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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테스트'에 해당되는 글 2건
2010.12.30 02:54
클래식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꼭 들르게 되는 사이트 중 하나가 고!클래식 아닐까 합니다. 줄여서 고클이라고들 부르죠. 요즘 고클의 오디오파일 게시판에 실용/비실용 논란이 한참입니다. 전세계 어디든 오디오 사용자들 사이에 항상 있어왔던 논쟁이라 또 그러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꽤 오래 가네요. 제가 아는 분야의 논쟁이라면, 숟가락 하나 올려놓고 싶은 충동이 드는 성격인지라 ^^ 저도 그 게시판에 글 하나 올리면서 기록 목적으로 이 블로그에 복사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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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5일 가입한 이후에도 몇번 이 게시판에서 실용/비실용 논쟁을 봤습니다. 오디오 하시는 분들은 전세계 어디든 같은 논쟁을 하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이번에는 좀 오래가네요. 논쟁이 과격해지다보니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도 나오고 상대방 주장과는 상관없는 논지로 반박하는 것도 보입니다. 오디오보다는 음악에 더 중점을 두고, 또 이른바 하이엔드 제품을 많이 접해보지도 않았지만 경험과는 상관없이 사실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논쟁에 글 하나 더해봅니다. 

오디오 객관주의/주관주의 
실용오디오 사이트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실용주의/비실용주의라 불리우는 이 논쟁을 영어권에서는 객관주의/주관주의라 부릅니다. 두가지 다 논쟁의 초점을 명확히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비실용주의'라는 용어가 현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주장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주기에 저는 객관주의/주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걸 선호합니다. 
 
먼저 짚고 넘어갈 거는 객관주의나 주관주의 진영 안에서도 상당한 의견차가 있다는 겁니다. 객관주의가 극단으로 가면 '오디오의 특성은 제품과 상관없이 모두 같다'가 되고 주관주의의 극단으로 가면 '어느 제품이든 모두 현저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가 됩니다. 이런 양진영의 극단적 주장을 놓고 논쟁을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건 마치 극보수의 기독교인이 이슬람 원론주의자와 대화를 시도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극단적 주장을 제하고 나면 객관주의와 주관주의는 보통 하나의 가설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는 것으로 결론이 납니다. 그 가설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가진 비슷한 스펙의 오디오 제품간의 차는 사람의 귀로 구별할 수 없다'입니다. 짚고 넘어갈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비슷한 스펙'간을 비교하는 것과 '사람의 귀로 구별할 수 있는가'의 여부입니다. 객관주의자가 '모든 오디오가 같다'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스펙이 다른 제품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히 스펙이 다르면 제품간의 차이는 있거든요.  
 
블라인드 테스트를 왜 하는가?
스테레오파일 같은 잡지를 보면 가끔 제품의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지터 문제를 놓고 다른 주파수 특성을 보여주면서 어떤 제품이 특성치가 좋은지 보여주더군요. 그렇게 계측기를 가지고 비교를 하면 제품간의 다른 특성은 쉽게 '증명'이 됩니다. 그렇기에 '제품간의 차이가 없다'라는 가설을 놓고 이야기하면 토론이 진행이 안됩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증명 혹은 반증하려는 가설은 '제품간의 소리차이를 사람의 귀로 구별할 수 있나'하는 겁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자체는 중립입니다. 과학이라는게 그렇거든요. 가설을 하나 세우면 실험을 통해 증명하거나 혹은 반증해야합니다. 반증가능성이 없으면 과학이 아니지요.
 
실험 모델링을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떤 것이 독립변수인지 어떤것이 비독립변수인지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독립변수의 수를 최소한으로, 이상적으로는 하나로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가 서너개 되어버리면 결과를 도저히 분석해낼 수 없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독립변수의 수를 하나로 줄이고자 하는 행위입니다. 테스트하고자 하는 시스템 이외의 모든 것을 같게 합니다. 케이블을 테스트한다면 이외 모든 것은 같은 제품을 씁니다. 소리의 크기도 같이하고 스피커의 위치도 동일하게 유지합니다. 제품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어떤 제품을 사용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소리만으로 판단하게 하는 겁니다. 일부 글에 눈으로 보지 않고는 (unless through sighted test) 소리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건 정당한 테스트가 아니지요. 보지않고 구별할 수 없는 것을 보고서 구별한다는 것은 소리 이외의 다른 변수가 이미 개입된 것이니까요.  

블라인드 테스트의 종류 
오디오 업계에서 사용하는 블테는 두가지입니다. 그냥 블라인드 테스트라 하면 실험자는 모든 상황을 알지만 답변하는 사람은 모르는 경우입니다. 실험자가 알면 혹시나 생길 외부요인마저 없애고자 사용하는 방법이 더블 블라인드 테스트(DBL)입니다. 자동 스위치를 통해 모든 사람이 어떤 시스템을 듣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겁니다. 
 
제품간 차이를 구별하기 위한 실험의 경우 답변은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AB방식과 '모르겠다'를 추가한 ABX방식이 있습니다. 선호도를 평가하는 경우는 테스트하는 제품만큼 답을 하게 될테구요. 

블라인드 테스트는 가치가 있는가? 
사실 이런 질문 과학이나 의학쪽 종사하는 분에게 하면 무식하다 욕먹습니다 ^^ 블라인드 테스트는 실험의 한가지 방법일 뿐이고 잘만 설계된다면 방법론에 합당한 실험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자체를 부정한다면 그건 실험을 통한 증명이라는 전제를 모두 부정하는 거지요. 그 주장은 종교가 되어버리는 거구요. 
 
오디오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폄하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밥줄이 달려있으니까요 ^^ 하지만 오디오 업체들이 블테를 사용안하느냐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캐나다의 National Research Council (NRC) 에서 스피커 업체들과 같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습니다. 하만사의 블라인트 테스트 결과도 찾아볼 수 있구요. Good Sound지의 Doug Schneider와 같이 블테가 좋은 오디오를 평가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하는 평론가도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 자체는 중립적입니다. 
 
모든 블테가 효과적으로 설계가 된 것은 아닙니다. 답변자들에게 전혀 생소한 제품들을 사용한다든지, 시스템의 배치가 너무 엉망이라 테스트하고자 하는 제품들의 특성치가 다른 요인으로 인해 무시될 정도로 떨어진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자들이 듣는 훈련이 안되어 있는 이른바 '막귀'인 경우 실험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오디오 잡지들이 주로 공격하는 블테가 이런 실험들이지요. 반대로 제품간 차이가 없음에도 다른 요인으로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Radio & Television에서 1982년도에 한 프리앰프의 블테에서 고급제품에 한해 채널간 0.06dB의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두가지 제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었지요. 물론 두번째 실험부터는 이 차이를 없앴지만요.  
 
하지만 모든 블테가 다 엉망으로 설계된 것은 아닙니다. 찾아보면 잘 설계된 테스트들이 많습니다. 여기에 가보면 다양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는 무엇을 증명/반증하는가? 
위에서도 말했지만 블테를 통해 증명/반증하고자 하는 가설은 '제품간 차이를 사람의 귀로 구별할 수 있는가?'입니다. 소리의 특성치는 계기 측정만으로 가능합니다. 블테의 결과를 놓고 보면 99% 이상 제품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로 나옵니다. 스피커의 경우만 예외입니다. 케이블의 경우는 차이를 밝혔다는 테스트를 보지 못했구요. 50미터(50ft 인지 기억은 확실치 않습니다) 이상의 스피커 케이블은 대부분 쉽게 구별해냈다는 결과를 봤습니다. 블테라고 모두 구별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
 
하지만 그 결과를 놓고 '제품간 차이가 전혀 없다'라고 확대해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TV를 사러 전자 매장을 가면 보통 여러제품을 놓고 비교하게 됩니다. 이렇게 눈 앞에 놓고 비교하면 구별이 쉽습니다. 어떤 제품이밝고, 어떤 제품이 더 녹색을 띠고 있고, 어떤 제품이 더 선명한지 쉽게 보입니다. 그래서 맘에 드는 것을 집에 가져다 놓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다른 집에 놀러가서 비교했던 다른 TV를 봅니다. 이때 두 제품간의 차이를 판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내가 산 제품이 친구의 TV보다 밝은지 선명한지 알 수 있을까요? 백이면 백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이렇게 극단적인 것은 아니지만, 비교하는 대상을 동시에 들을 수 없는 오디오 블라인드 테스트의 특성상, 같은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듣는 제품을 오래 들을 수록 이전에 들었던 것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억상의 근거가 서서히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차이가 있더라도 구별할 수 없는 경우도 생깁니다. 따라서 블테 결과만을 놓고 제품간 차이가 없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입니다. 

그렇다면 블라인드 테스트는 의미가 없는가? 
여기 게시판에 보면 사람의 귀는 오묘해서 블테만 가지고는 진정한 평가를 내릴 수 없다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렇기에 블테가 의미 없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그 주장은 소리 이외의 다른 요인이 반영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앞에서 제시한 하만사의 테스트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옵니다. 동일한 사람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스피커 선호도 테스트를 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와 보면서 하는 테스트를 둘다 했습니다. 실험자 모두 하만사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듣기에 '훈련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두 테스트의 결과는 현저하게 다릅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게 있습니다. 스피커의 위치를 바꾸어놓고 청취실험을 합니다. 이때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는 스피커 위치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보면서 하는 테스트는 스피커 위치와 상관없이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결국 어떤 제품인지 알면서 하는 테스트에서는 소리가 아닌 '스피커 자체에 대한 선호도'를 보여준다는 겁니다. 선입견이 그만큼 크게 작용하는 거지요. 또한 스피커 위치가 제품간 차이보다 소리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론은? 
마지막으로 제 입장을 밝힌다면 저는 객관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실험의 결과가 그렇게 나타나니까요. 일정 시간 넘게 듣고 있으면 구별할 수 없는 소리의 차이를 위해 몇백, 몇천씩 더 투자할 용의는 없거든요. 그보다는 더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공간이나 배치에 더 신경을 쓸 겁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시스템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 믿으니까요.
 
그럼에도 오디오가 꼭 소리가 다는 아니라는 것에 동감합니다. 좋은 오디오 시스템이 디자인도 괜찮고 내구성도 좋습니다. 들여다놓으면 폼도 납니다. 재력만 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 없습니다. 이에 관해, 제가 음악을 다시 듣게되는데 가장 큰 공을 한, 현카피님의 을 소개합니다. 저는 인용한 문장처럼 제품간 차이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글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현카피님도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구별할 수 있을만큼 차이가 없다'는 것이 실험의 결과입니다.
 
만약 어떤 이가 "실제 맛이 달라지지 않더라도, 내가 청자잔으로 술을 마시는 건 내게 아주 우아하고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한다면 그건 심미주의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일이고, 누가 뭐라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가 "청자잔이 실제로 화학적으로 작용하여 맛을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값비싼 청자잔을 무리해서라도 구입한다"고 한다면 이때는 누군가 "청자잔이 실제 당신이 마시는 술을 화학적으로(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바꾸어놓은 것은 아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건 상대의 심미주의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사실'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결국 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 그래도 많은 경우 제품간 차이를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인정해야겠지요. "과학적 사실은 우리의 주관적인 느낌이나 독자성과는 별개의 문제"이니까요. 
그렇지 않고 믿는대로 종교적 주장을 되풀이 한다면 논쟁의 끝은 안날 겁니다. 


BlogIcon hssn | 2012.01.30 17: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디오 쪽은 비용이 너무 들어서 감히 손대진 못하고 겉만 핥는는 사람입니다.
괜한소리하자면 블라인드테스트와 TV구매한 비유는 좀 다르지 않나 싶지만
전적으로 같은 생각을 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BlogIcon 쉐아르 | 2012.03.04 02:15 신고 | PERMALINK | EDIT/DEL
네. 두가지 테스트의 조건이 다르지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차이점이 제 생각의 한가지 단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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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27 09:33
오디오 이야기를 하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입니다. 비싼 장비나 저렴한 장비나 실제로는 구별해낼 수는 없다는 것이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입니다. 오디오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전문가들이라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와인의 경우가 대표적이지요.

오디오의 경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같은 음악을 세번 들려줍니다. 첫번째는 A사 제품, 두번째는 B사 제품을 사용합니다. 세번째 들려줄 때, 사용되는 장비가 A사 것인지 B사 것인지 맞추는 것입니다. 답이 두가지중 하나이기에, 찍더라도 50% 성공확률입니다. 그런데 모든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결과가 50%의 오차범위안에 들어갔습니다. 테스트에 참석한 사람들이 내노라하는 오디오 전문가들이지만, 결국 소리를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비싼 장비에 투자해야 헛일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TV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전 TV를 사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러대를 놓고 보면 차이가 있지만 따로 놓고 보면 모른다구요. 맞는 말이라 생각하고 같은 크기중 제일 싼 것을 샀습니다. 조금 지나니 제가 산 제품이 다른 제품보다 밝았는지, 어두웠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옆에 놓고 비교할 때나 화질의 차이를 알 수 있지 따로 떼어놓고 보면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질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요. 좋다 나쁘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라 하더라도 눈 앞에 놓고 볼 때 화질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의 테스트처럼 제품과 제품 사이에 시차를 둔다면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없지만, 시차없이 이어서 플레이를 한다면 차이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훈련되지 않는 귀를 가지고도 제가 가지고 있던 스피커와 새로 구입한 스피커의 차이를 알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를 두고 '오디오 제품간에 차이가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제품간 소리상의 개인에게 적용되는 효용 차이는 없다'가 더 정확하겠지요. 제품간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구별할 수 있는, 따라서 저에게 주어지는 가치에서는 차이를 인식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면 좋을수록 한계효용은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소리가 깊다'느니 '고역은 맑고 저역은 풍부하다'느니 하는 오디오 전문가들의 예술적인 표현에는 색안경을 하나 끼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오디오를 이야기할 때 소리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신뢰성이나 디자인도 고려됩니다만 가장 중요한 건 감성적인 요인일 겁니다. 기능상의 효용가치만 따진다면 차이가 없을 루이비똥 핸드백과 시장표 핸드백을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까요? ^^ 진공관이 들어가 있으면 차이를 느끼든 말든 일단 따듯하다 생각하는게 오디오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반응입니다. 따듯한 소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진공관 앰프를 갖고 싶은 마음을 막연히 가지게 되는 거지요.

사실 어느 정도까지는 비용을 더 들일수록 인지가능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그 선을 넘어가면 소리의 차이는 감상에 영향을 안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이 앰프 저 스피커 바꾸어서 비교하지 않는 이상에는요. 저는 (중고품 기준으로) 앰프는 오십만원, 스피커는 백만원 정도가 그 선이라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발품 좀 팔아서 제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들인 비용은 더 작습니다 ^^) 그 다음은 기능상의 가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절대적인 가치와 상대적인 가치는 영원한 논쟁거리입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마찬가지지요.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단순하다 생각합니다. 어느 선까지야 실제적인 필요를 채우는 것이지만, 그 다음부터는 '가지고 싶은 욕망'을 채우는 것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가 말하는게 이것 아닐까요?


bruceyi | 2009.03.27 14:1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사실 자기 만족인거 같더라구요^^
오디오랑 비슷하게 leica를 쓰던 만원짜리 자동일회용 카메라를 쓰던..다 그게 그거 같더라구요 저는 요즘에.^^;

잘지내시죠? ^^;
BlogIcon 쉐아르 | 2009.03.29 00:31 신고 | PERMALINK | EDIT/DEL
카메라도 뽐뿌가 적용되는 분야라 ^^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회용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전시했던 프랑스(영국이었나요?)의 택시 운전사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지요.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필름이고, 그 다음이 렌즈인데... 빛을 막아주는 것 뿐인 바디에 집착하는 거는 분명 사진을 찍는 것 자체만 놓고 보면 설명안되지요. 또 결국 사진은 사람이 찍는 건데요 ^^

그래서 결국 F3에 50mm 하나로 평생 가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바꾼다는게 의미가 없어요. 이제는.
지나가다 | 2009.03.27 17:01 | PERMALINK | EDIT/DEL | REPLY
스피커/앰프의 적합한 가격을 결정하는 것 중 하나는 무슨 음악을 듣느냐입니다.
팝 / 가요 위주라면 말씀하신 예산이면 충분하고, 소편성 재즈 클래식도 그럭 저럭 괜찮습니다.
하지만 클래식 대편성을 제대로 재생하려면 암울해지지요 :-)
BlogIcon 쉐아르 | 2009.03.29 00:38 신고 | PERMALINK | EDIT/DEL
제가 주로 듣는게 실내악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을 듣고 지금 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두개의 스피커에서 제가 많이 들어 익숙한 피아노 협주곡을 플레이 해봤습니다. 조금 답답하긴 하네요 ㅡ.ㅡ

결국 블라인드 테스트의 결과만으로 좋은/비싼 장비 무용론까지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BlogIcon kyoonjae | 2009.03.28 00:34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나중에 금전적 여유가 되면 클래식 음악 감상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맘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를 보니 생각이 쏙 들어가네요. 역시 브랜드값인가봅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3.29 01:03 신고 | PERMALINK | EDIT/DEL
꼭 그런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위의 댓글들 참조)

하지만 아직도 그렇게 큰 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즐길 수 있을 정도면 되지요. '소리'를 즐기는 게 아니니까요 ^^
BlogIcon 빠야지™ | 2009.03.30 15:24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일본의 방송에서 가끔 웃기는 실험을 합니다. 한 방면에 정통했다고 소문난 "celebrity" 연예인을 데려다 놓고, 미각이나 청각, 시각으로 최고급품과 일반저가품을 가려내게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굉장히 유명한 미식가가 100g에 20만원이 넘는 일본산 소고기와 1kg에 1만원 하는 수입소고기를 가려내지 못하고, 본문에 쓰신 것 처럼 유명 음악가가 워크맨+저가스피커 와 진공관+고가스피커의 음을 구분 못하기도 하구요.
결국 남들 이야기를 듣고서든, 혹은 듣지 않고서든 자기스타일의 "자기만족"이 최고인듯 싶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4.02 01:00 신고 | PERMALINK | EDIT/DEL
그렇지요. '자기만족'만큼 최대한의 구매효과는 없을 겁니다. 마케팅의 최종 목적이 그거 아닐까요? 사는 사람으로 하여금 잘 샀다 생각들게 하는거요. 구매자가 만족하면 그걸로 끝이지요 ^^
BlogIcon godsman | 2009.03.30 16:11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오디오와 카메라는 뽐뿌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취미인 것 같습니다. 80%정도의 만족을 얻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비용보다 5%의 만족을 더 얻으려고 할 때 들여야 하는 비용이 커집니다. 오디오가 가지는 원래의 가치인 음악을 듣는 것에는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가 매우 유용하겠지만 또 다른 가치인 '과시'나 '자기만족'에는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보다는 전문가의 예술적인 표현이 더 만족을 줄 것 같습니다.
음악을 거의 듣지도 않으면서 오디오 사이트를 전전했던 몇 년 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4.02 01:05 신고 | PERMALINK | EDIT/DEL
오디오, 카메라, 시계, 자동차 등 세상에는 뽐뿌를 하는 것들이 참 많지요 ^^ 그런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정에 한계가 있다는게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최대한 지혜롭게 선택하려고 애쓰게 되니까요.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ㅜ,ㅜ

이제는 오디오는 졸업하셨나 보네요.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천하가 작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지시니 오디오도 이제는 작게 보이는 것 아닐까요? ^^
BlogIcon addict. | 2009.03.31 23:05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미 시스템 구축하셨군요. 어떤 선택이신지 궁금합니다. ^_^
BlogIcon 쉐아르 | 2009.04.02 01:10 신고 | PERMALINK | EDIT/DEL
언제 정리해서 사진과 같이 올리겠습니다. 일단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프리 - Superphon
파워 - 카버 M-1.5t
스피커 - 보스 901-V와 미라지 M-7si 중에서 고민중

CD는 그냥 DVD 플레이어 쓰고 있고, 턴테이블은 파이오니어껄로 튼튼해 보이는 것으로 중고 구입했습니다.
BlogIcon Tasha | 2009.04.01 20:41 | PERMALINK | EDIT/DEL | REPLY
글이 뜸하길래 또 출장 중이신줄 알았더랬어요.^^:::

블라인드 테스트...흠!...애매모호하죠.
옛말에 '물건을 모르면 비싼 것을 택하라'는 말이 있쟎아요.
문제는 쩐이지만...._ _;;;
BlogIcon 쉐아르 | 2009.04.02 01:14 신고 | PERMALINK | EDIT/DEL
맞아요. 비싼 물건이 싼 것보다 좋은 것은 분명하지요. 가격차이만큼 가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요.

기능대비 가격을 그래프로 그리면 항상 익스포넨셜이 된다 생각합니다. 저는 보통의 경우 완만한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가기 직전을 선택합니다 ^^
BlogIcon taz | 2009.04.10 13:18 | PERMALINK | EDIT/DEL | REPLY
제가 지름신을 멀리하기 위하여 취하는 방법은, 구입하기 전에는 정보를 구하는데 열심히 하되 구매를 하고 나면 동호회방문 및 검색을 끊는것입니다. 더 이상의 외부 의견을 막는거죠. 예전에 용산에서 워크맨을 사고나면 절대 다른 곳에서 가격이나 다른 제품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야 한다는 친구의 조언을 아직도 지키려고 노력중입니다.
제품 검색을 시작할때, 가능하면 초반에 가격에 대한 한도를 결정하는 방법도 노력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제품들 위주로 보고있노라면, 어느새 초기 생각보다 '0' 이 하나더 붙어있는 제품들만 지켜보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된다는.. .ㅠ... 일단 올라간 눈은 내려오기 어렵더군요.. ㅎ.
BlogIcon 쉐아르 | 2009.04.13 12:47 신고 | PERMALINK | EDIT/DEL
좋은 방법이십니다. 맞아요. 구입하기 전에야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 가장 좋다는 제품을 골라야겠지요. 그렇게 발품을 팔아 구입하고 나면 그 제품을 사랑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애정을 가지고 잘 쓰다보면 성능도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오디오는 제품보다도 세팅에 더 영향을 많이 받지요. 구입한 제품 사랑하면서 최대한 성능을 발휘하게 해주는게 절약하는 방법인듯 합니다 ^^
BlogIcon 누구게 | 2009.04.20 16:30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래서 마케팅을 제품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너무 후지지 않는다면 정말 어떤 생각을 하게 만드느냐에서 판가름 나는것 같습니다.
BlogIcon 쉐아르 | 2009.04.22 03:19 신고 | PERMALINK | EDIT/DEL
인식의 싸움... 정말 맞는 말이네요. 기술이 발달할수록 제품간 기술의 격차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인식을 시키느냐가 정말 중요한 거지요. 아이팟의 성공이 제품의 특징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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