.27 23:57 | PERMALINK | EDIT/DEL | REPLY
재미있군요... 저도 따라하기 하나 써본 것이 있어 트랙백 겁니다. ^^
BlogIcon 쉐아르 | 2008.06.30 23:55 신고 | PERMALINK | EDIT/DEL
기억납니다. 저도 댓글을 적었었지요. 왜 김훈의 문체를 따라해보고 싶었나 생각해보니 격물치지님의 이 포스팅이 그 생각의 씨앗이었나 봅니다 ^^;; 트랙백 감사합니다.
BlogIcon mariner | 2008.09.07 16:2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완전히 훔치신것 같습니다. ^^ 김훈을 읽고 따라해봐야 겠어요
김훈의 책은 읽고나면 손끝에 그의 활자가 진하게 묻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8.09.08 12:27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

맞아요. 제가 워낙에 소설을 안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제가 읽은 작품중에 김훈만큼 문체로서 깊은 흔적을 남긴 작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